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나마 다행인 건 치과를 다녀왔다는 것이다. 각각 전문이 다른 두 곳이다. 게장을 먹다가 윗니 교정 유지장치가 벌어진 느낌이 들었다. 치과 한 곳을 예약했다. 교정을 했던 치과는 어디론가 이사를 가버려서 집 근처 교정 전문 치과에 갔다.
의사가 물었다.
“윗니는 다행이도 그냥 다시 붙이면 되는데, 아랫니 유지장치는 어디 갔나요?”
“글쎄요, 있었던 건가요?”
“이전 치과에서 아래만 유지장치를 안 했을 리는 없을 것 같은데…….”
어렴풋이 아래 교정장치가 날아갔던 기억이 있는 것도 같았다.
“아래도 해드릴까요?”
“네.”
이런, 생각보다 큰돈이 나가게 됐다.
작년 1월부터 간헐적으로 오른 턱에 극심한 고통이 찾아왔다. 잠에서 깰 정도의 고통은 살면서 처음이라 무서웠다. 고통은 대체로 일주일이 지나면 사라졌다. 더는 미룰 수 없을 것 같아 강남에 있는 턱관절 전문 치과로 예약했다. 이런 곳은 집 근처에 없었다. 치과에 도착하자 엑스레이 등 이름 모를 장비로 내 얼굴을 방사선으로 그렸다.
의사가 말했다.
“관절 자체에 문제는 없어 보이네요. 남들보다 깨무는 턱 힘이 몇 배는 강하십니다. 치아 상태를 보니, 이갈이는 안 한다고 하셨는데 송곳니가 갈려 있긴 합니다. 지금 할 수 있는 건 예방인 것 같아요. 혹여 증세가 다시 나타나면 그때 다시 진료를 통해, 수면 시 물고 있는 장치를 하나 맞추셔야 합니다.”
“그럼 지금 뭘 할 수 있나요?”
“깨무는 힘을 약화시켜야 할 것 같습니다. 무는 근육이 이어지는 양 이마 옆과 좌우 턱 근육에 보톡스를 주입하면 될 것 같아요. 효과는 6개월 정도 갑니다.”
“그럼 이제 앞으로 6개월마다 보톡스를 맞아야 하나요?”
“그건 경과를 지켜보면서 조절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저런, 생각보다 큰돈이 나가게 됐다.
의사 앞에 서면 한없이 무기력해진다. 사람은 저마다 자아가 있고 나또한 그렇기에 다른 사람과는 포개지지 않는 개별성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의사 앞에서면 '사람이라는 종의 한 명'이 되는 느낌이다. 그리고 그들이 하는 치료는 다른 사람들에게 처럼 나에게도 그만큼 효력이 있다. 내 몸도 그 약을 투약하면 그대로 효과가 발생한다. 별 것 없는 사람 1이다. 당연한 사실이고 나도 그러길 바란다. 약과 치료 앞에서 나만 개별성있게 반응한다면, 그야말로 큰 문제고 진정으로 연구해야할 표본이 되어버린다.
치과에서 보톡스를 맞고 2주가 지났다. 보톡스는 다른 사람들처럼 내게도 부작용은 없었으며 효력도 비슷하게 발생하는 것 같다. 깨무는 힘이 과거보다 덜 들어가는 것 같기는 하다. 다행이다. 그나저나 근육을 키워야 해도 모자랄 판에 일부러 약해지다니. 그래도 6개월 뒤에 일정도 하나 생겼다. 기다려봐야지.
by 모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