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 년 전 이 영화가 개봉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저는 극장에 가지 않았습니다. 대충 보아도 굉장히 난감하고 난해한 영화일 거라는 예감이 들었거든요. 그렇게 십 년을 미루고 미루다, 단단히 마음을 먹고 보기 시작했는데 생각 외로 좋았습니다. 그냥 좋은 정도가 아니고 굉장히 좋았어요. 어느 정도였냐면, 아무에게나 전화를 걸어 빨리 이 영화를 보라고 소리치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그렇지만 아마도 이 영화를 십 년 전 그때 보았다면 틀림없이 저는 영화를 보다 졸거나 보고 나서 화를 냈을 겁니다. 기승전결이 있는 이야기는 아니거든요. 중심 사건이 있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주인공이 움직이는 그런 이야기는 아닙니다. 하지만 마음 깊숙한 곳을 건드리는 무언가가 있어요. 나이를 먹어서 좋다는 생각을 『홀리 모터스』의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는 내내 했습니다.
"무성영화 시절 무르나우의 영화를 보면 배우를 바라보는 카메라에서 신의 눈길이 느껴진다. 요즘은 유튜브니 뭐니 해서 쉽게 영상들을 찍고 올린다. 어디에나 영상이 넘쳐난다. 하지만 그 영상들 속에서는 신의 눈길을 느낄 수 없다. 나는 아무리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이를 복원해내고 싶다. 아주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