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가 3%밖에 안 올랐다고?(feat. 소비자물가지수)
경제 기사를 읽다보면 소비자물가지수(CPI·Consumer Price Index)라는 용어가 자주 나옵니다. 그런데 좀 이상합니다. 정부 발표를 보면 우리나라 2월 소비자물가지수가 1년 전보다 3.7% 올랐다고 하는데요. 체감하기엔 훨씬 더 많이 오른 거 같잖아요. 대체 누가 어떻게 계산하기에 이런 걸까요?
소비자물가지수는 우리가 일상에서 소비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 변동을 측정한 지수입니다. 우리나라는 통계청이 매달 집계해 발표하죠. 기준 시점을 100으로 두고 물가의 높고 낮은 정도를 나타냅니다. 예를 들면 지난달(2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5.3이었는데요. 기준 시점인 2015년과 동일한 상품과 서비스를 같은 양만큼 소비하면 비용이 5.3% 늘어난다는 의미입니다.
소비자물가지수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선 어떤 품목을 조사 대상으로 넣는지가 중요해요. 현재 측정하는 상품과 서비스는 총 460개입니다. 배추나 달걀, 돼지고기, 휘발유, 라면, 화장품, 전기요금, 휴대전화요금, 보험료 등등 다양하죠. 여기에 각 품목이 일반적인 소비 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해 가중치를 반영해요.
그래서 통계청은 5년마다 조사 대상 품목과 가중치를 조정하고 있어요. 예를 들면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게 된 식기세척기는 조사 품목에 새롭게 넣고, 이제 잘 쓰지 않는 연탄은 뺀다거나 하는 식이죠. 국가별로도 품목과 가중치가 다릅니다.
- 근데 왜 이렇게 안 맞는 거 같지?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적게 오르거나 하락한 품목보다는 많이 오른 품목을 중심으로 물가 변동을 인식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 해요.
조사 품목도 잘 선택해야죠. 우리나라 소비자물가지수에는 사람들의 경제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집값이 포함되지 않는다고 해요. 또 요즘 급격히 늘어난 배달료도 외식·택배비의 일부로만 반영돼 있어 우리가 실제 느끼는 부담을 반영 못한다는 의견도 있죠.
기업들이 가격을 올리는 대신 제품 용량을 줄이거나 서비스의 질을 낮추는 방법으로 간접적으로 가격 인상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를 막기 위해 각국 통계청은 제품의 가격과 용량을 함께 조사하고 있지만 기업들의 방식도 점점 교묘해지고 있는데요.
디즈니는 비용절감을 위해 올해부터 놀이공원인 디즈니월드와 공항을 잇는 무료 셔틀버스를 운영하지 않기로 했어요. 미국 홈트레이닝 업체 펠로톤은 실내자전거의 배송·설치비를 받기 시작했고요. 호텔에서 무료 조식을 없애거나 객실 청소 횟수를 줄이는 것도 이에 해당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