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서 열린 플라스틱 회의, 합의 실패한 까닭

지난 1일 저녁 부산 벡스코 현장은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갔습니다.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한 국제협약의 연내 성안이 실패할 것이란 분위기가 퍼졌기 때문입니다.

지난 11월 25일 막을 올린 ‘제5차 정부간협상위원회(INC-5·이하 5차 회의)’에서는 플라스틱 생산감축 등 강력한 협약을 요구하는 유럽연합(EU)·도서국과 이를 막으려는 산유국·생산국 간의 논쟁이 반복됐습니다.

1일 저녁, 5차 회의가 언제 끝날 것 같냐는 그리니엄의 질문에 김완섭 환경부 장관은 “오늘이나 내일(2일) 중에 끝날 수밖에 없다”며 “(다만,) 어떤 방식으로 끝날지는 모르겠다”고 답했습니다.

김 장관의 말대로 5차 회의는 다음날 2일 새벽 3시에 막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국가간 이견으로 인해 최종 합의를 보지 못한 채 끝이 났습니다.

[편집자주]

🔍 목차

부산서 플라스틱 국제협약 불발, 국가별 입장은?
2025년으로 연기된 플라스틱 협약 회의, 추가 회의 역시 쟁점
협약 연기 소식에 산업계 반응 엇갈려
5차 회의 개최국 한국, 회의 준비 부족에 볼멘소리 잇따라

▲ 르완다 대표단장인 줄리엣 카베라의 생산감축 지지 촉구에 화답하는 사람들의 모습. ©그리니엄

생산감축 둘러싼 갈등

‘부산행’ 플라스틱 국제협약 불발, 남은 쟁점과 전망은?

루이스 바야스 발비디에소 의장은 마지막 본회의에서 “지금까지의 성과는 중요하지만 여전히 부족하다”면서 “3~4가지 문제에 있어서 여전히 합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추후 회의를 재개해 협상을 마무리 짓기로 전반적인 합의가 이뤄졌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이로써 전지구적 플라스틱 오염을 종식한다는 목적으로 2022년 3월 175개국이 지금까지 이어온 노력은 결실을 보지 못했습니다. 지난 2년간 국제사회는 ①우루과이 ②프랑스 ③캐냐 ④캐나다 등에서 4차례 회의를 진행했고 부산에서 열린 회의가 마지막이었습니다.

5차 회의에서 법률적 문안을 다듬기 위해 설치된 법률문안그룹(LDG)은 단 한 문장도 검토할 수 없었습니다. 협상이 교착 상황을 타개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마지막 본회의 현장을 취재한 결과, 쟁점은 역시 생산감축을 둘러싼 갈등이었습니다.

👉 ① “협상 지연, 놀라운 결과 아냐”…침묵 지킨 미국·게임체인저 떠오른 중국

▲ 국제협약이 성안되기 위해서는 '괄호'가 완전히 없어져야 한다. ©그리니엄

협약 속 쟁점

플라스틱 협약 초안 속 ‘괄호’ 3000여개 → 300여개

부산에서 열린 5차 회의의 쟁점은 화석연료에서 추출한 플라스틱의 원료인 1차 폴리머의 생산규제 여부였습니다. 유해 플라스틱과 화학물질 퇴출 여부 나아가 협약 이행을 위한 재원 조달 방안 역시도 주요 쟁점이었습니다.

협상은 순탄치 않았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이란·러시아 등 산유국이 플라스틱 생산규제를 거세게 거부했기 때문입니다. 협상 내 진행 방식에 문제 삼는 소위 ‘지연전술’로 인해 회의 5일차(11월 29일)에야 4차 초안이 공개됐습니다.

4차 문서는 41쪽으로 구성돼 있었습니다. 그리고 폐막 전날(1일) 공개된 5차 문서는 20여쪽으로 이전보다 줄어 있었습니다. 당사국들이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음을 나타내는 ‘괄호([])’ 역시 300여개 이내로 줄어들었습니다. 캐나다에서 열린 회의 당시 나온 초안에 괄호가 3,000여개가 넘던 것과 비교하면 1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겁니다.

👉 ② 생산감축·재원 등 쟁점 여전…추가 회의 개최 역시도 쟁점인 이유

▲ 국제환경법센터에 따르면 5차 회의에는 화석연료 로비스트 220명이 참석했다. ©BreakFreeFromPlastic, X

산업계

협약 성안 연기에 산업계 반응 엇갈려

산업계도 이번 협약 불발 소식에 빠르게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100여개국 4,500만여개 기업이 소속된 국제상업회의소는 “플라스틱 오염 위기를 효과적으로 해결할 요소들이 협약 곳곳에 담겼다”며 “그러나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고 짚었습니다. 유럽 플라스틱협회인 ‘플라스틱 유럽’의 경우 “추가 회의가 열렸을 때 국제사회가 야심차고 법적 구속력을 갖춘 합의를 이룩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단, 생산감축에 가장 민감한 주요 화석연료 기업들은 별도 성명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국제환경법센터(CIEL)에 따르면, 이번 5차 회의에서는 화석연료와 석유화학업계 로비스트 220명이 참석했습니다.

한편, AFP통신은 5차 회의가 열리던 지난달 28일 부산 벡스코 현장의 복도가 기업 대표들로 북적거린다는 상황을 전했습니다. 기업 모두가 플라스틱 생산감축에 부정적 입장은 아니란 것입니다.

👉 ③ 네슬레·러쉬 등 플라스틱 국제협약 성안 지지 나선 까닭은?

▲ 한 회의실 앞에서 참관인들이 수용인원 부족으로 들어가지 못해 줄을 서있는 모습. ©Melissa Wang, Linkedin

INC-5

IT 강국 한국서 열린 5차 회의, 인터넷 대란·회의장 부족에 항의 잇따라

한국 정부는 5차 회의 결과에 대해 외교부·환경부·해양수산부 등 관계부처가 힘을 합쳐 성안을 위해 끝까지 노력했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러나 협상장에서는 개막식 이튿날부터 개최국인 한국의 준비가 부족하다는 볼멘소리가 국내외 참가자들로부터 나왔습니다.

취재 결과, 회의 중후반부까지 유사한 문제가 그대로이거나 뒤늦게 해소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5차 회의는 친환경 회의를 표방하며 종이 사용을 지양했습니다. 이에 문서 대다수가 전자문서로 공유됐습니다. 정작 벡스코 내 와이파이 연결이 원활하지 못해 문서 확인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협상장 역시도 인터넷 사용이 원활하지 않아 대표단들이 불편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회의실, 즉 협상장 공간 부족 문제도 계속됐습니다. 한국 외교부는 회의장 좌석·공간 배치 등을 유엔환경계획(UNEP) 측이 맡고 있어 정부 역할에 한계가 있었단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러나 UNEP 측은 “회의장 확보와 준비는 한국 책임”이라고 밝혔습니다.

👉 ④ 플라스틱 회의 내 일회용컵 사용 논란에 외교부 관계자는 이렇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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