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쿠팡-CJ 화해 2.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2024.08.21 24-037호   |   웹에서 보기   |   지난호 보기  

  01 쿠팡과 CJ의 햇반전쟁, 갑자기 끝난 이유는
  02 <세컨드 펭귄>의 데이터 의사결정 전략
  03 뉴스 TOP5 - '현대백화점의 미스터리'

   

쿠팡과 CJ의 햇반전쟁, 갑자기 끝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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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이 먼저 물러설 이유? 없었습니다

지난 8월 14일, 쿠팡과 CJ제일제당이 약 2년 동안 이어온 납품단가 갈등, 일명 ‘햇반 전쟁’이 갑작스럽게 끝났습니다. 언론에서는 주로 쿠팡이 먼저 화해를 제안했다는 해석이 주를 이루고 있는데요. 그 배경으로는 올해 2분기 쿠팡의 적자 전환과, 알리익스프레스를 비롯한 C커머스의 확대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쿠팡의 실적을 보면, 이런 해석은 설득력이 부족합니다. 처음에는 쿠팡과 CJ제일제당이 서로 중요한 파트너인 만큼, 금방 합의할 거라는 예상이 많았는데요. 그런데 계속 시간이 흐르고 갈등이 길어졌던 이유는, 서로 거래를 중단해도 크게 손해 볼 게 없었기 때문입니다. 만약 쿠팡이 정말로 급해서 먼저 화해를 제안했다면, 이번 실적 발표에서 그와 관련된 신호가 감지되었을 겁니다.

하지만 올해 2분기에도 쿠팡의 매출은 파페치를 제외하고 전년 대비 30% 가까이 성장했습니다. 적자 전환 역시 파페치 인수와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으로 인한 일시적인 것으로, 오히려 핵심 사업인 프로덕트 커머스 부문은 수익 면에서 역대 최고 성과를 기록하기도 했죠.

따라서 쿠팡이 성장성이 부족해서 CJ제일제당과의 화해를 시도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수익성 확대를 위해서도, 납품가 갈등이 있었던 CJ제일제당과의 화해가 큰 도움이 되지 않았을 겁니다. 갈등의 핵심이었던 납품가 인상 문제를 고려하면, 화해를 통해 매출은 늘어날 수 있지만, 수익성 개선에는 한계가 있었을 가능성이 크니까요. 이러한 점을 모두 고려했을 때, 쿠팡이 먼저 적극적으로 화해에 나섰을 가능성은 상당히 낮아 보입니다.

오히려 CJ가 더 급했을 겁니다

그렇다면 CJ제일제당의 최근 실적은 어땠을까요? CJ제일제당이 LG생활건강과 같은 대기업들이 이미 쿠팡과의 갈등에서 물러섰음에도 불구하고, 유독 자존심을 지킬 수 있었던 주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해외 매출 덕분이었습니다. 2023년 1분기까지 해외 매출은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이상의 성장을 기록하며, 국내 매출 부진을 상쇄하는 역할을 해왔거든요.


하지만 작년 2분기부터 해외 매출 성장세가 서서히 둔화되기 시작하더니, 최근에는 거의 정체된 상태입니다. 동시에 국내 매출도 소재 식품이 부진한 가운데, 가공 식품이 그나마 이를 메꾸는 상황이었죠. 이런 상황에서 가공식품 매출을 더욱 확대하려면, 쿠팡만큼 강력한 대안이 없었습니다.

물론 CJ그룹 전체가 쿠팡과의 대립 구도를 계속 유지했다면 더 버틸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CJ대한통운이 네이버에 이어 신세계 그룹과도 전략적 협업 관계를 구축하면서 쿠팡에게 물류 물량을 빼앗길 우려가 줄어들었고요. 올리브영도 뷰티 카테고리에서 더욱 확고한 입지를 다지며 쿠팡을 견제할 필요성이 약화되었습니다. 과거처럼 CJ그룹 전체가 쿠팡을 견제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면 갈등을 지속할 수 있었겠지만, 상황이 변하며 그럴 명분이 사라진 거고요. 결국 매출 성장마저 정체되자, CJ제일제당이 더 이상 고집을 부릴 이유가 없어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둘 모두 화해 후가 더 중요합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CJ제일제당이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언론 기사들이 쿠팡이 먼저 숙였다는 논조를 보였다는 건, 쿠팡이 화해 과정에서 어느 정도 CJ제일제당을 배려했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이는 곧 한쪽이 저자세를 취했다기보다는, 서로의 이익을 고려한 원만한 합의가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뜻하고요.

특히 단기적으로는 이번 화해가 CJ제일제당과 쿠팡 모두에게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다줄 겁니다. CJ제일제당은 추석 선물 수요를 통해 매출을 크게 증가시킬 수 있고, 쿠팡은 8월 와우 멤버십 인상을 앞두고 또 하나의 안전장치를 마련하게 되었으니까요. 한 관계자는 이번 화해를 두고 "명분은 CJ가, 실리는 쿠팡이 가져갔다"라고 평가했는데, 이는 매우 적절한 비유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CJ제일제당은 이번 결정을 후회할 수도 있습니다. 이번 기회에 유통 채널을 다변화하고, CJ더마켓과 같은 D2C 역량을 키울 수도 있었지만요. 다시 쿠팡과의 그늘 아래로 들어가면서, 쿠팡의 독주를 저지할 기회를 놓쳤기 때문입니다. 리테일 업계에서 지배적인 사업자의 등장은 브랜드사에게 결코 긍정적일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아쉬운 선택일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쿠팡에게도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습니다. 국내 이커머스와 전체 유통 시장에서의 지배력은 더욱 강화되겠지만, 대만과 파페치 등 해외 사업에서의 가시적인 성과가 아직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이번 2분기 실적 발표에서도 글로벌 사업에 대한 명확한 언급을 피했던 점이 이를 잘 보여주고 있는데요. 쿠팡이 지금처럼 내수 유통 시장을 완전히 장악하더라도, 글로벌 확장성을 증명하지 못한다면 현재의 기업 가치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이처럼 앞으로 쿠팡의 미래는 국내 사업보다는 해외 사업 실적에 더욱 좌우될 가능성이 큽니다. CJ제일제당과의 화해로 당분간 국내 사업을 일시적으로나마 확장할 기회를 얻었으니, 이번에 새로이 확보한 시간 내에 반드시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할 것입니다.

   

<Back to the B>
<세컨드 펭귄>의 데이터 의사결정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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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ck to the B>에서 B는 최신성이 강조되는 ‘트렌드’와 대비되는 ‘베이직(basic)’과 ‘책(book)’을 의미합니다. 외부 필진 도그냥님이 좋은 교양서를 주기적으로 소개하며, 새로운 인사이트를 전해 드립니다.

퍼스트 펭귄만큼이나 중요한 세컨드 펭귄

창업자들은 종종 절벽에서 처음 뛰어내리는 ‘퍼스트 펭귄’으로 비유되곤 합니다. 이들은 새로운 길을 열고,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세상에 제시하는 역할을 하죠. 하지만 오늘 소개할 책 <세컨드 펭귄>에서는 진정한 리더십은 ‘세컨드 펭귄’에서 나온다고 이야기합니다. 세컨드 펭귄은 퍼스트 펭귄의 뒤를 따르며, 그 비전을 현실로 만들어 가는 역할을 합니다.

펭귄들이 첫 번째 펭귄을 보고 무시할 수도 있지만, 세컨드 펭귄이 뛰어들면서부터 무리가 따라가기 시작합니다. 즉 세컨드 펭귄은 사람들에게 신뢰를 주는 존재여야 하며, 창업자가 제시한 이상과 직관을 구체적인 계획으로 실현해 나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들은 추상적인 아이디어를 실현 가능한 목표로 전환하고, 실무와 이상적 목표 사이의 간극을 메워주거든요.

그래서 세컨드 펭귄에게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검증하는 능력이 필수적입니다. 특히 이 책에서는 이커머스 경영이나 전략 수립 시 구체적으로 어떤 숫자와 데이터를 중요하게 봐야 하는지를 다룹니다. 핵심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분석과 전략 결정에는 고정된 방향성이 없으며, 다양한 시각에서 내러티브가 살아있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ASP와 ALP 기반의 포트폴리오 전략

오늘은 가격과 수수료 개선을 위한 의사결정을 지표를 통해 어떻게 내릴 수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가격 전략에서는 ASP(average selling price, 평균 판매 단가)와 ALP(average list price, 노출 상품의 평균 가격) 간의 비교가 중요합니다. 일반적으로 ASP는 ALP보다 낮고, 두 지표 간의 간극이 작을수록 매출 상승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또한 ALP보다 ASP가 높은 경우도 간혹 발생하는데, 이러한 상황에서는 더 높은 ALP를 가지는 상품을 영업해 온 후, 이들의 노출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카테고리를 개편함으로써 ASP의 추가 상승을 유도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개념을 발전시켜, ‘상품을 가격대별로 세분화한 포트폴리오 전략’을 통해 각 가격대별 판매 비중 목표를 최적화할 수 있습니다. ALP보다 ASP가 높은 경우, 해당 그룹의 판매량을 늘려 전체 ASP의 상승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더 많은 구매가 일어날수록 ASP는 ALP에 근접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ALP에 비해 ASP가 높다면, 이미 기대 이상의 성과를 보이는 그룹의 목표 판매 비중을 낮추는 것을 고려해야 합니다. 추가적인 상승 가능성은 낮고, 오히려 이후 ALP가 하락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도출한 포트폴리오 비중을 총매출 목표에서 역산하여 상품 가격대별 목표 판매량을 정하면, 높은 효율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수수료 개선 역시 포트폴리오 방식을 통해 전략을 설정할 수 있습니다. 매출 규모에 따라 셀러를 몇 가지 그룹으로 분류하고, 각 그룹별로 평균 수수료율과 기대 수익, 평균 매출을 정리합니다. 이때, 모든 그룹에 동일한 수수료율을 적용하기보다는, 그룹별로 차등 적용하여 수수료 수익 총액을 최대화할 수 있는 전략적 지점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아이디어스의 무료배송 정책 변화 해석하기


이러한 개념은 저자의 회사인 아이디어스의 전략 변화를 해석할 때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아이디어스는 올해 3월 6월부터 전면 무료배송을 도입하고 수수료 체계를 개편한다는 공지를 발표했습니다. 사실 책에서는 아이디어스가 그동안 무료배송을 도입하지 않은 이유를 전략적으로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저자는 당시 무료배송 정책을 펼치며 공격적인 수수료 프로모션을 펼친 새로운 경쟁사의 등장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고 현재의 전략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히죠. 그러나 출간 이후 6개월도 되지 않아 아이디어스는 전혀 다른 결정을 내렸습니다. 김동환 대표의 입장문에 따르면, 멤버십 셀러에게 지원하던 배송 지원금이 큰 적자를 초래했으며, 무료배송이 가능한 1만 5천 원 언저리의 가격대에서 상품이 집중적으로 판매되어 배송비 손실이 커지는 상황을 더 이상 감당할 수 없었다고 하고요.


이를 앞서 소개한 ALP와 ASP 개념을 적용하여 해석해 보면, 아이디어스는 전사적으로 ALP가 ASP보다 지나치게 높은 상황이 지속되었다고 추정할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무료배송 기준 가격대의 비중을 줄이고 다른 가격대의 판매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무료배송 기준이 워낙 강력했기 때문에, 다른 가격대의 상품 판매량을 높이기는 쉽지 않았겠죠.

결국, 아이디어스는 ASP를 높이기 어려운 상황에서 수수료율 변경을 고민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미 타사에 비해 높은 수수료율을 적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수수료율을 추가로 인상하는 것은 어려웠을 것입니다. 대신에 전면 무료배송을 도입하면서, 수수료의 대상을 배송비까지 포함시키는 가이드를 제시해 수수료율을 크게 변경하지 않고도 ASP를 높이고, 동시에 배송비 부담을 셀러에게 전가하는 대안을 선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아이디어스는 2023년 적자를 흑자로 전환하며 영업이익 3억 원을 기록했는데도 불구하고, 이러한 변화를 도입한 것은 장기적인 판단을 통한 선제적 대응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현재의 포트폴리오 구조에서는 이익을 충분히 늘리기 어렵다는 판단한 거죠. 이처럼 ALP라는 선행 지표를 잘 활용한다면 아를 기반으로 포트폴리오 전략을 수립하고, 효과적인 액션 아이템까지 연결시킬 수 있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린 개념이 흥미로우셨다면, <세컨드 펭귄> 책도 읽어 보시고 업무에 적용해 보시는 건 어떠실까요?

저자 소개 - 도그냥
이커머스를 만드는 일을 하며, 서비스 기획자, PM, PO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려왔습니다. 비즈니스와 시스템의 얼라인먼트를 지향합니다. 👉도그냥님의 글을 더 읽어보고 싶으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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