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

연극 <오펀스>가 어느덧 세 번째 시즌을 맞이했습니다. 미국의 극작가 겸 배우인 라일 케슬러의 희곡을 원작으로 1986년 로스엔젤레스에서 초연한 뒤 30년 넘는 세월 동안 꾸준히 공연되며 널리 사랑받고 있습니다. 줄거리는 세상에 기댈 곳 없는 필라델피아의 고아 형제 트릿과 필립이 시카고 갱스터 해롤드를 만나 새로운 가족을 이루는 이야기로, 미처 몰랐던 가족의 가치를 깨닫는다는 식의 뻔한 접근이 아닌 가족 간의 정서적 독립과 신뢰에 관해 다시 돌아보게 만드는 작품입니다.

해외 인기에 비해 국내 공연이 좀 늦은 편인데 2017년 김태형 연출의 각색과 연출로 초연이 올려진 뒤 2019년에는 정경순, 최유하, 최수진 세 여성 배우를 캐스팅하며 전 세계 최초의 여성 페어로 젠더프리 공연의 새로운 장을 열었습니다. 이때 김태형 연출은 젠더프리 캐스팅의 이유를 세 가지로 밝혔는데요, 첫 번째로는 <오펀스>는 인간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굳이 남성 배우만 고집할 이유가 없다는 것, 두 번째로는 여성의 목소리로 <오펀스>의 이야기를 전달할 때 또 다른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것, 세 번째로는 정경순, 최유하, 최수진 같은 역량 있는 배우들에게 이런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2019년 공연의 호평을 바탕으로 올해 공연은 3년 전 배역별 트리플 캐스팅으로 여성 페어가 슬롯의 한 자리를 차지했던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쿼드러플 캐스팅으로 여성 페어를 한 슬롯 더 늘렸습니다. 갱스터 해롤드 역에 추상미, 양소민 씨가, 형 트릿 역에 최유하, 손지윤 씨가, 동생 필립 역에 최수진, 김주연 씨가 캐스팅되었고, 최유하, 최수진 씨를 제외한 다른 배우들은 모두 첫 무대입니다.
일시 | 22.11.29 ~ 23.02.26
장소 |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1관
체홉의 4대 장편 희곡으로 <갈매기>, <벚꽃동산>, <바냐아저씨>, <세 자매>를 꼽는데요, 체홉이 평생 동안 단편 작업에 진력한 탓에 세상에 남긴 장편은 이 네 작품이 전부지만 네 작품 모두 연극 무대의 주요 레퍼토리로 살아남아 오늘날까지 전 세계 수많은 극장에서 공연되고 있습니다. <세 자매>는 체홉이 1901년 발표한 세 번째 장막극으로, 제목은 ‘세 자매’이나 극은 자매들의 오빠까지 네 남매의 이야기로 전개됩니다. 

제정러시아 시대, 프로조로프 집안의 네 남매인 아들 안드레이, 첫째 딸 올가, 둘째 딸 마샤, 셋째 딸 이리나가 육군장성이었던 아버지의 기일이자 막내 이리나의 생일을 맞아 한 자리에 모이게 됩니다. 이들은 어린 시절을 보낸 모스크바로 돌아갈 것이라는 희망에 잠기지만 희망은 희망으로만 그칩니다. 몇 년 뒤, 안드레이는 모스크바로 가서 교수가 되리란 희망을 접고 지방의회에서 서기로 일하고 있고, 올가는 독신으로 교사 일을 하고 있습니다. 마샤는 애정 없는 결혼생활에 회의를 느끼고 모스크바에서 온 육군 중령 베르쉬닌과 불륜에 빠져 있습니다. 모스크바에 대한 희망이 사라지자 이리나는 육군 중위 투젠바흐와 결혼해 이 마을을 떠나리라는 새로운 꿈을 꾸지만 투젠바흐가 결투 끝에 사망하며 이마저도 이루지 못하게 됩니다.

결말에 대한 해석은 사람마다 분분하지만 이 작품을 좌절된 희망 속에서도 삶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읽는다면 결말이 그리 비극적으로 다가오진 않을 겁니다. 체홉의 서거 110주년이던 지난 2014년 창단된 안똔체홉학회는 단체명에서 짐작되는 바 그대로 체홉의 작품을 연구 및 발굴하여 발표해 오고 있습니다.
일시 | 22.12.03 ~ 23.01.29
장소 | 안똔체홉극장
지난 3월 젊은 예술가들의 실험무대를 표방하는 두산아트랩의 음악낭독극으로 첫 선을 보였던 <유디트의 팔뚝>이 다시 돌아왔습니다. 이 작품은 화가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의 작품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베는 유디트>를 모티브로 하고 있는데요, 아르테미시아는 최초의 여성 직업화가이자 성폭행 재판에서 최초로 승소한 생존자였습니다.

1611년 무렵, 화가 아고스티노 타시는 자신의 제자였던 아르테미시아를 강간했고, 이미 유부남이었음에도 결혼 약속으로 회유하며 이후에도 수 차례 추가 범행을 저지르다 마침내 결혼 의사를 철회했습니다. 알고 보니 타시의 아내는 성폭행을 당한 뒤 그와 결혼했고, 열세 살에 불과했던 아내의 여동생도 타시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임신하는 등 성폭행은 상습적이었습니다. 심지어 타시는 처제를 성폭행한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아내를 살해하고 처제와 결혼할 계획을 세우기까지 했습니다. 

당대의 재판은 타시의 행위가 성폭행이었느냐가 아니라 타시가 아르테미시아의 처녀성을 강탈했느냐라는, 피해자에게 모멸을 안겨주는 방식으로 진행되었고(처녀성 검증 과정에서 아르테미시아는 부인과 진료는물론 모진 고문을 견뎌야 했습니다) 아르테미시아가 승소하긴 했지만 타시는 후원자들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 곧 제자리로 돌아왔습니다. 아르테미시아는 이후 피렌체 출신 화가 피란토니오와 결혼해 피렌체로 근거지를 옮겼고 곧 궁정화가로 발돋움했는데 물론 여성 화가로는 최초의 일이었습니다. 피렌체미술아카데미의 첫 여성 회원이 되는 등 피렌체 시기는 아르테미스의 생애에서 화가로서의 전성기로 꼽힙니다. 대표작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베는 유디트> 역시 이 시기의 작품입니다.

창작집단 푸른수염을 이끄는 안정민 연출은 연출의 변에서 그림 속 유디트의 팔뚝이 왜 그렇게 굵은지, 작품의 등장인물은 누구인지에 대한 질문으로 이 작품을 만들게 되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유디트는 보통 소녀 혹은 요부로 묘사되기 십상이지만 아르테미시아의 유디트는 노련한 장수를 제압하는 담대함과 근력을 갖춘 중년여성으로, 유디트의 얼굴에는 아르테미시아 본인이, 홀로페르네스의 얼굴은 성폭행범인 타시가 투영되어 있습니다.

연극은 서양미술사 수업에서 아르테미시아의 그림을 보게 된 주인공 정원이 자신의 상상력을 가미해 아르테미시아의 이야기를 다시 쓰며 친구 원정의 오랜 트라우마를 치유한다는 줄거리로 전개됩니다. 아르테미시아가 유디트의 이야기를 새롭게 썼듯이 정원이 새롭게 쓰는 아르테미시아의 이야기는 어떤 모습일지 무대에서 확인해봐야겠습니다.
일시 | 12.09 ~ 12.18
장소 | 홍익대 대학로아트센터 소극장

영국의 젊은 극작가 소날리 바타챠리아의 희곡으로 국내 초연하는 연극 <투 빌리언 비츠>는 점점 더 다원화되어가는 현대사회에서 인종, 사상, 종교, 세대 등으로 인한 갈등 속에서 성장통을 겪는 여성 청소년들의 이야기입니다.


등장인물은 같은 고등학교에 다니는 인도계 영국인 3세인 아샤와 베티나 자매, 입시 준비에 한창인 3학년 아샤는 매주 제출해야 하는 에세이 때문에 머리가 아프고 입시가 아직 피부에 와 닿지 않는 1학년 베티나는 햄스터를 사려고 열심히 용돈을 모으고 있지만 통행료를 요구하는 같은 학교 일진들 때문에 속을 끓이고 있습니다. 자매는 자신들 앞에 놓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게 될까요.


공연은 권슬아, 김혜령 두 배우의 2인극으로 진행되며  최호영 연출의 1인 프로젝트 극단 키르코스에서 제작을 맡았습니다. 키르코스는 2016년 창단해 <바닷물맛 여행>, <1인용 식탁>, <오이디푸스 온 더 튜브> 등의 참신한 작품을 선보인 젊은 단체입니다.

일시 | 12.08 ~ 12.18
장소 | 나온씨어터
마지막 시즌을 치르고 있는 <서편제> 투어가 한창인 가운데 이자람 씨는 본인의 이름을 건 또 다른 무대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2019년 두산아트센터에서 초연을 선보인 <노인과 바다>를 마곡 시대를 열어젖힌 LG아트센터의 개막 페스티벌 무대에서 다시 만날 수 있습니다. 잘 알려진 것처럼 이자람 씨는 그동안 브레히트의 작품을 판소리로 옮긴 <사천가>(「사천의 선인」, 2007), <억척가>(「억척어멈과 그 자식들」, 2011), 마르케스의 단편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방인의 노래>(「대통령 각하, 즐거운 여행을!」, 2016) 등 해외 작가의 작품을 판소리 무대에 녹여내는 작업을 해 왔습니다. 

이자람 씨는 2019년 <노인과 바다> 초연을 앞두고 한 인터뷰에서 노인과 청새치의 싸움과 같이 소리꾼 이자람을 싸우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다음과 같이 대답한 바 있습니다.

“지금 이 분노하는 마음은 어디서부터 온 것인가, 이기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성취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이며 필요 없는 소모는 어느 부분에서 일어나고 있나. 왜 그런 소모를 하는가, 무엇이 아쉬운 건가. 이 싸움에서 내가 얻을 것은 무엇인가, 내가 포기해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 나는 무엇에 졌는가, 이다음에는 이것을 어떻게 대해 낼지 배웠는가. 포기하는 것에 후회는 없는가. 다시 일어날 동력은 얼마나 남았는가. 삶에서 다가오는 충돌들은 피할 수 없을 거예요. 모두가 그 충돌 앞에서 자신을 껴안고 잘 버티며 한발 또 나아가면 좋겠습니다. 저도요.”

3년 만에 돌아오는 이자람 씨의 치열한 싸움은 그의 무대를 또 얼마나 확장시켰을지, 새로운 공간에서 확인해볼 일입니다.
일시 | 12.09 ~ 12.10
장소 | LG아트센터 서울 LG SIGNATURE 홀
마곡에서 새롭게 개관한 LG아트센터가 역삼시대와 비교해 가장 달라진 점은 공연장이 두 곳으로 이원화되어 규모가 더욱 다양화된 공연을 만나볼 수 있다는 점일 겁니다. 개관 페스티벌의 대미를 장식할 작품은 연극 <내게 빛나는 모든 것>인데요, 2014년 에딘버러 프린지페스티벌에서 초연되어 크게 호평받았던 던컨 맥밀런의 1인극으로, 우울증을 앓고 있는 엄마를 위해 아이가 일상 속에서 빛나는 것들을 찾아가며 성장해가는 이야기입니다.

국내에서는 2018년 크리에이티브테이블 석영에 의해 초연되었는데, 원작에는 인물에게 이름도 성별도 부여하지 않은 채 내레이터라고만 지정하고 있는 데 착안해 초연부터 혼성 캐스팅으로 무대를 올리고 있습니다. 이봉련, 김진수 두 배우의 두산아트센터 초연 이후 지난해에는 홍익대 대학로아트센터에서 정새별, 백석광, 이형훈 세 배우로 재연을 올렸고 올해는 강동아트센터에 이어 LG아트센터와 의정부 아트캠프에서 정새별, 김아영(LG아트센터 공연부터 합류), 이창훈 세 배우가 차례로 관객들과 만납니다.
일시 | 12.15 ~ 12.18
장소 | LG아트센터 서울 U+스테이지
일시 | 12.22 ~ 12.25
장소 | 의정부 아트캠프
허사이트
hersight.pub@gmail.com
헐리버리는 her와 delivery를 합성한 조어로, 허사이트의 여성주의 큐레이션 메일링 서비스입니다. 공연 큐레이션 ‘퍼플’은 무대 위 여성들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며, 매달 첫 번째 일요일에 발행됩니다.
수신거부 Unsubscri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