〈겨울밤에〉 (감독 장우진) 독립영화 큐레이션 레터 by. 인디스페이스 vol.39 〈겨울밤에〉 12월 23일 오늘의 큐 💡 Q. 고요한 밤, 거룩한 밤, 그리고?❄️ 님, 미리 메리 크리스마스!🤶🎅 오손도손 같이 사는 식구들과, 혹은 랜선 너머의 아끼는 사람들과 크리스마스 맞을 준비 하셨나요? 이번 크리스마스 연휴에는 영화 정주행 계획 세운 분들도 많으실 것 같아요. 크리스마스에 꼭 봐야하는 영화들, 정해져 있으신가요?⚡️ 인디즈 큐도 질 수 없어서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이 고스란히 담긴 독립영화 한 편을 들고 왔어요. 이 영화를 보신다면, 아마 겨울마다 생각나실 걸요? 장우진 감독의 <겨울밤에>입니다. 춘천의 청평사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한 부부의 어느 겨울밤의 여행, 또는 유랑에 대한 이야기인데요. 부부인 은주와 흥주는 예기치 못하게 춘천에 하루 머물게 되며, 각각 그날밤 익숙한 공간들을 맴돌게 됩니다. 익숙하지만 낯설게 다가오는 공간들과 모르지만 아는 듯한 사람들과의 만남이 마치 구름 위를 둥둥 떠다니는 듯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특히! 쉽게 볼 수 없는 청평사의 밤풍경과 꽁꽁 얼은 폭포를 자유롭게 담아내는 화면을 보면 아름답다는 말이 절로 나와요. 말그대로 고요하고, 거룩한 순간들입니다. 춘천에서 태어나고 춘천에서 영화작업을 이어나가는 장우진 감독과 봄내(春川)필름의 저력을 확인할 수 있을 거예요! 참고로, 아직 해피 뉴이어는 이르다! 인디즈 큐는 한해 꽉꽉 채워서 다음주 30일, 올해 마지막 연말정산 레터로 찾아올 예정이에요. 님, 혹시 아직 연말결산 투표 안하셨나요? 내일까지 투표 진행중! 올해 우리에게 남은 영화들을 다시 한 번 되돌아봐요. 마지막에 있는 연말결산 투표 내용을 꼭 확인해주세요!❤️ 〈겨울밤에〉 리뷰: 유실의 미로에서 유랑하기 여행의 목적에는 충족이 있다. 어딘가로 떠날 때 우리는 자주 낯선 장소에서 만나게 될 것들이 내면의 공백을 채워주길 바란다. 그러므로 마주하게 되는 것은, 역으로 현재의 어떤 부분이 결락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이 점에서 로드무비의 인물들은 어디서 잃어버렸는지도 모를 분실물을 찾으러 다니는 처지인지도 모르겠다. <겨울밤에>의 은주(서영화)처럼 말이다. 중년부부인 은주와 흥주(양흥주)는 청평사에 온다. 영화는 휴대폰을 잃어버렸다는 걸 깨달은 은주가 다시 절 주변을 더듬거리며 걷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어느 겨울밤의 일들을 담는다. 일상의 공간에서 벗어난 인물이 낯선 여정에서 마주치는 우연적인 사건들과 그로 인한 정동들을 주요하게 다루는 장르가 로드무비라면, <겨울밤에>는 단연 올해 최고의 로드무비다. 은주-흥주 부부와 함께, 영화에는 또 다른 커플이 등장한다. 별다른 이름이 주어지지 않은 젊은 남녀(우지현, 이상희)다. 남자는 군복을 입었고 휴가를 나온 참이다. 여자는 그의 친구이고, 애인은 아니라 한다. 이들 또한 청평사 근처를 어슬렁거리다, 마침 근처를 거닐던 은주의 여정에 끼어들다 빠졌다 한다. 그런데 연령대는 물론이고 외모도 말투도 그 어떤 것도 닮지 않은 이 두 쌍의 연인에게서(더 구체적으로는 특히 여성 캐릭터들 사이에서), 어쩐지 닮은 느낌이 묻어난다. 그리고 여기에는 흥주의 옛 친구 해란(김선영)의 존재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절대 포개어지지는 않더라도 삐뚤빼뚤하게나마 합쳐지는 서로 다른 도형들처럼. 이 두 쌍의 연인, 그리고 세 명의 여성을 번갈아보다 보면, 과연 여행에서 마주치는 우연들이란 이렇듯 생경한 듯 당황스러우면서도 우습도록 설레지 않던가 하는 동감에 고개를 주억거리게 된다. 장우진 감독은 복합적인 공간(성)의 설계와 그로 인해 파생되는 다층적 서사에 관심이 많은 감독이다. 외연은 같으나 계속해서 다른 의미를 발생시키는 장소들, 각각의 인물들이 연결되고 분리되며 만들어내는 관계, 이로 인해 구석에 구멍이 뚫린 것처럼 아귀가 좀처럼 맞춰지지 않는 픽션의 흐름, 아니 그러므로 더더욱 새로운 의미가 꼬리를 물고 늘어지며 증식하게 되는 복잡다단한 이야기. <겨울밤에>는 전술한 특징들과 함께 여행에서 맞닥뜨리는 순간들, 나아가 삶에서 과거를 기억하고 더듬는 일의 어려움에 관해 숙고한다. 이렇듯 <겨울밤에>는 기묘한 환상같기도, 으슬으슬한 꿈같기도 한 하룻밤의 일을 찬란히 펼쳐놓는다. 인물들 또한 간혹 길을 잃거나 넘어지는데, 관객인 우리 또한 이 미로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는 노릇이다. 무언가를 (되)찾으려 걷는 안간힘이 그 어떤 영화에서보다 절실해 보였던 이 아름다운 영화를 자주 곱씹고 싶다. 아무리 골몰해도 결국 유실의 미로에서 유랑할 따름이겠지만. -인디즈 15기 이보라 春川, 봄내필름의 얼굴 한국영화를 이끌어가는 새로운 얼굴들! 봄내필름의 장우진 감독과 김대환 감독입니다. <춘천, 춘천>의 춘천, <초행>의 삼척, <철원기행>의 철원, <새출발>의 횡성까지. 두 감독은 강원도를 배경으로 로드무비의 매력을 고스란히 담아냅니다. 서로의 연출작에 프로듀서, 촬영 등의 역할을 번갈아 맡아가며 작업을 함께 이어나가고 두 감독. 두 사람을 보고 있으면 덩달아 독립영화계도 든든해지는 기분! <춘천, 춘천> 개봉 당시 인디즈가 두 감독을 함께 만나보았는데요, 두 감독의 작업기가 궁금하다면 꼭 읽어보세요😘 분명 흥미로우실 거예요. ![]() 장우진: 일반적인 극영화 촬영이었다면 고민을 할 거예요. 그렇지만 이 작업에선 ‘그럴 수도 있다. 우연이다.’라고 받아들이는 거죠. 우연이 필연이 되려면 의미를 획득해야하고요. 이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의미를 고민하게 돼요. 김대환: 마법 같은 순간이 걸리면 시나리오가 변해요. 우리의 작업 시스템은 가볍고 기동성이 좋다보니 우리끼리 좋으면 되거든요. 그런 게 행복했어요. 서울의 가을밤에 춘천에서의 모호하고 꿈같은 여행을 마쳤다면, 복잡하고 직설적인 서울로도 떠나볼까요? <겨울밤에>처럼 단 하룻밤의 이야기를 '정가영'만의 스타일로 풀어낸 작품, 정가영 감독의 <밤치기>입니다. 제목에서부터 느껴져요. 쉽지만은 않을 것 같은 이 밤! 시나리오 작업 중인 가영(정가영)은 작업을 도와달라는 명목으로 진혁(박종환)을 만납니다. 그런데 어째, 질문들이 죄다 사적이어도 너~무 사적이에요.😵 쉴새없는 가영의 공격에 속수무책인 것 같은 진혁. 그렇지만 막상 보니 진혁도 절대 마이페이스를 잃지 않는데요. 과연 이 하룻밤은 어떻게 끝날까요? 다 보고나면 아실 거예요. '어떻게' 끝나던 간에, 이 영화가 무언가 남겼다는 것을! 밤이 끝나도 묘한 감각에 사로잡힌다 -장우진 감독의 <겨울밤에>와 정가영 감독의 <밤치기> 장우진 감독의 <겨울밤에>는 모호한 서사 속에서도 선명한 이미지를 제시하고 있다. 인물들의 시공간은 얽힘과 설킴을 반복하지만, 일관된 정서를 남긴다. ‘은주’와 ‘흥주’는 잃어버린 핸드폰을 찾고자 지나온 길을 다시 되돌아간다. 초저녁을 지나 한밤중에 다다르자 극의 서사적 전개는 멈추고, 인물들의 무의식을 따라 부유한다. ‘흥주’는 ‘해란’의 잔상을 좇고 ‘은주’는 핸드폰을 찾고자 청평사에 오른다. 밤이 끝나자 서사는 앞으로 나아가지만 관객들은 평온할 수만은 없다. 환상의 잔상들은 여전히 현실에 남아 이들의 관계에 몰입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잃어버린 것, 이미 떠나버린 것을 찾아 겨울밤을 방황했던 ‘은주’와 ‘흥주’의 이미지는 그렇게 남아 있다. <겨울밤에>에 등장하는 밤의 시간은 정가영 감독의 <밤치기>를 떠올리게 한다. 어쩌면 극단적으로 다른 두 영화에는 미묘한 연결이 있다. <밤치기>에서 등장하는 밤의 시간은 지극히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대화들로 구성된다. 영화감독인 ‘가영’은 영화 시나리오 작업을 핑계로 ‘진혁’을 인터뷰한다. 진혁’의 대화에서 가영은 내밀하고 민망한 질문을 이어간다. 자리가 2차로 이어지자, 가영은 “오빠 매력 있는 것 같아요”라고 말하며 ‘인터뷰’라는 만남의 명분을 비튼다. 이에 진혁은 ‘져주는 듯’, ‘못 이기는 척’ 넘어가지 않는다. 그렇게 가영은 “같이 있었으면 좋았을 거예요. 분명히”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진다. ‘가영’에게 그날 밤은 구애의 시간이자, 사랑이 좌절되는 경험이었다. 가영은 필요도 없는 인터뷰를 핑계로 애매한 거짓 위에서 이런저런 말들을 늘어놓다가 “오빠랑 자는 건 불가능하겠죠?”라는 말을 한다. 가영은 끊임없이 처절하게 구애하고 있었다. 아침은 밝아오고, 가영은 다시 살아간다. 크게 좌절한 것 같지도, 낙심한 것 같지도 않다. 오히려 기운 넘치게 나갈 준비를 하는 가영의 모습은, 진혁을 만나기 이전 같기도 하고 이후 같기도 하다. 애매모호한 시간의 전개 속에서 관객들에게 남은 것은, 한밤중의 시간을 모두 구애하는데 보냈던 가영의 얼굴들이다. 구애의 시간을 경유해버린 관객들은 밤이 끝나도 묘한 감각에 사로잡힌다. 마치 <겨울밤에>에서 겨울밤을 경유하여 아침을 맞았던 것처럼. 인디즈 15기 염정인 안하면 섭섭해, 인디즈 큐 연말결산! 3월 말, 봄이 오는 소리를 들으며 야심차게 시작된 인디즈 큐! 올해의 마지막 달에도 인디씨커들을 만나고 있다니, 모두 님 덕분이에요❤️ 올 연말은 모임도 파티도 없는 아쉬운 풍경이겠지만, 그래도 연말결산은 하고 넘어가야죠! 님이 생각하는 올해의 독립영화는 무엇인가요? 좋은 작품이 너무너무 많았지만, '인디즈 큐'가 전해드린 작품 중에 골라볼까요? 기억이 잘 나지 않으신다면, 인디즈 큐 아카이빙 페이지에서 지난 레터들을 확인해보세요! 좋아하는 작품에게는 꾸욱 한표씩 보내주시구요💌 투표는 12월 24일. 내일까지 진행합니다! 아쉽게도 인디즈 큐에서 다룬 장편 개봉작 26편만 후보에 올렸지만, 여.캐.소 특집, 단편영화 특집 등 재밌는 미개봉작 특집들도 있으니 아카이빙 페이지에서 한번 더 읽어보시면 어떨까요? 열달동안 꾸준히 보내드린 38개의 질문들을 확인해보세요! ![]() 영화만 뽑아주셔도 좋지만, 애정을 마음껏 뽐내주시면 더욱 좋겠죠?! 올해 마지막 레터, 인디즈 큐 랜선시상식에서 다른 인디씨커들의 이야기도 공유해드릴게요. 투표해주신 분들중 추첨을 통해 인디스페이스의 뉴 굿즈, 사진 속에 있는 아크릴 코스터를 선물로 드립니다!(4종 set)🎁 *투표기간 12월 24일까지 안전한 관람을 위해, 함께 해주세요! 보다 안전한 영화관람을 위해 방역지침을 지켜주세요. 건강한 모습으로 함께 할 수 있도록 극장도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마스크 착용, 전자출입 등의 출입자 기록은 국가 방역수칙의 필수사항입니다! 마스크 미착용시 벌금 또한 부과되니 모두 조심해요😷 영화 관람 시 주의사항 1. 인디스페이스는 음식물 반입 금지 영화관입니다. 음료 섭취 또한 가능한 자제 부탁드립니다. 2. 영화 관람시에도 마스크를 꼭 착용해주세요. 3. 티켓 발권시 전자출입명부 QR코드 등록 혹은 수기명부작성은 필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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