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지 않은 독자님들께, 


한참을 서성이다 적습니다. 머리로 마음으로 손으로 이리저리 걷고 상상해 보다가 결국 나는 앉습니다. 매일 쓰는 이 자리에 앉았습니다. 다만 오늘은 쓰지 않음에 대해 말해야 할 것 같습니다.

우리 모두 구면이리라 믿습니다. 나약한 마음으로 밀고 나가던 모든 지면의 독자님이시지요. 그리고 제게 어떤 믿음을 주신 분들이기도 합니다. 제가 돈이라는 무시무시한 것과 조금은 싸워볼 수도 있겠다, 근거 있게 자만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체면치레를 너무 사랑해서, 여러분께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그래서 내게 어떤 일이 있던 그것은 그것이고, 이것은 이것입니다. 안부를 전하고, 답장을 받고, 그렇게 매달 매일을 같이 살아내고. 말 없이도 그렇게 연결되어 살아갈 수 있다는 게 기뻤습니다. 그래서 척이라도 좋으니, 눈 딱 감고 거짓말이어도 좋으니, 아무렇지 않은 척 해보고 싶었습니다. 정말입니다. 그런데 그게 잘 안 될 것 같습니다. 

마음이 많이 낡았습니다. 낡은 마음을 드리고 싶지 않습니다. 더욱이 이 편지라면, 정말로 그러고 싶지 않습니다.
간단한 풍파 정도야 코웃음치며 넘겨버릴 수 있을 때까지, 편지는 잠깐만 쉬겠습니다. 

올해는 운이 좋다면 몇 권의 책이 나올 것 같습니다. 오로지 제 이름으로, 처음부터 밀고 나가야 하는 그런 책들이요. 그런데 써놓은 것이 없습니다. 그래서 매일 써야 합니다. 편지 대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열심히 쓰고있겠습니다. 늦어도 겨울에는 우리 만날 수 있게요.

친구들이, 엄마가, 제 전화를 받으면 깜짝 놀랍니다.
나는 그것이 무척 마음 아픕니다.
제가 전화해도 놀라지 않게, 무턱대고 편지해도 걱정스럽지 않게, 스스로를 잘 돌보겠습니다.


2022.01.25
작은 참새 드림



예전에 읽은 시를 한 번 더 보내드리고 싶습니다.
이기리 시인의 <더 좋은 모습으로 만나겠습니다> 입니다.
매일의 제 마음과 무척 닮아 있습니다.
꼭 들어주시면 기쁘겠습니다.

더 좋은 모습으로.
더 좋은 모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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