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효율의 끝에서 효율을 발견하는 법
재연     “받지 않는 전화를 계속 거는 사람이 되려구요. 하고 싶은 이야기를 계속 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객원 에디터 재연입니다. 저는 워크 웰니스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어요.


제 소개를 하자면, 저는 눈 떴을 때부터 자기 전까지 일을 하는 워커홀릭이자, 잘 쉬는 법을 열렬히 찾고 싶은 웰니스 유목민입니다. 잘 쉬는 법을 찾으면서 웰니스 산업을 디깅하다가, 쉬는 법을 전달하는 브랜드까지 만들게 되었어요. 


한 달 전, 제가 만든 브랜드를 팝업과 함께 런칭했습니다. 작은 브랜드가 첫 시작부터 팝업 스토어를 운영하는 경우가 많지는 않은데요. 브랜드를 알릴 수 있는 여러 가지 매체가 있지만, 어떤 생각으로 ‘오프라인 팝업’을 선택하게 되었는지 소개해 보려고 합니다.

1. 온라인은 정말 효율적인 선택일까
2. 스몰브랜드의 춘추전국시대
3. 팝업을 운영하게 된 당신께 드리는 꿀팁
🧐 온라인은 정말 효율적인 선택일까

온라인 광고비로 몇백만 원 쓰지 말고 강남역에서 생수 나눠주라고요?


최근 읽은 책 중 가장 큰 인사이트를 받은 문장입니다. 프로젝트 렌트로 잘 알려진 최원석 대표의 《결국, 오프라인》에 나온 대목인데요. 온라인 광고 시장이 포화가 된 지금, 오히려 브랜드 로고를 붙인 생수를 강남역에서 나눠주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대부분의 스몰 브랜드는 온라인 광고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접근해 왔습니다. 이는 ‘비용 효율성’‘접근성’ 그리고 ‘데이터 활용’ 면에서 매력적인 선택이라고 여겨졌죠. 오프라인 매장을 열기 위해서는 상당한 초기 비용(임대료, 인테리어, 인건비)이 들지만, 온라인 런칭은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더 넓은 고객층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온라인은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어디서나 접근할 수 있기 때문에, 소비자와의 접점이 훨씬 넓죠. 온라인에서는 소비자의 행동 데이터를 수집하여, 더 개인화된 마케팅 전략을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어요. 이런 이점 덕분에 온라인 광고시장은 꾸준히 성장해 왔습니다. 특히 모바일 광고의 성장세가 두드러집니다. 브랜드들은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쉽고 빠르게 소비자들에게 다가가고 있었습니다.

디지털 광고 시장은 계속해서 성장세입니다. © 아이보스

하지만, 영원할 것 같은 온라인 광고의 성장세도 한계는 있습니다. 디지털 광고 시장이 성장한다는 것은 동시에 어떤 의미일까요? 온라인상에서 소비자들은 너무 많은 광고에 시달리게 되었다는 뜻 아닐까요?


모바일 광고 시장에서 디스플레이 광고 비중이 감소하고 검색 광고가 더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다는 것은 동시에 또 다른 시사점을 제시합니다. 광고의 소음 속에서 소비자들은 점점 더 원치 않는 푸시 마케팅보다는, 자신이 직접 원하는 것을 선택하는 경험을 중시하게 된 것이죠.

모바일 광고 성장세의 중심에는 검색광고가 있습니다. © 미디어오늘

쿠키리스(Cookie-less) 시대가 다가오면서 온라인 광고 환경 또한 변화하고 있습니다. 구글과 애플 같은 빅테크 기업들이 개인정보 보호를 강화하며 쿠키 사용을 제한하는 정책을 도입하고 있죠. 그 결과, 맞춤형 광고 타겟팅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이는 온라인 광고의 효율성과 직결되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한편 리테일 미디어는 이러한 쿠키리스 시대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죠. 아마존, 쿠팡, 신세계와 같은 대형 리테일러들은 이미 자체 고객 데이터를 활용한 맞춤형 광고를 제공하고 있고요. 오프라인 팝업 스토어 또한 비슷한 맥락에서 직접적인 소비자 경험을 줄 수 있는 효과적인 마케팅 수단입니다. 아예 오프라인으로 소비자와 물리적 접촉을 할 수 있다면, 쿠키에 의존하지 않고도 고객과의 신뢰 관계를 형성할 수 있을 테니까요.


사실, 우리가 보는 데이터는 후행지표잖아요. 온라인 시장이 효율적이라고 해도, 그 한계는 이미 데이터가 충분히 보여주고 있어요. SNS상에서 광고의 비중이 점점 더 늘어나고, 하나의 광고를 스킵 하는 데 드는 시간은 더 짧아졌습니다. 시험 삼아 돌린 광고에서 한 명의 팔로워를 얻는데 몇천 원이 드는 걸 경험하고, 온라인에서 적은 예산으로 임팩트를 주기는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동시에 오프라인으로 런칭을 해야겠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더 크게 느꼈습니다. 스쳐 지나가는 노출에 몇천 원을 쓰는 것보다는 오프라인에서 차 한 잔이라도 대접하는 게 낫지 않나라는 그런 비데이터적인 생각이 더해졌어요. 그렇게 런칭으로 오프라인 팝업이라는 미디어를 이용해 보기로 결정했습니다.

스몰 브랜드 춘추전국시대 🚩

그러고 보니, 소개도 없이 스몰 브랜드에 대한 이야기가 길어졌네요. ‘그래서 스몰 브랜드가 대체 뭔데?’ 궁금하실 어거스트 독자분들을 위해 스몰 브랜드의 정의를 가져왔어요. 스몰 브랜드를 정의하는 7가지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스몰 브랜드의 7가지 기준 © 스몰브랜더

결국 스몰 브랜드는 한정된 인력과 예산을 가장 효율적으로 써야 하는 브랜드를 의미합니다. 대형 브랜드와 달리 광고 예산이 적고, 대규모 자원을 투입하기 어렵다는 것이 대표적인 특징이죠.

작지만 강할 수 있는 방법 : 일반적이지 않은 방식을 선택하기


스몰 브랜드는 보통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을 통해 소비자와 첫 접점을 만들고는 합니다. 초기 자본을 많이 들이지 않고 시장에 테스트해 볼 수 있는 아주 효율적인 방법이에요.


저 또한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을 통해 런칭하는 것을 끝까지 고민했었는데요, 판매하는 제품의 카테고리가 직접 경험해 봐야 하는 특성을 가진 제품이고, 평균가보다 높은 브랜드 제품 가격대를 고려해서 우리 브랜드에 효율적인 방법은 펀딩이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같은 스몰 브랜드여도 서비스와 제품에 따라 맞는 방식이 다르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생존을 위한 소비와 취향을 위한 소비는 의사결정 구조가 판이하다. 생존의 영역에서는 합리적 가격이 구매 결정을 좌우하지만, 취향의 영역에서는 가격 저항력이 극도로 낮아진다. “

 

(...)푸시 마케팅 시대에는 상품을 세상에 알리는 만큼 팔렸다. 오늘날의 소비자는 원하지 않는 정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물자가 수요를 압도하고, 소비자와의 소통이 D2C로 전환된 현 시점에는 푸시 마케팅은 더 이상 무의미하다. 풀 마케팅 pull marketing은 푸시 마케팅의 길항 개념으로, 기업이 아닌 소비자의 적극적 참여와 관심을 바탕으로 한다. 

 

(...)물질 과잉 시대의 유효한 마케팅은 소비자의 인식을 점유하는 데 있다. 성공적인 브랜딩은 소비자의 마음에 이미지를 남기는 것이다. 브랜드가 소비자 일상에 얼마나 가까이 있는지.

- 최원석, 《결국, 오프라인

 

이에 더해서 일반적이지 않은 방식을 선택한다는 건 오히려 비용 절감의 효과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수십~ 수백억대의 ATL 광고를 만드는 광고 제작팀에서 일했었는데요. 많은 광고주들을 만나며 느낀 점은, 오히려 예산이 많고 감각이 있는 클라이언트는 독특한 시도를 한다는 점이었어요. 그리고 그런 독특한 시도는 고객의 머릿속에 분명하게 각인됩니다. 차별화된 선택이 주는 인식 상의 비용 절감 효과가 있는 것이죠. 좀 더 적은 횟수로 기억에 남을 수 있으니까요. 


그런 관점에서 런칭을 오프라인 팝업으로 한다는 것은 꽤나 깊은 인상을 심어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온라인 런칭에 비해 초기 비용이 더 들어가기 때문에 어찌 보면 비효율적으로 보일 수 있겠지만, 결과적으로 인식 상으로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일 수도 있는 것이죠.

© 재연

🍯 팝업을 운영하게 된 당신께 드리는 꿀팁

오프라인 공간 기획은 만만하지 않았습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손이 안 가는 곳이 없는데, 또 하나만 잘못해도 그날의 공간 임대료를 까먹을 수 있는 리스크 큰 미디어였죠. 다만 재미있는 점은, 어떤 영역을 개선했을 때 온라인보다 피드백이 빠르게 온다는 점이었어요. 그 점이 오프라인의 매력이라고 느껴졌습니다. 성공적으로 런칭 팝업을 마칠 수 있었던 요인들을 단계별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1. 기획 단계에서는 위치 선정이 가장 중요합니다


세일즈가 아닌 브랜딩이 목적이라면, 우리 브랜드의 타겟이 있을 만한 곳으로 선정하세요. 남들이 핫하다고 말하는 지역에 꼭 가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우리에겐 우리 브랜드와 딱 맞는 고객과 만날 확률이 높은 곳이 가장 핫한 곳입니다. 우리 고객이 좋아하는 곳이 어딜지 찾기 어렵다면, 그 지역에서 사람들이 자주 가는 샵, 음식점, 카페들을 쭉 살펴보세요. 그곳들을 우리 고객이 좋아할 것 같다면, 정답입니다. 


실제로 이번 런칭 팝업은 연희동의 한 편집샵을 대관하여 진행했는데요, 바로 옆에 우리 타겟들이 사랑할 만한 소품샵이나 연필, 엽서 가게가 인접해 있었어요. 요즘 인기라는 후르츠 산도와 에스프레소를 파는 디저트 숍도 근처에 있었죠. 우리 브랜드의 고객이라면, 앞서 말한 브랜드들도 무척이나 좋아할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그 사이를 자연스럽게 비집고 들어가는 게 전략이었죠.


모두에게 핫한 동네가 아닌, 우리 브랜드의 고객에게 핫한 곳을 잘 찾는 것이 팝업 기획의 절반 이상입니다.



2. 온-오프라인 연계 채널 전략을 준비하세요

특히 런칭을 팝업으로 하게 된다면, 기존 고객층이 없기 때문에 사전 홍보가 상당히 중요합니다. 오프라인 런칭이지만 최소한의 온라인 광고 비용을 책정하고 전략을 세우세요. 최소 10일 전부터는 기대감을 조성하는 콘텐츠와 광고를 집행하시길 추천합니다. 관련 마이크로 인플루언서와의 협업을 통해 홍보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도 좋아요.


홍보뿐만 아니라 판매와 사후 관리에도 온라인과 연계된 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팝업을 진행하는 브랜드는 온라인에 앞으로 더 많은 시간을 보낼 것이기에, 오프라인에서의 좋은 자산을 온라인에 쌓을 준비를 동시에 해야 합니다.


간단한 이벤트를 통해 오프라인에서 만난 고객을 자사 채널이나 몰의 회원으로 전환하세요. 샘플 형태의 제품이나 할인 쿠폰을 제공하는 방식이 가장 효과적입니다. 

오프라인 구매의 경우 자사몰의 리뷰 연계가 까다롭기 때문에, 온라인 회원 구매를 유도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오프라인의 데이터를 온라인에 락인 시키는 것을 잊으면 안 됩니다. 



3. 빠르게 피드백을 받고 매일 매일 개선해나가세요


앞서 말했듯이 오프라인의 흥미로운 점은, 온라인보다도 어떤 영역을 개선했을 때 피드백이 빠르게 온다는 점이었어요. 예를 들어, 1층 입구에 포스터를 붙이지 않았을 때와 붙였을 때, 옆에 위치한 카페에 홍보를 부탁했을 때와 그렇지 않았을 때, 유동 인구가 많은 근처에 입간판을 가져다 놓았을 때와 그렇지 않았을 때 유입되는 방문객의 숫자에 상당한 차이가 났습니다. 


오프라인의 경우 고객의 반응을 바로 눈앞에서 볼 수 있다는 점이 장점입니다. 

‘이런 것이 불편하다, 이런 점이 좋았다, 무엇을 보고 왔다’라는 고객의 목소리를 놓치지 않고 들어보세요. 생각보다 많은 부분에 힌트가 있었답니다. 그리고 그 부분을 바로 개선했을 때 즉각적인 효과가 나타나는 것을 경험했어요. 


매일 작은 부분을 끊임없이 개선해 나간다는 생각으로 오프라인에서도 A/B 테스트를 진행하세요. 인사말을 바꿔봐도 좋고 설명을 한마디씩 추가해 봐도 좋습니다. 작은 배치나 인쇄물의 경우 바꾸는 건 어렵지 않거든요

© Unsplash

그래서 신규 런칭하는 스몰 브랜드에게 팝업을 추천하냐면요


물론입니다. 


규모는 작지만 꿈은 작지 않은 브랜드들에게 특히 추천해 드려요. 레터의 부제를 비효율의 끝에서 효율을 발견하는 법’이라고 지었을 만큼 장기적으로 보자면 결코 손해가 아니거든요. 탄탄한 기획과 함께라면 단기적으로도 높은 전환율의 성과도 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 브랜드는 이번 런칭 팝업에서 3일 동안 150명의 방문, 30%의 높은 구매 전환율이라는 성과를 냈는데요, 이는 온라인 광고만으로는 얻기 어려운 신뢰와 고객을 얻은 소중한 기회였답니다.

이번 팝업의 성과는 뜻깊었지만, 브랜드를 운영한다는 건 결코 효율적일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는 요즘이에요. 조금이라도 더 발견되기 위해, 그리고 우리 브랜드와 결이 맞는 사람과 만나기 위해 각자의 자리에서 고군분투하고 계시는 분들께 응원을 보내고 싶어요. 


남들이 가는 길과 조금 다른 길로 가고 싶은 당신께 

이 레터를 통해 용기를 함께 보냅니다.

편집/윤문 | 나나

기분을 산뜻하게 관리하는 법

에디터 <재연>의 코멘트

이연님의 유튜브에 최근 <기분을 산뜻하게 관리하는 법> 이라는 영상이 올라왔어요. 제게 요즘의 이슈는 기분을 일정하게 관리하는 것이라 인상깊게 봤답니다. 제가 운영하는 브랜드에서도 리추얼을 자주 이야기하는데 습관의 힘은 참 큰 것 같다고 새삼 또 느꼈어요.

💌 오늘의 레터를 피드백해주세요! 
☕️ 후원하기 buymeacoffee / 카카오뱅크 3333-24-9576078 ㄱㅎㅁ
💜  어거스트 구독하 : 어거스트 구독 링크를 복사해 친구들에게 알려주세요!
💌  협업문의  augustletter08@gmail.com
Written by  Zoe • 구현모 • 찬비 • 나나 • 오리진 • 하은 • 움큼
Copyright © AUGUST All rights reserved. 수신거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