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쿨한나입니다.

이번 겨울방학에 아이들 고민 DM이 유독 많이 왔어요.


새벽 2시, 3시. 

그 시간에 메시지를 보내는 아이들이 있었어요. 

초등 고학년, 중학생들이었는데, 글이 짧고 감정적이었어요.

"걱정돼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새학기가 두려워요." 

"잠이 안 와요."

읽으면서 마음이 쉽지 않았어요. 우리 아이들이 이렇게 힘들구나 싶어서요.


그 아이들한테 저는 이렇게 답했어요.

"밥 든든하게 먹고, 낮에 조금 걸어. 그리고 일찍 자봐."

그랬더니 돌아오는 말이 거의 똑같았어요.

"그걸로 고민이 해결 되나요?"


사실 저도 그 말이 얼마나 공허하게 들릴지 알아요. 저도 겪어봤거든요.

저는 20대에 정말 힘든 시간을 3년 정도 보낸적이 있었습니다.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고,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 것 같고. 

이대로 죽어도 이상하지 않겠다 싶은 그런 시간이었어요.


살고 싶어 3가지를 했어요. 

밥 먹고, 나가서 걷고, 잤어요. 그게 다였습니다. 

근데 그것만 했는데 살아갈 힘이 생기더라고요. 

몸이 버텨주니까 마음도 조금씩 따라오더라고요.

저는 지금도 그렇게 해요. 

힘들다 싶을땐 든든하게 밥을 먹고, 나가서 몇시간이고 걷습니다. 그리고 자요.

잠이 안오면 다음 날 더 많이 걷습니다. 밥도 더 많이 먹어요. 그리고 푹 자요. 

그럼 괜찮아지더라구요. 


혜린이한테도 어릴 때부터 해주는 말이 있어요.

"혜린아, 살다 보면 너무 힘든 시간이 와.

아무것도 어쩌지 못하겠을 때가 오거든. 그때는 맞서 싸우려고 하지 마.

웅크리고 있는 거야. 큰 파도가 지나갈 때까지."


"그때는 밥 든든하게 먹고, 낮에 할 수 있는 만큼 걸어. 그리고 푹 자.

그거 세 가지만 해도 살만해. 지나가."

처음 이 말을 해줬을 때 혜린이도 비슷한 표정을 지었어요.

'그게 뭔 상관이야' 하는 표정이요.


근데 진짜 힘든 날이 왔을 때, 먼저 그 말을 꺼내더라고요. 

"엄마, 나 오늘 파도 오는 날인 것 같아." 그 말을 듣는데 이상하게 안심이 됐어요. 

아, 이 아이가 넘어져도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알고 있구나 싶어서요.


새벽에 DM을 보낸 아이들한테 물어보면 생활이 거의 비슷해요.

낮 12시, 1시에 일어나요. 밥은 대충 때우거나 과자같은걸 먹어요. 

유튜브 보다가 릴스 보다가 시간이 가고, 밤이 되면 갑자기 생각이 많아져요. 


아무것도 안 했는데 피곤하고, 아무것도 안 했는데 불안해요. 

그렇게 새벽 2시, 3시가 되어서야 겨우 눈을 감아요.

이게 며칠 쌓이면 몸이 이상한 신호를 보내기 시작해요. 

이유 없이 불안하고, 별것 아닌 걱정이 새벽에 갑자기 감당이 안 되게 커져요.

의지가 약한 게 아니에요. 몸의 리듬이 무너지면 마음도 같이 무너지거든요. 

몸이랑 마음은 따로 놀지 않아요.

해가 있을 때 잠깐 밖에 나가는 것. 

끼니를 제때 챙기는 것. 

새벽까지 안 깨어 있는 것. 

별것 아닌 것 같아도 이 세 가지가 쌓이면 똑같은 걱정도 조금 다르게 보이기 시작해요.


그 뒤로 연락이 온 아이도 있었고, 조용히 사라진 아이도 있었어요.

다 잘 됐는지는 솔직히 몰라요.

근데 저는 이렇게 믿어요. 

새벽에 그 메시지를 보내는 것 자체가, 아직 살고 싶다는 신호라고요. 

그 마음이 있는 한 괜찮아질 거라고요.


이제 개학이에요. 새학년이 시작돼요.

아이가 새학기 앞두고 예민하고 처져 있다면 너무 이상하게 보지 않아도 돼요.

이 시기가 원래 그래요.

긴 방학 끝에 리듬이 무너진 몸으로 새학기를 맞이하려니 당연히 뒤숭숭한 거예요.


그때 아이 곁에서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것, 같이 밥 한 그릇 따뜻하게 먹는 거예요.

그리고 같이 조금 걸어주세요.

밥 먹고, 걷고, 자는 것. 이게 쌓이면 살만해져요.


아이도, 그 옆에서 버티고 있는 부모님도, 모두 잘 해낼 거예요.

파도는 지나가거든요. 항상.


쿨한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