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체 생각이 많은 타입이라 평소 머리속은 그야말로 뒤죽박죽입니다. 뭐 하나 시작하려고 하면 우선 첫 번째, 가능성부터 따져봅니다. 두 번째, 기회비용도 고려해야죠. 세 번째, 이유가 합당한지 생각해야 합니다. 그렇게 일을 시작해도 고민되는 부분은 끊이지 않습니다. 이걸 계속하는 게 맞는 건지, 기대한 만큼의 성과를 달성할 수 있을지, 혹시나 다른 더 좋은 방법이 있었던 건 아닌지…
어렸을 때는 뭐 하나 진득하게 한 적도 없었습니다. 인생 콘셉트가 용두사미인가 싶을 정도였으니까요. 어떻게든 꾸준히 밀고 가지 않으면 죽도 밥도 안 된다는 당연한 사실을 깨닫고 난 후에는 루틴이라는 고마운 장치를 삶에 들일 수 있게 되었지만, 뭔가를 시작하기 전에 더 따져보게 되는 반사작용 또한 얻었습니다. 애초에 박약한 의지로 완벽주의를 꿈꾸다 보니 스스로를 들들 볶다 못해 지쳐버리기 일쑤였습니다. 나서는 성격도 되지 못해서 스스로를 드러내는 것도 유별나게 어색해하곤 합니다. (아무래도 이 성정은 평생 고쳐지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만) 사실 이 레터도 그런 성격을 좀 고쳐보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기도 하고요.
그러다 작년 커리어의 대전환을 겪으면서 더 이상 이대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도 나에게 부탁하거나 요청하지 않는 자유로운 입장은 반대로 이야기하면 아무도 나를 기다리지 않는다는 말이었습니다. 내가 직접 먼저 나서기 전까지는요. 주저하기엔 시간이 없고, 시도할 일은 산더미이고, 가만히 있으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마감인간은 발등이 타오르고 나서야 일을 시작합니다. 이쯤 되니 뭐라도 해야겠더라고요. 그쯤에 유튜버 Jon Youshaei의 TED Talk이 구체적인 시발점이 되어주었습니다. 간단히 정리하면, 결과가 어떨지는 아무도 모르니 일단 세상에 창작물을 내놓아야 한다는 내용이었어요. 당연하게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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