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격스러운 원소주 영접기 안녕하세요, 구독자님
벌써 3월이 시작되었네요.
그동안 잘 지내셨나요?
이번 겨울은 유난히 빨리 지나간 듯한 느낌이 들어요.
게다가 저는 아직도 2021년 회고와 2022년 목표를 세우지 않았고요.
3월이 진짜 찐 시작이라는 짤들에 저를 위로하며 목표라도 완료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오늘은 0이 들어간 날은 아니지만
오래 안보면 서운하니까 특별호로 보내드려요.
오늘의 술은, 요즘 핫한 원소주입니다.
|
|
|
절망편과 함께 들으면 좋습니다. 영화 <타짜> 고니 Theme. |
|
|
2월 25일 금요일 오전 11:30 - 원소주 런칭날, 예약 오픈
싸늘하다. 분명 현대식품관 투홈 앱을 열어서 '더현대서울' 예약 페이지를 켰건만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다. 그저 흰 공간만이 보일 뿐. 어떠한 조작도 먹히지 않는다. 앱을 끌까 말까 100번 고민한다. 코레일 설날, 추석 예매때는 뭐가 안나온다고 뒤로 돌아가면 그대로 끝장이었다. 뮤지컬이나 조성진 리사이틀을 예매하는 인터파크 티켓은 흰 화면이 떠도 곧 내 순서가 올 것이라 믿으며 뒤로 안돌아가고 있었더니 그냥 오류였다. 지나온 티켓팅의 유구한 역사를 되짚어보며 어떻게 해야 할 지 고민했다. 혹시 모르니.. 3분만 더 기다려볼까?
2월 25일 금요일 오전 11:33
망했다. 이제는 앱이 제대로 켜지지도 않는다. 흰 화면만 황망하게 바라보다가 주섬주섬 나갈 채비를 한다. 현장 예약은 좀 다르겠지 하며. 이연복 셰프의 <목란> 예약때도 그랬다. 200통이 넘게 전화하다가 결국 포기한 나는 그대로 택시를 타고 목란에 가서 줄을 섰더랬지. 그러고는 황금 시간과 요일에 예약을 성공했던 걸 기억한다. 드라마 <미생>에서 한석율이 던졌던 대사가 스쳐간다. "역시 현장이지 말입니다."
2월 25일 금요일 오전 11:38
옷을 다 입고 나서 괜히 앱을 한 번 더 열어봤는데 갑자기 순조롭게 들어가진다. 웨이팅이 벌써 천 팀이란다. 그런데 숫자가 커서 그런지 어느 정도인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 웨이팅 수는 차치하고서도 '웨이팅' 버튼이 활성화가 안되어 있는게 문제다. 꾸욱 눌러봐도, 톡 눌러봐도, 톡톡 눌러봐도 작동이 안된다. 결국 서버가 터진게 아닐까? 빨리 출발해야겠다.
2월 25일 금요일 오전 11:48
외투까지 입고 카카오택시를 부르기 직전 현대식품관 앱을 다시 켰다. 그런데 충격적인 소식. '대기 인원이 1,700팀 이상으로 금일 웨이팅을 종료합니다.' 세상에. 1,700팀? 지금 내 눈에서 흐르는 건 눈물인가요?
_
2월 26일 토요일 오전 02:23
인스타그램에 #원소주를 검색해 성공한 사람들의 환희 넘치는 후기를 읽는다. 9시간이 걸렸다는 사람도 있고, 웨이팅을 하다가 물량이 없어 못받았다는 사람들도 있다. 후기를 볼 때마다 결연해진다. 나는 내일 꼭 원소주를 사야지. 꼭 사서 꼭 내일 마셔야지. 칵테일도 마셔야지. 여러 병을 사서 친구들한테 나눠줘야지.
2월 26일 토요일 오전 10:40
오늘은 기필코 원소주를 사리라 다짐하며 웨이팅 할 때 필요한 배낭을 싸놨다. 책 여러 권과 노트북, 노트까지 완벽하게 준비 완료. 약 8시간을 버틸 수 있는 수준이다. 오전 피겨 레슨이 끝나자마자 택시까지 타면서 서둘러왔다. 하지만 출발하기 직전 들은 소식은 오늘 웨이팅이 마감되었다는 것. (아니 벌써?) 나 원소주 먹을 수 있을까? (T▽T) |
|
|
원소주 구매에 실패하고 여기저기 앓는 소리를 내고 있었는데 너무 감사하게도 원소주를 영접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평소에 하지 않는 아주 이른 출근을 하고, 이른 퇴근을 하고 나서 만난 원소주. 요즘 구하기 어렵다는 라이스크림과 함께 마셔봤어요.
풀패키지 원소주를 보았을 때 들었던 생각은 박스까지 디테일하다는 점이었어요. 박스만 봐도 고급스러운 느낌이 풍기고, 만져보면 맨질맨질 벨벳처럼 느낌이 좋습니다. 그리고 박스와 병 라벨에 한국적인 이미지 요소가 조화롭게 들어가있어요. 건곤감리, 원(₩), 태극마크 등 디자인에 공들였다는 느낌이 나서 좋았어요. (약간 AOMG 로고 같은 느낌도 있고요!) 제게 원소주를 나눠주신 분이 말해줬는데, 병에 있는 라벨은 천으로 만들어서 떼어서 다른 곳에 붙일 수도 있다고 해요.
향과 맛도 아주 만족스러웠어요. 원소주의 키워드를 꼽아보자면 #풍성한쌀향 #부드러운목넘김 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첫 입에도, 마지막 입에도 고소한 쌀향이 가득 느껴집니다. 쌀로 만든 증류주 중에서 향이 강하게 지속되는 편이고,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양촌양조장의 우렁이쌀청주만큼이나 향이 좋았어요. 쌀향의 정도는 동동주나 막걸리 정도입니다.
입에 소주를 가득 머금었을 때 향은 배가 됩니다. 소주를 가득 머금고 혀를 굴리면 기분 좋은 향기가 퍼지는 경험을 할 수 있고 목으로 넘기는 과정이 굉장히 부드러워요. 22도 라는 도수가 믿기지 않을 만큼 연한 목넘김입니다. 백화수복보다도 목넘김이 좋아서 평소 희석식 소주(참이슬, 처음처럼 등)를 넘기는 게 힘드셨던 분이라면 좋아하실 거예요.
시원하게 마시거나 탄산수를 조금 타서 드시는 것도 추천드려요. 원스프리트의 박재범 대표님이 좋아하는 것도, 탄산수와 레몬, 원소주를 섞어 마시는 버전이라고 해요. 저도 탄산수와 함께 마셔봤는데 진짜 깔-끔-하게 즐길 수 있었어요. 잔으로 마시면 고소~한 느낌, 탄산수와 함께 마시면 깔_끔! 집에서 종종 진토닉을 타먹는데 여러 잔 연거푸 마시다 보면 단맛이 혀에 남아 5잔 째 먹으면 물리는 감이 없지 않아 있었거든요? 그런데 원소주는 예의 그 단맛이 없어서 진토닉보다 낫지 않을까 싶어요. 저는 이번에 먹고 반해서 온라인 판매가 풀리는 그날만을 기다리고 있답니다. |
|
|
증류식 소주* 계열로 비교 될만한 술들이 여럿 있는데요. 원소주와 함께 가장 흔하게 언급되는 건 토끼소주와 백화수복이 아닐까 싶어요. 좀 더 넓게 보자면 우렁이쌀청주와 청하, 화요와 일품진로도 비교군에 포함 될 수 있을 것 같아 비교를 해보고자 합니다. 물론 우열은 가릴 수 없이 모두 다 맛있는 술이고 표에 적은 특징은 주관적인 느낌이니 참고만 부탁드려요! (가격은 소비자가 기준입니다)
* 증류식 소주는 순수 알콜만 증류한 술, 희석식 소주는 알콜에 물이나 첨가물을 넣어 만든 술 |
|
|
술맛들을 간단하게 설명해보자면 원소주는 풍미가 좋은 술이에요. 맛의 밸런스가 좋아서 어떤 안주와도 잘 어울리지만 본연의 맛을 느끼려면 담백한 안주가 좋을 것 같아요. 이번에 함께먹은 햇반 라이스크림 조합도 정말 좋았어요! 토끼소주의 경우는 맛이 강한 안주나 기름기 있는 안주와 잘 어울려요. 아주 개인적인 느낌이지만 제게는 토끼소주가 고량주의 느낌이 나기도 합니다. 그래서 무거운 안주들이나 고기류와 먹기 좋아요. 백화수복은 집이나 이자카야가 아니면 먹기 어렵지만, 추운 날 몸을 데우는 마중술이자 가성비 넘치는 술이고요. 우렁이쌀청주는 한식과 더없이 잘어울리는 맛이자 풍미가 좋은 술이에요. 도수도 그리 높지 않아 술을 잘 못하는 일행과도 먹기 좋고요. 청하는 달달하면서 청량감 있는 술이라 회와 함께 먹기 좋아요. 화요와 일품진로는 단맛이 거의 없는 술이라 어떤 안주와도 무난하게 잘 어울리고 국물류와도 궁합이 좋답니다. 이렇게 말하면 조금 막연할 것 같아 상황별로도 술을 나눠보았어요. 지극히 주관적이니 참고만 해주시길!
안주 맛이 강하거나 기름질 때 : 토끼소주, 청하, 화요, 일품진로
담백한 안주를 먹을 때 : 원소주, 백화수복, 우렁이쌀청주
일행 중 술을 잘 못하는 사람이 있을 때 : 원소주, 백화수복, 우렁이쌀청주, 청하
오늘은 코끝을 탁 치는 강한 소주가 먹고 싶을 때 : 토끼소주, 화요, 일품진로
힙한게 제일 좋아 : 원소주, 토끼소주, 우렁이쌀청주
오늘은 무난한 술로 달릴래 : 청하, 화요, 일품진로
천천히 취하고 싶어 : 우렁이쌀소주, 화요, 백화수복
속도감 있게 취할래 : 원소주, 토끼소주, 화요, 일품진로
단맛 좋아 : 청하, 우렁이쌀청주
회색지대 : 원소주
단맛 극혐 : 화요, 일품진로, 토끼소주
|
|
|
항상 소주와 막걸리를 표현할 수 있는 이모티콘이 없어서 서운했어요. 녹차 색이 초록색이라 종종 소주를 녹차 이모지로 표현하기도 했지만 마음속의 허함이 사라지지 않더라고요. 그런데 토스가 소주와 막걸리 이모티콘을 만들었습니다! 소주와 막걸리 말고도 다양한 이모지들을 토스페이스에서 만날 수 있으니 한 번 구경해보세요!
|
|
|
그거 아세요?
산티아고 순례길은 샹그리아가 단돈 1유로래요.
이 1유로에 홀려 2주 후에 출발하는 비행기표를 끊고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앞으로 원없이 마시고 원없이 걸었던 산티아고 술례길 이야기도 하나씩 전해드릴게요. 오늘은 첫 화입니다. |
|
|
📌 을지로 금토일샴페인빠(금샤빠)
✅ 맛집 인플루언서 비터팬(@bitterpan_i)님 가게
🔊 일행과 이야기 나누기 적당한 소음
💬 무조건 예약 / 안주 반입 환영 / 자리값 1인 만원
💰하우스 샴페인 38,000원 / 안주 6천원 ~ 2만원대
사람들이 괜히 금샤빠, 금샤빠 하는 게 아니더라고요. 우선 모든 메뉴가 맛있고 분위기가 미쳤어요. 모든 직원이 친절하고 파이팅 넘치고, 원한다면 옆자리와도 칭그칭그가 될 수 있는 분위기입니다. 정다워요.
저는 안주 반입이 가능하다고 해서 쿠팡이츠로 육전과 육회김밥을 시켰는데 샴페인과 더 없이 잘 어울렸어요. 맛있게 먹긴 했는데 그냥 금샤빠에서 더 많은 메뉴를 먹을 걸! 생각했어요. 왜냐면 시키는 메뉴마다 너무 맛있고 독특해서요. |
|
|
시킨 안주는 굴감바스, 멘치카스, 펄쉘굴, 하몽 샌드인데 정말 다 맛있었어요. 특히 굴감바스는 1인 1굴감바스 해야 할 정도입니다. 만약 메뉴에 굴감바스가 있다면 꼭! 꼭!! 드셔보세요. 주먹만한 굴이 뚝배기에 나옵니다. 또 하몽 샌드도 별미예요. 다른 곳에서는 맛본 적 없는 독특한 맛이고 샴페인과 아주 찰떡입니다. 사실 그냥 모든 메뉴가 맛있어요. 하우스 샴페인도 맛있어서 금세 몇 병을 비우게 되고요! 기억이 뜨문하지만 두 명이서 세~네 병의 샴페인을 부신 것 같아요. 예약이 어렵긴 하지만, 내가 술과 음식, 흥을 좋아한다면 예약을 노려보기를 추천드려요. (가끔 노쇼도 나온다고 하니 열심히 째려보시길!) |
|
|
샴페인 이야기하면 빠질 수 없는 '웬투머니나' 영상도 놓고가욥 |
|
|
📌 신당 굴예찬
✅ 밥집 겸 술집
🔊 목소리를 조금 높여야 할 정도로 시끄러움
이름에서부터 찐정성이 느껴지는 신당 굴예찬! 거주민 맛집이라 일요일 저녁에도 아저씨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에요. 저도 간신히 한 자리 앉을 수 있었습니다. 대표 메뉴는 굴보쌈이고 굴무침이 기본으로 나와요. 말씀드리면 그냥 굴로도 내어주시긴 하는데 꼭 굴무침으로 드셔보길 추천합니다. 굴 씨알이 굉장히 크고 양념도 세지 않아 함께 먹기 조화로워요. 굴무침과 무말랭이와 보쌈과 새우젓을 배추에 싸서 와앙 먹으면 입속에서 펼쳐지는 𝕗𝕖𝕤𝕥𝕚𝕧𝕒𝕝. 진짜 맛있어요. 채소의 신선도도 좋고 굴떡국, 굴순두부, 굴국밥도 있어 안주하기도 좋아요. 만약 회사 근처에 있었다면 점심으로도 정말 자주 갈 것 같은 곳! |
|
|
p.s. 간단하게 쓰려던 레터가 아주 길어졌네요.
설문조사는 이번 호까지 더 받아볼까 합니다!
조사에 참여해주시면 한 분을 선정해 '상쾌환(10포)'을 선물로 보내드릴게요.
🥰많.관.부.🥰 |
|
|
오늘 술레터는 여기까지!
모두들 술람찬 하루 보내세요!
주(酒)-멘 - 🙏
◡◡◡오늘 레터는 어떠셨나요?◡◡◡
|
|
|
술레터(술 한잔, 레터 한 장) 2smming@kakao.com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