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087_26.10.16.
모호 성원 / 모순 영인

살면서 좋아하는 다큐멘터리, 음악, 사진 하나씩만 있더라도
매주 금 기습적으로 발송

그나마 다행인 건 치과를 다녀왔다는 것이다. 각각 전문이 다른 두 곳이다. 게장을 먹다가 윗니 교정 유지장치가 벌어진 느낌이 들었다. 치과 한 곳을 예약했다. 교정을 했던 치과는 어디론가 이사를 가버려서 집 근처 교정 전문 치과에 갔다.


의사가 물었다.

“윗니는 다행이도 그냥 다시 붙이면 되는데, 아랫니 유지장치는 어디 갔나요?”

“글쎄요, 있었던 건가요?”

“이전 치과에서 아래만 유지장치를 안 했을 리는 없을 것 같은데…….”

어렴풋이 아래 교정장치가 날아갔던 기억이 있는 것도 같았다.

“아래도 해드릴까요?”

“네.”

이런, 생각보다 큰돈이 나가게 됐다.


작년 1월부터 간헐적으로 오른 턱에 극심한 고통이 찾아왔다. 잠에서 깰 정도의 고통은 살면서 처음이라 무서웠다. 고통은 대체로 일주일이 지나면 사라졌다. 더는 미룰 수 없을 것 같아 강남에 있는 턱관절 전문 치과로 예약했다. 이런 곳은 집 근처에 없었다. 치과에 도착하자 엑스레이 등 이름 모를 장비로 내 얼굴을 방사선으로 그렸다.


의사가 말했다.

“관절 자체에 문제는 없어 보이네요. 남들보다 깨무는 턱 힘이 몇 배는 강하십니다. 치아 상태를 보니, 이갈이는 안 한다고 하셨는데 송곳니가 갈려 있긴 합니다. 지금 할 수 있는 건 예방인 것 같아요. 혹여 증세가 다시 나타나면 그때 다시 진료를 통해, 수면 시 물고 있는 장치를 하나 맞추셔야 합니다.”

“그럼 지금 뭘 할 수 있나요?”

“깨무는 힘을 약화시켜야 할 것 같습니다. 무는 근육이 이어지는 양 이마 옆과 좌우 턱 근육에 보톡스를 주입하면 될 것 같아요. 효과는 6개월 정도 갑니다.”

“그럼 이제 앞으로 6개월마다 보톡스를 맞아야 하나요?”

“그건 경과를 지켜보면서 조절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저런, 생각보다 큰돈이 나가게 됐다.


의사 앞에 서면 한없이 무기력해진다. 사람은 저마다 자아가 있고 나또한 그렇기에 다른 사람과는 포개지지 않는 개별성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의사 앞에서면 '사람이라는 종의 한 명'이 되는 느낌이다. 그리고 그들이 하는 치료는 다른 사람들에게 처럼 나에게도 그만큼 효력이 있다. 내 몸도 그 약을 투약하면 그대로 효과가 발생한다. 별 것 없는 사람 1이다. 당연한 사실이고 나도 그러길 바란다. 약과 치료 앞에서 나만 개별성있게 반응한다면, 그야말로 큰 문제고 진정으로 연구해야할 표본이 되어버린다.


치과에서 보톡스를 맞고 2주가 지났다. 보톡스는 다른 사람들처럼 내게도 부작용은 없었으며 효력도 비슷하게 발생하는 것 같다. 깨무는 힘이 과거보다 덜 들어가는 것 같기는 하다. 다행이다. 그나저나 근육을 키워야 해도 모자랄 판에 일부러 약해지다니. 그래도 6개월 뒤에 일정도 하나 생겼다. 기다려봐야지.


by 모순

1. 금주의 다큐멘터리
<리틀걸> by 모순

2. 금주의 음악 앨범
<Healing Process> by 모호

3. 금주의 사진
<공사 중> by 모호
금주의 다큐멘터리

리틀걸

by 모순

제목  리틀걸

감독  세바스티앙 리프쉬츠

공개  2020

길이  1시간 25분

국가  프랑스/덴마크

언어  프랑스어

관람  왓챠

거울 앞에서 머리를 빗는 어린 여자아이. 초등학교 2학년 사샤는 원피스를 입고 학교에 가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 남자로 태어났기 때문이다. 교장과 선생님은 규정에 따라 사샤는 여자일 수 없다고 주장한다.


‘혹시 내가 여자아이가 태어나기를 너무 강하게 바라서였을까. 두 번이나 여아를 유산했기 때문에 남자아이가 태어난 걸까.’ 엄마는 임신 기간 중 자신의 간절한 염원이 태아에게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닐지 자책한다. 학교에서 사샤는 ‘남자’여서 여자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여자’여서 남자아이들과도 어울릴 수 없다. 엄마는 아이가 유년기를 빼앗겼다고 말한다. 


‘성별 불쾌감.’ 의사는 안타까운 기색을 내비치며 현재 의학 용어로는 그렇게 진단한다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사샤와 같은 경험을 겪는 아이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말을 덧붙인다. 의사 앞에 앉아 있는 사샤의 눈망울에 눈물이 구슬처럼 맺히더니, 이내 걷잡을 수 없이 흘러내린다. 마음이 저려온다. 엄마는 진단을 학교에 제출할 수 있도록 서류로 적어달라고 요청한다. 사샤가 원하는 모습의 여자아이로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사샤의 말없는 눈물은 이후에도 보인다. 10살도 되지 않은 한줌 같은 아이를 사회라는, 관습이라는, 문화라는, 학교의 평판이라는, 정치라는, 어른들도 선뜻 한 두마디로 설명할 수도, 이해할 수도 없는 것이 짓누르고 있다. 그것들이 사샤의 눈에서 실체로 맺히면 그 모양이 얼마나 단단하고 완벽할 정도로 동그란지, 가슴이 저며서 입이 막힌다.


흥미로운 점도 있다. 사샤를 위해 세상과 싸우겠다고 나선 엄마와 큰언니는 짧은 머리를 하고 있다. 영화의 첫 장면에서 사샤는 시종일관 ‘거울’을 보며 자기를 꾸민다. 사샤는 발레를 배우고, 원피스와 치마를 고르고, 언제나 분홍색을 선택한다.

금주의 음악 앨범
Healing Process
by 모호
트랙리스트
CD 1
1. 현실의 현실
2. 섬
3. Good Night
4. Counting Pulses
5. 그리움
6. Beautiful Day
7. 치유
8. 마음을 잃다
9. 안녕히 계세요
10. 어떻게 생각해

CD 2
1. 얼음산책
2. Meaningless
3. 오후와의 대화
4. A.S
5. 한계
6. 51분 전
7. Movie
8. 1분만 닥쳐줄래요
앨범  Healing Process
아티스트  넬
발매  2006
길이  79min
스트리밍  모든 플랫폼
넬은 고마운 고향집 같다. 
넬이 듣고 싶어질 때가 있다. 자주는 아니다. 넬은 나고 자란 할머니집 같아서 아주 옛날의 기억이 떠오르고 가끔은 부끄러워지기도 하고 그때가 다시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가끔만 듣는다. 매일 듣기에는 힘이 든다.

음악을 처음 좋아하게 된 건 실은 한 드라마와 넬 때문이다. 제목도 기억나지 않는 어느 주말 연속극이었던 것 같다. 그 드라마의 삽입곡으로 Healing process의 수록곡 '마음을 잃다'가 나왔다. 당시 초중딩 즈음이었던 나에게 이런 음악은 정말 처음이었다. 넬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도 모르고 무작정 누나가 싸이월드에서 다운 받은 넬 음악을 반복 재생했다. 멜로디가 좋았던 걸까, 가사가 좋았던 걸까. 이제는 그런 것이 중요한게 아니라 그저 넬이 그때 나한테 필요했던 음악이었다는 걸 알고 있다.

내가 처음 산 앨범도 넬, 첫 콘서트도 넬. 아마 지금까지 가장 많이 들은 음악도 넬일 것이다. 가장 좋아하는 트랙은 이 앨범의 2번 트랙 '섬'. 가사를 읽을 순 있지만 그 의미를 완전히 알지 못할 때부터, 이제 이 가사를 쓴 마음을 조금 알 것 같은 지금까지. 많은 고민을 하고, 그래서 피곤한 날들을 보내는 요즘은 넬의 음악이 자주 생각나서 재생한다. 세상에서 제일 익숙한 멜로디들과 전부 따라 부를 수 있는 가사들을 듣고 있으면 첫 마음을 다잡게 된다. 이대로 시간이 멈춰버렸으면 좋겠다는 섬의 가사처럼. 
금주의 사진
공사 중
by 모호

촬영 로케이션이 된 어느 식당이 위치한 모던한 건물 뒤로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인부들은 위태로워 보이는 철제 난간에서 무언가 심각하게 이야기 나누고 위에는 타워 크레인이 자재를 옮기고 있었다. 고개를 한참 뒤로 젖혀야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볼 수 있도록 높게 세워진 담장 아래에 서서 잠시 쉬는 시간을 즐겼다. 어째서 현상보다는 두발 딛고 선 인부들의 가늠할 수 없는 시간들이 먼저 떠오르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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