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에게 사람의 감정은 왜 8가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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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어거스트

감정분석 인공지능이라고 들어보셨나요? 사람들의 얼굴이 담긴 이미지를 입력하면 그 사람들의 감정이 분석된다고 이야기하는 바로 그것이요. 국내에서는 AI 면접 등으로 많이 활용되고 있는데요, 오늘은 이 감정분석 인공지능의 기반이 되는 이론과 기술이 갖는 의미에 대해서 살펴볼게요.

오늘 에디터는 SAT 입니다

💬 오늘의 에디터 PICK

잔나비(JANNABI)의 오픈마이크 첫 곡 '뜨거운 여름밤은 가고 남은 건 볼품없지만'

2021년 시작한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7월이에요? 얼마 남지 않은 여름을 어떤 마음으로 보내야 할까 하다가 이번주에 노동요로 잔나비의 '뜨거운 여름밤은 가고 남은 건 볼품없지만'을 들었습니다. 지난 겨울에 비긴어게인을 통해 방영됐던 어쿠스틱 버전인데요, 개인적으로 저는 원곡보다 더 와닿는 느낌이더라고요. 여러분은 여름이 절반이 지나가는 지금, 어떤 마음으로 7월을 맞이하고 계신가요?

💸 감정을 분석하는 인공지능의 가치

감정분석 인공지능 산업의 가치는 2020년 기준 200억 달러(한화 20조원)입니다. 2026년의 가치는 370억 달러로 전망되는데요. 리서치조사기관 마켓앤마켓의 보도자료는 왜 감정분석 인공지능 산업의 가치가 이렇게 높을 수밖에 없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이 자료는 감정분석 인공지능이 “인지과학, 심리학, 컴퓨터공학의 융합"함으로써 “개인의 숨겨진 심리와 감정적 상태를 감지하는 데 유용”하다고 소개합니다. 또, 감정분석 인공지능이 기업들에게는 소비자의 마음을 더 잘 읽게 도와줌으로써 더 높은 수익을 창출하는 데 “직접적인 도움"을 주고, 우울, 스트레스, 경멸 등의 감정을 읽을 수 있기 때문에 의료 산업과 국방 산업에서도 각광받는다고 언급하죠.

국내에서 감정분석 인공지능이 미디어에서 자주 언급된 적용분야 중 하나는 기업 채용이 아닌가 싶습니다. 면접 동안 지원자의 표정과 표정을 파악함으로써 지원자의 성격과 직무역량을 알아본다는 의도인데요. 이에 맞춰 네이버에 ‘AI면접 대비'라는 키워드를 검색하면, 면접을 준비해주는 기업과 서비스도 많이 생겨났더라고요.

💕 사람의 감정은 8가지다?

출처: 헤럴드 경제(위), 클리앙(아래)

감정분석 인공지능 분석 결과와 관련한 짤이나 스크린샷은 대부분 다 비슷하게 생겼어요. 분노, 경멸, 역겨움, 두려움, 행복, 중립, 슬픔, 놀람. 감정분석 인공지능 결과에 어김없이 동일하게 주어지는 8가지 ‘감정'입니다. 왜 대부분의 감정분석 인공지능 모델은 감정을 8가지로 분류할까? 문득 궁금하더라고요. 이 카테고리는 누가 정한걸까. 이 카테고리들을 유심히 살펴보다보면 두 가지 사실이 눈에 띕니다. 하나는 긍정적인 감정인 ‘행복'은 하나인데, 왜 부정적인 감정은 저렇게 세분화되어있다는 점이고요. 또 하나는 ‘중립'이 감정의 카테고리로 포함되어있다는 점입니다. 사실 저희가 무표정할 때에도 감정이 꼭 ‘중립'이진 않잖아요? 아무 생각을 안한다는 건가?

의외로 감정을 정해진 몇 개의 카테고리로 분류하는 감정분석 인공지능의 역사적 뿌리는 꽤 뚜렷합니다. 감정분석 연구의 역사를 따라올라가다보면 그 끝에는 단 한 사람이 존재하거든요. 1960년대에 감정을 연구하던 미국의 심리학자 폴 에크만(Paul Ekman)입니다. 에크만이 증명하려고 한 연구문제는 다음의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인간의 감정은 유한한 소수의 카테고리로 구성되어 있고, 이 카테고리는 인류가 모두 선천적으로 공통되게 타고나기 때문에 인간이라면 모두 공통된 카테고리의 감정을 갖고 있다.”

물론 폴 에크만이 최초로 감정을 연구한 사람도 아니고, 감정이 유한한 개수의 카테고리로 이뤄져있다는 주장도 최초로 하진 않습니다. 이 두 심리학자의 계보를 연구한 바 있는 사회과학자 케이트 크로포드(Kate Crawford)에 따르면, 폴 에크만의 스승 격인 심리학자 실반 톰킨스(Silvan Tompkins)가 이 주장을 처음했고요 (1962년에 출판된 Affect Imagery Consciousness라는 책을 통해서), 실반 톰킨스를 우연히 만난 에크만이 톰킨스의 연구에 완전히 매혹되면서 생애를 감정분석 연구에 받치게 됩니다. 에크만은 60년대 후반부터 미 국방부를 비롯한 다양한 국가기관의 금전적, 정책적 지원을 받으며 감정분석 연구를 대표하는 학자가 되었습니다.

이분이 바로 폴 에크만! (출처: 위키피디아)

결론부터 말하자면 에크만의 감정분석에 관련한 연구문제는 202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미제로 남아있습니다. 많은 연구자들이 감정을 계속 연구해오고 있지만, 감정은 에크만이 말했던 것처럼 간단한 연구주제가 아니거든요.

우선 에크만은 1971년에 인간의 표정을 분류할 목적으로 인간이 공통으로 갖는 감정적 표정을 총 6가지(행복, 슬픔, 역겨움, 두려움, 분노, 놀람)로 나눴었는데요, 이 6가지의 카테고리를 정한 것은 에크만 자신의 영감(이라 쓰고 뇌피셜이라고 읽…)에 기반해서였습니다. 그러니까 연구설계가 순환논리적인 면이 있었어요. 6개의 감정카테고리가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감정카테고리를 일단 처음부터 6개로 한정지어놓는다? 애초에 연구자가 6개로 정해놓고 물어보는데 연구 참여자들이 그 6개 이외의 감정을 말할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 싶은 거죠. 2015년에 마이크로소프트가 이 6가지 감정에 경멸과 중립을 추가하면서 8개가 됐어요. 즉, 인간의 감정 카테고리의 개수는 과학적으로 정해진 건 아닙니다.

에크만의 연구는 심리학계와 사회과학계로부터 데이터의 대표성 문제, 그가 정한 감정의 카테고리가 타당한지의 문제, 일반화 가능성 등과 관련하여 끊임없는 의문 제기를 받아왔어요. 모든 인류가 선천적으로 일정 개수의 감정 카테고리를 타고난다는 주장이 과학적으로 타당하기 위해서는 유아와 어린이들이 지속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이 감정 카테고리들을 구분한다는 증명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현재까지도 이런 증거를 설득력있게 보여준 연구는 없습니다. 이 주장을 증명했다고 주장하는 연구들은 대부분 굉장히 인위적인 사진들(억지로 지어내거나 과장된 표정)을 사용했고, 결과들을 일반화할 수 없는 연구설계가 사용됐습니다.

이 연구들을 바탕으로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우리가 주장할 수 있는 사실은, 유아들이 타인의 표정에서 감정의 방향성(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 여부)와 그 강도를 유추하려고 시도한다는 사실뿐입니다. 또, 심리학자인 리사 펠드먼 배럿(Lisa Feldman Barrett)과 그 팀이 이 연구들을 검토한 결과, 사람들이 에크만이 제시한 6가지의 감정들과 관련한 표정을 짓는 현상이 관찰되기도 하지만 과학적 진리로서 아직 신뢰할 만한 정도의 결과가 아니라고 결론내렸습니다. 게다가 에크만의 주장이 연구에 의해 증명되는지 여부는 연구를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크게 영향받는다는 증거가 발견됐습니다. 누가 연구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가 달라진다면, 아직 과학적 진리라고 보기는 어렵죠.

현재 감정을 연구하는 심리학자들이 동의하는 감정에 관한 사실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하나, 표정은 인간에게 중요한 소통도구임은 확실하다는 것. 둘, 그러나 감정이 인류에게 공통으로 나타나는 몇 가지의 카테고리로 나뉜다는 과학적 근거는 아직 없다는 것.

🙄 왜 증명되지 않은 이론 기반으로 발전했을까?

(출처: becominghuman.ai)

에크만의 감정분석 연구를 인공지능 산업에서 그대로 받아들인 현상은 몇 가지 지점에서 자연스러워보이긴 합니다. 우선은 표정이 감정을 대변한다는 주장은 대중에게 거의 기정화된 사실, 혹은 상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 바탕에는 미디어의 영향도 한 몫했는데요. 우선 어린이용 책, 방송, 교육자료들이 이 여섯가지의 감정 표정(웃는 얼굴, 찡그린 얼굴, 일그러진 슬픈 얼굴)을 기반으로 감정을 가르치고요, 인간에게는 공통된 유한한 개수의 감정이 있다는 ‘상식’을 바탕으로 텔레비전 프로그램도 만들고 (예컨대, “Lie to Me”), 영화도 만들고 (예를 들어, “인사이드 아웃”), 다큐멘터리도 만들거든요 (예, ‘The Human Face’). 미디어에서 하도 자주 접하다보니 사람들은 감정에 몇 가지 안 되는 카테고리가 되어있다는 주장을 상식으로 받아들이고 있고, 사람들이 거부감없이 이러한 주장을 수용하고 있기 때문에 법정에서도, 정책 결정에서도, 국방 관련 지침에서도, 의료계에서도, 그리고 기업들에서도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게 된 것입니다. 과학적 진실은 아니지만, 합의된 사회적 진실이 되어버린거죠.

둘째, 인공지능이 우리에게는 21세기의 산물처럼 느껴지지만, 사실 인공지능은 60년대부터 있었고 심리학에서 감정분석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기 시작한 것도 그쯤이기 때문에 서로 시기가 맞물렸어요. 그래서 감정분석은 인공지능 연구 초기부터 존재한 핵심 적용 분야였고요. 동시대의 핫한 아이디어였으므로 별다른 무리없이 받아들여진 거죠.

게다가 인공지능 산업 입장에서 ‘감정에 제한된 수의 카테고리가 인류공통적으로 있다’는 증명되지 않은 심리학 이론은 너무 매력적이에요. 이런 에크만의 주장은 ‘감정'이라는 복잡한 현상을 단 하나의 가정으로 굉장히 간단한 문제로 만들어주거든요. 감정이 모든 인류에게 다 있는 거라면 일반화할 수 있게 되고, 또 정해진 수의 카테고리만 있는 거라면 이 카테고리들에 사람의 감정을 분류할 수 있게 되거든요. 아무리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표정 데이터가 들어와도, 결국은 이 6개의 감정으로 귀결시키면 되는 거예요.

마지막으로, 감정분석 인공지능은 자본이 몰릴 수밖에 없는 본질을 갖고 있어요. 우선 국가와 정부의 지원이 몰립니다. 일반시민 사이에서 범죄자와 테러리스트를 가려내고, 거짓말하는 사람을 진실을 말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구분해내고, 과학을 통해 인간의 가장 은밀한 내면을 국가가 들여다볼 수 있는 것! 정말 매력적이잖아요? 그래서 감정을 카테고리화하고 계산해내는 연구에 자본이 역사적으로 많이 투입되어왔고요.

또, 기업의 입장에서도 고객의 감정을 분석하고자 하는 욕망이 커서 투자할 유인이 많습니다. 어떤 상품/콘텐츠를 보여줬을 때 소비자가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안다면, 필요에 따라 소비자가 특정 감정을 느끼게 하기 위한 방안을 강구할 수 있잖아요? 예를 들어, 고객이 두려움을 느낄 때 방범창을 많이 샀다면, 더 두려움을 느끼게 하는 메시지를 포함하는 방식으로요. 또, 채용할 때도 더 긍정적이고 더 회사와 성격이 맞는 인재를 찾아낼 때도 감정분석 인공지능을 쓰고 싶어하죠.

✨ 오늘의 결론

오늘 제가 감정분석 인공지능 얘기를 하고 싶었던 이유는 기술의 발전이 꼭 과학적 진실에 기반하지는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전하기 위해서였어요. 엄연히 말하면, 감정분석 인공지능은 표정 분석을 하는 인공지능이지, 감정을 분석하는 인공지능은 아닙니다. 그리고 앞서 보셨다시피 이 표정을 기반으로 분석하는 감정의 분류체계도 아직 많은 연구가 필요한 심리학 분야에요.

하지만 표정은 무조건 감정을 대변하고 인류는 공통된 몇 개의 감정카테고리가 있을 거라는 널리 퍼진 믿음이 감정분석 인공지능 산업을 계속 성장시키고 있어요. 폴 에크만도 모르지 않았을까요? 자기가 뇌피셜로 시작한 6가지 감정 카테고리가 한 산업을 지탱하는 유일한 주장이 될 수 있을지. 감정분석 인공지능 산업이 정말 자신들이 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감정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심리학자와 사회과학자들과 더 긴밀한 협업과 의논이 필요할 것입니다. 감정에 대한 연구는 아직 현재진행형이니까요.

마지막으로 제가 한 가지 강조하고 싶은 사실은, 대중이 감정을 분석하는 인공지능을 원한 적이 없다는 겁니다. 일반 사람이 감정분석 인공지능을 재미로 사용하는 것 외에, 이 기술이 대중의 삶의 질을 엄청나게 높여줄 거라고 기대하기는 사실 힘듭니다. 그럼에도 감정분석 인공지능은 아마 계속 성장하고, 다양한 산업에 적용되고, 경찰, 군사, 정부, 대기업에 의해 쓰일 거예요. 이 기술이 증명되지 않은 과학적 사실에 기반해서 개발되었기 때문에 피해를 입는 사람이 다수 생길 수 있지만, 이 기술을 개발하고 이 산업에 투자하는 주체가 그 피해를 입을 확률이 거의 없기 때문이죠.

인공지능 기술은 언제나 분석당하는 사람에 의해서가 아니라 분석하고자 하는 사람에 의해서 개발되고 투자된다는 사실을 잘 떠올려보면, 종국에 이 기술이 기반으로 하는 잘못된 과학적 근거의 피해는 고스란히 분석당하는 사람들이 받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기술의 눈부신 발전은 늘 놀랍고 현란하지만, 그 이면에 숨은 사회적 의미와 영향이 무엇인지 한번쯤 생각해보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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