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마음으로 <시사IN>을 후원하실까?’ 님께 편지를 쓰면서 가장 먼저 이 질문이 떠올랐습니다. 저도 스무살 때부터 서른을 코앞에 둔(!) 지금까지 후원해온 몇몇 단체가 있습니다. 후원을 시작하게 된 이유는 단체마다 제각각이지만, 후원하는 단체가 ‘세상에 필요한 일’을 하는 곳이라는 점은 모두 같습니다. 그 일을 매번 나누지 못하는 대신 후원의 방식으로 함께하고 싶었는데요. 님께서도 같은 마음이시지 않을까, 감히 짐작해봅니다. 이렇게 생각하고나니 신발끈을 고쳐 매게 되는데요. 깊이 감사드립니다.

5월 변진경 신임 편집국장이 취임하면서, <시사IN>에 크고 작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저도 새로운 팀으로 발령받았습니다. 2021년 6월 입사해 3개월간의 수습 기간을 마치고부터는 줄곧 정치팀에 있었는데요. 300명 국회의원 중 아는 이름이 한 줌도 채 되지 않던 막막한 시간을 거쳐, 2022년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 2024년 총선을 취재하고 나니 어느새 3년이 흘렀더라고요 :) 이번 총선에는 <시사IN> 유튜브 ‘김은지의 뉴스IN’ 팀에서 평소와 달리 하루 단위로 뉴스를 전하는 경험을 하기도 했습니다.

5월부터는 국회를 떠나 사회팀에서 일하게 됐습니다. 다시 수습 때로 돌아간 것마냥, 무엇이 중요한지 잘 갈피가 잡히지 않는데요. 통상 일간지 기자들은 (경찰서를 출입하는) 사건팀, 법원, 검찰, 교육부, 보건복지부, 국토교통부 등 출입처를 잘게 나눠 취재합니다. 그러다보니 국회를 떠났다는 소식을 전하면, ‘이제 그럼 어디 출입해요?’라는 질문을 받습니다. 그럴 때마다 ‘<시사IN> 사회팀은 출입처가 따로 없다’라고 답하면서 이렇게 덧붙이고는 합니다. "굳이 나누면, ‘전부 다’ 일 것 같아요."

사회팀에 오고 나서 한달 간 사회복무요원 업무 환경, 서울시 학생인권조례 폐지, 이태원참사 분향소, 전세사기특별법에 관한 기사를 썼습니다. 일간지 기준으로 나누면 한주는 고용노동부 출입기자였다가, 그다음주는 교육부 출입기자였다가, 또 그 다음주는 사건팀 기자인 셈입니다. 매주 새로운 사안을 접하고 공부해야 하다보니 정신도 없고 매번 부족하다고 느껴지는데요. 다만 부처 출입기자들의 시선이 주로 각 부처를 향해있는 것에 비해, ‘출입처가 따로 없는’ <시사IN>의 시선은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과 현장에 더 밀착해있다고 자부합니다.

5월24일에는 부산에서 한 전세사기 피해자를 만났습니다. 저보다 두 살 많은 젊은 여성이었는데요. 아직 부모님에게도 전세사기 피해 사실을 말하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두 분 다 아픈 상황이다보니 더 걱정을 끼칠 수 없다는 이유였습니다. 그는 대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같은 건물 피해자들뿐만 아니라, 부산 지역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모아 목소리를 내고 있었습니다. 그런 그가 제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막막해요. 부산만해도 계속 전세사기 피해가 발생하는데,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조용해요. 왜 누가 죽지 않으면, 전세사기 기사가 안 나올까요? 저희(전세사기 피해자들)끼리는 정부에서 기사가 못 나오게 막고 있는 거 아니냐, 이런 의심까지 하게 돼요.” 부산에서 기차를 타고 내려오는 길 내내 이 이야기가 마음에 남았습니다. 

<시사IN> 취재기자들은 매주 목요일 아침마다 그 주 어떤 기사를 쓰고 싶은지 ‘발제’를 합니다.님께서 후원으로 함께해주시는 마음을 곱씹으며, 지금, 꼭 필요한 기사를 써보겠습니다. 님도 다가올 더운 여름 건강하게 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