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영희 선생님과 나 / 김동춘

5월에 다시 돌아보는 리영희


뉴스레터 #48호를 발행합니다.

벌써 5월입니다. 싱그러운 신록의 계절이지만 중동에서 들려오는 소식은 여전히 우리의 마음을 어둡게 합니다. 전쟁과 야만의 시기가 계속되고 있고 무도한 미국의 행태를 지켜보고 있자니 바로 그 지점을 가장 날카롭게 파헤쳤던 리영희 선생님이 더욱더 생각나는 시절입니다. 

지난 4월 21일 광주에서 재단은 광주 민청학련동지회와 전대 민주동우회와 함께 <나와 리영희> 북토크를 개최했습니다. <생각하고 저항하는 법을 가르쳐준 사람, 리영희를 다시 보다>라는 제목으로 김효순 리영희재단 이사장이 사회를 맡고 박병기, 박장수, 전진희, 황석영 네 분을 이야기 손님으로 모셨습니다. 광주의 황광우 선생님이 리영희 선생에 대한 개인적인 회고와 더불어 광주 북토크의 생생한 현장 이야기를 담아주셨습니다. 

이어서 김동춘 선생님은 리영희 선생의 저작들이 우리에게 남긴 의미가 무엇인지, 그리고 지식인 리영희는 한국 사회에 또 어떤 의미를 가졌던 사람인지를 다시 한번 짚어보는 글을 보내주셨습니다. 무엇보다도 일방적인 숭배나 찬양, 그리고 반대편에서의 흠집내기와 폄하를 넘어 선생에 대한 객관적이고 체계적인 재평가가 지속적으로 이뤄질 필요성을 얘기하신 부분이 인상적입니다. 또 한편으로 선생과의 개인적인 인연과 관련한 에피소드를 비롯해 개인적으로 나눴던 서신들도 보내주셔서 재단 아카이브에 공유하게 되었습니다. 

암울한 세계 정세 속이지만 민간에서는 남북끼리의 작은 만남들이 소소히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지난 3월 호주에서 열린 여자축구 아시안컵에서의 응원을 통한 작은 마주침이 있었는데요, 5월 20일 AFC 여자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전, 수원FC와 내고향여자축구단의 남북 경기가 수원에서 열립니다. 재단에서는 지난 호주 여자아시안컵에 이어 이번 수원 경기에서도 현장 응원단을 조직해보려 합니다. 아래 링크를 통해 공동응원 참가 신청을 받고 있습니다. 이런 만남들이 더 자주 이뤄지면 서로 굳게 닫힌 마음들이 조금씩 열리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재단 소식

<나와 리영희> 출간례를 가다

 
황광우(<철학콘서트> 저자, 인문연구원 동고송 이사)
오늘의 출간례는 요란한 빈 깡통으로 그치는 정치인들의 그것과는 사뭇 달랐다. 리영희 선생을 회고하는 자리여서 좋았기도 하였고, 노익장을 과시한 황석영의 구수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좋았다. 가끔 우리의 젊은 시절을, 그 시절의 열정을 상기하는 이런 자리가 열리면 좋을 것 같았다. 

“그때 버스가 다 만원이었잖아. 손님들은 버스를 타려고 하고 틈은 없고, 그러면 어떻게 하죠? 운전대를 획 돌려버려요. 그러면 사람들이 한쪽으로 밀려버리잖아. 그런 거죠. 나도 북한을 방문하고  『그곳에 사람이 살고 있었네』라는 글을 썼잖아. 북을 미화하는 글이었죠. 제가 그 글을 쓴 이유는 반공주의, 반북주의에 대한 전회였어요. 루이제 린저도 그런 심경에서 북을 옹호하는 글을 썼다고 봐요. 내가 『무기의 그늘』에서 노린 것도 그래요. 반공 소설을 뛰어넘는 작품을 쓰자는 거였죠. 사회가 극우로, 오른쪽으로 치달리고 있으니 작가는 왼쪽으로 치우치는 글을 쓴 겁니다. 『전환시대의 논리』가 우리에게 말하고자 하는 것은 뭐였습니까? 베트남전쟁의 비리, 모순을 파헤치는 이 글이 우리에게 말하고자 한 것은 그것이었죠. 베트남전쟁은 한국전쟁이다. 남의 슬픔으로 내 울음을 한 거였어요.”      

북토크 영상 보기

재단과 함께하는 사람들

리영희 선생님과 나

 
김동춘(성공회대 명예교수, 좋은세상연구소 대표)
재단 아카이브

리영희가 김동춘에게 보내는 서신

김형,
안 표지에 서명하여 역사비평사를 통해서 우송해준 역저 <한국사회노동자연구>를 고맙게 받았습니다. 나의 딸이 연세대 생물학과에 들어가더니(82년) 2학년에 올라가면서 인천구로지역 공장에 들어가 6년간을 거의 소식도 없이 지내고 87 이후에는 복교와 제적을 거듭하다 93년에 졸업이라고 해요. 그래서 언제나 이른바 ‘학출노동자’에 관심이 깊어서, 김형의 책 363 페이지 “대학출신...”부터 읽어보았습니다. 도대체 얼나마 많은 학생들이 ‘학출’로 들어갔던 건지? 지금도 나에게는 그것이 궁금해요. 그 낭만적이고 희생적이고 정의심이 강했던 젊은이들! 그러면서 “혁명”의 꿈의 좌절에 눈물을 머금고 현장을 떠난 젊은이들. 김형의 책 서문에 그들의 일부가 현재의 노동운동의 주요 지도자층을 이루는 것으로 설명되어 있는데, 이탈했거나 남아있거나 나는 나의 딸을 통해서 그들의 “순정”을 고귀하게 여기는 거지요. 궁금해서 러시아 혁명 전시기의 “브나로드”와 “나로드니키”의 수량적 동태를 알고 싶어서 사놓고 30년이 되는 E. H. 카의 <볼셰비키 혁명>을 다시 한번 훑어볼 기회가 되었습니다. 목적과 초지를 달성했느냐의 여부와는 관계없이 그리고 또 학출들의 전술과 행동상의 문제점들을 숙지하면서도 그 시기 노동의 현장으로 꿈을 품고 뛰어들어갔던 학생들을 나는 눈물겹도록 사랑하는 거지요. 대학출신 노동자의 형성과 활동이 좀 더 많은 내용이었으면... 하는 생각을 하면서 책을 보내준 배려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몇 줄 적어서 보내는 바올시다.

뜻깊은 추석이 되기를 바라면서 1995년 9월 000 리영희
재단 소식

남북 여자축구 공동응원단 신청 안내

리영희재단이 한겨레통일문화재단과 함께 '수원FC 위민 vs 북측 내고향여자축구단' 경기의 공동응원단을 모집합니다. 수원에서 펼쳐질 뜻깊은 경기에 우리 재단 회원님들께서도 응원의 발걸음으로 함께해 주시길 바랍니다.

-경기명: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수원FC 위민 vs 내고향여자축구단’
-일시: 5월 20일(수) 오후 7시
-장소: 수원종합운동장(경기장 앞에서 함께 입장/개별 해산)
-신청대상: 관심 있는 분 모두
-신청기한: 5월 12일(화) 자정까지(상세안내는 신청 마감 후 개별적으로 문자 드립니다)
-문의: 한겨레통일문화재단 사무국(02-706-6008)

발행인: 김효순(리영희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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