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 안녕하세요. 벌써 올 여름의 마지막 수요일이네요! 매월 마지막 주의 고독단 북레터는 책과 관련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이달의 별색 인터뷰’로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8월의 별색 인터뷰 주인공은 에세이 『서랍에서 꺼낸 미술관』을 쓴 이소영 작가입니다👏

최근에 휴가를 강릉으로 다녀왔는데, 경포대 바다를 오랜만에 보니 어느 외국 해변 못지않게 아름답더라고요. 이틀간 바다를 원없이 봤어요. 요즘은 필라테스나 운동도 조금 더 열심히 하게 되었습니다. 서재에 오래 앉아 있거나 서서 강의를 하다보니 체력이 참 중요하다고 느낍니다. 함께 살고 있는 그림이라는 갈색 푸들과 산책도 매일 갑니다. (너무 소중한 시간이에요.)

출간하고 3일간은 잠을 잘 못 잘 정도였어요. 걱정도 되고 설레고, 당연히 3일 안에 후기가 올라올 리가 없는데 몇번을 검색해봤는지 몰라요. 검색율은 제가 초반에 높였을지도 모릅니다 ^^ 지금도 여전히 설레고, 걱정도 됩니다. 이 책에 유명한 화가나 많은 사람들이 볼 때 ‘아, 아는 그림이다!’ 하는 미술작품이 거의 없어서 어떻게 보일까 조마조마하지만, 제게는 모두 아름다운 작품들이에요.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화가들을 찾을 때마다 내가 발견된 것 같은 기쁨을 느꼈습니다. 『서랍에서 꺼낸 미술관』의 서문에도 썼지만 마음의 땅 속으로 파고 들어가보면 저 역시 소멸될까봐 두려운 마음이 있었어요. 가려진 화가들의 가치를 찾으면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고, 내가 갑자기 사라질 것 같은 두려움도 극복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세상의 잣대나 기준과 달라도 훌륭하다는 것. 전문가가 아니라도 좋아하는 마음이 있다면 충분히 뛰어나고 가치 있다는 것. 세상이 기억하지 못하는 것을 하고 있어도, 그 모든 것이 유의미하다는 것. 그런 것들을 얻으셨으면 좋겠어요.

슬로 루킹(slow looking)을 권하고 있습니다.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나 파리 루브르 박물관의 관람객들을 조사해보니, 한 사람당 한 작품을 보는 시간이 3~7초 정도였다고 해요. 생각보다 짧죠. 전 그래서 미술과 친해지려면 우선 제가 가진 것을 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비단 미술만은 아니죠. 강아지와 친해지기 위해, 새롭게 하는 운동과 친해지기 위해 우리는 모두 시간을 할애합니다. 미술작품 역시 마찬가지인데요, 내가 작품을 보는 시간을 내어주지 않으면 미술은 내게 다가오지 않습니다. 한 작품을 응시하는 시간을 3초에서 10초, 20초, 30초, 1분 이렇게 조금씩 늘려보면 몰랐던 것들이 보이고 작가가 사용한 재료가 보이기도 하고, 제목의 의미가 다가올 수도 있을 거예요.

9월 2일부터 6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키아프 아트페어’와 ‘프리즈 아트페어’가 열립니다. 키아프는 가을마다 코엑스에서 진행된 거라 아는 분들이 많으실 텐데요, 프리즈 아트페어는 런던에서 시작된 아트페어가 올해 한국에 오게 된 것입니다. 이들이 열리는 삼사일간 시간이 된다면 꼭 가보시길 바랍니다. 2022년 동시대의 현대미술의 다양한 표정을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최근에 하루 만에 마루야마 겐지의 『아직 오지 않은 소설가에게』를 읽었습니다. 공감이 가는 부분도 많았고, 강하게 한대 맞은 기분이 들기도 했고, 작가와 반대 의견인 부분도 있었습니다. 저는 그런 생각들을 책에 낙서하며 보는 것을 좋아하는데, 이게 다음 쓸 글에 대한 영감이 되기도 합니다. 요즘은 올리비아 랭의 책이나 허버트 리드, 그리고 제리 샬츠의 책을 많이 읽고 있어요. 집 어디에서든 잠시라도 보는 것을 좋아해서 이런저런 책이 여기저기 널려 있습니다.

저는 포스트잇을 정말 좋아합니다. 그래서 친구들이 포스트잇을 상자에 가득 담아 선물로 준 적도 있어요. 여기저기 포스트잇 붙이며 읽는 게 습관이고요. 그리고 식탁에서 책을 많이 읽게 되는데 저도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어요. 다만 서재에 들어가면 뭔가 ‘각 잡고’ 읽고 써야 할 것 같아 식탁이 편한 것 같아요.

처음에 잘 이해되지 않는 미술 작품도 귀를 기울이고 애정을 쏟다보면 이해되는 순간이 와요. 그러다보면 세상에 이해하지 못할 것은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수많은 다양한 방식이 모두 옳은 것일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책도 비슷한 것 같아요.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이 다양하다는 것을 항상 배우게 됩니다.

사실 독서 권태기는 없었던 것 같아요. 오히려 늘 책이 주는 것보다, 제가 수용하지 못하는 게 많다고 느껴요. 그래서 책을 읽고 있어도 계속 읽고 싶은 책이 생기고, 그 속도를 못 따라가면 아쉬워지고요. 그래서 오히려 사고 싶은 책을 덜 사는 때는 있어도, 그 반대는 없었던 것 같아요.

✅유튜브 ‘아트메신저 이소영’
이소영 작가가 소개하는 더 나은 삶을 위한 미술 보기! 최근 핫한 전시부터 관람 꿀팁까지 만나보세요 :)

✅컬렉팅한 작품만 150점?! (영상)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이소영 자기님! 작가님이 들려주는 흥미진진한 아트컬렉팅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