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가을이...저희를 떠나가고 있습니다....(끔찍) 저는 여름조아인간이고, 추위를 정말 많이 타는 사람이라 겨울이 그렇게 달갑지 않아요. 겨울 중에서는 눈오는 것을 집에서 바라보는 것과 크리스마스만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흑흑 저는 정말 가을을 보낼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떠나보내야 할 때 잘 보내주는 것도 미덕이겠죠. 

배숙까지 살뜰히 챙겨먹고 나니, 남은 가을 음식은 뭐가 있나 고민했습니다. 너무 열심히 챙겨먹고 나니 남은 식재료가 많지 않다 싶기도 했고요.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마켓컬리 무료배송에 맞게 장바구니를 채우려고 채소 코너를 슥슥 넘겨보던 순간, 가을에 버섯요리를 먹지 않았다는 사실이 불현듯 떠올랐어요. 사실 가을은 야생버섯이 제철인데요, 올해 지인이 챙겨준 노란 색의 꾀꼬리버섯을 먹은 이후로는 따로 버섯을 챙겨먹은 적이 없더라구요. 버섯을 사야겠다 싶었던 바로 그 때, 제 눈에 들어온 것은 버섯 키우기 키트!

게다가 제가 사실 식물 키우는데 참 재주가 없어요. 어디 식물 뿐일까요. 살아있는 것을 잘 길러내는 재주가 부족한 편입니다. 그간 많은 식물들을 떠나보낸 편이죠. 저 하나를 길러내는 일에도 이렇게 애를 쓰고 있는데, 다른 것까지 키워낼 수 있는걸까 싶어져서요. 별이 하나만큼은 잘 돌보자는 마음으로 노력을 하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버섯 정도는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싶은 마음으로 시작했습니다.

그런데요? 세상에? 저는 새로운 재능을 찾아버렸어요. 이번의 깨달음은 "나영하우스에는 곰팡이가 잘 자란다!" 였습니다. 믿기 힘드시겠지만...물을 준 다음날, 화장실에 가려다가 버섯 배지를 봤더니 뭔가 뾰록 올라왔더라고요? 눈꼽만 겨우 떼고 쳐다봤죠.

이 즈음에서 저는 이 버섯이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챘어야 하는데, 나름 귀엽다고 하면서 지켜보다가 어떤 시그널을 놓치고 말았습니다. 이 버섯은 약간, 과하다는 사실을...

그리고 이것이 바로, 다음날입니다. 3일만에 개보다 커져버린 버섯. 이쯤부터 좀 무섭기 시작하더라고요 솔직히. 별이(=개)도 무서운지 슬슬 피하더라구요. 친구는 새송이버섯이 잘못 온 것이 아니겠냐고 할 정도고. 그리고 아니 이렇게까지 잘 자랄 일인가? 우리 집은 도대체 어떤 환경이길래 버섯이 이렇게까지 잘 살 수 있지? (아니 좀 억울한게 저 환기도 열심히 하고, 청소도 열심히 했거든요 정말로요) 여하튼 점점 무서워지더라고요. 이때 버섯을 수확했어야 하는데, 약간의 호기심이 도져버리고 맙니다. '이거 더 커지나...?'

영상을 따로 찍어두었는데요, 진짜 버섯 몸체 곳곳에서 포자가 솨아아 하고 퍼져나오고 있었어요. 세상에 저희 집에 화분이 따로 없기에 망정이지, 그냥 온 집안이 버섯의 어떤 거대한 세계관이 되어버릴뻔 했습니다. 사진의 주름살 부분에 정말 촘촘하게 포자가 껴있더라구요. 그와중에 또 머리 부분의 매끈함에 너무 빠져버린 저 😇 상상보다 더 매끄럽고, 약간 종이를 무광코팅 한 느낌이었다구요. 그래서 혼자 계속 쓰다듬어보면서 촉감이 너무 좋다....하고 정신 못차리는 사이에 버섯 포자는 점점 더 퍼져나가고....

짧은 시간이지만 버섯을 키우면서 꽤 재미있었어요. 올해 봄, 29cm와 밑미가 함께 기획한 <위클리 이너피쓰> 콘텐츠를 제작하며 식물을 처방해주는 슬로우파마씨의 이구름 대표님을 인터뷰할 일이 있었는데요, 그때 대표님이 해주신 말이 아주 오래 제 마음속에 남아있습니다. 

그러고 나면 다른 것은 전혀 생각이 나지 않잖아요. 여기에다 뭘 더해볼까 하다가 파스타보다는 뇨끼를 더해보자 싶었습니다. 버섯과 감자 모두 땅에서 나오는 것들이잖아요. 영어권에서는 버섯이나 감자에서 느껴지는 약간의 흙향을 'earthy'하다고 표현해요. 이게 참 번역하기 어려운 맛 표현인데, 같은 계열의 맛이 있기 때문에 두가지는 참 잘 어울릴 수 밖에 없는 것 같아요.

그리고 뇨끼를 만들기로 한 날 아침에는 비가 왔습니다. 새벽부터 비가 오기 시작해서, 단풍이 다 떨어질 정도로 길게 비가 왔었어요. 그래서 더 따뜻한 크림소스가 떠올랐던 것 같습니다. 날이 좋을 때는 크림소스가 영 당기지 않는데, 비가 오거나 눈이 오면 크림소스가 생각나곤 해요. 명란크림파스타라거나, 흥건한 크림소스가 들어간 알프레도 소스 파스타 같은 거요. 여러모로 이 날에 딱 어울리는 메뉴였다고 생각합니다. 

감자는 뜨거울 때 체에 내려야 뭉쳐지지 않고 잘 내려져요. 그래서 감자를 꺼내서 손을 찬물에 담가가며 껍질을 까고, 체에 오도방정을 떨면서 내렸습니다. 진짜 뜨겁거든요 😭 그래도 어찌어찌 해냈습니다. 다음엔 감자 으깨는 도구를 사겠다고 다짐하면서요. 저는 뇨끼가 쫄깃한걸 좋아하지 않아서, 밀가루를 적게 넣는 편이에요. 오래 치대지도 않고요. 냉장고에 타임이 조금 남아있어서, 생타임 잎을 다져서 뇨끼에 한 번 넣어봤습니다.

반죽하는걸 찍었어야 했는데....뭔가 손에 막 묻고 이래서 완전 까먹었어요 😇 (데헷) 여튼 막 밀가루 날리고 감자 내리고 정신 없이 뇨끼 반죽 하고 한입크기로 만들었답니다! 뇨끼는 원래 데쳐야 하지만, 저는 또...그냥 굽는걸 좋아해서요! 뇨끼를 동전처럼 둥글납작하게 빚은 다음에 올리브유에 천천히 양면을 지져냈습니다.

버섯을 바로 기름에 조리하면 기름을 쫘아아악 먹어요. 그리고 음식이 완성되고 나면 촤아아 기름을 빼죠. 정말 쉽게 느끼해집니다! 그래서 버섯을 익히기 전에 물에 조금 담가두기도 하는데요, 저는 기름 두르고, 버섯을 살짝 볶은 다음에 물을 2~3스푼정도 넣고 잠시 뚜껑을 닫아요. 물로 익히는거죠. 그렇게 부드럽게 익은 버섯에 생크림을 넣고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하면 간단한 버섯크림소스가 완성됩니다. 

스스로에게든, 좋아하는 사람에게든 맛있는걸 먹이고 싶어서 요리를 했는데, 금방 식어버리면 아쉽잖아요. 그러니 겨울에는 꼭 그릇을 먼저 데워주세요! 

웅파이는 망원동에 본점이 있고! 최근 지점을 늘려나가고 있는 뉴질랜드 미트파이 전문점이에요. 소문만 듣다가 몇 달 전에 처음으로 먹어보았는데, 아니 너무 맛있더라구요! 사장님들이 텐션이 일단 엄청 좋아요. 아주 작은 가게인데 흥으로 가득합니다.

사장님들이 미트파이를 만들며 힘든 기색도 없이, 너무 신나하는게 눈에 보여요. 아 본인들이 만드는 음식을 정말 좋아하는 분들이구나 싶어서 믿음이 갔습니다. 소고기파이, 치킨파이 등이 있는데, 의외로 제 최애 품목은 양송이파이에요. 크림베이스에 볶은 양송이와 치즈를 넣고 파이지로 감싸 구운건데, 정말 너무....먹으면서 막 감동하게 되는 맛이에요.

냉동해뒀다가 나중에 구워먹어도 맛있더라구요! 이 맛을 나만 알기는 너무 아까워 정말! 웅파이의 양송이 파이를 꼭 기억해주세요. 정말 좋아하실거에요. 분명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