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계절이 지났다. 아늑하고 깨끗했던 집 안 곳곳에서 검게 변하는 것들이 보였다. 오랜만에 밥을 해 먹으려 창고의 문을 열어보니 벌레가 돌아다녔다. 벽 모서리엔 곰팡이가 생기더니 천장은 언제 생긴 줄도 모를 거미줄이 곳곳에서 보였다. 이곳저곳 상처가 나 있다는 표현이 들어맞는 듯해 보였다. 따뜻하게 느껴지던 조명이 어딘가 차가운 노란 빛을 띠었다. 이사한 지 얼마 안 된 집이 이럴 수가 있나 싶었다. 이곳저곳 성치 않은 집 몰골을 마주한 나의 마음도 축 늘어지는 느낌이었다.
상처 난 집을 빨리 고쳐주지 않으면, 이곳에서도 더 이상 살 수 없을 것 같았다. 먼저 곰팡이를 제거하고, 거미줄을 치웠다. 안 보이는 곳까지 먼지를 닦고, 냉장고 안 음식을 정리했다. 마당에서 이불도 빨았다. 천천히 하나둘씩, 할 수 있는 부분부터 집을 정리해 나갔다. 마치 상처가 나 있는 집을 살리기 위해 애쓰는 그런 모습이었다.
어지러웠던 마음이 맑아졌다. 방이 단조로워질수록 마음이 편안해졌다. 조급하고 답답했던 마음이 트이는 듯했다. 복잡하고 오묘한 내 모든 문제들이 해결된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해왔던 것들이 각각의 존재감을 가진 채 벽 한켠에 가지런히 정렬되어있었다. 조금 더 내가 좋아하는 물건으로 방을 채우고 싶어졌다. 매일매일을 좀 더 의미있게 살기 시작했다. 애착 가득한 물건이 하루하루 쌓여진 내 방은 어느때보다 밝고 에너지가 넘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