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서울신문 칼럼의 핵심 주장과 논리적 오류
- 서울신문 홍희경 논설위원은 2026년 5월 29일자 칼럼 「대폐업 시대, 일터기본법으로는 멈출 수 없다」에서 2024년 자영업 폐업이 사상 최초로 100만 건을 넘어선 현실을 조명하면서, ‘일터기본법’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고 주장하였다. 칼럼은 폐업 급증이라는 경제적 현상을 일터기본법의 입법 논의와 직접 연결시키며, 마치 이 법이 자영업자의 폐업이라는 구조적 경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것처럼 논지를 전개하고 있다(*사실 22대 국회 발의 법률안의 명칭은 ‘일하는사람기본법’ 혹은 ‘일하는사람권리보장법’이다.)
- 그러나 이는 명백한 논점의 혼동이다. 자영업 폐업은 경기 침체, 소비 위축, 임대료 상승, 과당경쟁, 디지털 전환 등 거시경제적·구조적 요인에 의해 발생하는 문제로, 그 해법은 소상공인 지원 정책, 상가임대차 제도 개선, 자영업 구조조정 프로그램, 재창업·재취업 지원 등에서 찾아야 한다. (*이를 위해 소위 ‘소상공인 3법’ 제정: 「소상공인기본법」(2025.12), 「소상공 소상공인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2025.10),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에 관한 특별법」(2025.7))
- 일하는사람기본법들은 이와 전혀 다른 차원의 입법으로, 프리랜서나 플랫폼노동자와 같이 사회적 보호가 필요한 일하는 모든 사람에게 고용형태와 관계없이 헌법에서 보장하는 최소한의 노동기본권과 사회적 안전망 등을 보장하기 위한 법률이다. 폐업이라는 사업 실패의 문제와, 일하는 사람의 기본권 보장이라는 사회적 보호의 문제를 동일선상에 놓는 것은 인과 관계의 오류(causal fallacy)에 해당한다.
- 홍 논설위원의 칼럼은 폐업한 자영업자의 고통에 공감하면서도, 정작 그 고통의 해법을 자영업 폐업과 무관한 법률에서 찾으려 하고 있다. 만약 폐업한 자영업자에 대한 보호가 시급하다면, 오히려 「일하는사람기본법」이야말로 자영업자 중 일부라도 폐업 이후 다른 형태로 노무를 제공할 때(프리랜서, 플랫폼 노동 등) 기본적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망이 된다. 일하는사람기본법은 폐업의 원인을 치료하는 법이 아니라, 폐업 이후에도 일하는 사람으로서의 권리를 보장하는 법이기도 하다.
2. 870만 제도 밖 노동자의 현실: 법안의 진정한 대상
- 일하는사람기본법의 핵심 대상은 현행 근로기준법·사회보장법의 적용에서 배제된 약 870만 명의 제도 밖 노동자이다. 국세청 인적용역 사업소득3.3% 귀속납부자 기준으로, 2014년 약 400만 명이던 이 집단은 2024년 기준 869만 명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김종진, 2026). 배달 라이더, 학원 강사, 보험설계사, 웹툰 작가, 소프트웨어 프리랜서, 대리운전 기사, 1인 미디어 콘텐츠 창작자에 이르기까지, 이들은 '근로자'가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근로기준법과 산업안전보건법의 보호에서 벗어나 있다.
- 직업별 추이를 보면 변화의 속도와 규모가 더욱 선명하다. '기타 자영업'으로 분류되는 집단이 2014년 102만 명에서 2023년 485만 명으로 폭증했고, 2019년 신설된 1인 미디어 콘텐츠 창작자 항목은 불과 수년 만에 급증하고 있다. 퀵서비스·물품배달 종사자 역시 수만 명에서 수십만 명 단위로 급격히 늘어났다. 인구학적으로 3.3% 사업소득 납부자 중 여성 비율이51.9%로 남성(47.8%)보다 높고, 2017년~2024년 사이 60대 이상 고령층이 91만 명, 30대 미만 청년층이 75만 명 증가했다. 경제적으로 가장 취약한 연령대에서 제도 밖 사각지대가 가장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데 더 이상 방치할 수는 없다.
3.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 제도는 있으나 작동하지 않는 현실
- 서울신문 홍 논설위원의 칼럼이 간과하고 있는 가장 심각한 문제점은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이다. 2025년 6월 기준 노무제공자(특수고용·플랫폼노동) 산재보험 가입자는 전국 약 139만 명, 고용보험 가입자는 약 85만 명에 불과하다. 869만 명의 3.3% 사업소득 납부자 대비 고용보험 가입률은 약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더욱 심각한 것은 고용보험 상실자 약8만 명 중 실업급여 수급자가 5,531명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제도가 존재하되 실질적으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 이런 이유로 정부는 산재보험이나 고용보험 가입을 자영업자나 무급가족 종사자에게도 확장하고 있다. 물론 사회보호의 불균형은 심각하다. 1인 자영업자의 고용보험 가입은 전국 39,224명, 산재보험은 23,961명에 그쳐 430만 명에 달하는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 대비 가입률이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것이 홍 논설위원이 걱정하는 폐업 자영업자들의 현실이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기본법에 대한 비판이 아니라, 기본법을 통한 사회안전망의 확장이 필요함을 역설해야 한다.
4. 기본법의 성격에 대한 오해: 당장 모든 제도를 시행하는 법이 아니다
- 홍 논설위원의 칼럼에서 드러나는 또 하나의 오해는 일하는사람기본법이 마치 모든 노동 문제를 일거에 해결하려는 '만능법'인 것처럼 전제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기본법은 개별 법률이 아니라 원칙과 방향을 설정하는 상위 법률이다. 박은정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법학과 교수가 지적한 바와 같이, 기본법은 "기존의 '사용자와 근로자'라는 전통적인 구분만으로는 오늘날의 노동 현실을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는 인식 위에서, "모든 비전형 노동자를 포괄할 수 있는 기본적인 법" 형태의 입법이 필요하다는 데서 출발한다(박은정, 2026.4.).
- 일하는사람기본법은 교육기본법이나 사회보장기본법처럼 해당 분야의 원칙과 방향을 설정하는 법률이다. 기본법은 개별 법률이 포괄하지 못하는 영역에 최소 보호 기준선을 설정하고, 하위 법률이 구체적 내용을 채워가는 구조를 갖는다. 즉, 기본법 제정은 연쇄적 법률 개정의 '출발점'이다. 산업안전보건법, 고용·산재보험법의 적용의 점진적 확대 속에서, 남녀고용평등법의 출산육아돌봄의 확대는 자영업자에게도 향후 적용될 영역들이다. 기본법 제정 이후 일시에 모든 법률이 진행되는 것도 아니며, 단계적으로 추진될 과제이며, 모든 일하는 사람이 적용 대상이 원칙임을 알아야 한다.
- 남재욱 한국교원대 교수 역시 일하는사람기본법이 보편적 사회보장 체계로 나아가기 위한 제도적 출발점임을 강조한다. 고용관계 밖 노동에서 기존 사회보장제도와의 부정합이 구조적으로 존재하는 상황에서, 기본법은 고용 형태에 관계없이 모든 일하는 사람이 사회보장에 접근할 수 있는 원칙을 세우는 역할을 한다(남재욱, 2026.4.). 이는 당장 모든 제도를 시행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사회보호의 보편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향 설정이다.
5. 국제사회의 흐름: 한국만의 예외는 불가능하다
- 일하는사람기본법 제정 논의는 한국만의 특수한 상황이 아니라 전 세계적 추세의 일환이다. 국제노동기구(ILO)는 2025년 6월 제113차 총회에서 플랫폼노동 협약(안)에 대한1차 논의를 완료했으며, 고용상 지위를 불문하고 플랫폼을 통해 일하는 모든 사람을 적용 대상으로 삼는 24개 조항의 최종 초안을 마련하여 2026년 6월 제114차 총회에서 최종 채택을 목표로 하고 있다. EU는 2024년 10월 플랫폼노동 지침(Directive 2024/2831)을 채택하고 12월에 발효시켰으며, 각 회원국에 3년 내 국내법 전환을 의무화했다.
- 주요 신문에서도 플랫폼노동의 보호나 논의들을 지난 수년동안 관심을 갖고 보도된바 있다. “플랫폼노동 보호지침 합의”(한국일보, 2023.12.15.), “”배달 플랫폼 라이더 EU 노동자로 보호(한겨레, 2024.3.13.), “보편적 일자리가 된 플랫폼노동, 보편적 안전망은 없다”(경향신문, 2021.2.25.). 이처럼 국제사회는 '노동자인가 아닌가'라는 이분법에서 벗어나, '일하는 사람이라면 누려야 할 최소한의 권리는 무엇인가'로 논의의 초점을 전환하고 있다. 한국이 이러한 국제적 흐름에서 예외가 될 수는 없다.
6. 자영업 폐업 대책과 기본법은 양립 가능하다
- 다시 강조하건대, 자영업 폐업 문제의 해결과 일하는사람기본법의 제정은 상호 배타적 과제가 아니다. 자영업 폐업은 소상공인 경영환경 개선, 상가임대차보호법 강화, 자영업자 전환지원 프로그램 확충, 사회보험 사각지대 해소 등 별도의 종합적 대책을 요구한다. 일하는사람기본법은 이와 별개로, 폐업 이후 프리랜서·플랫폼 노동 등으로 전환하는 전직 자영업자를 포함하여, 고용 형태에 관계없이 일하는 모든 사람의 기본적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법이다.
- 오히려 폐업률이 높아질수록 일하는사람기본법의 필요성은 더욱 커진다. 폐업한 자영업자 상당수는 사업을 접은 뒤 배달 노동, 대리운전, 프리랜서 강사 등 제도 밖 노동으로 이행한다. 이들이 사업자에서 노무제공자로 지위가 바뀌는 순간, 현행법상 어떠한 보호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다. 기본법은 바로 이 지점에서 최소한의 안전망 역할을 수행한다. 홍 논설위원이 진정으로 폐업 자영업자의 삶을 걱정한다면, 기본법을 비판할 것이 아니라 기본법의 조속한 제정을 촉구해야 마땅하다.
7. 글을 나가며: 870만 노동자의 권리는 미룰 수 없다
- 뉴진스의 하니, MBC의 오요안나, 유튜버와 웹툰 작가, 데이터 라벨러와 타투이스트까지, 다양한 형태로 일하는 870만 명이 계약 해지, 보수 체불, 성희롱, 괴롭힘, 산업재해라는 동일한 위험에 노출되어 있지만 고용 형태에 따라 보호의 격차가 극심한 현실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 일하는사람기본법은 단지 하나의 법률이 아니라, 노동의 의미와 보호의 범위를 근본적으로 재정의하는 전환점이다. 궁극적으로 이 법은 ILO 제102호 사회보장 최저기준 협약의 정신 속에 모든 일하는 사람에게 차별 없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원칙 위에 서야 한다.
- 자영업 폐업의 고통은 분명 심각한 사회 문제이다. 그러나 그 해법은 자영업 경영환경 개선과 사회안전망 확충에서 찾아야 하며, 870만 제도 밖 노동자의 기본권 보장을 위한 입법까지 부정하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 두 가지 과제는 별개이면서도 동시에 추진되어야 할 시대적 요구이다. 22대 국회가 일하는사람기본법의 제정이라는 전환의 첫걸음을 내딛기를 다시 한번 촉구한다.
※ 참고문헌
김종진(2026), 「870만 제도 밖 노동자에게 필요한 일하는사람기본법」, 『월간복지동향』, 참여연대.
박은정(2026), 「일하는 사람 기본법의 의미와 조건」, 『월간복지동향』, 참여연대.
남재욱(2026), 「일하는 사람 기본법과 보편적 사회보장」, 『월간복지동향』, 참여연대.
22대 국회 김주영 의원실(2025.10), 노무제공자·자영업자 산재보험 및 고용보험 가입현황 자료.
22대 국회 이용우 의원실(2025.10), 국세청 인적용역3.3% 사업소득납부자 현황 자료.
2026.05.29.
일하는시민연구소·유니온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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