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주의 폴라리스: 지방이 소멸한다

🌿이번 주 폴라리스에 담긴 질문들

-수도권 쏠림 현상, 왜 이렇게 강하게 나타나는가?
-지방 소멸에 수도권에 사는 사람들에게도 문제가 되는 이유
-지방 소멸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오프닝

"파리가 곧 프랑스이듯이, 서울은 단순히 대한민국의 최대 도시가 아니라 곧 한국이었다."

수도권 집중 현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어서, 현상은 이방인의 눈에도 선명히 포착됐습니다. 1960년대 서울의 미국 대사관에 근무하던 그레고리 핸더슨은 한국 사회의 두드러진 특징으로 서울 집중을 뽑았습니다.

ⓒPixabay

📜'서울에 남고 싶어요.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청년들은 무엇 때문에 고향을 떠나나’ ‘떠난 이들이 향하는 곳은 왜 수도권이며 왜 돌아가지 않나’. 청년층 이탈로 소멸 위기에 처한 지역을 건져내기 위해선 우선 이 질문들의 답을 찾아내야 한다. (...)

강릉 소녀들은 서울이 뭐냐는 물음에 ‘잡을 수 없는 무지개’ ‘애증’ ‘기회의 땅’ ‘나를 성장시킨 곳’ ‘미래’라고 했다. 서울에 대한 양가감정이다. 놓쳐선 안 될 메시지가 한 가지 더 있다. 서울이 제공하는 성장, 미래, 기회와 기꺼이 맞바꿀 무언가가 지방에 없는 한 이들의 귀향은 없을 거라는 점이다.

- 최민지, <경향신문>, 설레며 대관령 넘던 여고동창들 “서울? 잡기 힘든 무지개”

<경향신문> '절반의 한국' 특집에서는 사람들이 고향을 떠나 서울로 향한 이유를 찾기 위해 2008년 강릉의 A여고를 졸업한 36명의 졸업 후 행적을 추적했습니다. 대학 진학, 취업 등 삶의 변곡점마다 서울로 향하는 이들이 늘어납니다. 서울만이 입시 제도, 직업 선택, 문화 생활의 다양성을 보장하기 때문입니다. 고향에서 자리를 잡는다고 하더라도, 자녀가 어느 정도 자라면 교육 문제로 인해 또다시 서울 생활을 고려해야 합니다. 서울의 강력한 구심력을 느낄 수 있는 지점입니다.

관광업 발전으로 전출보다 전입 인구가 많은 강릉은 인구가 급감하는 여느 소도시들과는 대조적입니다. 그럼에도 강릉 소녀들은 강릉에서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은 '카페나 공무원'뿐이라며 고향에 돌아가기를 거부합니다. 단순히 지역 경제 활성화로만 지방소멸을 막을 수는 없단 의미겠죠. 급속도로 소멸하고 있는 다른 지역들은 이보다 더 심각한 처지일 것입니다. 지방소멸을 막기 위한 여러 차원의 고민과 노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에디터 바이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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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에 언급된 SK하이닉스 용인 캠퍼스 전경 ⓒ경기도청

📜균형발전을 어렵게 하는 집중의 힘

집중의 힘은 거세다. 이것을 교육 정책이나 공공기관 이전 정책과 같은 정부 정책이 실패해서라고만 설명하기는 어렵다. 이 힘은 그보다 뿌리 깊은 곳에서 나온다. 물리학자인 제프리 웨스트는 도시를 일종의 복잡계로 본다. 물리학 법칙이 관철되는 시스템이라는 의미다. 도시는 커질수록 도로, 수도관, 전선 등 물리적 기반시설도 따라 커져야 한다. 하지만 도시가 커지는 비율만큼 커지는 것은 아니다. 도시가 1만큼 성장할 동안 물리적 기반시설은 0.85만 늘어난다. 도시가 커지고 집중도가 올라갈수록 더 효율적으로 기반시설을 쓸 수 있어서다. 즉 도시는 커질수록 물리적으로 더 효율적이고 자원 절약이 된다.

- 천관율, <시사in>, 헌법에 나오는 균형발전의 딜레마

20세기 말 한국의 주요 기업은 대체로 중후장대한 생산 시설을 필요로 하는 제조업 산업에 포진해 있었습니다. 자동차와 가전, 조선과 철강 회사들은 본사는 서울에 두더라도 생산 기지는 영남을 비롯한 지방에 두는 식이었죠. 이런 형태의 분업은 서울과 지방이 산업화의 결실을 나눠가질 수 있는 채널로 작동했습니다.

그러나 산업이 고도화되고 지식 노동자를 많이 확보하는 것이 중요해진 오늘날, 수도권은 인재와 일자리, 생산 시설을 모두 빨아들이고 있습니다. 20세기의 수도권-지방 간의 분업은 더 이상 계속되기 어렵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죠. 수도권 쏠림 현상을 더욱 심화시키는 이 힘은 왜 발생했으며, 우리는 이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균형 발전을 어렵게 하는 '집중의 힘'에 대한 글입니다.

에디터 안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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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공화국은 지속될 수 없다

수도권 공화국. 국토 11.8%에 불과한 이곳에 인구 전체의 절반이 살고 있습니다. 사람이 살고 싶은 곳도, 주로 활동하고 싶은 곳도, 결국 수도권입니다.

하지만 모두가 수도권에만 사는 것이 과연 바람직할까요. 끊이지 않는 집중은 수도권 사람들에게도 고통을 줄 뿐만 아니라, 모두가 공멸할 수 있는 '위험한 시나리오'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 이형관, <KBS>, [소멸의 땅] 3장: 공생과 공멸 사이

말은 제주도로, 사람은 서울로 보내라는 말이 익숙합니다. 근거없는 관용구 아니라, 산업·문화·경제·정치 등 사람과 관련된 대부분의 것이 서울에 있으니 사람들의 서울행은 합리적인 선택입니다. 이렇게 된 거, 수도권에 모든 것을 집적해 완전한 서울 공화국을 만드는 것도 하나의 방법처럼 보입니다.

아닙니다. 너무 많은 인구와 시설이 서울에 밀집하는 것이 반드시 수도권 주민에게 유리하지는 않습니다. 대표적인 예시로 서울에 집 사는 데 100년 가까운 저축이 필요한 이유가 수도권 인구 집중 때문이지만, 지방에는 인구 유출로 인한 빈집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서울에 집중 투자하는 전략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이유를 기사로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소멸의 땅]은 KBS 창원에서 시작한 기획입니다. 기획 전체를 보시고 싶다면 여기를 클릭해주시기 바랍니다. 지역 언론의 의제 설정이 돋보이는 기획이라 생각하는데, 독자 여러분의 의견도 궁금하네요.

에디터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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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을 이루지 못한 '혁신도시'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주했던 직원이나 시민들의 ‘도심 회귀’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전만환 한국정보화진흥원 노동조합 위원장은 “가족들과 함께 내려온 직원들은 학군이나 학원 등 교육 인프라가 잘 안 돼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며 “아직 대구 혁신도시 안에는 고등학교뿐만 아니라 영화관, 백화점, 우체국도 없다”고 했다. 그는 “요즘은 가족과 함께 대구 혁신도시에 정착했다가 교육 문제 때문에 다시 서울로 돌아가는 직원들도 있다. 대구시가 혁신도시에 더 신경을 더 써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 김일우, <한겨레>, 인구 3배 됐는데…고교·영화관도 없는 ‘외딴 혁신도시’

공공기관 이전을 통한 혁신도시 조성은 가장 대표적인 균형발전 정책입니다. 2012년에 본격화된 1차 공공기관 이전은 단기적으로 혁신도시의 인구와 고용이 늘어나게 했지만, 2018년을 기점으로 수도권 인구 유출이 시작됐습니다.

일자리는 도시 조성을 위한 중요한 조건이지만, 지속적인 인구 유입을 가능하게 하는 유일한 조건은 아닙니다. 1기 혁신도시는 인구 증가에 따른 편의시설, 대중교통 등의 미흡한 정주 요건으로 인해 온전한 성공을 거두지 못했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균형발전 정책으로 2기 혁신도시와 행정수도 이전을 내세웠지만, 임기 말인 현재 두 정책에 대한 언급은 나오지 않습니다. 남은 기간 동안 추진된다 하더라도 단순한 기관 이전이 아닌 1기 혁신도시의 한계를 되풀이하지 않아야 합니다.

에디터 바이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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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문고

📜집중 대신 필요한 건 균형

마 교수가 구상하는 근본대책은 베이비부머의 지방행(行)이라고 할 수 있다. 1·2차 베이비부머 1700만 명 가운데 200만 명 정도만 서울이나 수도권에서 빠져나가 지방도시, 중소기업에서 ‘인생 다모작’을 일굴 수 있다면 여러 가지 난제들을 한꺼번에 풀 수 있다는 얘기다. 그가 썼던 책 <지방도시 살생부>, <지방분권이 지방을 망친다>, <베이비부머가 떠나야 모두가 산다>는 모두 국토균형발전을 역설하는 내용이었다.

그는 정부여당의 정책에도 쓴 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산업구조, 인구구조 변동 속에서 살아남으려는 사람과 시장 흐름, 이것들을 정부 정책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호랑이가 있으면 그 등에 타서 호랑이를 잡아야지, 호랑이와 정면으로 맞서는 건 아니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표적인 사례로 부동산대책과 국토균형발전 정책을 손꼽았다.

- 이양수, 한은지, <피렌체의 식탁>, [마강래 교수 인터뷰] 문제는 균형발전!…베이비부머+지방도시+중소기업 ‘삼자연합’을 추진해야

지방에 사람이 없어 여러 문제가 생긴다면, 그 대안으로는 어떻게 지방으로 사람을 끌어들일지 논해야 합니다. 그러나 지방소멸의 문제는 복잡합니다. 단순히 국가 주요 시설을 지방으로 옮기거나 도시를 세우는 것만으로 지방으로의 인구 유입을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국토균형발전을 연구한 마강래 교수는 지방이 베이비부머를 끌어들여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지방의 일자리가 베이비부머의 두 번째 인생 설계를 도울 때 서울의 과밀화를 덜 수 있다는 겁니다. 일 없는 고령층과 고령층을 부양해야 한다는 청년층의 갈등도 지방의 일자리로 완화할 수 있겠습니다. 마 교수의 말이 국토 불균형을 해결할 궁극적이고 유일한 대책은 아니라도, 발상의 지평을 넓힐 수 있길 바랍니다.

에디터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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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줄 요약

1. 대학 진학, 취업 등 각각의 이유로 사람들은 서울로 모여들고 있습니다. 수도권 집중은 자연히 지방소멸이란 결과를 낳았습니다.

2. '서울공화국'은 서울 중심의 발전을 위한 선택이었지만, 이 전략은 더이상 유효하지 않습니다. 사람이 넘쳐나는 서울과 집이 남아도는 지방은 각각의 이유로 고통받고 있습니다.

3. 그동안 균형발전을 위한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보다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합니다. 지방소멸은 더이상 내일의 문제라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에디터 레터

한국 독립 당시, 호남엔 6백 만 명의 사람들이 살고 있었습니다 (같은 시기 서울 인구는 1백 50만 명가량). 그런데 한국의 인구가 약 1천 6백만 명에서 5천 만 명으로 3배 이상 증가하는 지난 70년 동안, 호남의 인구는 오히려 5백 만 명대로 감소했습니다. 많은 청년들이 대학 교육과 일자리를 찾아 서울과 수도권으로 올라가, 그곳에 자리잡은 결과였죠.

그럼에도 수도권 집중이 곧 지방 소멸을 의미하진 않았습니다. 연휴 때마다 전국 고속도로를 가득 채우던 귀성 행렬이 보여주듯, 인구 성장의 시대에 지방은 수도권에 젊은 인구를 공급하는 배후지로 기능해 왔습니다. 반면 서울에 본사를 둔 기업들은 영호남을 생산과 수출의 전진 기지로 활용하며 지방에 일자리를 공급했습니다.

오늘날 이 순환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습니다. 전남과 강원, 경북 등 지방 중에서도 가장 인구가 적은 지역은 곧 가장 고령화된 지역이기도 합니다. 수도권에 인구를 공급하긴커녕, 자체적인 인구 감소를 막기 어려워 상당수의 지자체가 소멸 위기에 놓였습니다. 산업이 고도화되자, 수도권이 지방에 내어줄 것 역시 없어졌습니다. 오히려 기업의 모든 시설을 수도권에 집중해야 인재를 채용하고, 기업의 핵심 역량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지방과 수도권의 상호 교환이 사라지고, 천관율 기자가 여러 학자들을 인용해가며 보였듯 ‘집중의 힘’만이 작용할 뿐입니다. 이 분석은 설득력이 강했습니다.

문제는 해법입니다. 지방 소멸을 막을 방법으로 마광래 교수의 주장을 소개한 것이 폴라리스 필진의 충분한 토론과 공부를 거친 결과라고 할 순 없을 듯합니다. 대도시가 갖는 집중의 힘과 저출생 고령화란 거대한 트렌드를 일개 행정부가 거스를 수 없다는 마 교수의 주장엔 상당 부분 동감할 수 있었으나,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하는가?’란 물음엔 마 교수의 주장 외에는 눈에 잘 띄는 주장을 찾지 못했습니다. 언젠가 다시 이 주제로 돌아올 땐 더 풍부한 대안을 소개할 수 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2021.11.01

에디터 안목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