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에는 최민서 인턴기자가 동물윤리 철학에 관한 책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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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리 그루언, <얽힌 공감>
“얽힌 공감은 다양한 생각과 감정을 통합해 다른 이의 상황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아내는 과정이다. 이러한 역량을 갖춘다면 앞에서 살펴보았듯 직접 만난 적 없는 존재나 낯선 개별 존재들로 이루어진 집단과도 공감적으로 관계 맺을 수 있다.“ _<얽힌 공감> 중에서
우리 곁의 동물이라고 하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강아지나 고양이, 혹은 얼마 전 많은 사람을 마음 졸이게 했던 탈출 늑대 ‘늑구’를 떠올릴 수도 있겠습니다. 이렇듯 동물이라는 범주는 “지나치게 방대하고 모호”합니다. 동물원에서만 볼 수 있는 판다도 동물이고, 공장식 축산 시설에 있는 닭도 동물입니다. 인간의 가장 친한 친구인 강아지도 동물이고 더러운 존재로 여겨지는 길가의 비둘기도 동물이죠.
<얽힌 공감>의 저자인 페미니스트 동물윤리 철학자 로리 그루언은 바로 이 지점에 주목합니다. 우리는 흔히 동물을 하나의 범주로 묶어 이야기하지만 실제로는 서로 전혀 다른 삶과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존재들이라는 것입니다. 이 책은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다시 생각해보게 만듭니다. 동물을 귀엽거나 불쌍한 존재로 바라보는 인간 중심의 감정을 넘어 우리가 이미 수많은 동물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개념이 ‘얽힌 공감’입니다.
먼저 저자는 전통적인 윤리 이론이 지닌 한계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전통적 윤리 이론은 ‘유사성’에 집중해 문제를 분석해나갑니다. 동물도 인간처럼 고통을 느끼고 감정을 경험하기 때문에 존중받아야 한다는 식입니다. 책에 따르면, 이처럼 같은 종류의 지능이나 인지능력, 취약함 등을 공유한다는 동일성만을 강조할 때 우리는 “타자의 삶이 지닌 고유하고 가치 있는 측면을 간과”할 수 있습니다.
저자는 유사성에 집중한 전통적 윤리 이론에서 벗어나 개별적 존재의 차이를 다루는 페미니즘적 돌봄 전통을 적용할 것을 제안합니다. 동물 윤리에서의 페미니즘적 돌봄 전통은 “우리가 다른 동물의 다양한 차이에 주의를 기울이도록 촉구”합니다. 나아가 동물을 둘러싸고 작동하는 정치·경제·문화·젠더적 기반과 권력 체계가 작동하는 구체적인 맥락을 분석해갑니다.
이렇듯 인간과 동물, 자아와 타자의 차이를 인정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다만 저자는 그 차이가 우열의 근거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합니다. 흑인/백인, 여성/남성 등 ‘A가 B보다 우월하다’는 식의 이분법은 수많은 착취나 배제를 정당화해왔습니다. 저자는 자아와 타자의 구분은 경계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존재들이 이미 관계 속에 얽혀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에 있다고 말합니다. 이를 위한 실천의 방법으로 ‘얽힌 공감’을 제시합니다. 얽힌 공감을 “우리가 타자와의 관계 속에 놓여 있음을 자각하고, 타자의 필요, 이해관계, 욕구, 취약성, 희망, 감수성에 주의를 기울임으로써 이러한 관계 안에서 응답하고 책임을 다하도록 요청받는 감정과 인지가 뒤섞인 경험적 과정.”이라고 정의합니다.
얽힌 공감에서의 공감은 감정이 아닌 윤리적 실천에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누군가를 불쌍하다고 느끼는 마음이나 일시적인 연민에 머물지 않습니다. 얽힌 공감은 내가 타자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인식하고, 그 관계 속에서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지 고민하는 윤리적 실천인 것입니다.
저자는 내 곁에 있는 반려동물뿐만이 아니라 한 번도 만나본 적 없는 존재들에게서도 얽힌 공감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예를 들어 가공식품에 사용되는 팜유를 생산하는 과정에서는 오랑우탄의 서식지가 사라집니다. 우리가 오랑우탄을 직접 만난 적은 없을지 몰라도, 가공식품 소비를 통해 오랑우탄과 이미 연결되어 있는 것이죠. 얽힌 공감은 바로 이러한 연결을 알아차리는 데서 시작됩니다. 저자는 우리가 이미 동물과 깊게 연루되어 있다고 말하며 “알아차리고, 주의를 기울이고, 성찰하고, 돌보고, 책임”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저는 유기견 보호소에서 입양한 강아지를 키우고 난 뒤부터 동물권에 관심이 생겼어요. 그래서 “우리가 어떤 존재들과 교감하기 시작하면, 우리는 수많은 다른 존재와 맺는 관계 그리고 그 관계에 대한 우리의 책임을 서서히 이해하게 된다”는 저자의 말에 깊게 공감했는데요.
그렇지만 이 책이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만을 위한 책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인간이 아닌 존재와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지, 나의 선택이 누구의 삶과 연결되어 있는지 고민해본 적 있는 이들에게 이 책은 매우 유효한 질문을 던진다고 생각합니다. 또 동물만이 아니라 나보다 연약하고 소외된 존재와의 공존으로도 넓혀볼 수 있을 겁니다. 동물권에 관심이 있는 입주자님들은 물론 돌봄, 관계, 공존의 윤리에 관심 있는 입주자님께도 이 책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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