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얕고 넓은’ 아마추어와 ‘한 우물’ 전문가?

‘얕고 넓은’ 아마추어와 ‘한 우물’ 전문가?

The Hedgehog and the Fox

저자 김스피

(Authors) Kim, Supi

출처 인스피아 저널, (50), 2022.7.20, 1-8 (8pages)

(Source) Journal of the Inspia

지난회차 https://page.stibee.com/archives/107426

(Arch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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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 아마추어, 전문가, 제너럴리스트, 한 우물, 조기교육

1.머리말

2.느리게 : 조기교육이라는 환상

3.넓게 : 경계 넘기, 관계 잇기

4.맺음말

【1.머리말】

안녕하세요. 연구자님. 느릿하게 해찰하며 걷는 것을 좋아하는 김스피입니다.👤

최근 허준이 교수의 한국인 최초 필즈상 수상 소식이 화제가 되었습니다. 기사, 칼럼 등에서 많은 말들이 오갔는데요. 대체로 한국의 공교육 문제를 지적하거나 연구할 여유를 주지 않는 대학 등의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그간 저도 이런저런 해찰을 했습니다.

그 중 가장 제 머리에 인상적으로 남은 키워드는 ‘경계와 관계’였습니다.

지난 13일 고등과학원 수상 연설에서 허준이 교수는 ‘경계와 관계’를 중심 키워드로 대중 강연을 진행했는데요.(영상) 그는 이날 강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본질적인 문제들은 경계를 넘어설 것을 우리에게 요구합니다[...]경계는 유효하고 필요해서 만든 것이지만 필요하지 않을 때는 그 경계를 넘어갈 줄 아는 것이 유용합니다.”

강연 후반부에 그는 수학자들의 다양한 최신 연구 추이를 소개합니다. 불가사의하게도 각각의 자리에서 해온 연구의 결과들이 서로 맞물려갑니다. 이 대목에서 ‘경계’는 흐릿해지고, ‘관계’의 중요성이 떠오릅니다.

실제 이번 허준이 교수의 필즈상 수상 주요 업적 역시 “조합론의 난제를 대수기하학의 아이디어를 접목시켜 해결했다”는 것이었습니다.

<fig.1> 13일 대중 강연에서 각 분과간의 최신 연구 상황을 설명하고 있는 허준이 교수. 대수-해석, 조합-기하 등의 연구가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는 가운데, '연관이 없어 보이는' 각 연구들이 서로 신기하게도 유사한 양상을 띠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JTBC 생중계 영상 갈무리

수학에서 ‘경계를 넘는 관계’는 꾸준히 강조되어 왔었습니다. 2006년 필즈상 수상자인 테렌스 타오의 경우에도 해석학 분야를 전공한 석학이었는데요. 그 역시 엉뚱하게도 정수론의 난제를 해결했죠.

이에 대해 박형주 아주대 수학과 교수는 “한 분야만 내리 판 사람이 누리지 못하는 이런 운과 우연은 상이한 분야들을 오픈 마인드로 바라보는 사람만이 누릴 수 있다”며 “학생들에게 한 우물을 파지 말고 여러 우물을 파라고 얘기한다. 그것들 사이의 이해할 수 없는 연결성이 당신에게 새로운 기회를 줄지 모른다”고 말했습니다.(링크)

이런 ‘경계’를 넘나드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그것이 ‘관계’로 이어질 때 새로운 발견이 등장합니다. 허준이 교수는 협업의 중요성을 수차례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이번에 2022년 필즈상을 공동 수상한 우크라이나 수학자 마리아 비아조프스카 역시 인터뷰에서 협업의 중요성을 강조했죠.(링크)

과연 경계를 넘어 다양한 분야에 호기심을 갖는 것은 아마추어만의 특성일까요? 전문가는 자신의 분야 ‘한 우물’만 파면 그만일까요?

오늘은 인지, 학습 연구자 데이비드 엡스타인의 <늦깎이 천재들의 비밀> 피터 버크 <지식의 사회사> 등을 지팡이 삼아 해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2.느리게 : 조기교육이라는 환상 】

A: “또치야. 너는 참 잡다한 것에 관심이 많구나.”

B: “또치야. 너는 참 ‘한 우물’을 파는구나.”

만약 또치가 이런 두 이야기를 들었다면, 이중 어느 쪽을 더 좋아할까요? 아마 B일 것입니다. 통상 ‘잡다한 것에 관심이 많다’는 것은 진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죠.

어렸을 때부터 일찌감치 ‘소질’을 발견해 ‘한 우물’을 파는 것은 곧 발 빠른 적응을 향한 길입니다. 이 때문에 초등학생 코딩 교육, 유치원 영어 교육 등의 영재 교육 시장은 항상 호황이죠. 일부 열성적인 부모님들은 “남들보다 빠르게”를 외치며 코 흘리는 아기들을 학원에 데려갑니다. 허준이 교수의 경우 이와는 반대로, 학창시절 한때 시인을 꿈꾸며 시를 쓰고 학부시절까지도 저널리스트를 꿈꾸었다는 ‘독특한 이력’이 눈길을 모으기도 했죠.

데이비드 엡스타인이 쓴 <늦깎이 천재들의 비밀>의 영어 원제는 <Range범위>입니다. ‘한 가지에 통달한 전문가’들이 인정받는 세상이지만, 다양한 분야에 열린 호기심을 지닌 ‘제너럴리스트’들의 장점을 폭넓게 살펴본 책입니다. 우리가 어떤 분야의 대가, 전문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사실은 자기의 취미나 아마추어적 관심을 가졌던 부분에서 인생 업적을 달성한 경우도 많고요.

이 책의 주장을 간단히 요약하자면 “가능한 넓은 관심의 Range를 유지하라”는 것입니다. 이는 개인적으로 이것저것 집적대는 것을 통해서일 수도 있고, 혹은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하는 것을 통해서일 수도 있겠죠.

<fig.2> <Range>를 쓴 데이비드 엡스타인은 '인지, 학습 전문 저술가'라고 불리긴 하지만 일단 본인의 이력부터가 화려합니다. 고등학교 시절 항공조종사를 꿈꾸다 대학에선 환경과학, 천문학을 전공했고, 대학원에선 언론학과 환경 과학 석사 학위를 받았죠. 대학 시절엔 육상 선수로 활영하기도 하고, 환경 연구원 및 지도 제작자 등으로 근무하기도 했으며 이후 기자 생활을 했습니다. 그가 TED 영상에서 '일찍 특화하는 것이 언제나 성공을 담보하지 않는 이유'라는 제목으로 강연하고 있는 모습 (왼쪽·영상) 엡스타인이 이 책에서 '조기교육형 천재'의 반대 사례로 든 로저 페더러. TED 영상 갈무리 / 게티이미지

저는 이 책의 키워드를 두 가지로 꼽아봤습니다. ‘느리게’와 ‘넓게’입니다.

그 중 먼저 ‘느리게’에 대해 생각해보겠습니다.

우선 엡스타인이 이 책을 쓰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조기교육 신화’에 대한 거부감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일찌감치 아이의 가능성을 보아서 최대한 체계적인 한 우물 집중 교육을 통해 영재로 만드는 것이 어쩌면 최고의 부모가 할 수 있는 일로 통용되곤 합니다. 특히 전성기가 10~20대인 스포츠 스타 등의 경우 이런 경우가 두드러지죠.

그런데 한번 거꾸로 생각해봅니다. 우리가 대표적으로 알고 있는 ‘영재교육 성공’ 사례로 거론되는 것이 대부분 스포츠, 음악 등 극히 일부 업계입니다. 이 극소수의 성공이 돋보이는 업계를 벗어나더라도 과연 ‘한 우물 조기교육 전법’은 유효한 것일까요?

엡스타인은 “NO”를 외칩니다. 우리를 둘러싼 학습환경에는 ‘친절한 학습환경’과 ‘사악한 학습환경’이 있습니다. 친절한 학습환경은 반복적인 학습을 통해 직관을 기르기 좋고, 협소한 경험일 수록 이득이 되는 분야를 일컫습니다. 체스, 스포츠 등이 대표적이죠. 반대로 사악한 학습환경은 지나치게 많은 변수가 있고 복합적인 관계를 고민해야 하는 분야입니다. 점차 ‘친절한 학습환경’에 뛰어난 AI가 많은 업무를 대체하는 상황에서, 사악한 학습 환경에서의 적응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는 것이죠. 엡스타인은 묻습니다.

“사람이 배우고 하고자 하는 것들 중에 정말로 체스나 골프와 비슷한 것들이 얼마나 될까? 즉 세상은 체스나 골프와 얼마나 비슷할까?”

<fig.3> 컴퓨터와 인간의 협업으로 이뤄지는 'Advanced Chess' 경기 장면. 컴퓨터vs인간의 단순 1:1 상황에선 인간이 무력한 경우가 많지만, 컴퓨터-인간의 협업 모델은 컴퓨터 단독 프로그램을 넘어서기도 합니다. (왼쪽)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에서탈북한 천재 수학자 리학성은 '수포자' 고등학생 한지우에게 어려운 문제 하나를 칠판에 써두고 모르는 문제도 일단 풀어보라고 합니다. Chessbase /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영화 포스터

이런 대부분의 ‘사악한 학습환경’에선 오히려 ‘느리게 배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빨리 배운 기술은 빨리 휘발되고, 가장 복잡한 기능은 가장 느리게 발달하기 때문입니다.

조기 교육들의 효과를 다룬 2017년 연구에 따르면 ‘페이드 아웃’ 효과가 극심했다고 합니다. 조기 교육으로 인한 이점은 아주 일시적이었으며 빠른 속도로 사라진다는 것이죠.

연구진은 이 이유가 아동 조기 교육 프로그램들이 절차를 반복함으로써 금방 습득할 수 있는 <닫힌> 기능들을 가르치는데, 누구나 어느 시점이 되면 그런 기능들을 습득하기 때문이라고 결론지었다[...]문제는 조기 교육이 남보다 먼저 빨리 배우려고 하는 것인 반면, 심층 학습은 느리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가장 복잡한 기능은 가장 느리게 발달한다>라고 썼다.

-데이비드 엡스타인, <늦깎이 천재들의 비밀>(이하 동일·꺾쇠<> 표시는 원문)

이 때문에 인지과학자인 네이트 코넬은 <바람직한 어려움desirable difficulty>이란 개념을 강조합니다. 단기적으론 ‘풀 수 없는 문제’가 학습의 장애물처럼 보이지만, 학생이 스스로 장애물을 넘는 경험을 통해 더 큰 효과를 얻는다는 것이죠. 주입식 속성 교육으로 초급 단계를 수월하게 넘어갈 순 있겠지만, 탄탄하게 쌓인 기본기가 없다면 그 이후로 넘어갈 수 없습니다.

저는 이 대목을 읽으며 최근 본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속 한 장면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북한 출신의 천재 수학자 리학성(최민식)이 사회적배려자 전형으로 특목고에 들어온 ‘수포자’ 한지우(김동휘)에게 딸기우유를 수업료로 받고서 ‘비밀 수학 특훈’을 시작하는데요. 첫날부터 어려운 문제를 써두고 아무 것도 알려주지 않습니다. ‘몰라도 그냥 풀어라’고 합니다. 그러자 진짜 칠판을 빼곡하게 채워서 어떻게든 풀긴 풀죠. 진이 쏙 빠진 주인공이 “그래서 답이 뭐예요?”라고 묻자 리학성은 심드렁하게 대꾸합니다. “숙제야. (니가 낸 답이) 맞는지 확인해보라.”

이처럼 어려운 문제를 직접 온몸으로 부딪치고 깨지며, 답을 궁리해가는 과정 자체가 어쩌면 ‘배움’의 과정일 것입니다. ‘정답’을 내는 것은 그야말로 부차적인 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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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우: 근데 답이 뭐예요

학성: 그걸 왜 나한테 물어보네? 니가 낸 답이야. 니가 확인을 해야지 누가 확인을 하네?

지우: 네?

학성: 답이 없는 문제를 풀고 그게 맞는지 확인을 하고 증명을 하는 게 수학자가 하는 일이야.

지우: 아니 저는 수학자가 아니고 수포자예요. 수학포기자. 이거 푸는데 세시간이 걸렸어요. 시험 문제를 이렇게 풀어서는.[...]

학성: 숙제야. 맞는지 확인해보라.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2022) 중

【3.넓게 : 경계 넘기, 관계 잇기】

“내 생각에 연관지어 생각하는 능력이야말로, 우리가 지구를 운영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예요(디드리 겐트너)”

‘넓게’ 볼 수 있다는 것은 곧 자신이 선 자리 바깥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나무를 자세히 쳐다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끔은 숲을 멀리서 전체적으로 볼 수 있어야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를 수 있죠.

엡스타인은 이런 ‘넓게’ 보는 시야의 대표적인 예로 ‘유추’를 꼽고 있습니다. ‘천체물리학’의 창시자 케플러는 이런 유추적 사고를 활용해 창조적인 영감을 풀어낸 대표적인 인물로 꼽힙니다.

매번 막힐 때마다 케플러는 새로운 유추들을 쏟아냈다. 빛, 열, 냄새, 조류와 뱃사람뿐 아니라, 렌즈의 광학, 천칭, 빗자루, 자석, 자석 빗자루, 군중을 응시하는 연설가 등등. 그는 각 유추를 무자비하게 심문했고, 그럴 때마다 새로운 의문들이 생겨났다[...]케플러가 고정관념을 벗어나 생각했다고 말하면 너무 진부할 것이다. 그러나 그가 막힐 때마다 실제로 한 일은 그 영역을 완전히 벗어나서 생각하는 것이었다. 그는 그렇게 하기 위해 자신이 선호하는 도구들이 환하게 비추고 있는 길을 아예 벗어났다. 그럼으로써 동료들이 그냥 받아들인 지혜를 바깥에서 볼 수 있었다.

예측분야의 거장 사회과학자 필립 E. 테틀록은 학자들을 한 우물 파는 ‘고슴도치’형과 다양한 것에 관심이 많은 ‘여우’형으로 나누었는데요.1)

우리는 통상 한 분야만 파고든 ‘고슴도치형’ 전문가들이 훌륭한 발명들을 해냈다고 생각하곤 하지만, 사실 창조적인 발상을 한 이들 가운데서는 넓은 시야를 지닌 ‘여우형’ 학자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엡스타인은 여우형 학자의 사례로 <진화론>을 쓴 찰스 다윈을 꼽고 있는데요. 다윈은 세계 각지의 지질학자, 식물학자, 패류학자, 아마추어 자연사학자 등 수백명과 정기적으로 서신 교류를 하면서 아이디어를 발전시켜나갔다고 합니다. 비단 자신의 분야 뿐 아니라, 엄청나게 다양한 분야의 학자들과 교류를 한 것이죠.

다윈의 일지를 연구한 심리학자 하워드 그루버는 이런 다양한 ‘모자이크’같은 관심이야말로 그가 진화론을 쓸 수 있게 된 원동력이라고 짚고 있습니다.

다윈은 늘 여러 연구 과제 사이를 넘나들었다. 그루버는 그것을 <모험의 망>이라고 불렀다. 그가 과학적 주제로 서신을 주고받은 사람은 적어도 231명에 달했고, 그들은 지렁이에서 인간의 성선택에 이르기까지 그의 관심사를 토대로 약 열세 개 집단으로 묶을 수 있다. 그는 그들에게 온갖 질문들을 했다[...]창작자의 활동은 <바깥에서 보면 당혹스러울 만치 잡다>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각 활동을 진행 중인 모험들 중 어느 하나에 대응시켜서 <지도화> 할 수 있다. 그루버는 이렇게 결론지었다. <어느 면에서 찰스 다윈의 가장 큰 업적은 다른 이들이 이미 알아낸 사실들을 나름의 해석을 통해 집대성한 것이다.>

저는 이 대목을 읽으며 대가의 업적을 후세에 봤을 땐 이미 형성된 권위 때문에 훨씬 그들이 ‘한 분야의 전문가’처럼 보이곤 하지만, 당시엔 흥미로운 것들을 맘껏 사랑하며, 위태위태하게, 온몸으로 잡다한 것들의 경계를 넘으며 없던 길을 만들어낸 경우가 많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처럼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 드는 지식은 당대에는 저평가를 받을 확률이 높지만, 먼 훗날까지 회자될 가능성도 높다고 합니다.

새로운 지식 조합을 이룬 논문은 덜 저명한 학술지에 실릴 가능성이 더 높았고, 또 발표될 당시에는 무시될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나왔다[…]15년 뒤에 보면 여러가지 새로운 지식 조합을 이룬 논문이 인용 횟수가 가장 많은 상위 1퍼센트에 들어가 있을 가능성이 훨씬 높았다.

물론 개인의 차원에서도 ‘잡다한’ 관심사를 갖는 것은 중요하지만, 이런 유추는 집단 지성 차원에서도 훌륭한 성과를 보입니다.

심리학자 케빈 던바가 연구실 4곳의 회의, 발명 과정을 1년간 추적한 연구에 따르면 연구실에 다양한 배경의 연구자, 전공자들이 있을수록 새로운 발명이 많이 나왔다고 합니다. 서로 다른 분야의 것들을 엉뚱하게 연결짓는 유추의 힘을 활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죠.

던바가 연구하는 동안 새로운 발견이 전혀 이루어지지 못한 연구실이 한 곳 있었는데, 그곳의 연구자들은 모두 비슷하면서 고도로 전문적인 분야를 전공했고, 유추를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던바는 이렇게 결론을 내렸다. <연구실의 모든 구성원들이 동일한 지식에 기댈 때, 어떤 문제가 생긴다면 생각이 비슷한 이들로 이루어진 집단은 유추할 정보를 제공하는 측면에서 한 명이나 다를 바 없을 것이다.>

이런 ‘경계’를 넘나드는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저는 예전에 한 책에서 읽은 재미난 이야깃거리를 떠올렸습니다.

움베르토 에코는 한동안 ‘역사적인 엉뚱이(?)’들에 대한 연구를 했는데요. 그중에서도 기묘할정도로 넓고 엉뚱한 관심사를 자랑했던 17세기 독일 예수회 수도사 아타나시우스 키르허라는 인물에 주목했습니다.(위키)

이후 에코는 소르본 대학의 쟁쟁한 상형문자, 이집트학 전문가들을 앞에 두고 언어를 주제로 강의하는데요. 여기서 그는 키르허의 기묘한 상형문자 연구를 소개합니다. 그런데 의외로 반응은 아주 뜨거웠습니다. 전문가들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엉뚱한’ 아이디어였기 때문이죠.

<fig.4> 17세기의 유명한 엉뚱이 박식가 아타나시우스 키르허의 연구('왜 바벨탑이 달까지 닿을 수 없는가에 대한 논증')에 대한 삽화.(왼쪽) '감각적 역사서'라는 평가를 받는 <노예주와 노예들>로 유명한 브라질의 박식한 사회학자 지우베르토 프레이리Gilberto de Mello Freyre 위키피디아 / Jstor

구텐베르크 이후 위키피디아 시대까지 약 500년간 지식의 형성 과정을 집대성한 필립 버크의 <지식의 사회사>(총 2권)는 활자와 인터넷의 탄생 등이 어떻게 지식의 흐름을 바꾸어왔는지를 바라본 역작인데요.

이 책은 물론 한마디로 요약할 수 없을만큼 방대하고 재미난 해찰거리를 주는 훌륭한 책입니다만, 제가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흥미를 느꼈던 부분 역시 여우와 고슴도치를 넘나드는 '박식가'들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과거 디드로의 <백과전서>에서 '지식인' 항목을 찾아보면 “이 다른 분야들을 설사 모두 연마할 수는 없다고 해도 두루 섭렵할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라는 뜻이 적혀있었다고 합니다. 오늘날의 '전문가'나 '학자'와는 사뭇 다른 맥락의 설명이죠.

또 버크는 이 책에서 “<백과전서>의 한 항목에서는 지식인들에게 다른 ‘들판’들에 발을 들여놓으라고, 설령 그 모두를 갈아 수확할 수는 없더라도 그러라고 권고한다”고 인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지식의 사회사> 2권을 살펴보면 이런 엄청난 박식가들의 사례들이 이어지는데요. 제러드 다이아몬드부터, 건축비평-문화비평-사회학을 결합한 지우베르투 프레이리, 지질학-동물학-인류학을 한데 엮은 에르베르 플뢰르, 조지프 니덤, 미셸 드 세르토 등 ‘여우형 지식인들’의 사례가 아주 많이 등장합니다.

고대 그리스의 투키디데스는 의학의 언어로 역사를 썼고, 찰스 다윈은 “재미삼아 읽은” 맬서스의 인구론에 큰 영향을 받았다고 고백하기도 했죠.

다만 피터 버크가 이런 사례에 주목한 것은 학문의 전문화, 분과화가 심화되면서 이런 '박식가'들이 점차 멸종위기종이 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책에는 자신의 전문 분야가 아닌 주제에 대한 책을 낼 때는 가명을 써서 출판하는 학자의 사례도 등장하는데요. 왜냐면 ‘지나치게 많은 분야에 관심이 있는 것처럼 보이면 진지하지 않아보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20세기의 학문 분과화에 대해 셰리프는 이렇게 말합니다. “전문가들은 갈수록 작아지는 주제에 관해 점점 많은 것을 알게 되다가, 아무것도 아닌 주제에 관해 모든 것을 아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비난을 받았다.”

전문화의 시대에는 일반가들이 이전 어느 때보다도 더 필요하다. 종합을 해서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분석을 위해서이기도 한데, 박학가가 있어야 “틈에 주의를 기울”이고 그리하여 학문 분과들이 현재 정의되고 조직된대로라면 이 학문 분과들 사이의 공간으로 사라져버릴 수도 있는 지식들에도 사람들이 주목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피터 버크, <지식의 사회사>(2권)

저는 이런 대목을 보며 <늦깎이 천재들의 비밀>의 한 연구와 연결지어 엉뚱한 생각을 한번 해봤습니다.

해당 책에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실렸는데요. 각자의 분야에서 독특한 방식으로 성공한 사람들 50여명의 삶을 연구한 한 연구에 따르면, 이들은 종잡을 수 없는 삶의 궤적을 가진 경우가 많았는데요. 이 수십명의 단 한가지 공통점이라면 “내 경우는 너무 특수해서 연구 대상이 되지 못할 것 같은데요...”라고 운을 뗐다는 점입니다. 너무 잡다한 관심사와 커리어를 이어왔기 때문에 ‘한 우물만 파는 정석적인 길’이 아니었다는 거죠.

저는 어쩌면 곧잘 우리가 떠올리는, 한 우물만 파는 ‘전문가’라고 하는 상도 어느정도 환상이 아닐까, 훌륭한 전문가들은 결과를 가지런히 내놓긴 하지만 사실은 누구보다도 해찰을 많이 해서 자신이 가진 성실한 연구를 기반한 렌즈를 통해 사회를 다채롭게 조망할 수 있도록 해주는 여우 반 고슴도치 반 같은 사람들2)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는 지금와서 떠올려보면 제가 어떤 마음에 든 책을 읽든간에 자꾸 해찰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대체 왜 음식 책에 인류학 얘기가 나오고, 죽음에 대한 책에 흥미진진한 세계사 얘기가 나오는거예요! 심지어 그 ‘딴짓’이 재밌어버리면 내가 해찰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1)고슴도치와 여우의 비유는 테틀록이 이사야 벌린의 <고슴도치와 여우>에서 끌어온 것입니다.(링크) 이사야 벌린이 활용했던 뜻과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하나에 집중하는 고슴도치'와 '다양한 것을 아우르는 여우'의 기본적인 대립쌍은 유사합니다.

2)<늦깎이 천재들의 비밀>에서 저자는 '전문가'가 잘못됐다는 지적을 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는 게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다윈이 수많은 해찰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각 분야에서 전문지식을 쌓아온 성실한 연구 때문이었음이 틀림없으니까요. 필립 테틀록 역시 <슈퍼 예측>에서 고슴도치와 여우는 '스펙트럼'의 문제라고 누차 강조하고 있습니다.

【4.맺음말】

제가 인스피아를 소개하는 메일에 적었던 짧은 인용 문구를 기억하시는 분이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에밀 시오랑은 <태어났음의 불편함>에서 이렇게 말한 바 있습니다.

“나쁜 시인을 더 나쁘게 만드는 것은, 그가 시인들의 글만을 읽는다는 사실이다. 식물학이나 지리학 책을 읽으면 더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을텐데 말이다. 자신의 분야와 멀리 떨어진 분야를 자주 접해야만 풍요로워질 수 있다.”

만약 수학자가, 시인이, 건축가가 단지 네모낳고 밋밋한 수학공식, 시, 건물이라는 규격 상품을 만드는 직업이라면 그들에게 있어 풀이나 토끼, 음식에 대한 책을 읽는 것은 모두 ‘노쓸모’인 일일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더 많은 쓸모없는 것들을 재미나게 읽고, 해찰도 하고 그로부터 영감을 얻어 더 좋은 발견을 할 수 있게 됩니다.

‘늦깎이 수학자’ 모리타 마사오는 국내에 독립연구자 박동섭의 번역(<수학하는 신체> <수학의 선물> <계산하는 생명> 등)을 통해 그간 저작이 국내에 소개된 일본의 독립연구자, 수학자입니다.

그는 학부시절 도쿄대학에서 문과를 전공했지만, 로봇공학을 공부하고 이후 뒤늦게 입문한 수학과 사랑에 빠져 수학자가 된 인물입니다. 그는 수학을 단순히 어떤 학문 분과, 문제풀이로 바라보지 않고 “수학이라는 ‘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그 성과를 수학연주회 등으로 대중과 나누는 독특한 수학자이기도 한데요.(링크)

박동섭은 <수학의 선물> 옮긴이의 말에서 아래와 같이 말하고 있습니다.

“길을 걷다 넘어지는 것은 물리학적 경험인가? 사랑하는 이와 이별하고 흘리는 눈물은 생물학적 현상인가? 물에서 산소와 수소를 분리하는 것은 화학적인 경험이고, 카뮈를 읽는 것은 문학적 체험이며, 미적분 문제 풀기는 오로지 수학에만 바쳐지는 시간인가?

그런데도 우리는 어느 한 가지 접근법을 만능열쇠로 여기고 추앙하고는 한다. 그건 물리학, 생물학, 문학, 수학과 같은 ‘기계’가 만든 통조림을 살아 있는 골뱅이와 혼동한 결과인지도 모른다[…]삶의, 그 대신할 수 없는 풍요에 다가가기 위해서는 규격화된 틀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어쩌면 통조림 속 골뱅이가 숨결을 되찾는 것처럼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 길 위에서는 살아간다는 일의 풍요롭고 생생한 감촉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이런 일은 분명 절로 어깨춤이 날만큼 즐거울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허준이 교수의 필즈상 수상 소식으로부터 시작한 해찰이 이런저런 방향으로 뻗어갔습니다.

지난 5일(현지시간) 수상 직후 허 교수의 소감 인터뷰 중 특히 인상 깊었던 한 구절을 마저 인용하며 오늘 레터를 끝맺도록 하겠습니다.

"이(필즈상 수상)를 계기로 앞으로 더 꾸준히 더 신나고 재미있게 연구하고 공부하는 삶을 살도록 하겠습니다."

※레터를 쓰며 읽은 책, 이 주제에 관심이 있으신 독자들이 추가로 읽을만한 서적 등을 추천합니다.

데이비드 엡스타인, 이한음 옮김, 『늦깎이 천재들의 비밀』, 열린책들, 2020.

-한국어판 제목이 많이 아쉽지만 여러모로 좋은 책이라(대중성 및 가독성, 취재의 성실성, 독창성 등에서) 그간 주변에 많이 추천한 책입니다. 만약 제가 이전 '이그노벨상' 회차(지난레터)를 쓸 때 이 책을 알았더라면 아마 이 책을 활용했을 것이란 생각도 들었는데요. 아마추어와 제너럴리스트의 이점, 넓고 느린 성장 등에 대해 해찰해보고 싶으신 분 등에게 일독을 권합니다.

당시 이그노벨상 회차에서 활용했던 책 <The rise>의 저자 사라 루이스가 이 책의 마지막 장에서 잠깐 인용으로 등장합니다.('의도적인 아마추어' 챕터) <The rise>에서 사라 루이스가 앙드레 가임(세계 유일의 이그노벨상+노벨상 수상 물리학자)을 소개한 회차의 소제목 역시 '의도적인 아마추어'였지요.

피터 버크, 박광식 옮김, 『지식의 사회사1,2』, 민음사, 2017.

-세계적인 지식사가 피터 버크가 쓴 550년간의 지식사회사를 아우른 방대한 저서입니다. 이렇게만 말하면 반드시 '등을 바깥으로 꽂힌 채 도무지 바깥나들이를 하지 못할 종류의 책'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에 이 책의 재미난 부분에 대해서 세일즈를 좀 해보겠습니다. 일단 이 책은 16~17세기의 지식의 전파 과정에서 일어난 다양한 재미난 사례들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다른 책들에선 보지 못했던 재미난 아이디어나 일화들을 많이 읽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1550년에 이미 "책이 너무 많아서 제목을 읽을 시간조차 없다"는 기록이 있었다든지, 17세기무렵 대학이 늘어나면서 대학생들이 많이 배출됐지만 이들이 먹고살 일자리가 없어서 거리행동에 나섰다든지, 16세기에 이미 문제가 된 '가짜뉴스'에 대한 대목 등이 흥미로웠습니다.

또한 일단 분량은 많지만 각 챕터마다 도입-본문-결론이 꼭 맞아떨어지는 모듈형 글쓰기같은 독특한 형식을 채용하고 있기 때문에(각 챕터별로 위키피디아의 항목들을 살펴보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훌훌 넘겨가며 읽을 수 있습니다.

[영화] 박동훈,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117min, 2022.

-탈북 후 한 고등학교의 경비원으로 일하고 있는 천재 수학자 리학성과 '수포자' 주인공 한지우가 만나며 일어나는 가슴 따뜻한 이야기입니다. 학교 선생님이 지나치게 나쁘게(...) 그려진 것 같다는 느낌도 들지만, 사실 제 학창시절을 떠올려보면 선생님의 인성과는 별개로 '수학'이라는 과목과의 만남 및 사귐 자체는 이 영화에 나온 것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작 과정에서 많은 수학자들의 감수를 받았다고 하는만큼 '수학하기'와 관련된 이런저런 생각을 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글 속 한 문장🖍】

👤주제에 대해 더 읽을 만한 글들을 골랐습니다. 각 사진을 누르면 글을 읽으실 수 있습니다.

‘수포자’ 무시하지 말라

독서시간: 약 5분 / 글자수: 약 1200자

🖍글 속 한 문장

“당연하지만, 그는 수포자가 아니었다. 사회적 문제를 개인의 극복기로 덮어버리는 극적 서사에 집착하는 언론의 관성은 한심했다. 그런 반전이 가능하면 그게 어디 수포자이겠는가. 수포자 무시하지 마라. 수포자는 결코 수학으로 다시 일어서지 못한다[...]한국 교육의 부작용은, 그리 만만하지 않다.”

👤김스피의 블라블라

허준이 교수의 필즈상 수상 후 그를 '수포자'라고 불렀던 언론의 양태를 지적하는 오찬호 칼럼입니다. "한번 수포자는 영원한 수포자"라고 일갈하는 그의 말에 약간 슬퍼지면서도 교육의 중요성을 새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최고 선수’만 있는 팀은 최고일까?

독서시간: 약 7분 / 글자수: 약 1700자

🖍글 속 한 문장

“팀 조직력은 단층선이 거의 없는, 비슷한 스타일의 선수들이 모였을 때 오히려 떨어졌다. 단층선이 뚜렷하게 나타나면서도 이들 단층선의 사이를 오가며 커뮤니케이션을 원활하게 해주는 ‘중간자’의 존재가 팀 조직력을 강화시키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게 바로 ‘로스 이펙트’의 비밀이다.”

👤김스피의 블라블라

야구에는 '데이비드 로스 이펙트'라는 말이 있습니다. '최고의 에이스'들을 모아놓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다양한 단층선(연봉, 인종, 실력 등)의 사람들이 모여 그들간의 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때 팀은 최고의 성적을 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데이비드 로스는 연봉도 낮고 별 볼일 없는 선수이지만 그는 2016년 시카고 컵스를 우승으로 이끌었고 이후 새 감독이 되었다고 합니다. 조성진 100명으로 이뤄진 오케스트라가 '100배 좋은 음악'을 연주하지 않는 것처럼 회사나 대학에서도 같은 배경으로 같은 연수를 거쳐 걸러진 사람들이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해 생각해봤습니다.

선행학습하면 ‘수포’ 불안은 사라질까

(인터랙티브 콘텐츠)

🖍글 속 한 문장

“선행학습을 시작한다는 것은 무수히 돌아가는 ‘비교의 수레바퀴’에 올라타는 것과 같다. ‘선행을 많이 나간’ 혹은 ‘선행을 더 여러 번 돌린’ 다른 학생과 비교하지 않을 수 없다. 이렇든 저렇든 결국 불안은 잦아들지 않는다.”

👤김스피의 블라블라

경향신문이 EBS와 협업해 제작한 기획 시리즈 <15세, 수학을 말하다> 인터랙티브 콘텐츠입니다. 점수가 낮은 학생 뿐 아니라 점수가 높은 학생들도 똑같이 수학에 대한 '공포' 및 '불안'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수학은 분명히 재밌는 것이라고들 하는데 어째서 많은 사람들은 수학과 친해질 수 없었던 걸까요.

‘평가’ 위해 학창시절 소모하는 학생들

독서시간: 약 6분 / 글자수: 약 1600자

🖍글 속 한 문장

“허 교수는 “한국 학생들을 보고서 느낀 건 다른 문화권 학생들보다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점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좁은 범위에서 빨리, 완벽하게 수학 문제를 풀 수 있지만 넓고 깊게 공부할 수 있는 준비는 비교적 덜 돼 있었다”고 밝혔다.”

👤김스피의 블라블라

13일 고등과학원에서 열린 허준이 교수-기자 질문답변과 관련된 기사입니다. 흔히 한국 학생들이 수학을 잘한다는 이미지(?)가 있지만, 이것은 정말 한때일 뿐이고 더 깊은 수학으로의 세계에 들어가지 못하는 상황을 짚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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