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당자 추천 도서 이벤트💞
© Osarugue Igbinoba by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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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 정신없이 마감할 때 했던 연애가 가장 재밌었고, "도대체 너의 이상형은 무엇이냐"는 질문이 지겨울 만큼 다양한 범주의 애인을 만났다. 늘 결혼을 원했지만 '아직은 아니'라는 생각이었던 내가 팬데믹을 기점으로 결혼이 나를 비껴간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2020년부터 정신없이 흘러간 5년 동안 내 나이는 마흔을 넘었고, 인간관계가 빠르게 축소됐으며, 하루를 3부제로 쪼개 일해야 할 만큼 바빴다. 여전히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은 부풀고 있었지만 어쩐지 '자만추' 기회는 반의 반 토막이 났고, 주변 사람들이 나를 비혼으로 확정하기 시작했다. 긴 사연을 여기에 다 풀진 못해도 나는 늘 결혼이 하고 싶었다. 결혼을 안 하는 게 아니라 아직 못 하고 있다는 말을 주변에 할 때 한 번도 주저하거나 더듬어본 적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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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연말, 결혼정보회사 방문을 결정한 결정적 이유는 이곳이 '업무대행업체'라는 생각에 몸과 마음이 가벼워졌기 때문이다. 세탁대행업체, 세무대행업체,직구대행업체, 제철채소 정기 배송 업체 등 생활 편의를 위해 내가 위탁하고 의지하는 업체가 이렇게 많은데 내 소개팅 주선을 대행하는 것쯤이야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데이팅 앱, 부모님 주선 맞선, 친구들의 소개팅, 동호회와 지인 모임 참석 등 결혼으로 가는 다양한 루트 중에서 가장 에너지 소모가 적은 방법이자 내 평판이나 자존심, 시간을 크게 잡아먹지 않으면서 오로지 통장만 조금 세게 털어가는 방법이라는 생각. 그 생각은 지금까지 유효하다. "자존감이 안 털린다고? 결정사, 현타, 이 단어로만 검색해도 후기가 수두룩한데 괜찮겠어?" '결정사'에 가입한다고 했을 때 미혼 친구가 가장 먼저 했던 말이다. 물론 나도 다 검색해 봤다. 하지만 기록과 검증이 가능한 스펙을 가지고 시작하는 판이라는 걸 너도 알고 나도 아는 상황인데 굳이 감정적 타격을 받을 필요가 있을까? 흔히들 이야기하는 '마흔 넘은 여자'라든가, '용모가 변변찮은 마흔 넘은 여자의 점수' 같은 것의 지겨움과 역겨움, 세속성은 익히 알고있다. 다만 그것을 능숙하게 깔고 앉아 조금만 견디면 내 에너지로는 도달하지 못했던 만남의 장이 삐그덕 열리고, 그 안에서 누구의 기준도 아닌 나만의 기준으로 좋은 사람을 찾아보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생각은 지금까지 유효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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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gustin-Farias by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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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열 번의 만남에 기백만 원을 투자했고, 나에 대해 좋은 말만 해주는 고운 목소리의 매칭 매니저를 배정받았다. 이후 생각보다 많은 수의 상대 프로필을 메일로 전달받았고, 흥미를 유발하는 자기소개서를 작성한 사람도 생각보다 많았다. 그중 가장 궁금한 사람을 고르고 골라 매칭을 요청하면 반절 이상은 '까이는' 패턴이 이어지고 있지만 생각보다 타격감은 크지 않다. 수락과 거절이 이어질수록 매칭 메커니즘을 나름대로 학습할 수 있었고, 나 역시 상대의 여러 스펙 중에서 어떤 것이 중차대한지 현실적인 우선순위를 챙겨볼 수 있었다. 그리고 만남이 성사돼 약속에 나갔을 때도 걱정보다 편안했다. 좋으면 좋은 대로, 싫으면 싫은 대로 그다음 스텝으로 자연스럽게 연결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었기 때문이다. 더 만나보고 싶으면 클릭 한 번으로 의사를 전달할 수 있고, 더 이상 연락이나 만남을 지속하고 싶지 않으면 매칭 매니저를 통해 감정 소모 없이 해결할 수 있으며, 정말 이것만은 피하고 싶다는 조건이 있을 때 인신공격의 오해 없이 이를 필터링해 실현할 수 있다.
물론 '결정사에 가입하는 남자'의 풀이 극히 제한적이고, 재정적 안정성이 수반돼야 결정사 가입을 생각해 본다는 사실 때문에 상대 남성들이 약간 비슷비슷한 몇 가지 특징을 갖고 있다는 것은 가입 전에 예측하지 못했던 점이다. 그럼에도 샅샅이 한번 찾아보겠다는 모험가의 기질이 다행히 아직 내게 남아 있다. "오늘 만남, 마음을 열고 잘하고 오시길 바랄게요. 조건을 다 알고 만남을 하는 것이긴 하지만, 중요한 건 '결'이 비슷해야 하는 거 아니겠어요? 예전에는 이걸 '코드'가 통한다고 했고 그보다 더 전에는 '필'이 맞는다고 했던 것 같은데 시간이 지나도 결혼에선 이게 제일 중요한가 봐요." 두 번째 만남을 마쳤을 때 매칭 매니저가 해준 말이다. 수만 쌍을 결혼시킨 결정사라도 결이나 코드, 필을 데이터화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겪어보니 너무 잘 알겠다. 때문에 자기소개서에서 드러나는 문장의 어미를 붙잡고, 기재돼 있는 커리어 변곡점의 곳곳을 붙잡고, 부모님의 직업이나 형제 정보 부스러기를 붙잡고, 이 사람이 나와 어떻게 결과 코드, 필이 맞을지 추론하는 일에 빠져 있다. 그리고 이 지점에서 발생하는 기회와 기대의 힘으로 내일도 나는 새로운 상대를 만나러 나가기로 했다. 에너지 소모를 줄이기 위해 소개팅 대행업체에 가입해 놓고 스펙 그 이면의 경향성을 연구하고 있다는 것이 좀 웃기기도 하지만, 그것이 오히려 결혼이라는 밥상을 엎지 않을 여지가 되기도 한다. 올해 내가 결혼 근처에 갈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유사 사회인류학자가 되거나, 해탈해 버린 미혼 여성이 되거나, 100%는 아니어도 일단 가보자고를 외치는 사람이 되거나, 결국엔 스펙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고 외치는 결혼 꼰대가 되거나…. 무엇이든 '전의 나'와는 조금 다른 내가 되어 있을 테니 후회는 없다. 나에게 아직 여섯 번의 만남이 남았으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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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전혜선 브랜드 콘텐츠 디렉터로 고군분투하는 프리랜스 직업인. 요리와 인테리어, 결혼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둔 지 20년째지만 그 무엇도 그럴싸한 결실을 맺지 못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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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것들 속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마이라 칼만은 1949년생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다. <뉴욕 타임스> <뉴요커> 등의 삽화를 그려왔으며, 일상에서 발견한 철학적이고 감성적인 순간을 기록한 <The Principles of Uncertainty> <And the Pursuit of Happiness>와 같은 동화와 에세이를 다수 출간했다. 그가 <우리가 인생에서 가진 것들>을 출간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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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이올린을 든 소녀(violin) by 마이라 칼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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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2022년 <뉴욕 타임스> 선정 최고의 아트 북이자 국내에 출간된 첫 책 <우리가 인생에서 가진 것들>에는 대표작부터 미공개작 그림 86점과 문장이 담겼습니다. 특히 그림 속 여성이 손에 무언가를 든 모습에 시선이 갔어요.
마이라 칼만 저는 일상에서 스치는 것을 사진으로 담습니다. 그 과정에서 무언가를 들고 있는 여성의 이미지에 매료되는 나를 발견했죠. 여성을 존경하는 마음을 품고 살아가고, 그들이 가질 법한 소품을 좋아합니다. 같은 여자로서 여자들은 항상 무언가를 지니고 다니는 것 같지 않나요? 보이는 것이든, 보이지 않는 것이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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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86점의 그림 중 당신의 마음을 강렬하게 사로잡은 것은 무엇입니까?
마이라 칼만 나치 군인들이 총격을 퍼붓는 와중에 아이의 손을 꼭 잡고 있는 여성. 이 이미지는 엄청난 충격을 안겨줬어요. 여자의 모습에서 느껴지는 보살핌과 애정, 슬픔과 비극은 제 가족의 이야기이기도 하죠. '바이올린을 든 소녀'도 중요한 이미지입니다. 음악은 제 인생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거든요. 작업할 때도 항상 음악을 듣죠. 그것도 클래식만요. 최근에는 브람스를 자주 들었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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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미술에 의견을 가진 여자(modern art) by 마이라 칼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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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우리가 인생에서 가진 것들>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마이라 칼만 우리 주변에 있는 슬픔과 기쁨, 아름다움과 선함 속에서 즐거움을 찾기를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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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이 땅의 여성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마이라 칼만 참으로 묘하고 신기한 삶을 두고 제가 자주 하는 말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살아가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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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가 필요할 때 읽는 책 추천,
<우리가 명함이 없지 일을 안 했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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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명함이 없지 일을 안 했냐> 책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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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 따뜻한 봄 날씨에 책 한 권 어떠세요? 오늘은 제 일상에 따뜻한 용기를 불어넣어 준 책, <우리가 명함이 없이 일을 안 했냐>를 소개합니다. 독립서점에서 만난 이 책은 앞선 시대를 살아온 여성 선배들의 인터뷰집입니다. 처음엔 그저 그녀들의 이야기가 궁금했을 뿐이었는데 책을 다 읽고나니 마음 속 용기가 일렁이고 있었어요. 그리고 저의 엄마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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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럽지만 저는 밥을 차려주는 게 엄마만의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취업하고 나서야 깨달았습니다. 어느 날 퇴근길에 마주친 엄마가 '나 오늘은 밥하기 너무 싫다.. 우리 시켜 먹을까?' 라고 말씀하셨을 때, 저는 순간 아차 싶었어요. 하루 종일 일하고 지쳐 집에 돌아오는 건 똑같은데, 왜 엄마가 차려주는 집밥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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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부터 엄마의 삶을 이해하기 시작했습니다. 오빠 뒷바라지에 동생들을 돌보면서도 코피 흘려가며 공부했던, 본인에게 그리고 가족들에게 늘 열정적인 그녀의 삶을. 이제는 힘들면 쉬어도 된다고 이야기 하는 저에게 엄마는 늘 힘닿는 데까지 공부하며 일하고 싶다고 말해요. 일에서 오는 자부심과 재미로 살아가는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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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명함이 없지 일을 안 했냐> 책 본문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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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소개되는 여성 선배들도 삶의 이야기는 각각 다르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좌절이 있었지만 계속해서 스스로 이겨내며 멋지게 일하는 삶. 어느 영화에 나오는 주인공 서사보다 더 주인공 같다고 느꼈어요. 그 이야기들을 가만히 마주 보니 지금 제가 걱정하고 어려워하는 문제들의 무게가 가벼워지면서 일상에 작은 용기를 주었습니다. '그래, 그녀들처럼 좌절하고 다시 살아나가보자! 뒤돌아보면 내가 주인공인 이야기 일거야.' 라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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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도 삶에 작은 용기가 필요하거나 엄마를 더 이해하고 싶을 때 이 책을 읽어주세요. 그리고 우리 오늘도 그녀들처럼 멋지고 기쁘게 살아보는 거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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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당자 힁 좋다고 느낀 건 모두에게 꼭 알려주고 싶어하는 ENFJ 마케터, 여러 주제로 이야기하기를 좋아하며 구독자와의 느슨한 연대를 꿈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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❶ 얼마 전부터 레터를 구독하기 시작했는데 내용이 너무 좋아서 매일 감탄하며 읽고 있어요.
특히 오늘의 나이 든 퀴어 부부 이야기를 전달해 주신 점이 정말 좋았어요.
유익한 레터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
❷ 오늘은 유난히 글이 술술 읽혀지는 날입니다. 왜그냠! 재밌었거든여!ㅋㅋㅋ 아파트를 소재로한 '주민자치방에 초대된 사람'이 저의 시선을 집중시켰습니다. 나이를 한, 두 살 먹어가고 있는 지금! 나이가 많은 것 같으면서도 그렇게 많은 나이는 아닌 것 같은데...
주변 환경의 변화로 인해서 우리들의 삶도 분홍색아파트와 비슷하지 않을까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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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스트중앙 유한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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