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카오톡에 [얼론 앤 어라운드] 오픈채팅방을 만들었습니다. 코드는 alone 입니다.

📄 1일 3매 |  최갑수

최근 며칠 동안의 메모

  • ‘나 그런 거 안 한다.’ 이런 말 팍팍 하면서 살고 싶죠. ‘난 당신이 싫어요.’ 이렇게 시원하게 말해주고 싶지만, 사실은 사는 게 이 두 가지 말을 가슴 속에 가장 많이 쌓여있습니다.


  • 돈 문제로만 가슴이 답답하고 밤새 잠이 오지 않는 날이 있죠. 단지 살기 위해 음악을 들어야 하는 날들도 있습니다.


  • 달걀로 바위를 깨트릴 수 있다고 믿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뭐, 바위로 달걀을 깨트릴 수 있다고 해도 일단 의심하게 됩니다만.


  • 이젠 웬만한 위기 상황은 거짓말로 모면할 수 있지만, 굳이 그러고 싶지 않습니다. 나중에 사태가 더 귀찮아진다는 걸 알기 때문이죠.


  • 아침에 문을 열고 출근길에 나서는 순간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충고하기 시작할 것입니다. 질투할 것이며, 나는 소문의 한가운데 놓이게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괜찮아!’ 속으로 이렇게 외치며 문을 열어 젖힙니다.


  • 굳이 알 필요가 없는 남들의 삶 때문에 피곤합니다. 늦은 밤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 창밖으로 펼쳐지는 일산 신도시의 아파트 숲을 보며 한숨을 쉽니다. 그러고는 창에 비친 제 얼굴을 보며 또 이렇게 생각합니다. '그렇군, 내 삶 역시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아. 그러니까, 네 삶을 살아!'  


  • 가진 돈을 몽땅 다 써버리고 죽겠다. 음, 이런 비장한 생각을 한 번쯤 해보고 싶군요.


  • 화를 내고 짜증을 부리는 건, 정말이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어요.


  • 살아가는 건 곧 먹는 것이더라고요. 음, 그런데 요즘에는 좋은 것을 먹는 것도 중요하지만 즐겁게 먹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드는군요.

얼마 , 애플이 비전 프로를 발표했더군요. 안경처럼 쓰고 가상현실을 즐길 있는 제품입니다. CEO 이 제품을 두고 "영화나 TV, 스포츠에 몰입하면서 마치 거기에 있는 것처럼 느낄 있으며, 사진이나 영상을 찍으면서 추억을 소환해 즐길 있다" 말했습니다. , 그런 책이 충분히 해줄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어쨌든 그래도 빨래는 직접 개어야겠죠? 애플이 빨래 보기 좋게 개는 제품을 개발해 준다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네요. 최갑수는 작가다. 인스타그램은 @ssuchoi

📎 Clip | 목요일까지 왔군요. 화이팅입니다!

🥃 위스키에 진심입니다 |  고현

무용;소의 시작

2020년 8월 초, 나와 아내는 서촌 옥인동의 7평 남짓한 상가 임대 계약서에 사인을 했다. 내가 퇴사하고 불과 두 달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마침내 나와 아내가 함께 출근할 공간이 생긴 것이다. 낮에는 디자인 숍, 밤에는 위스키 바로 변하는 알쏭달쏭한 콘셉트를 끼워 넣은 작업실. 레퍼런스가 일절 없는 이 공간을 앞으로 어떤 식으로 채워야 할지 사실 좀 막막했다. 일단 기존 가구들은 모두 철거하기로 했다. 짙은 컬러의 합판으로 짜 맞춘 카페 가구들은 한옥 서까래와 제법 잘 어울렸지만,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하듯 우리의 첫 공간을 새롭게 채우고 싶었다. 막상 가구 철거를 마치고 텅 빈 공간에 들어서니 뭔가 후련하면서도 새삼 불안한 기분이 들었다. “우리 정말 잘한 결정일까?”

당초 계획보다 월세가 높아졌으니 인테리어 비용은 가급적 아껴야 했다. 한옥 구조가 남아 있는 기존 내부 공간의 원형을 살리는 선에서 페인트칠은 셀프로 하고, 가구만 새로 들이면 충분할 것 같았다. 다만 숍과 바를 겸하기 위해선 테이블과 매대를 동시에 쓸 수 있는 가구가 필요했다. 두 가지 기능을 갖춘 기성 가구는 당연히 존재할 리 없었다. 결국 직접 제작해야 하는 상황. 대략 우리가 구상해 본 테이블의 디자인은 부채꼴이었다. 4개의 부채꼴 테이블을 원형으로 만들어 매대로 쓰다가 분리해서 개별 테이블로 쓰는 가변형 가구.


이 기이한 미션을 해결해 줄 적임자가 떠올랐다. 레트로한 일력 달력으로 유명한 길종상가. 가구 제작은 물론 언리미티드 전시 공간 인테리어, 심지어 에르메스의 쇼윈도 제작까지 도맡아 온 길종상가는 언젠가 한 번쯤 취재해 보고 싶었던 디자인 스튜디오였다. 마침 이메일을 통해 누구나 작업 의뢰가 가능했다. 길종상가 홈페이지에는 기존 작업물이 아카이빙되어 있는데, 아크릴이나 스테인리스 같은 재료로 만들어 낸 난해한 가구들에 아내는 살짝 망설이는 듯했다. 나 역시 확신이 들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우리가 원하는 작업실의 콘셉트를 이해하고 구현해 줄 것 같았다. 그렇게 가구 제작 의뢰 이메일을 보냈고, 다음날 곧장 회신이 왔다. “가능합니다. 한번 만나서 이야기 나눠보시죠.”


며칠 후 길종상가의 박길종 대표와 옥인동의 작업실에서 만났다. 우리가 원하는 공간의 콘셉트를 설명하고 부채꼴 테이블에 관한 아이디어를 건넸다. 과묵한 그는 우리의 이야기를 듣고는 쓱싹쓱싹 스케치를 해서 보여줬다. 막연하게 상상했던 부채꼴 테이블의 형태와 크기가 대략 정해졌다. 테이블 외에 벽 선반도 부채꼴로 만들면 좋을 것 같다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공간의 중심을 잡아줄 바 테이블은 별도의 형태로 제작하기로 했다. 선반과 부채꼴 테이블은 옛날 싱크대에 주로 사용하던 포마이카 재질로, 바 테이블은 나무 합판을 쓰기로 결정. 여기에 선반과 테이블을 지지하는 프레임은 녹색 스테인리스를 사용하기로 했다. 지금은 스테인리스가 일반적인 소재가 됐지만 당시만 해도 꽤 모험적인 선택이었다.

길종상가에서 시안을 만들기로 하고, 나와 아내는 먼저 페인트 작업을 했다. 내부의 벽면 전체를 하얀색으로 깔끔하게 칠하기로 했는데, 실상 페인트칠은 처음이었으니 유튜브에 상당 부분을 의존했다. 틈새나 패인 곳은 퍼티 작업부터 해야한다는 사실도 그때 처음 알았다. 그렇게 장마가 막 지나간 한여름의 찜통더위 속에서 두 아마추어가 페인트칠을 시작했다. 한나절이면 충분할 줄 알았는데, 퍼티 작업과 사포질, 건조 시간 등을 더하니 이틀은 꼬박 걸렸다. 페인트 작업을 하기 전 바닥에 비닐을 엉성하게 깔아둔 탓에 사방에 페인트 자국이 남았다. 이를 지우는 데 꼬박 하루가 더 걸렸다.


길종상가과의 미팅을 하기 전 결정할 게 있었다. 바로 공간의 이름. 처음에는 아내가 디자인을 시작하면서 만든 브랜드의 이름인 ‘폴카랩’을 그대로 활용해 볼까 싶었다. 그러나 나와 아내가 도맡은 공간의 역할이 다르니 이를 아우르는 이름이 하나쯤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어느 날 샤워를 하다가 불쑥 이름 하나가 떠올랐다. “무용소 어때? 그러니까 유용하지 않아도 괜찮은 장소 말이야.” 사람들이 무용 교습소로 오해할 것 같았지만, 사부작사부작 우리가 좋아하는 것들을 느슨하게 펼칠 장소의 이름으로 충분해 보였다. 앞 글자 자음인 네모, 동그라미, 세모의 조형적 요소를 로고로 활용해봐도 좋을 것 같았다. 세모는 부채꼴로 변주해 가구들과 함께 무용소를 상징하는 로고가 됐다.   


길종상가는 미팅 이후 약 한 달 만에 시안을 보내왔다. 두근두근. 미팅 때의 스케치보다 구체화된 드로잉으로 각 가구들의 디테일을 살린 시안이었다. 그린과 오렌지 컬러의 포마이카 상판으로 이뤄진 부채꼴 테이블, 부채꼴 선반 그리고 중간에 추가된 부채꼴 로고로 만든 녹색 간판까지. 확실한 건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키치한 디자인이었다. 처음에는 다소 낯설었지만, 보면 볼수록 마음에 들었다. 우리가 잠정적으로 정해둔 ‘무용;소’라는 이름과도 잘 어울리는 가구였다. 별다른 수정 없이 시안대로 가구를 제작하기로 결정했다.


가구를 제작하기까지 다시 한 달 정도의 시간이 필요했다. 그사이에 해야할 일들이 수두룩했다. 우선 곰팡이가 가득 피어 있는 부엌 싱크대를 교체해야 했다. 문제는 싱크대 벽면 하단부가 돌출되어 있어 기성 싱크대로 바꿀 수 없는 난감한 상황. 싱크대까지 길종상가에 의뢰할 만큼 예산이 넉넉한 것도 아니었고. 결국 싱크대 상판만 별도로 주문하고, 하단부는 직접 제작해 보기로 했다. 건축가인 지인의 도움으로 일주일을 들여 싱크대와 작업대를 직접 설치하는 일생일대의 목공 작업을 마무리했다. 작업실이 아니었다면 결코 해보지 않을 경험이었다.


10월 초, 길종상가에서 주문한 가구가 들어왔다. 시안과 싱크로가 정확히 일치한 실물 가구들이 텅 빈 실내를 채우기 시작했다. 계약 이후 두 달 동안 거의 매일 같이 출근하며 고민하고 대화하고 매만진 우리 부부의 작업실이 마침내 제 모습을 갖게 된 것이다. 사업자등록과 영업신고, 통신사업신고 등 한참을 헤맸던 서류 작업도 어느 정도 마무리된 시점이었다. 이제 문을 열기만 하면 된다. 그런데 언제 어떻게 시작을 하지?


10월 17일, 공교롭게 내 생일이기도 한 날. ‘고독한 시음회’란 이름을 내걸고 ‘무용;소’의 개업식(?)을 겸한 조촐한 하이볼 파티를 기획했다. 인스타그램에 홍보글을 올리고, 아내가 디자인한 포스터를 사방에 붙여 놓았다. 앞으로 이곳에서 선보일 싱글몰트 위스키로 만든 하이볼을 시음하고 핑거푸드를 나눠 먹는 자리. 전면 폴딩도어를 활짝 열어두고, 집에서 쓰던 턴테이블을 가져와 보사노바 LP도 틀었다. 아내와 난 설레면서 또 초조했다. 사람들이 과연 찾아올까? 친하게 지낸 대학교 동기가 첫 손님이었다. 어색하게 하이볼을 만드는데, 곧 지인들이 하나둘 들어오기 시작했다. 잡지사 시절 연을 맺은 분들과 오랜 친구들, 한동안 연락을 못 했던 사람들 심지어 지나가다 호기심으로 들어온 분들까지. 빈자리가 하나도 없을 만큼 북적였다. 아직 정체를 간파하기 힘든 우리 부부의 작업실을 응원하러 온 분들과 그렇게 첫 날을 보냈다.

  

고현은 낮에 글을 쓰고 밤에 위스키의 세계로 안내하는 공간 운영자다. 작업실이자 위스키 시음실로 사용하는 무용;소(@mooyongso)에서 위스키와 취향을 매개로 크고 작은 프로젝트를 시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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