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동의 시간 중에 뉴스레터 32호를 발행합니다.

 

어쩌면 백년 동안의 바람과 별과 시 의 응축이 땅 땅 땅 세 번의 망치소리를 만들어 낸 듯 합니다. 이제부터의 소용돌이가 쓰레기를 가라앉히고 새로운 길을 열어갈 것을 염원합니다.

 

지난 12월 2일, 제12회 리영희상 시상식이 열렸습니다. 수상자 소개영상이 끝나고 단 위에 오른 올해 수상자 박정훈 대령과 이노우에 요코 대표는 깊게 허리를 숙여서 서로에게 존경의 인사를 했습니다. 박정훈 대령이 항명죄를 뒤집어쓴 그간의 행적은, 진실은 애써 찾아나서야 하는 것이 아니라 이처럼 자기 자리에서 자신이 해야할 일을 ‘제대로 하는’것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합니다. 조세이 탄광의 물비상을 역사에 새기는 모임의 이노우에 요코 대표는 김효순 이사장님과의 대담에서 우익세력의 공격이 만만찮았을텐데 어땠냐는 질문에 나의 밝음이 그들의 범접을 막았다고 했습니다. 40살부터 시작해 이십여 년을 ‘내 만족이 아닌가’ 끊임없이 자문해 가면서 활동해 오신 분의 참으로 밝음이 갖는 힘을 보았습니다. 두 분의 수상을 축하하고 이렇게나 빨리 현실적인 요청이 될 줄 몰랐던 박정훈 대령의 최후진술 일부를 옮깁니다.

“재판장님! 우리 군 장병들에게 ‘불법적인 명령을 해서는 안된다. 불법적인 명령에 복종하여서도 안된다’ 라고 말해주십시오”

 

이번 호 재단과 함께하는 사람들에는 김연수 선생님의 글을 싣습니다. 한양대 제자인줄만 알았는데 글을 받고 보니 거의 리영희 전담 사진작가였습니다. 우리가 흔히 보는, 진술자료를 손에 말아쥐고 법정에 들어서는 모습이나 한겨레방북취재사건때 중부경찰서에서 찍힌 사진, 그 외의 많은 사진이 그의 전경사이에 세워둔 사다리 위에서 만들어졌습니다. 따뜻한 글과 사진 고맙습니다.  

재단 소식

사진과 영상으로 보는 제 12회 리영희상 시상식
한겨레신문사 청암홀에서 열린 제12회 리영희상 시상식
하승창 리영희재단 이사의 사회로 시작된 시상식에는 수상자인 박정훈 해병대 대령과 이노우에 요코 조세이 탄광의 물비상을 역사에 새기는 모임 공동대표의 지인들과 더불어 축하를 위해 참석한 사람들 및 재단이사와 심사위원까지 약 70여명이 참석했다. 
인사말하는 김효순 리영희재단 이사장
김효순 이사장은 박정훈 대령에게 "TV로만 보다가 실제로 뵈니 훨씬 잘 생겼다"라고 말하며 청중들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또한, 이노우에 요코 대표에게는 "수상자 선정 과정이 늦어져 시상식 참석 요청과 수상 소감 작성을 촉박하게 부탁드렸는데도 바로바로 해주셨다. 감사하다."라는 말을 남겼다. 
수상자 선정 사유를 발표하는 이종구 리영희상 심사위원장

"리영희상 심사위원회는 공모 과정을 거쳐 시민의 추천을 받은 다수의 후보 가운데 가장 리영희상의 취지에 부합되는 진실을 밝히고 사회정의 구현에 기여한 사례로서 “박정훈 대령”과 “역사에 새기는 모임”의 활동에 주목하였다. 실제로 양자는 사회적 공헌도의 높고 낮음을 가릴 수 없을 정도로 귀중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 사례이다. 그러나 심사위원회는 고심 끝에 현실적인 사회적 파급력을 감안하여 박 대령에게 본상 수상자로, 역사 정의 구현과 한일간의 불행한 과거사 청산에 기여하고 있는

“역사에 새기는 모임”을 특별상 수상자로 선정하는 악역을 수행할 수밖에 없었다."

리영희상 본상을 수상한 박정훈 해병대 대령
시상에는 김효순 이사장이 나섰다. 재단 측에서 준비한 꽃 외에도 관객석에는 따로 꽃다발을 챙겨 온 몇명이 박정훈 대령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박정훈 대령 시상 후 축하를 위해 참석한 지인과 관객들이 연단에 올라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에는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을 비롯한 해병대 전우들, 오른쪽에는 김부겸 전 국무총리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박정훈은 무죄다!" 구호를 외치며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고 있다.  
리영희상 특별상을 수상한 이노우에 요코 조세이 탄광의 물비상을 역사에 새기는 모임 공동대표
시상식 당일 아침에 일본에서 비행기를 타고 인천공항에 도착하여 한겨레신문사까지 쉼 없이 온 이노우에 요코 대표는 박정훈 대령 못지않게 관객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이노우에 대표는 시상식이 끝나고 공덕에서 있었던 뒷풀이 자리까지 지켰다.
이노우에 요코 대표 시상 후 축하를 위해 참석한 지인과 관객들이 연단에 올라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김언경 리영희재단 이사, 김효순 리영희재단 이사장을 비롯한 이노우에 대표의 지인들과 통역에 힘써준 김영환 민족문제연구소 대외협력실장 (이노우에 대표 오른쪽)이 함께 촬영을 했다. 
박정훈 대령은 수상소감에서
"채 해병 사건은 우리 사회에 감춰져 왔던 어두운 부분들을 세상에 드러내는 중요한 역할을 하였고,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는 것을 보였으며, 이제 정의가 승리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확신합니다."라고 밝혔다.
이노우에 대표는 수상소감에서
"저희들은 시민의 힘만으로 닫혔던 갱구를 열었습니다. 그 다음은 내년 1월31일부터 3일간 ‘유골 한 조각이라도 수습하는 것’에 전력을 기울입니다. 일본 정부는 반드시 유골 수습의 결단을 어쩔 수 없이 하게 되겠지요. 여기에 한국 정부도 함께 다가와 한일 양 정부의 공동사업으로서 ‘유골수습·반환’이 진행되면, 두 나라 사이에 어느 정도 ‘미래지향’이 실현될까요. 내년은 한일정상화 6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공동성명의 중요항목으로 ‘조세이탄광의 유골수습·반환사업’이 선언되기를 유족과 함께 갈망하고 있습니다. 끝으로 다시 한번 수상에 감사를 드리며 이것을 계기로 한국과 일본 국내에서 다시 관심이 높아져 가까운 장래에 유골이 유족 품에 안겨 바다를 건너가 고향에 돌아갈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중인 박정훈 대령과 이노우에 요코 대표  
박정훈 대령과 이노우에 요코 대표는 언어는 다르지만 정의와 진실을 꼭 밝혀내겠다는 마음 하나는 같음을 서로 이해했는지, 두 손을 꼭 마주잡고 고개를 끄덕였다.
수상자의 소감 발표가 끝나고 이노우에 요코 대표가 이야기 마당을 진행하고 있다. 
"잘 아시겠지만 조선 학교라는 것은 전쟁 시대에 일본이 빼앗아버린 우리 말을 배우기 위해서 국어 강습소로 시작을 한 것이 그 뿌리가 있는 걸 잘 아실 겁니다. 일본이 저지른 전쟁 범죄로 인해서 그런 조선 학교가 필요하게 된 것이죠. 그래서 저희들은 조선학교를 지원하는 게 대단히 중요하다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조세이 탄광이 이렇게 매스컴으로부터 각광을 받게 되면서 일본으로 전국적으로 확산이 되고 있습니다. 이런 것들이 일본에서 살고 계신 제일 조선인들에게 그리고 초등학교 어린이들에게 학생들에게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렇게 생각을 합니다.
어떤 재일 교포 3세가 자신이 이런 일본에서 살아가도 되겠느냐 살 수 있겠느냐 이렇게 얘기하는 것도 들었습니다. 이렇게 빼앗겨버린 여러 가지 권리들을 찾을 수 있도록, 그리고 저희들이 하고 있는 활동이 그들에게 대단히 힘이 된다면 좋겠다. 그런 면에서 대단히 저는 더 기쁘게 생각을 하며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                         
재단과 함께하는 사람들

리영희 스승과 26년


김연수 / 사진가, 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겸임교수
그 후 리영희 스승님의 얼굴을 보려면 구치소에서 법정에 출두하는 짧은 순간밖에 없었다. 나는 당시 지금의 서울시립미술관 자리인 서울지법 대법정의 피고인 출입문에 새벽부터 사다리를 놓고 기다렸다. 대부분 시국사건은 독재정권에서 뉴스화를 싫어하기 때문에 시국사범은 언론사 기자들이 촬영을 못하도록 온갖 방해를 했다. 호송차를 출입문에 바짝대고 그옆에는 전경들이 에워싸기 때문에 법정에 출두하는 피고인의 사진을 찍으려면 사다리를 설치하고 전경들 틈새로 통과하는 1-2초간의 시간적 여유밖에 없다. 손목에 포승줄을 묶인 채 호송차에서 내린 스승님은 스승님을 부르는 나의 절규에 환한 미소로 화답하셨지만, 죄수복을 입은 스승님의 모습을 담으려니 울화통이 터질 것 같았다.

발행인: 김효순(리영희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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