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발매음원 이야기/제작노트 여름곁 뉴스레터로 만나는 생각의 여름 2021년 6월 7일(월) - 5-2호 "안녕하세요, 생각의 여름, 혹은 박종현입니다. 주말 잘 지내셨어요?" 내용 5-1호 (6월 3일 목요일) 1. 김기조 인터뷰 I 2. 플레이리스트 - 여름과 겨울 5-2호 (6월 7일 월요일) 3. 음원 준비 노트 - [소리들] I 4. 미/비발매곡 이야기 - [오늘 밤엔 너구리] 음원 준비 노트: [소리들] I - 옛 습작 둘 그리고 '소울' 작사가 김이나 님이 방송에서 얘기한 적이 있단다. 보통 자신의 가사에 경험이 그대로 묻어난다고들 여기는 것 같지만, 실은 이전에 만난 사람들이 나노 단위로 쪼개져 가사 한 문장에 몇 명씩 들어 있기도 하다고 말이다. 그 얘기를 듣고서 처음 생각해보게 되었다. 사람들은 내 가사 한 행이, 한 연이, 한 곡이 애초부터 하나의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 있겠구나, 라고 말이다. 그런 노래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노래는 아주 오래 뇌 깊은 곳에서 끓이던 것'들'이 합쳐져 고아 나온다. 새로운 가사도, 몇 달, 몇 년씩 가져온 겔 상태의 생각 혹은 이미지에 비비어지며 굳는 경우가 많다. 6월 중순에 나오게 될 노래 '소리들'이 그렇다. 구 년 전쯤 썼던 노래 아닌 습작시 두 개와, 최근에 본 영화 하나가 버무려져 나온 노래이니까 말이다. 창작열은 있는데 창작이 안될 때는 옛날에 쓴 글과 말을 괜히 뒤적이기도 한다. 일기를 쓰지 않으니, 과거에 쓴 습작 운문들이나 웹 어드메에 끄적였던 한 조각들을 보는 것이다. 사실 사람이나 사람이 하는 생각이란 게 엄청나게 달라지지 않아서, '아, 이때도 이런 걸 썼구나' 싶을 때가 있다. 그런 것들이 지금의 어떤 뭉게구름과 딱 맞아 떨어지면, 응고되는 것이다. 마침 구 년 전에 하던 습작 중에 이런 행이 있었다. "내게 주어진 빚으로도 지펴지지 못하고 있었다" 또 다른 습작에는 "설익은 그늘 위, 온갖 자음의 가능성들 허공에 녹아 있다"라고 적혀 있었다. 그러던 차에, 영화 '소울'을 봤다. 이것들이 어디에서 시작해서 어떻게 올라와, 어떻게 버무려졌는지는 알 수가 없다. 중요한 것은 어느 순간 이것들이 의식선상으로 한데 올라오고, 소울의 어떤 그림과 함께 무쳐져서, 나중에는 푹 익은 김치처럼 머릿속에서 발효되었다는 것이다. '소울'의 소울들이 통통, 튀어다니며 온갖 가능성을 뒤집어쓰는, 그런 모습들에 이전 행들이 끼얹어졌던 것도 같다. 가사는 다음 주에 뉴스레터를 통해 처음 공개할 예정이다. 이 세 가지 이미지가 어떻게 하나의 노래 가사에 용해되는지, 상상해 주시면 좋겠다. * [소리들]은 6월 중순 발매될 새 노래의 제목입니다. 미/비발매곡 이야기 - [오늘 밤엔 너구리] “오늘 밤엔 너구리” (아마도 2008, 미발매곡) 밤에 먹으면 안 되는 걸 알지만 (알지만) 내일 아침에 일어날 일을 알지만 (알지만) 어쩔 수 없어, 오늘 밤엔 너구리 뭐 다들 몰라서 그 따위로 살겠어, 그런 거지 뭐 어쩔 수 없어, 오늘 밤엔 너구리 === 딱히 흥겹거나 재미가 넘실대는 노래에 재능이 없는 신인 음악가는 라이브클럽의 엄혹한 무대위에서 갈피를 잡지 못했습니다. 사실 음악을 하고 싶고, 하고 있을 뿐이지 무슨 음악을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었습니다. 그 사이에서 했던 '뭘 쓸까'에 관한 시도 중, 주변의 맛있는 것들에 대한 헌정곡 시리즈가 있었습니다. 머릿속에 제대로 남아있진 않지만, "그 날의 초코송이에 대하여"라는 발라드가 있었습니다. 홈런볼에 관한 노래를 만들(다 말았)던 기억도 납니다. 이 노래들은 심각하고 고요한 클럽 빵의 (혹은 저의) 분위기 속에서, 관객들과 함께 잠시 미간을 펴는 시간을 주었습니다. "오늘 밤엔 너구리"는 용케 살아남아서 가끔 부르는 노래가 되었습니다. 한때는 공연 끝나고 블로그에 이 노래 얘기만 있는 게 싫어서 회피하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좋아하는 노래입니다. 나름대로의 정서도 있고요. 발매가 될 것 같지는 않지만 오래 함께했고 함께할 노래입니다. 아래는, 2010년 경 어린 생각의 여름이 부르는 버전의 "오늘 밤엔 너구리"입니다. (나무위키 '너구리' 란에 링크되어 있던 비디오입니다.) 비교해서 들어 보시면 재미있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