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발렌타인데이였습니다. 인도네시아에서 대통령 선거가 열렸습니다.

🇮🇩인도네시아는
  • 전 세계에서 인구가 네 번째로 많은 국가이자
  • 인도-미국에 이어 세 번째로 큰 민주주의 국가이자 
  • 하루에 치르는 직접선거 기준으로 세계 최대 규모의 국가입니다.

  올해에만 전 세계적으로 치러지는 70회 이상의 선거 중 인도네시아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규모 때문만이 아닙니다.

  • 인도네시아는 남쪽국가의 강력한 리더 중 하나입니다.

  무엇보다 조코 위도도 현 대통령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혹은 오바마와도 비견될 만큼 서민친화적 대통령으로 인기가 매우 높습니다. 지지율이 무려 80%에 육박합니다. 인구 대국 인도네시아의 민주주의가 원활히 돌아가는 데엔 조코위의 리더십도 한몫했다고 볼 수 있죠.

  이렇듯 인도네시아는 아세안을 넘어 남쪽국가들의 미래와 전 세계 민주주의의 향방을 가늠짓는 바로미터로 기능합니다.
이미 언론에서 많이 접하셨겠지만 이번 인도네시아 대선 특이점 중 하나는 ‘틱톡’ 돌풍이었습니다.

  틱톡하면 당장 떠오르는 게 미국의 틱톡 금지 논쟁입니다. 틱톡은 세대갈등과 미중 간 전략적 경쟁이 모두 교차하는데요.

  그래서 오늘은 다른 SNS도 아닌

  • 왜 ‘틱톡’이 화제인지 이야기 나눕니다.

  심도 있는 대화를 위해 인도네시아 전문가, 이예승님을 스튜디오에 특별히 모셨습니다.

  이예승님은 한국외국어대학교 아시아언어문화대학에서 말레이-인도네시아어 번역 강의를 맡고 있으며, 법령 관련 공공기관에서 아세안 국가 법령을 수집・번역하며 동향을 분석하는 연구원으로 재직 중입니다. 시에라 소사이어티의 오랜 원정대원이기도 한데요.

🔍갤갤
안녕하세요, 예승님! 문자 그대로입니다. 왜 하필 ‘틱톡’인가요?
👯이예승

두 가지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앞서 🔍갤갤님이 설명한 내용에 이미 답이 있습니다.


  인도네시아 인구가 2.7억 명으로 세계에서 네 번째로 많습니다. 그만큼 영토도 큽니다. 


  • 17,000개가 넘는 섬이 국토 좌우로 5,000km에 걸쳐 있으며
  • 국토 좌우를 횡단하는 데에만 비행기로 일곱 시간이 걸립니다.

🔍갤갤
서울에서 제주도까지 비행기로 한 시간밖에 안 걸리는 한국과 비교하면 어마어마하게 큰 거네요.

👯이예승
흥미롭게도 한국에서 자카르타까지도 비행기로 일곱 시간인데요.

  자카르타 동쪽 끝에서 서쪽 끝으로 이동하려면 공항엘 가는 시간이 있지 않습니까? 그럴 바엔 차라리 한국으로 가버리는 게 더 나을 수도 있습니다.
🔍갤갤

이렇게 영토가 크면 전문용어로 ‘도농격차’도 상당히 클 수밖에 없겠네요.


👯이예승
늘 이해가 빠르시네요.

  세계적인 도시로 오르내리는 자카르타와 전기조차 들어오지 않는 도서산간 지역 간에 사회・경제적 격차는 우리가 상상하는 그 이상입니다.

  하지만 모바일은 누구나 갖고 있습니다. 나는 자연인이라고 모바일을 안 쓰는 게 아니듯이 인도네시아의 모바일 보급률이 80%가 넘습니다.

  한국처럼 100%가 안 되는데 80%가 왜 높은 거냐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17,000개나 되는 섬나라 게다가 이제 중상위 소득국가로 진입한 아세안 국가라는 점을 고려하면 가히 폭발적인 성장세라 볼 수 있습니다.

🔍갤갤

전 세계 어디서나 균질한 맛의 맥도날드, 북극에서도 마시는 코카콜라처럼 인도네시아는 모바일로 하나되는 우리라고 볼 수 있겠네요.

👯이예승
그렇습니다. 1인 1표-1인 1모바일이라 표현해도 과언이 아닌 거죠.

  즉, 모바일은 도농 간의 정보 격차를 줄여주는 가장 손 쉬운 수단이기에 모바일 생태계는 정치뿐만이 아니라 인도네시아 경제에서도 매우 중요한 키워드입니다.

  델타 월딩에서도 여러 차례 소개했듯이
  • 인도네시아는 두 개의 데카콘과 열두 개의 유니콘이 있으며
  • 스타트업 개수도 미국・인도・영국・캐나다・호주에 이어 여섯 번째로 많습니다.

  또한 스타트업랭킹 사이트 기준으로

  • 한국은 100위권에 랭킹된 스타트업이 라인 하나뿐이지만
  • 인도네시아 스타트업은 세 개나 포함되어 있습니다.

🔍갤갤
인도네시아의 이커머스 산업 현황과 성장세는 들을 때마다 놀랍습니다.
👯이예승
테크 산업이 빠르게 신장하는 인도네시아 대선에서 ‘모바일 플랫폼’이 영향력을 발휘할 거라는 건 모두가 예측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다만, 많고 많은 SNS 중 왜 하필 ‘틱톡’이었느냐는 게 궁금하실 텐데요. 갤갤님이 주로 사용하는 SNS는 어떻게 되나요?

🔍갤갤
페이스북은 사용하지 않은 지 너무 오래됐고, 인스타는 친구들도 많거니와 델타 월딩 계정도 인스타에 있습니다. 그리고 유튜브는 프리미엄으로 사용합니다.

👯이예승
유튜브는 언제부터 사용하셨나요?

🔍갤갤
글쎄요. 너무 오래 전이라 기억나지 않지만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부터지 않을까요?

👯이예승
갤갤님이 93년생, 틱톡은 잘 사용하지 않을 테고…

  이렇게 볼 수 있습니다.

  유튜브가 미국에서 처음 설립된 게 2005년, 한국어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한 게 2008년입니다. 페이스북은 그보다 앞서 2004년, 인스타그램은 조금 늦은 2010년입니다.

  한편 아이폰이 미국에서 첫 출시된 게 2007년, 한국에 정식으로 착륙한 게 2009년이구요. 짧은 격동기를 거친 후 2011년부터 iOS와 안드로이드 간의 양강 구도가 형성됩니다.

  갤갤님은 이 시기에 10대를 거쳐 12학번으로 입학하며 본격적으로 스마트폰을 사용했을 텐데요. 이 이야기의 결론은 한 번 형성된 미디어 사용 경험은 잘 바뀌지 않는다는 겁니다. 

  즉, 많고 많은 SNS 중에 갤갤님은 왜 인스타와 유튜브냐고 했을 때 SNS라는 건 남들에게 주목 받고 싶고 동시에 우리만의 것으로 구별짓고 싶어하는 속성이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페이스북은 윗세대 사용자가 너무 두텁게 형성되어 있기에 신규 세대가 진입해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고 유행시키기엔 후발주자인 인스타와 유튜브가 한결 수월합니다.

  이런 걸 모바일 생활권이라 칭하는데요. 한국에서 중장년층은 페이스북, 2030은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10대는 틱톡을 애용하듯이 국제사회에도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습니다.

  앞서 인도네시아의 모바일 보급률이 80%에 이른다고 말씀드렸지만 10년 전까지 50%에 불과했습니다. 코로나 시기를 거치며 모바일과 SNS, 이커머스 산업이 큰 폭으로 성장했는데요.

🔍갤갤
아! 이때 동시다발적으로 성장한 게 SNS계의 후발주자인 틱톡이라는 얘기군요,
👯이예승
인도네시아라고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유튜브 등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게 아닙니다. LINK

  다만 틱톡이 무서운 속도로 성장했습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 해 6월에 발간한 보고서에 두 가지 주목할 만한 포인트가 담겨 있는데요.

  하나는, 인도네시아에서 틱톡 보급률이 2021년 30%에서 2022년 70.8%로 두 배 이상 늘었다는 거구요.

  다른 하나는, 한국의 카카오처럼 사용되는 왓츠앱을 제외하고 페이스북・인스타・유튜브 중에서 틱톡의 월 사용 시간이 가장 길었다는 점입니다.

🔍갤갤
예승님 설명대로라면 국제사회를 이렇게 해석할 수도 있겠네요. 

  한국에서 어떤 SNS를 사용하느냐가 그 사람의 연령대를 보여주듯이

  • 국가 별로도 어떤 SNS가 화제의 중심에 서 있는지에 따라 경제발전단계를 유추해볼 수 있다구요.

  그런 점에서 인도네시아는 매우 젊은 국가겠네요.

👯이예승
그렇습니다. 인도네시아 인구 총 2.7억 명 중

  • 절반 이상이 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MZ세대’이며
  • 그보다 어린 Z세대가 19%를 차지합니다.

  즉, 인구의 70% 이상이 아직 나이가 40이 되지 않았습니다. 중위 연령도 30살에 못 미칩니다.

  그리고 이들이 현재 인도네시아를 움직이고 있으며 앞으로 인도네시아 인구가 3억 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됩니다만 이러한 인구구조가 크게 변동 없이 유지될 것으로 추정됩니다.
위의 이미지 속 인물은 앞으로 전임 대통령이 될 조코위입니다만, 배경을 보시면 모든 관중이 스마트폰을 꺼내 손을 높이 듭니다.

  요즘 현대인의 3단 논법으로 이런 말이 있죠.

  • 보았다! 찍었다! 올렸다!

  일상이 상품화되고, 상품이 라이프스타일화되면서 무언갈 보면 찍고 SNS에 올리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졌는데요.

  인도네시아는 청년 인구의 분포가 말해주듯이 다른 SNS도 아닌 틱톡에 직접 영상을 올리거나 소비하는 라이프스타일이 구축됐습니다.

🔍갤갤
이와 달리 중위연령이 이미 40대를 넘겨 버린 한국에선 틱톡이 정치・사회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낮은 거구요.

👯이예승
그렇습니다. 한국은 틱톡에 새롭게 유입될 절대인구 규모가 아주 많이 작습니다.

🔍갤갤
지금까지 얘길 정리하면 두 가지입니다.

  • ①드넓은 영토에 도농격차마저 극심한 인도네시아에서 모바일은 하나되는 우리라는 정서를 만들어준다.
  • ②성장잠재력은 크지만 아직은 후발주자인 인도네시아, 그러나 40세 이하 청년이 인구의 70%를 차지하는 상당히 젊은 국가 인도네시아와 SNS계의 또 다른 후발주자인 틱톡이 만나 대선에서 돌풍을 불러 일으켰다.

  여기서 두 가지 질문이 듭니다.

  하나는, 앞서 미국에서 틱톡은 세대갈등과 미중 간 전략적 경쟁이 교차한다고 말하지 않았습니까? 이걸 인도네시아에도 적용할 수 있는지 여부구요.

  다른 하나는, 인도네시아 대선에서 유의미한 후보자가 세 명이었습니다.

(기호 1번) 아니스 바스웨단(54세)
  • 인도네시아 수도가 위치한 자카르타 주지사를 역임했구요.

(기호 2번) 프라보워 수비안토(72세)
  • 이제는 당선자로 바뀌었죠. 엘리트 장교 출신이자 전 국방장관입니다.

(기호 3번) 간자르 프라노워(55세)
  • 민주투쟁당 후보로서 자바 주지사를 역임했습니다.
각 후보자의 이름을 모두 기억하지 못해도 괜찮습니다.

  • 다만 프라보워는 세 명의 후보자 중 나이가 가장 많습니다.

  게다가 간자르는 이름만으로도 정체성이 명징하게 다가오는 민주투쟁당의 후보라면 프라보워는 민주화 운동 활동가를 납치한 의혹도 받고 있는 전직 군인입니다.

  틱톡이 인도네시아에서 영향력이 큰 SNS가 된 이유는 알겠지만 인구의 70%를 차지하는 40세 이하 청년층이 다른 누구도 아닌

  • 가장 나이 많은, 군 출신의 프라보워로 수렴했다는 게 선뜻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이예승
상당히 예리하고 날카로운 질문입니다. 첫 번째 질문부터 설명하면

  틱톡이 인기가 높다는 이유만으로 인도네시아 내에 세대갈등이 존재한다든지, 미중 간 전략적 경쟁에 인도네시아가 휘말린다고 판단할 근거는 없습니다. 사실 그게 중요한 것도 아니구요.

  오히려 눈여겨 봐야 하는 건 그동안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해 왔던 SNS는 거의 모두 미국에서 개발됐습니다. 텔레그램만 예외적으로 러시아지만 푸틴 체제에 저항하는 산물로 인식되고 있으며 이 외엔

  • 왓츠앱,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 메타 
  • 유튜브 → 알파벳(구글)
  • X(트위터) → 일론 머스크 
  • 링크드인 → MS 

  등으로 미국의 주요 빅테크 기업이 독점하는 게 현실입니다.

  이렇게 얘기해 볼게요. 빅테크 독과점이나 생성형 AI를 얘기할 때면 으레

  • 규제와 관련한 법률 제정은 유럽이 가장 빠르고
  • 미국은 이와 달리 윤리나 규범을 강조합니다.

  이러한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는, 유럽엔 전 세계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빅테크 기업이 없습니다. 생성형 AI의 경쟁력을 결정짓는 반도체와 클라우드 컴퓨팅에 대해서도 유럽과 미국 간에 온도차가 존재합니다. 성장의 과실을 나눠 먹을 게 유럽엔 부족하기 때문이죠.

  테크 산업과 관련해 미국과 유의미한 경쟁을 펼치는 국가는 사실상 중국 뿐인데요. 이런 맥락에서

  • 틱톡이라는 SNS는 그동안 개념적으로만 인식되어 왔던 빅테크 기업을 둘러싼 미중 간 전략적 경쟁이
  • 현실의 공간, 그것도 문화・사회적으로 가장 구체적이며 일상적으로 발현되는 사건이었습니다.

  미국에선 세대갈등으로 폭발했다면 글로벌 단위에선 인도네시아가 첫 신호탄을 쏘아 올렸는데요.
서구권 매체에서 “인도네시아 대선=틱톡”이라 콕 집어 강조하는 이유도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X, 유튜브가 선거에 활용되는 건 너무나도 익숙한 풍경이었습니다만 그걸 처음으로 거스르는 국가가 등장한 거죠.

  그렇다고 거듭, 인도네시아가 미중 간 전략적 경쟁에 휘말렸다고 말할 순 없습니다. 잘 알고 있듯이 인도네시아는 전통적으로 비동맹 외교를 추구하기 때문인데요. 그럼에도 

  • 미국에서 만들어지지 않은 SNS가
  •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민주주의 국가의 선거에 활용됐다는 건
  • 서구 사회로선 상당한 문화 충격입니다.

🔍갤갤
솔직히 말하면 저 역시 인도네시아 대선에 틱톡이 적극적으로 활용됐다는 얘길 들었을 때 신기하고 놀라운 감정이 먼저 들었습니다.

👯이예승
또 하나 유의할 점은 인도네시아에서 틱톡은 SNS 그 이상이라는 겁니다.

  인도네시아 스타트업을 얘기할 때 꼭 알아야 하는 두 개의 기업이 있습니다.

  • 승차 공유 서비스를 제공하는 고젝(Gojek)과
  • 인도네시아 최대 쇼핑 플랫폼 토코피디아(Tokopedia)인데요.

  인도네시아에서 나란히 1, 2위를 차지하던 두 개의 스타트업이 지난 2021년 합병해 고투(Go-To)를 창립했죠. 그런데 여기에 틱톡이 지난 해 12월, 15억 달러(약 2조 원)를 투자했습니다.

  정확하게는 고투(Go-To)기업의 쇼핑몰인 토코피디아의 지분 75%를 틱톡이 인수한 건데요. 틱톡으로선 인도네시아 이커머스 시장에 진입할 안정적인 발판을 마련한 겁니다.
🔍갤갤

와우! 2.7억 명이 이용하는 인도네시아 최대 온라인 쇼핑몰을 틱톡이 인수했다구요? 예승님이 아니었다면 전혀 몰랐을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청년세대가 틱톡 돌풍에 힙입어 군 출신에다 나이도 가장 많은 프라보워를 선택했다는 게 여전히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이예승 
여기서부터 섬세한 분석과 평가가 필요합니다.

  크게 두 가지로 말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청년 세대의 성향입니다. 인도네시아가 본디 세속 이슬람이었습니다만 2010년대 들어 근본주의 이슬람으로 선회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요.

  2030 세대에게 이슬람이 강화되는 보수화를 지지하냐고 묻는다면 절대다수가 NO라고 답할 겁니다.

  그러나 정치적 이데올로기에선 다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 젊다고 해서 윗세대보다 정치적으로 더 진보적인 선택을 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청년 세대가 보수화됐다는 얘기도 아닙니다.

  인도네시아 싱크탱크(CSIS)가 2024년 1월 10일 부터 16일까지 진행한 지표조사에 따르면

  • Z세대의 선택 경향은 일반 유권자의 지지 경향과 다르지 않다고 합니다.

  즉, 밀레니얼 세대-X세대-베이비붐 세대의 선택 경향은 같았다는 거죠. 지금 내가 당면한 문제를 누가 더 잘 들어주고 공감하고 해결해줄 수 있는가가 전 세대를 아울러 이데올로기보다 더 중요하다는 겁니다.
인니의 대표적 미디어 중 하나인 콤파스에도 흥미로운 사설 하나가 실렸는데요.

  2030세대보다 오히려 X세대가 이데올로기적으로 진보적인 선택을 한답니다. X세대는 수하르토 정권 시기에 반독재 민주화 운동을 주도했던 세대기에 한국의 86세대처럼 반독재 성향이 강합니다.

  때문에 지금은 이혼을 해 싱글입니다만 독재자인 수하르토 전 대통령의 딸과 결혼했었고, 민주화 운동가를 납치한 의혹을 받고 있는 전직 군인 출신인 프라보워의 인기가 X세대에겐 매우 낮습니다.

  그렇다고 Z세대가 아무 생각이 없다는 얘기는 거듭, 전혀 아닙니다. 콤파스 사설에 따르면

  • Z세대가 환경・교육・고용 문제에 목소리를 높이고 신념이 존재하며,
  • 첨단 기술을 활용해 창의적으로 문제해결을 하려는 시도도 많이 합니다.

  다만, 다른 세대에 비해 해당 분야에 대한 지식이 낮아 신념과 인식 사이에 격차가 존재한다고 평가합니다.

🔍갤갤
조금 쉽게 풀어 설명하면 인도네시아 청년들에겐 후보자가 과거에 독재정권과 긴밀한 관계를 형성했는지 여부가 그다지 중요한 판단 요소가 아닐 수도 있다는 거네요?

👯이예승 
독재를 자발적으로 선택할 이들은 전 세계적으로 많지 않을 겁니다. 그럼에도 프라보워에 덧씌워진 독재적 이미지가 틱톡에서 만들어진 밈을 통해 꽤 많이 희석된 효과가 있습니다.

  • 12월 말까지 프라보워 지지율이 50%를 넘지 못했고,
  • 청년층에게도 권위적이고 보수적인 인물이라는 인식이 강했습니다.

  인도네시아는 2월 대선에서 득표율이 50%를 넘지 못하면 1위와 2위가 6월에 결선 투표를 치르는데요. 많은 수의 전문가들은 프라보워가 낙선하고 1번과 3번 후보가 결선 투표에서 맞붙는 그림을 예측했습니다만

  불과 두 달 사이에 판세가 뒤바뀌었습니다. 프라보워가 58% 남짓의 득표율을 얻어 결선 투표 없이 대통령으로 당선됐습니다.

  그 중심엔 틱톡이 있습니다. 고양이와 찍은 사진이라든지 특히 춤추는 영상이 퍼지며 프라보워가 무해하다는 이미지가 강화됐달까요?
이를 테면 한국에서 홍준표 의원이 홍카콜라라는 브랜딩으로 크게 인기를 끌었던 것처럼 말이죠.

  틱톡이 선거의 전부는 아니지만 프라보워를 찍지 못하는 찝찝함을 재밌는 아저씨로 희석하는 역할을 제대로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갤갤
저도 영상을 봤는데요. 피식 웃음이 났습니다. 막춤을 추는 프라보워를 신나는 댄스 음악에 맞춰 편집한 쇼츠에서 눈을 뗄 수가 없더군요.

  대통령이나 총리에 당선되길 원하는 전 세계 정치인은 프라보워 선거 전략을 따로 시간 내어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홍준표 의원이 홍카콜라로 인기를 끌었다고 대통령에 당선되지는 못했지 않았습니까? 프라보워만의 선거 전략엔 어떤 특별함이 있었던 건가요?

👯이예승 
여기서 두 번째 포인트가 등장합니다.

  다름 아닌 조코위 현 대통령입니다.

  14개월 전이었죠. 델타 월딩은 정치적 후계자가 없는 조코위가 프라보워 당시 국방장관과 2024 대선에서 협력할 가능성을 전망한 바 있었는데요.

  실제로 그 일이 일어났습니다.

  인도네시아는 대통령과 부통령이 러닝메이트로 함께 출마해야 하는데요. 프라보워와 짝을 맺은 부통령 후보가 조코위의 아들이었습니다.
🔍갤갤
쉽게 말해 조코위와 프라보워가 말 뿐인 협력에 그치는 게 아니라 아들을 매개 삼아 정치적 동거에까지 이르렀다는 거네요?

👯이예승 
틱톡은 프라보워의 이미지를 보수적인 군인에서 무해하고 재밌는 옆집 아저씨로 전환시켜 줬다면

  • 실질적으로 지지율을 끌어 올린 건 조코위의 아들이자 부통령 후보였던 기브란이었습니다.

  앞서 다른 대통령 후보들의 나이가 50대인 반면 프로보워만 유일하게 70대라고 설명해 주셨는데요. 부통령 후보인 기브란은 1987년생으로 나이가 36살입니다. 이러한 점이 유권자들로부터 호감을 샀구요.

  또한 조코위 대통령의 지지율이 여전히 80%에 오르내릴 정도로 인기가 매우 높습니다. 다만 현직 대통령인 만큼 선거운동을 할 수가 없지만 이외 가족은 선거유세에 동참합니다. 이때문에 유권자들로부터

  • 아! 조코위가 사실상 프라보워를 지지하는구나
 
  라는 메세지를 심어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갤갤
대통령의 가족이라고 정치활동을 막을 순 없을 겁니다. 그럼에도 대통령이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않는다는 비판에 직면했을 것 같은데 현지 분위기는 어떤가요?

👯이예승 
이번 대선 직전 <Dirty Vote>라는 제목의 고발 다큐가 유튜브에 업로드됐습니다. 

  주요 내용은 조코위가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않았고, 특히 인도네시아에는 Bantuan Sosial(Bansos)라는 사회부조정책이 있는데요. 이를 선거운동으로 활용했으며 내각 장관들도 직위를 활용해 선거운동을 진행했다는 문제제기를 담고 있습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고발의 포인트가 프라보워가 아닌 조코위입니다. 인도네시아 민주화를 상징하는 조코위가 자신의 정치 왕조를 유지하기 위해 프라보워와 손 잡은 것은 물론 아들까지 이용하느냐는 비판인데요.

  원래 인도네시아는 40세 이하는 대통령 후보로 출마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헌법소원을 내 40세 이하 즉, 36살의 기브란도 부통령 후보로 출마할 수 있게끔 바꿔버렸습니다. 때마침 기브란의 고모부이자 조코위의 매제가 헌법재판소장이었고 결국 그는 헌법재판소장에서 물러났습니다.

🔍갤갤
조코위는 한국에서도 인지도는 물론 호감도가 매우 높은 대통령입니다만 말씀주신대로 ‘조코위 정치 왕조’를 만들려는 시도가 너무 노골적이라 다소 놀랍게 다가옵니다.


  조코위가 왜 이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선 다음에 또 시간 내어 다뤄보도록 하구요.


  어느새 헤어질 시간입니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놓쳐선 안 되는 또다른 이야기 부탁드립니다. 


👯이예승 
이번 대선에서 제가 주목한 건 GenZ입니다. 40세 이하 인구가 70%지만

  • GenZ는 특히 19%나 될 정도로 비율이 높습니다.

  이들은 아직 소득이 낮지만 소비 눈높이는 한국과 비슷합니다. SNS를 통해 외부 문화를 빠르게 습득하고 소비문화는 이미 소득을 뛰어 넘을 정도입니다. 

  게다가 중산층도 급속도로 증가했는데요. 증산층이 증가할수록 정치적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는 건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미 대선 당시 바이든도 중산층을 강조했고 시에라 소사이어티에서도 #중산층모더니티 라는 베이스캠프를 운영하고 있죠.

  중산층과 소비문화, 민주주의 이렇게 세 가지는 불가분의 관계기 때문입니다.

  마침 코트라에서 지난 해 1월에 <아세안 시장 인구 트렌드와 기회 요인>이라는 흥미로운 보고서를 발간했습니다. 인도네시아 소비자를 연령과 계층, 거주지역에 따라 세분화해 라이프스타일을 정리했는데요.
중산층이 증가하고 새로운 방식의 소비문화가 자리잡는 과정이 한국의 90년대 초반과 비슷하다는 인상을 많이 받습니다.

  • 하지만 종교적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집단이 중산층과 많이 겹치기 때문에
  •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지 주목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인도네시아를 이해할 때 또 하나 유의할 점은 현지 브랜드를 상당히 선호한다는 겁니다. 아울러 민족주의 정서가 매우 강한데요. 여기서 민족이란 특정한 인종이나 종족을 의미하는 게 아닙니다.

  • ‘인도네시아’라는 국가 안에서 통합된 시민으로서의 민족주의입니다.

  이는 바로 이웃한 말레이시아와 비교할 때 더욱 선명해집니다.

  말레이시아는 말레이계 우대 정책으로 비말레이계인 역차별 문제를 가지고 있는 것과 달리 인도네시아는 인도네시아 정체성을 강조하며 통합 정책을 펼쳤습니다. 때문에 중국계 인도네시아인들은 중국어를 잘 하지 못합니다. 공용어로 영어를 사용하고 일상에서는 중국어를 사용하는 중국계 말레이시아 사람들과 크게 다른 점이죠.

  즉, 인도네시아의 민족주의와 민주주의 나아가 소비문화 등은 비네까 뚱갈 이까(다양성 속의 통일)라고도 하는 인도네시아 통합 정책 위에서 바라봐야 합니다.
🔍갤갤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인도네시아 전문가 이예승님과 인도네시아 대선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예승님은 한국외국어대학교 아시아언어문화대학에서 말레이-인도네시아어 번역 강의를 맡고 있으며, 법령 관련 공공기관에서 아세안 국가 법령을 수집・번역하며 동향을 분석하는 연구원으로 재직 중입니다. 시에라 소사이어티의 오랜 원정대원이기도 한데요.

  인도네시아에 관한 얘기는 언제나 재밌고, 끝이 없습니다. 다음에 또 예승님과 함께 인도네시아의 민족주의와 민주주의에 관해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보겠습니다.
예승님과의 이야기를 다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인도네시아 대선, 왜 하필 틱톡인가?

①모바일 보급률 확산
  • 도농격차의 한계를 뛰어 넘어 하나되는 인도네시아를 만들어준다.

②국제사회의 후발주자 인도네시아, 40대 이하가 인구의 70%를 차지하는 젊은 인도네시아
  • SNS계의 후발주자 틱톡과 만나 대선 돌풍을 불러 일으켰다.

③인도네시아 틱톡 돌풍
  • 미국에서 만들어지지 않은 SNS가 처음으로 선거에 영향을 미친 사례

④프라보워는 대선 후보들 중에서 가장 나이 많고 심지어 군인 출신
  • 그러나 틱톡을 통해 무해한 아저씨라는 인상 심어줘…

⑤프라보워의 지지율을 실질적으로 견인한 건
  • 부통령 후보지아 조코위 현 대통령의 장남인 기브란의 영향… 

⑥조코위가 자신의 정치 왕조를 유지하기 위해
  • 헌법소원까지 내며 아들을 부통령으로 출마시키는 등 정치적 중립성 비판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⑦인도네시아 중산층 빠른 속도로 성장 중
  • 그러나 이들은 현지 브랜드 선호 

⑧인도네시아의 민족주의와 민주주의, 소비문화
  • 다양성 속의 통일(바네까 뚱갈 이까)이라는 인도네시아 통합 정책 위에서 바라볼 필요 
오늘도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인도네시아 대선과 관련해 전하고픈 의견이 있다면 이곳에 남겨 주세요. 더 많은 비밀요원과 나누겠습니다.

  그럼 우리는 다음 비밀작전으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월 3주] 다른 나라 2030 속마음~
  • ②인도네시아 대선, 왜 하필 틱톡인가? LINK
  • ①싱가포르 2030, 집을 줘도 결혼을 안 한답니다. LINK

[1월 3주] 흔들리는 건 바람이 아니라 네 마음~
  • ③21세기 대항해시대가 온다! ft.사우디 홍해 프로젝트 LINK
  • ②셀럽들은 디올을 좋아해? ft.김주애와 샛별장군 LINK
  • ①대만의 숨겨진 2030 민심들! LINK
😎델타 월딩 접선 일정
🏔 시에라 소사이어티, 무엇을 하나요?
  • 4주에 한 번, 온・오프라인으로 동시에 만나
  • 전문가와 함께 글을 읽고 대화를 나눕니다.  

💬 어떤 내용들을 다루나요?
  • 테마 1. 세계지도 다시 그리기, 세계 루트파인딩, 아날로그 책읽기, 술술지정학, 하드코어 독서모임 등 외교안보 집중 코스
  • 테마 2. 정책공작소, 미디어 모자이크, 빅테크 느와르, 중산층 모더니티, 지속가능성(교육・노동・환경) 등 한국사회 딥다이브 코스
  • 테마 3. 갈등디자인, The First Zero 글쓰기, 델타 월딩 마법학교, 처음 만나는 영화 등 일 하는 사람으로서의 ‘나’를 재충전하는 코스

🌈 무엇을 가져갈 수 있나요?
  • 다양한 사람들 속에서 나를 성찰하며 새로운 나를 만들어갑니다.
  • 세상을 더 넓고 깊게 들여다 보며 공동체의 가치를 회복합니다.
크리에이티브 그룹 '건강한 에너지(GU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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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126-549892-02-001 (후원)

네 번째 세계를 향해! 델타 월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