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과 모이면 각자의 엄마 이야기를 나누며 웃음을 터트리기도 하고 울기도 한다. 그때의 우리 엄마와 친구네 엄마는 꼭 누구나의 엄마 같다. 엄마에게 들은 황당한 잔소리, 엄마의 웃긴 말실수, 엄마만이 짊어지는 생계, 짜증 나서 눈물이 터지는 엄마식 사랑은 마치 같은 엄마에게서 나온 에피소드 같다.
어느 날 조금 아찔한 생각이 들었다. 애를 낳을 계획은 전무하지만 만약 내 아이가 생긴다면 그 아이는 지금까지의 내 인생사를 전혀 모른다. 내 아이는 이렇게 철부지 애가 애를 낳은 줄도 모를 텐데 하는 괜한 걱정이 든다. 멋지기도 슬프기도 하며 다채롭게 살아낸 내 삶에 대해 내가 말해주지 않은 한 모른다니.
그런데 그건 내가 엄마를 엄마로만 보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엄마가 말해주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엄마라는 사람의 진면모.
엄마의 허둥대는 얼굴과 반짝이는 명랑함 같은 것.
그러니까 엄마의 시험지와 엄마가 엄마의 엄마 몰래 샀을 한 장의 음반 같은 것.
“기사 아저씨, 이 버스 거기 가요?” 묻는 꼬마 엄마의 목소리와 ‘깜빡 잠들었네… 더 잘까…’ 하는 게으른 얼굴 같은 것.
그런 건 꼭 엄마가 먼저 말해줘야 할까?
알아보려고 하는 마음이 우리에게 우선 필요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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