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탄 #경계선 #홀리 모터스
다정한 구독자 님께

안녕하세요. 큐레이터 Q입니다. 
오늘은 조금 특별한 영화 세 편을 가져왔습니다. 정말 소개하고 싶었지만 제각각 독특해 감히 하나의 카테고리로 묶을 수 없었던 영화들이에요. 굳이 공통점을 찾자면 보는 내내 줄거리를 예상할 수 없다는 점? 

노래든 영화든 그다음 멜로디나 사건의 전개를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잖아요. 하지만 오늘 소개하는 영화는 어떻게 이야기가 튈지, 감이 쉬이 오지 않습니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이라는 말이 꼭 맞게 적절한 것 같아요. 이한 에너지로 가득 찬 영화들. 함께 만나 보실까요?
티탄 (2021) 
영화 포스터에 새겨진 "올해의 미친 걸작"이라는 수식어가 저는 단순히 광고 카피일 줄 알았습니다. 이 영화는 작년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는데요, 칸 영화제에서 여성 감독이 황금종려상을 받은 건 1993년 제인 캠피온 감독의 영화 『피아노』 이후 두 번째라 더욱 화제였습니다. 그 긴 영화제 역사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여성 감독이 둘 뿐이라는 사실이 저는 좀 의아하고 슬펐습니다.

다시 영화로 돌아가서. 그래서 저는 저 엄청난 광고 카피가 화제성을 몰아 많은 관객의 이목을 끄려는 조금은 과장 섞인 수식어라고 생각했어요. 영화를 보기 전까지는 말이지요. "미친"이라는 수식어보다 더 이 영화에 어울리는 수식어는 없을 것 같습니다. 줄거리 자체는 복잡하지 않아요. 교통사고로 머리에 티타늄을 심고 살아가는 여자와 10년 전 아들을 잃어버린 남자가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쥘리아 뒤쿠르노 감독은 칸 영화제 시상식에서 "괴물을 받아들여 준 칸 영화제에 감사하다"라고 수상 소감을 전하기도 했어요. 영화를 보기 전 마음의 준비가 필요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안전벨트 꽉 매고 액셀을 밟을 준비, 되셨나요?

감독 : 쥘리아 뒤쿠르노
러닝타임 : 1시간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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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선 (2018)
여기, 한 여자가 있습니다. 그녀의 이름은 티나. 그녀는 항구에 있는 출입국 세관에서 일하고 있어요. 국경을 오가는 사람들을 보며 혹 이상한 물건을 들여오는 사람은 없는지 살핍니다. 그녀에게는 특별한 능력이 있는데요, 바로 냄새로 수상한 사람을 알아챌 수 있습니다. 관용적으로 쓰는 "수상한 냄새가 난다"라는 문장이 티나에게는 문자 그대로 작동하는 거죠. 남들은 맡지 못하는 냄새를 맡고 그 속에서 남들은 알지 못하는 정보를 알아챕니다.

그날도 티나는 일터에서 수상한 냄새를 내뿜는 사람을 만났습니다. 한 명은 경찰에 넘겼지만 한 명은 글쎄요... 어떤 수상한 점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자신의 후각 능력은 틀린 적이 없는데 대체 어찌 된 영문일까요? 수상한 냄새를 풍기던 그 남자는 또 보자는 인사를 남기고 세관을 떠납니다.

주인공의 독특한 외모와 후각 능력에 앞으로 어떤 이야기가 이어질지 자꾸만 궁금해지고 맙니다. 영화 『경계선』은 스웨덴 소설가 욘 아이비데 린드크비스트가 쓴 동명의 단편 소설을 원작으로 합니다. 영화 『렛미인』의 원작자이기도 하지요. 문학동네에서 출판한 소설집 『경계선』에서 원작 소설을 읽어볼 수 있습니다. 

감독 : 알리 아바시
러닝타임 : 1시간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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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리 모터스 (2012)
십 년 전 이 영화가 개봉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저는 극장에 가지 않았습니다. 대충 보아도 굉장히 난감하고 난해한 영화일 거라는 예감이 들었거든요. 그렇게 십 년을 미루고 미루다, 단단히 마음을 먹고 보기 시작했는데 생각 외로 좋았습니다. 그냥 좋은 정도가 아니고 굉장히 좋았어요. 어느 정도였냐면, 아무에게나 전화를 걸어 빨리 이 영화를 보라고 소리치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그렇지만 아마도 이 영화를 십 년 전 그때 보았다면 틀림없이 저는 영화를 보다 졸거나 보고 나서 화를 냈을 겁니다. 기승전결이 있는 이야기는 아니거든요. 중심 사건이 있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주인공이 움직이는 그런 이야기는 아닙니다. 하지만 마음 깊숙한 곳을 건드리는 무언가가 있어요. 나이를 먹어서 좋다는 생각을 『홀리 모터스』의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는 내내 했습니다. 

구구절절한 영화 소개 대신 레오 까락스 감독의 인터뷰 중 일부를 소개합니다.
"무성영화 시절 무르나우의 영화를 보면 배우를 바라보는 카메라에서 신의 눈길이 느껴진다. 요즘은 유튜브니 뭐니 해서 쉽게 영상들을 찍고 올린다. 어디에나 영상이 넘쳐난다. 하지만 그 영상들 속에서는 신의 눈길을 느낄 수 없다. 나는 아무리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이를 복원해내고 싶다. 아주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감독 : 레오 까락스
러닝타임 : 1시간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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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이야기 
"내가 뭘 본 건가."

영화를 보고 난 직후, 머릿속에 떠오른 문장이었습니다. 세 편 모두 당혹스러우면서도 기쁘고, 무언가 굉장한 걸 본 것 같은데 말로 설명하기는 어렵고,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자꾸만 생각나는 영화였어요. 일상을 살아가다 문득문득 영화 속 이미지에 붙잡히고 마는 경험을 님과 공유하고 싶습니다.

다음 편지에서 또 만나요. 
당신의 큐레이터, 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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