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찰리입니다.

우리는 하루에도 '안녕하세요'와 같은 인삿말을 수없이 합니다.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 대신 괜히 날씨 이야기를 하기도 하죠. 사실 '안녕하세요'는 사전적인 의미로 보자면 상대방에게 '무탈하세요'라고 하는 말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의미를 생각하지 않고 그저 사회속 규범의 하나로서 인삿말을 사용합니다. 날씨에 대한 대화도 비슷하죠. 그런 면에서는 본래의 의미를 잃은 말들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의미없는 말들은 사람들이 다 같이 살아가는 사회속에서 꼭 필요한 윤활제같은 존재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필요한 도입부의 역할을 합니다.
오늘 소개할 영화는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의미없는 말들의 의미를 느끼게 하는 오즈 야스지로의 1959년 영화 <안녕하세요>입니다.
 
<안녕하세요>(1959)의 감독인 오즈 야스지로는 구로사와 아키라, 미조구치 겐지와 함께 일본의 3대 영화감독으로 불리고 그중에서도 가장 일본스러운 감독이라고도 평가받습니다.
오즈 야스지로는 주로 가족관계를 다루는 영화를 만들었던 감독입니다. 아내와 사별한 남자가 딸을 결혼시키려고 재혼하는척 하는 내용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그의 영화들은 '전쟁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않음으로 비로소 전쟁에 대해서 이야기한다'는 평을 받기도 합니다.
오즈 야스지로의 대표작은 뭐니뭐니해도 <동경이야기>(1953)입니다. 2013년에 <동경가족>이라는 제목으로 리메이크가 되기도 했으니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리메이크된 영화를 보시는것도 추천드립니다.

오즈 야스지로의 연출중에선 특히나 '다다미쇼트'가 유명합니다.

이런식으로 마치 다다미에 무릎을 꿇고 앉아있는 사람의 시선과 같은 높이의 쇼트를 말합니다. 일본인의 생활방식을 반영한 어쩌면 가장 일본스러운 연출이죠.
다다미 쇼트외에도 '필로우쇼트'라는 오즈 특유의 연출도 매우 유명합니다.

위의 쇼트와 같이 이야기의 흐름과는 관계없는 쇼트로 보통 자연풍경, 사물들을 몇 초간 보여줍니다. 이런 쇼트들은 이야기 사이의 여백을 제공하고 관객이 방금 본 내용의 감정이 심화되도록 하는 효과를 줍니다. 또한 사람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나름 심각한듯한 일들이 자연과 주변환경에 얼마나 아무 영향을 끼치지 않는지를 느끼게 하기도 합니다.

사실 오즈 야스지로의 영화들은 홈드라마인만큼 갈등조차 소소하며 드라마틱한 이야기를 다루지는 않습니다. 현재의 관객이 보기엔 꽤 따분하다고 느껴도 무리가 아닙니다. 
특히나 오즈 야스지로의 영화를 여러개 보게되면 약간의 문제가 생깁니다. 비슷비슷한 이야기와 역할만 조금씩 다른 같은 배우들을 계속 보다보면 내가 정확히 어떤 영화를 봤는지 뒤섞이고 헷갈리기까지 합니다...😵😵
사실 저도 오즈 야스지로의 여러 영화를 보고나니 지금까지 정확히 어떤 영화들을 봤는지, 내용들이 정확히 어떤 내용이었는지 아직도 헷갈립니다 흙흙....😭😭
하지만 오늘 소개할 <안녕하세요>(1959)는 오즈 야스지로 영화중 드물게 코미디 장르의 영화인만큼 확실하게 구분도 되고 지금봐도 충분히 빛나는 개그들을 선보입니다. 이사무의 귀여움도 한몫합니다😘

영화의 주인공인 미노루와 동생 이사무는 부모님한테 TV를 사달라고 조릅니다. 하지만 가격이 가격인만큼 부모님은 안된다고 하죠. 부모님은 미노루와 이사무가 너무 말이 많다고 화를 내고 미노루 또한 어른들은 너무 의미없는 말들을 많이 한다고 반항합니다. 이에 따라 미노루와 이사무는 부모님이 TV를 사줄때까지 말을 하지 않기로 합니다.

미노루와 이사무는 이웃들을 만나도 인사를 하지 않고 학교에서도 말을 하지 않습니다. 이웃들은 아이들이 인사를 하지 않자 이웃들에게 오해를 사기도 합니다. 단지 별 의미없는 '안녕하세요'라는 말을 안했다는 이유에서 말이죠.
한편 미노루와 이사무의 아버지는 이웃과 은퇴에 대한 대화를 나눕니다. 이웃은 정년퇴임을 하고나서 수입이 없어 걱정입니다. 미노루와 이사무의 아버지도 은퇴 후의 생활에 대해서 생각을 해야하는 때입니다. 집에서는 아이들은 아버지의 상황도 모르고 계속 TV를 사달라고 반항합니다.
과연 아이들은 TV를 쟁취해낼수 있을까요?

영화를 보면서 화면에 나오는 하늘의 크기, 집들의 형태, 소비지상주의와 같은 것들에 대해 생각하셔도 충분히 흥미로운 영화입니다.
<안녕하세요>(1959)는 현재 네이버 시리즈온에서 감상하실수 있습니다.

P.S. <안녕하세요>(1959)의 원작인 무성영화 <태어나기는 했지만...>(1932) 또한 네이버 시리즈온에서 감상하실수 있습니다! 원작은 슬랩스틱 코미디 느낌도 나고 59년작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재밌는 영화입니다😍
P.P.S. 이 영화를 보실때에 주의할 점은 영화에서 방구냄새나는 기분이 좀 든다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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