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두면 쓸모있는 환경지식: 프탈레이트

오이레터 10호

선풍적인 인기를 끌던 액체괴물 슬라임, 기억하시나요? 2017년부터 온라인에서는 크리에이터들로부터, 오프라인에서는 초등학생들로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얻어 전국을 휩쓸었었지요. 슬라임은 물풀, 붕사, 물을 섞어 만드는 장난감으로, 액체와 고체 중간 정도의 물질로 점토와 같은 질감‧점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파츠라고 불리는 색소나 반짝이 등 다양한 부재료를 넣어 원하는 모양을 만들어 가지고 놀 수 있습니다. 하지만 2019년 슬라임 파츠에서 프탈레이트 등의 유해물질이 기준치 이상으로 검출되어 국가기술표준원에서 회수 명령이 내려졌습니다.

뉴스에 자주 등장하는 프탈레이트


프탈레이트는 우리 생활 곳곳에서 은밀히 숨어있다가, 잊혀질만 하면 뉴스에 등장하는 단골 손님이지요. 2010년대 들어 어린이들이 뛰어노는 운동장에 흙 대신 설치된 우레탄 구장에도 프탈레이트가 허용치 이상으로 검출이 되었다는 뉴스들을 자주 볼 수 있었습니다. 2015년에는 천일염 염전 바닥재로 사용되던 프탈레이트 고함량의 바닥장판이 사회적인 이슈가 되며 국민 먹거리 안전성 문제가 대두되기도 하였습니다. 당시 천일염 염전 바닥재로 프탈레이트 가소제를 함유한 PVC 재질의 장판을 이용했는데, 이로 인해 천일염에 프탈레이트가 들어가게 된다는 것이지요. 병원에서 사용되는 수액세트에서도 프탈레이트 용출 우려가 대두되며, 건강위험을 예방하기 위해 2015년부터 사용이 금지되기도 하였지요.

내분비계 교란물질과 환경호르몬


우리는 문명의 발달로 물질적 풍요와 생활의 편의를 누리게 되었으나, 산업 활동을 통해 생산되는 수많은 화학물질에 노출됩니다. 내분비계 교란물질은 이러한 화학물질 중 우리 몸 안에 들어와 마치 호르몬처럼 작용하거나 비정상적으로 작용하여 내분비계의 정상적인 기능을 방해하는 물질입니다. 내분비계 교란물질이 공식적인 명칭이지만, 일본 과학자들이 방송에 출연하여 "환경 중에 배출된 화학 물질이 생물체 내에 유입되어 마치 호르몬처럼 작용한다"고 하여 '환경호르몬'으로 널리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프탈레이트란 무엇일까요?


프탈레이트는 내분비계 교란물질로 잘 알려진 물질입니다. 프탈레이트류는 프탈산에 에스테르 반응을 통해 합성되는 물질군으로, 일반적으로 아래와 같은 화학 구조를 가집니다.

DEHP[di(2-ethylhexyl) phthalate]는 프탈레이트류 중 가장 널리 사용되는 물질로 PVC(polyvinylchloride) 플라스틱 등에 가소성, 유연성을 주기 위한 가소제로 사용됩니다. DEHP가 많이 넣을 수록 더 유연한 플라스틱을 얻을 수 있습니다. DEHP는 부드러운 장난감, 바닥재, 의료기기 등에 널리 이용되며 생활환경 속에서 인체에 노출됩니다. 또한 제품의 제조, 사용, 폐기 등을 거치면서 환경 중으로 많은 양이 배출되고, 이 물질은 다시 그 환경에서 자란 식품원료물질에 축적되어 최종적으로 식품섭취를 통해 인체에 흡수되기도 합니다.

단단히 결합하고 있는 PVC 사이에 DEHP가 들어가 있는 형태를 화학 구조로 도식한 그림. DEHP가 들어가는 비율을 통해 유연성을 조절할 수 있다. DEHPPVC와 화학적으로 거의 결합하지 않기 때문에, 제품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용출될 수 있다. International Journal of Engineering , Research and Applications. (Vol.6, Issue 1, Part-3, 2016 p.56-63)


프탈레이트 건강영향


프탈레이트류는 남성호르몬 기능을 저해하는 방향(anti-androgenic)으로 내분비계를 교란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체내에서 반감기가 10~12시간 정도로 짧지만 생활 속에서 지속적으로 노출될 수 있습니다. 태아 및 영유아에서 프탈레이트의 생식독성이 많이 연구되었으며, 최근 역학연구들은 프탈레이트 노출과 어린이의 지능 저하, 주의력 결핍 및 과잉행동장애(ADHD) 사이의 연관성을 보고하고 있습니다.



어린이에게 더 위험해요


영유아 및 어린이는 종합적인 인지 능력이 성인에 비해 낮아서 자신을 방어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합니다. 바닥에 근접하여 생활하며 손을 입에 자주 넣는 행동, 장난감 등의 제품을 입으로 물거나 빠는 행동으로 각종 먼지나 오염물질이 입에 쉽게 들어가죠. 그래서 내분비계 교란물질에 노출되어 건강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어린이는 성인에 비해 호흡률이 크기 때문에 호흡기를 통해서도 내분비계 교란물질의 체중당 체내 유입량이 많습니다. 특히, 신생아는 장 흡수율이 높기 때문에 내분비계 교란물질이 더 쉽게 흡수됩니다. 영유아는 성인에 비해 대사 능력이 낮고 내분비 및 면역력의 차이가 있으므로 더욱 유의해야 합니다.



프탈레이트 관리를 위한 국민의 관심


프탈레이트를 포함한 생활화학제품 규제는 어린이 제품 위주로 강화되어 왔습니다. 식품위생법에 따라 영·유아용 기구 및 용기·포장 제조에 대해 규제를 하고, 위생용품관리법에 따라 어린이용 면봉, 어린이용 기저귀, 어린이용 위생깔개(매트) 등에 프탈레이트 사용을 규제해 왔습니다. 그러다가 2019년부터 어린이제품 공통안전기준으로 일원화하여 관리해오고 있습니다. 임신 중 프탈레이트에 산모가 노출되는 경우 어린이에서 정상적인 성장 및 발달을 저해한다는 보고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에 대한 규제는 미흡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임신 중 환경호르몬 프탈레이트 노출, 출생 후 성장 저해시켜 (홍윤철, 이동욱)


프탈레이트와 같은 내분비계 교란물질을 줄이기 위해서는 모두의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이 따라야 합니다. 모두가 내분비계 교란물질의 위해성에 대하여 인지하고, 내분비계 교란물질이 포함된 제품의 사용을 줄여나가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소비자의 선택적 행동이 관련 산업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좀 더 넓게 본다면 플라스틱의 사용을 줄이는 것이 잠재적인 화학물질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더 읽어볼 자료

유해물질 인체 통합위해성평가 연구(프탈레이트류)

어린이제품 내 프탈레이트류 및 대체제의 규제와 독성자료에 대한 연구


글쓴이: 이동욱 (인하대학교병원 직업환경의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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