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신 읽어드립니다, 〈자기만의 방〉

“책은 영혼의 거울이다.(Books are the mirrors of the soul.)”

- 버지니아 울프(Virginia Woolf)

💁 '대신 읽어드립니다'를 소개합니다

평소 뉴스레터가 오지 않는 날에 바인드북에서 이메일이 와 놀라셨죠! 다름이 아니라 새로운 콘텐츠를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새로운 해를 맞이하는 연말에, ‘내년에는 올해보다 책을 좀 더 많이 읽어봐야지’라는 생각 한 번쯤 해본 적 있지 않으신가요? 하지만 막상 책을 집어들고 읽어 보려니 생각보다 쉽게 읽히지 않아 당황하거나 누군가가 함께 책을 읽어주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생길 때가 있죠. 바인드북의 ‘대신 읽어드립니다’는 여러분들이 좀 더 재미있게, 그리고 효율적으로 책을 읽어볼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되었답니다.

‘대신 읽어드립니다’에서 여러분들과 함께 공유할 이야기는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책이 탄생할 당시의 시대적 배경과 작가의 삶을 비롯하여 책과 관련된 배경지식들을 여러분들께 알려드립니다. 또한 책을 읽을 때 도움이 되는 관점이나 이론을 설명하면서 책의 세부적인 내용을 살펴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책의 실제 구절들을 소개해 책의 내용을 더욱 생생하게 만나볼 수 있죠. 📚

💡 우리가 〈자기만의 방〉을 읽는 이유

바인드북의 ‘대신 읽어드립니다’에서 처음 다루게 될 책은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인데요. 바인드북의 기존 구독자를 포함한 많은 분들께 이 콘텐츠에 대해 수요조사를 했을 때 가장 많은 참여자들이 읽고 싶어 했던 책이 바로 〈자기만의 방〉이었습니다. 여성이 픽션을 쓰려면 자기만의 방과 500파운드가 있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이 말은 20세기의 위대한 작가로 꼽히는 버지니아 울프의 에세이 〈자기만의 방〉으로부터 비롯되었는데요. 1929년에 출간된 이 책은 9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현대인들에게 큰 영감을 주고 있습니다. 반드시 읽어봐야 할 책으로 수없이 언급되는 울프의 〈자기만의 방〉은 도대체 무슨 책일까요? 그리고 이 책은 왜 그렇게 중요한 걸까요? 많은 분들이 어쩌면 이 책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 막연한 궁금증을 갖게 되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자기만의 방〉이 쓰인 지 100년 가까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현대인들에게 널리 읽히는 책이 된 가장 큰 이유는 작가의 문제 의식이 지금 우리의 사회와 맞닿아 있기 때문입니다. 〈자기만의 방〉은 작가의 여러 작품들 중에서도 페미니즘에 바탕을 둔 문제 의식을 전면에 내세운 것으로 유명한 작품인데요. 전 세계적으로 여성의 인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페미니즘’에 관심을 갖고 있는 지금, 여성의 권리에 대한 작가의 주장이 여전히 현대인들에게도 큰 시사점을 주고 있는 것입니다.

여성이 글을 쓰기 위해서 자기만의 방과 500파운드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하는 작가의 주장은 지금의 여성들과도 밀접하게 맞닿아 있습니다. 자유로운 지적 활동을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기본적인 생활을 지탱할 수 있도록 하는 ‘돈’, 즉 물질적 조건이 충족되어야 하는데요. 당장 삶을 꾸려나갈 최소한의 돈조차도 없는 여성이라면 창작에 매진하는 시간을 가질 새도 없이 다른 노동을 통해서 생계를 이어가게 된다는 것은 누구라도 알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는 말이죠. 또한 방해받지 않고 글쓰기를 할 수 있는 ‘나만의 공간’이 없다면, 여성은 창작의 시간을 온전히 누리지 못할 것입니다. 물질과 공간은 울프가 살던 시대의 여성뿐만이 아니라 현대의 여성들에게도 자유로운 지적 활동을 누리기 위해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하는 조건이라고 할 수 있죠.

그리고 이러한 울프의 논의는 페미니즘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우리의 삶에 크게 영향을 주는 물질적 조건들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젊은 세대에게 강력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물질적인 여유가 갖추어질 때 비로소 자기 자신에 온전히 집중하는 ‘자유’의 시간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은 현대를 살아가는 젊은 세대의 다수가 공유하고 있는 생각인데요. 그런 측면에서 “지적인 자유는 물질적인 것에 의존”한다고 보는 〈자기만의 방〉은 젊은 세대가 고민하는 삶의 가치와 연결되고 있는 것이죠. 결론적으로 〈자기만의 방〉이 현실의 문제를 지적하는 것을 넘어서 읽는 이들의 공감대를 잘 이끌어내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이 책을 읽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

🪑 버지니아 울프의 삶과 시대

물론 많은 책들이 그렇기는 하지만, 특히 〈자기만의 방〉은 책을 읽는 내내 작가에 대한 생각으로부터 벗어나기 힘든 책 중 하나인데요. 그것은 이 책이 작가의 실제 삶과 작가의 시대를 투영하고 있는 현실 반영적인 성격의 글을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책이 작가가 대학에서 여성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을 편집해서 만들어졌다는 것을 생각하면 버지니아 울프가 이 책을 통해 던지려는 메세지는 그녀의 삶과 강력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죠.

버지니아 울프는 후기 빅토리아 시대인 1882년 영국 런던의 한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녀의 아버지는 당대에 인정받는 문학자이자 철학자였던 레슬리 스티븐이었는데요. 그러한 아버지로 인해 그녀는 당시의 일반적인 여성들보다 높은 수준의 교육 환경에서 성장할 수 있었고, 집안으로부터 자연스럽게 풍부한 지적 자산을 물려받기도 합니다. 1900년대 초부터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 울프는 신문에 에세이를 기고하고 잡지에 서평을 싣는 등의 활동을 하다가 1915년 첫 소설 〈출항〉을 시작으로 소설가로서도 이름을 알리게 되죠. 특히 1925년에 발표한 〈댈러웨이 부인〉은 ‘의식의 흐름’ 기법을 훌륭하게 사용했다고 평가받으며 그녀가 작가로서의 입지를 드높이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잘 알려져 있는 바와 같이 당대의 여성들보다 비교적 나은 삶의 조건을 갖춘 동시에 작가로서 성공한 울프가 마냥 행복한 삶을 살았던 것은 결코 아닌데요. 먼저 남성 중심적인 문학계에서 여성 작가로서의 위치는 그녀를 불안하게 만든 요인 중 하나였습니다. 버지니아 울프는 핵심적인 모더니즘 소설가 중 유일한 여성이었고, 그녀의 문학적 성공에도 불구하고 여성이 쓴 글이라는 이유로 그녀의 작품을 평가절하하는 시선 역시 존재했던 것이죠. 또한 버지니아 울프가 어린 시절부터 신경 쇠약에 시달려왔던 것 역시 문제가 되었습니다. 예민한 신경은 날이 갈수록 그녀의 불안 증세를 악화시켰고, 그녀는 평생을 정신 질환의 굴레로부터 벗어날 수 없었던 것이죠. 남편 레너드 울프가 그녀를 30년간 지극정성으로 돌보았지만, 증세는 점점 심해져 갔는데요. 결국 그녀는 1941년 남편에게 마지막 편지를 남긴 후 강물에 몸을 던져 생을 마감하게 됩니다.

버지니아 울프가 살았던 시대의 영국은 여성 인권의 측면에서도 큰 격동기를 맞이했습니다. 울프가 태어난 빅토리아 시대는 여왕이 재위한 시기였음에도 불구하고 여성은 가정의 천사 같은 아내이자 딸로서 남아 있기를 강요받는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영국 사회 전반에서 참정권이 확대되고 다양한 정치 의제들이 나타났음에도 불구하고 그곳에 여성의 자리는 없었던 것이죠. 이에 저항하여 영국의 여성들은 1865년 ‘여성참정권위원회’를 결성하고 여성 참정권을 쟁취하기 위해 거리로 나서기 시작하는데요. 일명 ‘서프러제트’라고 불리는 여성 참정권 운동은 1800년대 후반에 시작되어 1900년대 초까지 이어지고, 결국 1928년 모든 여성들이 남성과 동일한 참정권을 부여받으면서 결실을 맺습니다. 여성의 삶과 정체성에 대한 버지니아 울프의 고민은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 당대 영국 사회의 여성들을 직접 목격한 당사자로서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

⏳ 모더니즘과 페미니즘

버지니아 울프를 설명할 때 항상 등장하는 두 가지 수식어, 혹시 알고 계신가요? 우리는 흔히 버지니아 울프에 대해 말할 때 그녀를 모더니즘 작가 혹은 페미니즘 작가로 이야기하곤 합니다. 그만큼 모더니즘과 페미니즘은 울프를 이해하는 데에 가장 중요한 두 가지 핵심적인 축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모더니즘 문학은 기성 문학의 형식과 관습에 반발하여 20세기 초에 등장한 실험적인 경향의 문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질주의와 산업주의에 물든 현대 문명을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형식적으로는 의식의 흐름과 같이 새로운 기법이나 표현들이 혁신적으로 사용되었다는 것이 특징이죠. 모더니즘 작가들이 개인의 내면과 정체성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었다는 것 역시 중요한 지점입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살펴봤을 때 버지니아 울프는 실험적인 모더니스트로서의 면모를 드러내는 작가로, 인간의 내면적 의식을 탐구하는 새로운 방식을 제시한 인물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죠.

버지니아 울프에 대한 이해와 평가는 주로 모더니즘과 페미니즘이라는 두 축으로 이루어지고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그녀에 대해 갖는 오해 중 하나는 모더니즘 작가로서의 울프와 페미니즘 작가로서의 울프는 분리해서 바라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양쪽 중 한 가지 측면만 부각된 나머지 측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고 지적하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인데요. 하지만 그런 세간의 오해와는 달리 그녀의 작품에서 모더니즘과 페미니즘은 결코 분리되어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모더니즘과 페미니즘의 융합으로 인해 그녀의 작품은 더욱 독특한 위치를 점하게 되는 것이죠.

〈자기만의 방〉에서 버지니아 울프는 그 어떤 전기나 역사책도 여성들의 구체적인 삶을 기록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면서 여성으로서 직접 경험한 것과 여성으로서의 정체성을 중요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여성에 대한 문제 의식을 표현하기 위해서 그녀가 선택한 방식이 모더니즘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당시 주로 감성과 감정의 세계를 담당한다고 여겨졌던 여성의 내면과 구체적인 삶을 글로 재현하기 위해서 울프는 인간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경험을 묘사하는 모더니즘 기법을 채택한 것이죠.

또한 그녀는 〈자기만의 방〉에서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공적 영역과 여성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사적 영역의 경계를 허무는 동시에 창작을 위해서는 여성성과 남성성 모두를 아우를 수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이는 여성의 활동과 정체성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페미니즘적인 것으로 볼 수 있는데요. 한편으로 이것은 당시에도 뿌리깊게 자리 잡고 있었던 이원론적인 전통을 해체하려고 시도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관습에 저항하는 모더니즘적인 아이디어이기도 하죠. 이렇듯 버지니아 울프의 글에서 모더니즘과 페미니즘은 밀접하게 연결되어 나타나고 있는 것입니다.

버지니아 울프가 이야기하는 페미니즘의 특징은 바로 여성과 남성 사이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드는 시도를 한다는 점에 있는데요. 울프는 여성의 주체성 실현을 위해서는 여성이 기존의 남성이 차지했던 영역으로 들어가 남성 중심 질서에 편입되는 방식이 아니라 ‘여성성’을 극대화시키는 방식을 택해야 한다고 보고 있는 것입니다. 여성들이 자신들이 잘 할 수 있는 일을 최대한 살려 기존의 남성 위주 질서를 모호하게 만들고, 이를 통해 ‘여성성’과 ‘남성성’에 부여되었던 기존의 개념을 전복하는 것이 울프가 말하는 페미니즘이라고 볼 수 있죠. 📝

오늘은 이렇게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을 읽기 위한 준비 운동을 마쳐봤는데요. 우리가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와 목적을 명확히 인식하는 동시에 작품을 읽어가는 방향을 잡는 과정이라고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책의 작가와 사회적 배경, 그리고 전반적인 특징들을 어느 정도 이해한 상태로 책을 읽으면 분명히 우리가 놓칠 수도 있었던 많은 부분들을 발견할 수 있을 테니까요! 다음 회차부터는 본격적으로 총 6장으로 이루어진 〈자기만의 방〉을 함께 읽어보려고 합니다. 버지니아 울프만의 독특한 세계 속으로 함께 들어갈 준비가 되셨나요? 다음 회차부터는 〈자기만의 방〉을 바인드북이 직접 대신 읽고 1~3장, 4~6장 두 파트로 나누어 핵심 내용의 요약과 책 속 문장들을 여러분들께 함께 소개해드리려고 하는데요. 아쉽지만 이번 콘텐츠는 '유료'로 제공됩니다! 아래 링크의 안내에 따라 500원을 입금해주시면, 신청자에 한해 〈자기만의 방〉을 주제로 한 ‘대신 읽어드립니다’를 발송해드릴 예정입니다. 많은 신청 부탁드립니다. 그럼 〈자기만의 방〉에 대한 두 번째 이야기로 만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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