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레터 83호 
2024/7/30  
기후변화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
이동욱

기후변화


지난달 6월에 이미 폭염특보가 발령되고 기록적인 더위가 올 것이라는 예측을 비웃기하도 하듯, 폭우가 전국을 휩쓸고 있습니다. 지난주에도 엄청난 비가 전국적으로 내렸지요. 이달 초에는 시간당 100mm가 넘는 기록적인 폭우가 중부지방을 덮쳐 전국에서 5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되는 안타까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이런 변덕스러운 날씨의 배경에는 기후변화가 있습니다. 기후변화로 인해 대기의 상층과 하층 기온 차가

심해졌기 때문입니다.



기후변화의 정의


일반적으로 짧은 시간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날씨 현상을 “기상 현상”이라 부르고, 이와 같은 기상현상들의 긴 시간 동안의 평균적인 상태를 “기후”라 합니다. 기후는 수개월에서 수천 또는 수백만 년에 걸쳐 나타나는 날씨의 평균과 변동성 같은 통계적인 개념이 포함됩니다.


기후의 상태를 결정하는 기후체계는 대기, 수권, 빙권, 암석권, 생물권의 다섯 가지 주요 요소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기후변화는 이러한 기후 상태의 변화를 의미하며, 보통 몇십년 이상 지속되는 변화를 말합니다. 기후를 변화시키는 자연적인 요인에는 태양 흑점 수 변화에 따른 태양 복사 에너지, 지구 공전궤도, 화산폭발 등이 있습니다.


현재 기후변화에서 주요하게 다루어지는 원인은 인위적인 요인에 의한 것입니다. 인위적인 요인으로는 인간의 활동에 의한 온실가스 농도의 증가가 가장 주요한 것으로 꼽히며, 토지이용도 변화 및 산림파괴로 인해 지표면 반사율 변화로 인한 영향이 있습니다.


인간의 활동에 의해서 산업화 시대 이후, 이산화탄소, 메탄, 이산화질소 등 전 지구 평균 온실가스 농도는 지속하여 증가하고 있으며, 1850-1900년 대비 섭씨 1.09도의 지표면 온도 상승이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로 인한 기온 변화와 건강영향


기후변화로 인하여 지구의 온도가 상승하고, 기후가 변화하는 것이 북극의 빙하를 녹이고, 해수면을 상승시킨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어보셨을 듯 합니다. 기온 상승은 보건학적으로도 주요한 문제입니다. 폭염은 그 자체로 열탈진, 열사병을 유발하며, 심뇌혈관질환을 증가시킵니다.


특히 노인과 같은 취약 계층에서는 이러한 영향이 더욱 큽니다. 폭염은 온열질환 외에도 심뇌혈관질환 및 호흡기질환으로 인한 응급실 방문과 병원 입원을 증가시키며, 전체 사망률을 높입니다. 


기후 변화는 국지적으로 어떤 지역에서는 반대로 추운 날씨가 예상치 못하게 발생하거나 기간이 길어지게 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발생하는 한파는 저체온증, 동상 등의 한랭질환을 유발하며, 심뇌혈관질환과 호흡기질환의 발생 위험을 증가시킵니다.



기후변화로 인한 감염병과 알레르기 항원의 변화


기후변화는 병원체의 재생산율, 매개체의 개체수와 분포, 생존율, 서식 환경 등에 변화를 일으켜 감염병의 발생 양상을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모기매개 감염병(뎅기열 등), 진드기매개 감염병(쯔쯔가무시증,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 등), 설치류 매개 감염병(렙토스피라증 등) 등이 기후변화로 인해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말라리아의 발생 양상이 변화한다는 보고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기후변화로 인해 뎅기열과 같은 기후 민감성 질병이 감시되고 있습니다. 온도 상승으로 인해 일본의 겨울철이 늦어지고, 이는 전염병 발생 기간을 연장시킬 수 있습니다. 기후 변화로 인하여 알레르기 항원의 변화가 나타나 알레르기성 질환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미국 농무성 보고에 의하면 기후 변화와 관련해 대기오염이 심할수록 알레르기 유발 꽃가루 농도가 높게 나타났다는 보고가 있으며, 유엔 정부 간 기후변화위원회에서도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을수록 꽃가루가 증가해 알레르기 환자가 늘어나는 것으로 보고한 바 있습니다.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


기후변화는 자연재해의 발생 빈도와 강도를 증가시킬 수 있습니다. 유엔 산하 재난위험경감사무국(UNDRR) 홍수 등의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20년의 자연재해 건수가 앞선 20년보다 1.7배 증가하였다고 합니다. 이러한 자연재해에는 가뭄, 지진, 극한 기온, 홍수, 산사태, 폭풍, 화산, 산불 등이 포함되며, 이 중 홍수와 태풍이 가장 많은 건수를 차지합니다.


홍수 그 자체로 인한 사망도 영향을 끼치기만, 보건의료 체계의 회복탄력성에 따라 그 사회의 전체적인 사망률에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처방약을 받을 의료접근성이 상당기간 동안 떨어짐으로써, 고령자에서 사망을 증가시키는 형태로 말이지요.



기후변화의 건강영향


우리나라에서는 기후변화에 따른 질병의 유형, 특성, 추이 등 국민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매 5년 마다 평가하기 위한 기후보건영향평가를 수행하여 그 결과를 공표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로 인한 폭염, 한파, 대기질, 감염병 영향 등을 산출하여 제시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경우 기후 변화로 인한 건강영향 최소화를 위한 보건의료 회복탄력성(health resilience)의 강화를 위해 기후변화에 따른 건강영향을 중요성(significance), 위급성(urgency), 신뢰성(confidence)로 평가하여 미래를 전망하고, 대응 방향을 수립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모든 영역에서 높게 평가된 건강영향은 온열질환과 자연재해였으며, 감염병 등도 중요하게 평가되었습니다.


기후보건영향평가 보고서, 질병관리청

변화하는 기후 속에서 일본의 건강회복력 강화, LANCET, 2023



더 많은 관심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현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과 관련된 위헌 확인 사건이 진행 중입니다. 이 소송들은 현재 우리나라의 감축 목표가 국민 기본권을 침해했을 뿐 아니라, 미래 세대에 과도한 감축 부담을 떠넘긴다는 취지로 제기됐습니다.


아시아에서 처음 진행된 기후 소송에 저명한 과학 학술지 ‘네이처(Nature)’는 “한국의 아기들이 정부를 고소하는 이유”라는 제목의 기사를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 게재하며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의 아기들이 정부를 고소하는 이유, Nature 기사, 2024.5.20


여러분들은 기후변화가 건강에 이렇게 다양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고 계셨나요? 우리는 작업환경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을 바라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런 문제를 좀 더 전문가적인 시선에서 바라볼 수 있는 역량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후 변화와 같은 더 넓은 범위의 환경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을 바라보고 함께 관심을 가지고 참여해 나갔으면 합니다.



 글쓴이: 이동욱 (인하대학교병원 직업환경의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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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레터 편집팀  oel@ksoem.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