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무감각 기르기 1편
일하는 방법으로서의 ‘정무감각’
여의도 정가에서 정치인(또는, 보좌진)의 능력을 평가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정무감각’이 있느냐입니다. ‘정무감각’, 사실 흔하게 듣지만 뭔가 명확하게 잡히지 않는 개념입니다. 의원실의 입법정책 및 일상업무는 나몰라라 하면서 대외활동만 하는 사람들을 정무보좌진이라는 이름으로 좋지 않게 평가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무감각’은 보좌진들에게는 꼭 필요한 역량입니다. 정무감각 없는 정책능력은 사실상 구슬을 제대로 꿰매지 못하는 반쪽짜리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국회의원실의 모든 업무가 가르쳐 주는 사람이 없는 것처럼 정무감각도 마찬가지입니다. 더욱이 ‘감각’이라고 불리니 딱히 알려줄 방법도 만만치 않습니다. 그러나 일하는 방법이라는 측면에서 고민해 보면, 가이드가 불가능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앞으로의 연재에서 일하는 방법으로서 정무감각에 대한 여러 가지 고민들을 나눠보고자 합니다.
먼저, ‘정무’라는 말의 연원부터 살펴보려고 합니다. ‘정무’의 사전적 의미는 나라를 다스리는 것과 관련된 사무 정도로 보면 될 것입니다. 그러나 실제 사용되는 관용적 의미는 이보다 좀 더 포괄적이라고 보여집니다. 즉, 직접적인 정치, 행정 업무에 더해 대외 커뮤니케이션 역량, 정치 리스크 관리 역량 등도 포함될 수 있습니다.
이런 ‘정무’라는 단어를 쓰는 공식 국가 직책은 대통령실의 ‘정무수석’이 대표적일 것입니다. 그 외 선출직 공직자들은 정무OOO 등의 다양한 직책을 둡니다. 국회의원실에서도 공식 직책은 아니지만, ‘정무보좌관’을 흔하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정부 조직법상의 직책으로서 ‘정무’의 연원은 ‘정무장관’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특임장관’, ‘무임소 장관’이라고도 불렸습니다. 이명박 정부 시절 이후에는 사라진 직책입니다. 정무장관의 역할은 ‘스페셜리스트’로서, 특정 현안에 대해 야당과 물꼬를 트는 것이었습니다. 일반적으로는 행정부의 ‘대관 담당자’ 정도로 이해해도 무방할 것입니다.
종합해보면, 정무 감각은 ‘(정치)전략적 사고’, ‘커뮤니케이션 스킬’ 두 가지가 핵심 역량이 되는 것 같습니다. 당면한 가장 핵심 현안에 대한 정확한 분석을 토대로 조직의 입장을 어떻게 관철시킬 것인가에 전략 마련, 그리고 카운터파트에게 이를 설득하는 능력이 될 것입니다.
정무 감각의 또 다른 정의는 ‘(정치)판을 보는 관점’입니다. 사실 정무 감각이라는 역량의 기초입니다. 여의도 정치 고단수들의 메시지는 단순하지 않습니다. 정치 메시지는 ‘무엇을, 언제(어디서), 누가, 어떻게 이야기할 것인가’를 놓고 1차 함수부터 4차 함수까지 다양한 시나리오 속에서 이야기될 수 있습니다. 정무 감각은 이런 함수들의 의미를 따져보는 것입니다. 비슷비슷해 보이는 이야기들이지만, 판을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르게 보일 수 있습니다. 정답 없는 정치판에서 다양한 변수를 조합하는 능력입니다.
정치판을 잘 봐야 하는 것은 실제 의원실 업무에서 중요합니다. 정국 현안에서 자유로운 국회의원은 없습니다. 개개 국회의원에게 딱 맞는 정국 분석은 해당 의원실의 보좌진들의 중요한 업무이기도 합니다. 실제로는 언론 인터뷰나 SNS 메시지 업무에서 필요합니다.
‘정무 감각’은 ‘정치적 상상력’과도 관련이 됩니다. 생물과도 같은 정치라 결과가 쉽게 예상이 안됩니다. 또 ‘휴먼 에러’가 상존하는 곳이 정치판이기에 예상치 못한 변화무쌍한 상황도 흔합니다. 그래서 앞서 판을 읽을 줄도 알아야 하지만, 그 판의 흐름도 전망할 수 있어야 합니다. 당연히 전망이니 틀릴 수 있고, 소설이라고 비난받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상상력 속에서 난망한 갈등의 해법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더욱 실제에서는 국회의원의 정치적 선택에 기여해야 한다는 측면에서도 중합니다.
정치판을 보는 관점이 현실에 대한 분석이라면, 정치적 상상력은 향후 전망이 될 것입니다. 핑계 없는 무덤 없듯이, 모든 정치적 결정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아니, 정확하게 이유가 있어야 합니다. 정무감각은 한편에서는 이런 사후적 근거를 만들어 내는 힘의 원천이 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보좌진들에게 정무감각은 반드시 필요한 역량인가라는 질문도 나옵니다. 특별한 당직이 없는 국회의원들에게 정치적으로 중요한 현안에 개입할 여지가 거의 없는 것이 또한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정무감각은 비단 정치적 선택에서만 필요한 게 아닙니다. 일상적으로는 SNS 메시지라든지, 언론 인터뷰 등에서도 반드시 접하게 됩니다. 그리고 법안이든 국정감사 아이템이든, 어디에 힘을 주고 뺄 것인지, 국회의원에게 부정적인 이슈가 발생했을 때 이에 대한 대책을 세우는 것도 사실 정무감각에 따라 좌지우지됩니다.
커뮤니케이션 스킬로서 정무감각 역시 국회의원의 위상을 달리하게 해주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언론은 물론이고 정부 공무원들, 지역구 핵심 인사와 민원인 등을 대하는 매 순간에 ‘촌철살인’의 메시지 전략 역시 ‘정무감각’에서 출발하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국회 보좌진은 사실상 1인 정치/정책 크리에이터가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무, 정책, 그리고 실무 역량까지 두루 갖출 수 있어야 합니다. 어느 한쪽에 기운다면, 좋은 결과물들을 만들기 어려울 것입니다. 끈질긴 정책역량에 번쩍이는 정무감각 한 스푼 더해진다면, 국회 보좌진으로서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인재가 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