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이삿짐에 파묻혀 울고 있는 레카소야. MBTI J가 보면 더럽고 P가 보면 깨끗해보인다는 책상 짤 알아? 나는 정리정돈이 잘 되어있다고 생각는데, 파워 J인 우리 엄마는 보자마자 더럽다고 하더라고. 유머로 보는 거지만 너무 웃겼어. 왜냐면 난 평생 정리정돈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거든. 그래서 이사때마다 너무 괴로워. 집순이라 나가기보단 집에 친구들을 초대하기를 좋아하는데 이런 상태로는 아무도 부를 수가 없겠어. 좋은 수납장을 알면 제보 부탁해.. 그리고 연휴를 맞아 레카소도 다음주는 쉬어가려 해. 2월 1일에 만나자!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최근 엄청난 기세로 관객들을 모으고 있는데, 다들 봤는지 궁금해. 영화는 정말 여러모로 벅찬 경험이었어. 관람 후 자동으로 박수가 쳐지더라고. 이번 극장판은 만화에서 상대적으로 개인 이야기가 적었던 송태섭이 주인공이야. 의아해하는 관객들도 많았지만, 원작자인 이노우에 다카히코는 영화화 전부터 [슬램덩크]에 대한 이야기를 추가로 한다면 송태섭을 생각하고 있었다고 해. 사실 지난 11월부터 <더 퍼스트 슬램덩크> 개봉을 앞두고 넷플릭스에서 애니메이션 [슬램덩크]를 보고 있었어. 만화책을 본지 워낙 오래되어서 기억이 가물가물하더라고. 혹시 디테일들을 놓칠까봐 예습을 해가야겠다는 생각이었지. 그런데 내가 봐야했던 건 애니메이션 [슬램덩크]가 아니라 만화책 [슬램덩크]가 완결된 후 나왔던 외전 [피어스]였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었어.


영화는 애니메이션으로도 나오지 않았던 하이라이트 산왕전에 새로운 이야기인 송태섭의 과거사를 함께 그리고 있어. 여기에서 송태섭이 오키나와 출신이라는 게 밝혀지는데 그래서 지역의 특성을 살려 키가 작은 캐릭터가 되었다고 해. 만화에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미 이러한 캐릭터 구상이 자세하게 되어있었다는 걸 아니 더 뽕이 차오르지 않아? 이 외에도 영화화를 위해 뒤늦게 개발된 요소들이라고 생각했던 송태섭에 관한 정보들이 이미 [피어스]에서 묘사되고 있어. 송태섭의 비밀장소인 동굴은 물론이고 형과 관련된 에피소드도 똑같이 나와. [피어스]는 영챔프에 연재된 후 우리나라에서 발간된 적이 없어서 팬들 중에도 이 만화의 존재를 모르는 사람들이 꽤 많다고 해. [피어스]는 송태섭과 이한나의 짧았던 어린시절 인연을 담은 단편이야. [슬램덩크]가 성공한 로컬라이징의 대표 사례로 꼽힐 정도니, [피어스]를 보았던 사람들도 미야기 료타, 아야코라는 이름이 송태섭과 이한나인지 매칭을 하기 힘들었던 것 같아. 이후 송태섭과 이한나의 이야기라는 것에 의견이 분분했는데 극장판의 등장으로 기정 사실화 되었다고 보여.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에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열광하는 이유는 뭘까? 96년도 연재가 완결된 후 어떠한 후속작도 없었기 때문이야. 그래서 이번 극장판은 단순히 영화 한 편을 보는 걸 넘어 2~30년 전 만화책을 보던 그 시대의 나, 그 때의 감정을 소환하는 매개체가 된 셈이야. 그런데 오히려 이러한 점 때문에 웬만한 퀄리티로는 팬들을 만족시킬 수 없었을 거야. 이노우에 다케히코 감독은 만화책을 그대로 옮겨온 듯한 지금의 3D 모델링을 보고서야 제작 OK를 했다고 해. 그리고 무엇보다 돈벌이를 위해 새로운 이야기를 억지로 만들어낸 작품이 아니라 우리가 몰랐던 오리지널 [슬램덩크]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드디어 확장판에 담겼다는 생각이 들어서 파면 팔수록 감동이 밀려오더라고. 봉준호 감독이 봉테일로 불리우는 맥락이랄까? 도대체 어디까지 계획하셨던건가요! 이런 기분 다들 이해할거라고 믿어.


영화를 보고 온 후 벅찬 마음이 가라앉지 않아 만화책을 다시 보았는데, 왜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인데도 여전히 긴장감과 전율이 멈추지 않는걸까? 다시보니 송태섭이 아대를 2개 차고 있는 장면이 이제야 눈에 들어와서 또 한 번 감탄했어. 이번 연휴에 오랜만에 만화책을 넘겨보며 추억에 빠져보는 건 어때? [피어스]는 안타깝게도 여전히 정식으로 볼 수 있는 곳은 없어. 대신 블로그 등을 검색하면 어둠의 경로로 볼 수는 있어죄책감이 들어 공유는 하지 않을게ㅎㅎ..

소소한 관람포인트1. 비디오판 애니메이션

넷플릭스 애니메이션은 대원에서 제작한 비디오판이야. 다시보니 시대가 바뀐 탓인지 연출이나 연기가 많이 아쉬웠어. 특히 경기 5분을 세 편(편당 20)에 걸쳐서 보여주는 지난함을 버티기 힘들더라고. 이노우에 다카히코가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만들어진 애니메이션이라고도 했어. 워낙 오래되어 북산고는 상북고, 안한수 감독은 이한수 감독으로 나와. 혹시 보게 되면 당황하지 말길!

소소한 관람포인트2. 슬램덩크 그로부터 10일후

작가가 연재 종료 후 팬서비스로 폐교가 된 한 고등학교 23개교실 칠판에 분필로 그린 만화 [슬램덩크 그로부터 10일후]는 출판되어 소장할 수 있어. 제목 그대로 시합이 끝난 후 일상으로 돌아간 사람들의 순간들을 짧게 담아낸 만화야. Yes24와 알라딘에서 판매하고 있어.

소소한 관람포인트3. 10-feet - 第ゼロ感 

이번 극장판은 바뀐 성우와 OST 때문에 일본에서 개봉 전 평점 테러를 받았어. 공개되고 불만은 쏙 들어갔지만. 나는 이번 극장판에서 엔딩곡 뽕에 취해 한곡반복중이야. 어쩜 이렇게 심장이 뜨거워지는 락 사운드를 잘 구현하는지 모르겠어. 아무 의욕 없는 출근길 테마송으로도 추천할게.
레이지 카우 소사이어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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