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하인드 더 보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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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splash 


음악을 동경한다. 음악 그 자체에 느끼는 경이와 음악 하는 사람에 대한 경외심이 함께 어우러진 마음이다. 음악은 내가 범접할 수 없는 미지의 영역으로, 악기를 연주해 음악을 일으킨다는 것. 세상에 존재해 오던 소리에 파동을 일으키는 것처럼 이 일이 어떤 희열인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음악은 내게 수학과 다르지 않다. 이 세상에 이미 존재하는 음계들, 그것을 공식화해 내 눈앞에 펼쳐놓지만,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기호들의 세계. 복잡한 수학 공식을 푸는 사람이나 빼곡한 악보를 연주하는 사람이나 내게는 같아 보인다. 내가 절대로 손댈 수 없다는 점에서도. 얄팍한 지식마저 통하지 않는 미지의 세계는 내가 그 세계를 온전히 느낄 수 있는 태초의 즐거움을 준다. 어쭙잖게 발을 담갔다 빼도 다른 예술과는 달리 피아노 건반조차 정복한 적 없던 내게 음악은 다른 차원에서 벌어지는 일이라 넋 놓고 감상할 수밖에 없다. 고로 음악은 가장 쉽게 나를 다른 차원으로 데려간다.
 
음악과 같이 살아가면서도 곡을 해석하거나 계보를 꿰뚫는 능력과 지식은 없다. 글쓰기 기초나 문학사를 알면 문학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을까? 창작하는 사람이라면 그렇겠지만, 이런 지식이 있느냐 없느냐로 문학 읽기의 즐거움이 좌지우지되는 것 같지는 않다. 문학사를 알면 문학을 더 깊이 있게, 남들은 짚어내지 못한 부분을 더 폭넓게 이해할 수는 있겠지만, 꼭 그렇게 하지 않아도 즐거움이 사라지는 건 아니니까.
 
그런 마음으로 음악을 즐긴다. 분명 연주하는 사람도, 음악을 만드는 사람도 내가 그렇게 듣기를 원할 거라는 확신으로. K팝과 영화, 드라마 OST가 주력으로 듣는 음악인데, 이 세 개의 카테고리에서 특별한 취향 없이 상황에 맞게 듣는다. 아침 산책이나 저녁 운동, 이동 시간에는 K팝을 듣고, 작업을 하거나 책을 읽을 때는 가사가 없거나 혹은 가사가 있어도 알아들을 수 없는 OST를 듣는다. 최근에 많이 들은 OST는 영화 〈싱글 맨〉의 ‘Abel Korzeniowski, Studio Orchestra-Stillness of the Mind’와 영화 〈검은 사제들〉의 ‘강동원-Victimae Paschali Laudes’이다. 그 외에도 영화 〈인터스텔라〉 〈듄〉 〈사도〉 〈판의 미로〉 〈스즈메의 문단속〉 〈왕좌의 게임〉 〈메이즈러너〉 등을. 그리고 드라마 〈구경이〉 〈시그널〉 〈더 글로리〉 〈체르노빌〉 〈미스터 션샤인〉 등을 챙겨 듣는다. 한 마디로 ‘이런 노래를 평소에 듣는다고?’ 싶은 노래까지 잘 듣는 편이다. 

영화 〈싱글 맨〉 LP


K팝을 들을 때는 가사에 집중한다. 세상과 맞서 이겨내는 걸 그룹의 노래를 듣고 있으면 힘이 난다. 나와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또래 아이들이 힘차게 부르는 노래를 듣다가 가끔 눈물을 흘리기도 할 정도로. 평소 좋아하는 아이돌의 신곡을 챙겨 듣고, 아주 가끔은 노래를 통해 인물을 떠올리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김세정의 ‘Skyline’, 유아의 ‘숲의 아이’, 보아의 ‘아틀란티스 소녀’를 듣고 장편소설 〈나인〉도 썼다. 영화와 드라마 OST를 좋아하는 이유는 한 곡에 하나의 감정이 아주 짙게 들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두 장르의 음악은 각 장면에 맞게 곡이 만들어진다. 영화 속 인물이 가장 처절할 때, 행복할 때, 용기를 낼 때, 실연을 극복할 때 등 그 인물의 감정에 맞게 짧게는 30초, 길게는 8분까지 음악이 이어진다. 내가 어떤 감정에 몰입해야 하는 상황, 내가 영화 속 주인공이 된 것처럼 굴어야 할 때 그에 맞는 영화음악을 듣는 것만큼 효과적인 방법은 없다. 음악은 내 감정이 큰 몫을 차지한다. 가끔 음악을 듣지 않으면 소설을 한 글자도 쓰지 못할 때도 더러 있다. 모든 작가가 당연하게 나 같을 줄 알았는데, 작가 중에는 음악을 들으면 집중이 흐려져 소설을 쓰지 못하는 작가도 있다는 것이 소소한 충격일 정도였다.
 
요즘 취미는 타인의 플레이리스트를 알아내는 것이다. 최근 음악 스트리밍 사이트인 멜론이 교보문고와 함께 진행한 작가의 플레이리스트 작업을 하며 느낀 것은 내가 즐겨 듣는 음악을 공개하는 건 생각보다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라는 것이다. 그 경험 이후 타인의 플레이리스트를 눈여겨본다. 누군가에게 소개하기 위해 자신의 취향을 고르고 골라 만들었을 플레이리스트가 그 사람의 큰 부분을 설명하는 일처럼 느껴진다. 어떤 상황에서든 나는 음악만 있으면 상황을 견딜 수 있다. 음악이 없었다면 스텝밀을 한 시간씩 타지도 못했을 테니까. 음악은 내 하루이고, 나를 소설 속으로 데려다주는 텔레포트다. 세상에 이토록 많은 음악이 나왔는데, 앞으로 더 나올 음악이 많다는 사실을 동경하면서 나는 오늘도 음악을 듣는다.


Writer 천선란

1993년생 소설가. 2019년 첫 장편소설 〈무너진 다리〉를 펴낸 이후 〈천 개의 파랑〉 〈노 랜드〉 등 소설을 부지런히 선보이고 있다. 동식물이 주류가 되고 인간이 비주류가 되는 지구를 꿈꾼다.

- <엘르> 2023년, 7월호 발췌


비하인드 더 보이스

‘아리’들을 만나다!

(*엘르보이스는 구독자님들을 '메아리'로 부른답니다, 줄여서 아리님!) 


6월에는 엘르보이스가 구독자 아리 분들을 만날 일이 두 번이나 있었습니다. 예상보다도 더 반갑고 즐거웠던 그 시간에 대한 기록을 나눕니다. 반가웠어요. 이번에 못 만났다면, 다음 기회에 꼭 만나요 우리!



1. 엘르보이스 X 까르띠에 

창업에 대한 관심을 나누는 아주 특별한 시간

성수동 ‘핫플’로 떠오른 까르띠에 <타임 언리미티드 전시>. 지난 6월 12일(월) 저녁 전시장 내에 마련된 살롱에서 아주 프라이빗한 개더링이 개최되었습니다. 여성 창업가들을 응원하는 까르띠에의 여성 창업 이니셔티브(Cartier Women’s Initiative) 펠로우. 역시 까르띠에 여성 창업 이니셔티브와 손을 맞잡고 운영 중인 로컬 프로그램 언더우먼 임팩트 커뮤니티의 멤버들, 그리고 창업에 관심 있는 엘르보이스 구독자들까지! 스무 명 남짓한 여성들이 모였는데요. 짧은 시간 동안 얼마나 활발한 이야기와 소개가 오갔는지, 창업가 정신과 혁신에 대한 뜨거운 열망을 느낄 수 있었답니다. 특별한 까르띠에 샴페인을 베이스로 한 르 챔버의 칵테일이 분위기를 돋웠음은 물론이죠. 이번 자리에는 다양한 혜택과 경험을 나누기 위해 CWI 역대 한국인 수상자인 공공공간 신윤예 대표, 포티파이(마인들링) 문우리 대표 그리고 CWI 동아시아 어워즈 심사위원 배수현 디렉터 등이 함께 해 한층 뜻 깊었는데요.


다음 어워드의 주인공이 되고 싶다면? CWI 2024년 에디션에 도전해 보세요. 6월 30일까지 지원서를 절찬 모집 중이니까요.

2. 엘르보이스 X 서울국제도서전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엘르 보이스를 외치다! 강연 <’반려’라는 진정성에 대하여>

2023 서울국제도서전이 가장 활기의 정점으로 치닫았던 6월 17일(토), 이른 오전부터 반짝이는 눈빛들이 무대 아래를 가득 채웠습니다. 항상 동물권에 대해 진심으로 이야기해왔던 엘르가, 한 발 더 나아간 논의를 나눌 수 있는 강연자들을 초대했기 때문이죠.


엘르보이스의 오랜 친구이자, 지난해에는 강연자로서 무대에 오르기도 했던 MBC 임현주 아나운서가 진행을 맡은 이번 강연에는 작가이자 팟캐스터인 곽민지(비혼세), 동물권 에세이 <살리는 삶>을 쓴 박소영 기자, 펫로스 상담가 주지훈 원장이 함께 했습니다. 


지난해 유기견 ‘김정원’을 입양하며 본격적인 ‘1인 1견’ 가구를 결성한 곽민지 작가는 새롭게 얻게 된 ‘믹스견의 보호자’라는 정체성을 통해 새롭게 발견한 것들을 털어놨습니다. “생활동반자법을 지지하는 사람으로서, 성이 같아야, 종이 같아야 가족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아요. 그저 서로의 정원이 되어주자는 마음으로 ‘김정원’이라고 이름을 붙였죠. 왜 ‘김 씨’냐면 제가 좋아하는 김이나 작사가와 김연경 선수의 성이 모두 ‘김’이기 때문이에요”라고 말하며 특유의 유쾌한 화법을 내내 잃지 않았습니다.


서울시 반려견 순찰대로도 ‘열일’ 중인 정원이가 순찰대 조끼를 입었을 때와 입지 않았을 때 달라지는 시선, 반려동물 친화적인 듯하면서도 여전히 존재하는 크기(몸무게)나 종에 대한 배타성 등에 대해 이야기도 하기도 했죠. 6년 넘게 한 동네에 살고 있지만, 정원이와 함께 하며 동네 주민들에게 가시화된 부분, 그로 인해 얻게 된 안전하다는 감각에 대해 말하기도 했습니다.

비건이자 캣맘이기도 한 박소영 기자는 ‘반려’라는 단어가 은폐하고 있는 것들에 이야기하며 논의를 한발자국 더 가지고 나갔습니다. 귀여우니까, 나의 외로움을 채워주니까, 기쁨을 주니까 같은 이유로 우리가 동물과 함께 산다는 것을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은 아닐지 근본적인 물음을 제시한 것이죠. 결국 그 당연한 시선 때문에 ‘반려 산업’이 되는 순간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우리는 이미 너무 많이 목격하고 있으니까요.


“’반려견 테마파크’나 ‘반려견 산책로 조성’ 등이 어느 순간 빠지지 않는 정치 공약이 됐어요. 물론 필요한 공약이지만 ‘반려’의 대상이 아닌 동물들. 농장 동물을 비롯한 다른 동물에 대한 논의는 여전히 너무 적다는 생각이 듭니다”라는 박소영 기자의 이야기는 ‘귀엽다’라는 말에 가려진, 상대적으로 ‘귀엽지 않거나 보이지 않는’ 또다른 생명들의 존재에 대해 생각하게 했습니다. 


조지훈 원장은 ‘펫로스 증후군’이라는 슬픔을 누릴 자격에 대해 말합니다. 반려동물 1500만 시대지만 끝까지 생명을 책임지는 비율은 고작 10% 초반대에 머무는 현실에서, 최선을 다한 보호자라면 마땅히 느끼게 되는 의무의자 권리라는 것이죠. “가족 같은 개, 가족처럼 키웠다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아요. 왜냐면 가족 같은 게 아니라 가족 그 자체거든요” 그 사실을 인지하면 펫로스 증후군을 ‘유난스러운 것’으로 바라보거나 반려인 스스로도 자신의 슬픔을 검열하는 일이 없을 것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조지훈 원장은 “‘구매’ ‘분양’이라는 표현 대신에 ‘입양’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어도, 우리는 결국 부모 동물에게서 빼앗은 존재를 키우고 있는 것이거든요. 그렇다면 끝까지 책임지는 것이 최소한의 도리 아닐까요?”라는 울림 있는 질문을 던지기도 했습니다.


1시간 남짓 진행된 강연 시간이 끝나갈 무렵, ‘반려동물과 함께하며, 각자의 삶에 무엇이 바뀌었는지’를 묻는 임현주 아나운서의 마지막 질문에 세 강연자의 답변은 조금씩 달랐지만 결국 같기도 했습니다. 어느 특정한 대상을 향한 사랑이, 배타성을 띄는 것이 아니라 더 넓은 세상에 대한 관심과 사랑으로 퍼지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죠. 우리가 사랑하는 대상의 밝고 행복한 순간 뿐 아니라 그로 인한 슬픔과 고통까지 기꺼이 껴안을 수 있기를, 그리고 내 옆에 찾아온 생명을 통해 다른 생명의 삶까지 상상할 수 있기를 바라며. 엘르보이스의 이야기는 계속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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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이마루 (<엘르> 피처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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