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똑러님께 듣똑라가 드리는
#47 뉴스레터
(2019. 12. 27.)
요즘 국회는 이렇습니다
23일 선거법 개정안이 상정되자,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문희상 국회의장에게 거세게 항의하는 모습입니다.     
듣똑러님, 
한 해 마무리 잘 하고 계신가요. 

솔직히 요즘 저는 정치분야 콘텐츠에 대한 묘한 '두려움'이 생겼습니다. 국내 정치 상황을 미주알고주알 정리하는게 오히려 더 정치불신을 낳고 불쾌감을 주는 것은 아닌가 하는 ‘심리적 위축’이랄까요. 최근 여야가 극한 대립 중인데 사람들이 분노도 공감도 아닌 차가운 시선을 보내는 걸 보면서 그 마음이 더 커졌습니다. 

문제는 '국회, 그들만의 전쟁'이 내년에도 계속될 것 같은데요. 1월 중순까지 필리버스터가 반복될 예정입니다. 듣똑러님 마음 속에 “국회가 대체 뭘 하고 있는거야?”라는 물음이 생기실까 해서 정리해봤습니다. 

1. 국회는 오늘 본회의를 열고 공직선거법 개정안 표결을 시도합니다. 
공직선거법 개정안은 내년 4월 총선 룰이 담겨 있어 모든 정당이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주제입니다. 이번 개정안에는 "사표(死票)를 줄이고 민의를 더 반영하자"는 취지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자는 데 4+1 협의체(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당권파, 정의당, 민주평화당 + 대안신당)가 합의했습니다. 자유한국당은 이 개정안 자체를 반대해 지난 23일 밤부터 이 법안에 대한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을 50시간 동안 진행했습니다. 무제한 토론은 법안 당 1번 뿐이라 오늘 본회의가 열리면 이 법안은 바로 표결 절차를 거치게 됩니다.

2. 그럼 선거 룰이 어떻게 바뀌는지 볼까요.
준연동형비례제(정당의 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배분)가 도입돼 연동율은 50%가 적용됩니다. 연동율이 적용되는 의석수(cap 캡)는 30석으로 제한되고요. 지역구 253석+비례 47석=총 300석이라는 현행 구성은 그대로 유지됩니다. 논란이 됐던 석패율제는 적용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3. 앞일을 예상하려면 수학공식처럼 계산을 해야 하는데요(눈힘빡)
연동 배분 의석수를 구하고 이 숫자에 따라 조정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최대한 쉽게(무소속없음을 전제하에) 예를 들어 볼게요.
(1) 거대당인 A당 정당 지지율이 40%라면, 300석의 40%는 120석입니다. A정당이 지역구에서 120석을 차지 했다면 추가로 연동율을 적용해 얻을 수 있는 의석은 없습니다. 정당 지지율에 따른 병립형 의석만 비례대표로 배정됩니다.
(2) 소수당인 B당이 정당 지지율 7%를 얻었다면 300석의 7%는 21석입니다. 만약 지역구에서 2석만 당선됐다면, 그럼 모자라는 의석 수(19석)에 연동율 50%를 적용해 9석을 비례대표로 가져올 수 있습니다. 만약 모든 정당을 연동형으로 배분하고나니 그 숫자가 30석(캡)을 넘는다면 조정단계를 거쳐야 합니다. 

4. 앞서 계산에서 보셨겠지만, 바뀌는 선거룰은 지역구 당선이 많은 거대양당은 약간의 손해를 보고 소수정당 득표를 보전해주는 방식입니다.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반대해온 자유한국당이 "이대로 법안이 통과되면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을 따로 만들겠다"고 선포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본인들이 비례대표 손해를 볼 바에야 위성정당(a.k.a 세컨계정)을 하나 더 만들어 정당 지지율을 얻고 비례대표를 가져가겠다는 전략입니다. 이같은 움직임이 현실화될 경우 다른 정당들도 직간접적 영향을 받게됩니다.

5. 공직선거법 개정안 후폭풍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또 다음 화두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을 비롯한 검찰개혁법안입니다. 4+1 협의체는 '검찰을 믿을 수 없다'는 전제 아래 이 법안(수정안)을 합의했는데요, 자유한국당은 '공수처를 믿을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이 법안을 두고 자유한국당은 '필리버스터 2탄'을 예고한 상태입니다.

슬픈 사실은 앞으로도 계속 여야 ‘혈투 시즌2’가 기다리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제는 선거구를 정하기 위한 지역구 통폐합 작업을 해야 하는데요. 인구 하한선 기준을 얼마로 정하느냐에 따라 통폐합되는 지역구, 분구되는 지역구가 바뀔 수 있습니다. 소속 당 지역구 의원들의 생존 문제이기도 하고 내년 총선 판 유불리가 정해질 수도 있기에 치열한 샅바 싸움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합니다.

이지상 올림
◇더불어민주당 영입인재 1호

더불어민주당이 26일 최혜영 강동대 교수(사진)를 내년 총선 ‘영입인재 1호’로 발표했습니다. 대학에서 무용을 전공한 최 교수는 20대 초반에 교통사고로 사지마비 척수장애 판정을 받았어요. 이후 그는 장애인식 개선을 위한 연구·활동에 앞장서 왔는데요. 장애인식개선교육센터를 설립해 국·공립기관, 대학 등 전국으로 강연을 다녔고, 여성 척수장애인으로는 최초로 재활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최 교수는 26일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밝혔어요. “휠체어에 앉아 있는 저의 눈높이는 남들보다 늘 낮은 위치에 머문다. 정치의 위치가 그래야 된다고 믿는다. (국회에 입성하게 된다면) 여성 장애인의 임신과 출산, 육아에 도움이 되는 정책을 발의하고 싶다.”

민주당은 최 교수를 시작으로 내년 설 연휴까지 10여 명의 영입인재를 순차적으로 발표할 계획입니다.


◇조국 영장 기각

조국 전 법무부장관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이 27일 법원에서 기각됐습니다. 조 전 장관은 2017년 청와대 민정수석 시절,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의 뇌물 수수 등 비위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감찰 중단을 결정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어요. 여권 인사들과 친분이 있던 유 전 부시장을 ‘봐주려 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인 거죠. 조 전 장관 측은 감찰 중단을 지시한 건 맞지만 민정수석이 할 수 있는 ‘정무적 판단’이었다고 주장하고 있고요.

법원은 “범행의 죄질이 좋지 않으나 현 단계에서 피의자에 대한 구속사유와 필요성, 타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영장 기각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범죄 혐의는 소명되지만 조 전 장관이 개인적 이익을 도모하고자 범행을 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고, 이미 수사가 많이 진행 돼 증거인멸 가능성도 낮다고 본 겁니다. 

조 전 장관은 일단 구속 위기를 넘겼고, 검찰은 수사에 제동이 걸렸습니다. 하지만 법원이 검찰 수사로 범죄 혐의가 소명됐다고 밝힌만큼 양측의 치열한 법리 공방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송병기 업무수첩

검찰이 27일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해 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했습니다. 송 부시장은 지난해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야당 측 울산시장 후보였던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 비리 의혹을 청와대에 처음 제보한 인물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듣똑라 208화)

검찰 수사 과정에서 선거개입 의혹의 단서로 떠오른 건 송 부시장의 업무수첩인데요. 이 업무수첩의 증거 능력이 인정될지가 관건입니다. 수첩에는 선거를 앞두고 청와대와 송철호 울산시장 측이 공약을 논의한 정황, 당내 경선 경쟁자의 출마를 포기시켜야 한다는 내용 등이 담겨 있다고 합니다. 검찰은 수첩을 토대로 당시 민주당내 울산시장 경쟁 후보들도 조사하고 있어요. 다만 송 부시장은 수첩 내용에 대해 “발상이나 풍문 등을 적은 일기 형식의 메모장에 불과하다”며 청와대 개입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습니다.


◇연말정산

연말정산의 시즌이 다가옵니다. 다음달 15일부터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데요. 달라지는 공제 항목부터 살펴볼게요. 먼저 총급여 7000만원 이하 근로자는 산후조리원 비용을 1회당 200만원까지 공제받을 수 있게 됐어요. 지난 7월 이후 신용카드로 결제한 박물관·미술관 입장료도 30%까지 소득에서 공제받을 수 있습니다. 생산직 근로자들의 야간근로수당 비과세 적용 기준은 월정액 급여 ‘190만원 이하’에서 ‘210만원 이하’로 확대됐고요. 

축소되는 공제 항목도 있습니다. 20세 이하 자녀 모두에게 적용됐던 ‘자녀 세액공제’는 올해부터 7세 이상 자녀만 대상에 포함됩니다. 올해 2월 12일 이후 면세점에서 쓴 면세물품 구매 비용도 신용카드 소득공제 대상에서 제외되고요. 더 자세한 공제 항목은 국세청의 '연말정산 종합 안내'에서 확인하세요!
마이너스 금리를 이끌어온 유럽에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마이너스 금리로 대규모 통화 완화 정책을 써도 경제성장률은 개선되지 않는데 부동산 가격은 폭등하고 역효과가 난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유럽 노동자 임금은 1년간 2.7%인상했는데 지난 4년간 유럽 주요 도시 주택가격은 30~40%올랐다고 합니다. 

주택시장 거품에 대한 경고와 함께 ECB 통화정책에 대한 비난 여론도 커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천정부지로 집값이 치솟자 이를 감당할 수 없는 시민들의 불만이 사회적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최근 가수 김건모씨의 성폭력 의혹 사건을 다룬 여러 기사들의 제목 중 하나는 <유흥업소 직원인데 강간죄라니”..김건모 사건 후폭풍>이었습니다. ‘유흥업소 종사 여성에게는 강간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사회의 어긋난 통념이 그대로 담겨 있는 제목이었죠.

노혜경 시인이 시사저널에 기고한 칼럼은 이러한 통념에 가려진 피해와 오랫동안 범죄로 취급되지 않았던 가정폭력 피해를 함께 언급하며 ‘여성 피해자의 자격’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피해자가 될 수 없는 사람을 정하는 건 누구일까요. 이 문제에 대해 여러분과 함께 생각해보고 싶습니다.
저는 2019년 올 해의 인물로 심석희 선수를 반드시 꼽고 싶어요. 스포츠계의 폭력과 성폭력을 고발했고, 모두의 자성과 변화를 이끌어냈으니까요. 경향신문 박주연 기자의 심 선수 심층 인터뷰를 읽으면서 심 선수의 불의에 항거하는 용기, 삶에 대한 숭고한 의지, 스포츠에 대한 무한한 사랑을 느꼈습니다. 이 문장에서 오래 머물게 되네요. 

심 선수는 화려한 빙상 질주 이면에 숨겨진 오랜 큰 고통 속에서도 “지금껏 단 한 번도 쇼트트랙 선수가 된 것을 후회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삶에서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우고 싶다”고도 했다. 그리고 이 말을 꼭 넣어달라고 당부했다.  
HOW POWERFUL WE ARE!
그래픽 이윤원
올 한 해 듣똑라는 목요일~금요일 커리어 심층 인터뷰를 통해, 지금 한국을 움직이고 있는 멋진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이렇게 사진으로 모아보니, 듣똑라가 참 대단한 일을 해냈구나 싶어요. 함께 할 수 있어서 정말 영광이었습니다. 내년에도 듣똑러님께 영감을 드릴 수 있는  분들을 밝은 눈으로 부지런히 찾아 스튜디오에 모실게요. 기대해주세요! 

그리고 여러분, 듣똑라의 뉴스레터 'Weekly 똑똑'이 개편을 준비 중입니다. 잘 정비해서 1월 31일(금)에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그때까지 Weekly 똑똑 잊지 마시고요!    

듣똑러님, 그럼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HOW POWERFUL WE ARE! 

듣똑라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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