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와 산책을 가장 잘하는 방법은 자주 하는 것이다.
개와 산책을 가장 잘하는 방법은 자주 하는 것이다. 사나흘에 한 번 네 시간 산책하는 것보다 하루에 30분씩 세 번 하는 편이 개들에게는 훨씬 행복하다. 산책은 개들에게 체력단련용 P.T.가 아니라, 온전히 살아있음을 만끽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산책을 하며 개들은 풀꽃의 냄새를 맡고 다른 개와 소통하고 인간과 섞여 사는 세상의 위험과 재미를 터득한다. 개뿐 아니라 어떤 존재라 해도, 살아 있다는 감각으로 충만한 시간을 매일, 규칙적으로 기대할 수 있다면 그 영혼은 평온할 것이다.

산책 중인 개와 사람은 리드 줄로 연결된다. 3년 전까지 함께 살았던 나의 개 타티는 마지막 1년 동안 몸이 약해 느릿느릿 앞서 걸었는데 빨간 리드 줄이 마치 우리를 잇는 운명의 실이나 혈관인 것 같아 손이 떨려오곤 했다. 개를 새로운 식구로 맞았다면 예쁜 옷보다, 개가 호흡하기 좋으면서도 실수로 벗겨지지 않는 몸줄과 내 손에 착 감기는 리드 줄을 빨리 찾아서 사야 한다. 리드 줄의 재질과 폭, 탄성에 싫고 좋은 감이 온다면, 당신도 중급 개 산책자다. 

반려인이라서 유산소 운동은 충분하겠다고 축하하는 친구들이 있다. 그러나 개랑 하는 산책은 운동보다 즐거운 노동에 가깝다. 도시의 반려인은 산책하는 내내 촉각을 곤두세워 자기 개를 바퀴 달린 탈것과 버려진 부패 음식물로부터 보호하는 것은 물론, 내 개로부터 타인과 타견, 비둘기, 길고양이들이 다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나는 귀에 인이어 대신 에어팟을 착용한 보디가드다."라고 여기자. (단, 노이즈캔슬링 모드는 후방에서 다가오는 위험에 취약하니 꺼야 한다.) 우리가 듣거나 맡지 못하는 현상을 개의 후각과 청각은 감지한다. 당신의 개가 특별한 이유 없이 잠시 걸음을 멈춘다면 줄을 끌지 말고 가만히 같이 집중해 보자. 산책의 절정은 그런 조용한 몇 초에 있다.

현재 나와 사는 개 아로하 샨티 킴은 천방지축 산책을 마치고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탈 때마다 평가를 원하는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본다. "오늘 상당히 좋았어!"라고 정수리를 쓸어주면 으쓱해 한다. 개도 산책을 통해 당신을 알아가고 파트너의 긍지를 키운다. 끝으로 개 산책에서 사귄 이웃이 퇴근길의 당신을 못 알아보더라도 결코 서운해하지 말자. 반려인 사회에서 개와 떨어져 있는 이웃은 이목구비 지워진 달걀 귀신과 크게 다르지 않다. 게다가 산책용 룸펜 착장을 벗어난 당신은 동일 인물로 보이지도 않을 것이다.
김혜리 영화기자 
<씨네21> 편집 위원. 2010년 9월부터 2020년 1월까지 <씨네21>에 개봉작과 드라마에 관한 칼럼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를 연재했고 팟캐스트 <김혜리의 필름클럽>과 <조용한 생활>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 5년 만에 산문집 『묘사하는 마음』을 출간했다.
에디터의 한마디
영화의 마음을 가장 섬세하게 읽는 김혜리 작가. 영화 이야기만큼이나 트위터에 올라오는 그의 반려동물에 대한 사랑을 눈여겨보고 있었어요. 최근 팟캐스트 <조용한 생활>에서 이슬아 작가와 함께 '전국 반려동물자랑'을 개최하며 동물들에 대한 넘치는 애정을 보여주었는데요. 그런 그에게 반려견과 함께하는 생활은 다른 종과 교감하는 조용하지만 경이로운 순간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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