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우리는 인간을 '육각형' 안에 가두기 시작한 걸까요? 흠 하나 없는 완벽한 인생은 과연 행복할까요?
Pausing by POPOPO MAGAZINE
님은 육각형인간을 선망하나요?
모든 측면에서 '약점 없는 사람'을 선망하며, 완벽한 '최고의 자아'를 선망하는 육각형 인간. <2024 트렌드 코리아>에서는 육각형인간 트렌드를 '완벽을 지향하는 사회적 압박을 견뎌야 하는 젊은이들의 활력이자 절망이면서 하나의 놀이'라 설명했는데요. 소셜미디어에 쏟아지는 타인의 '완벽한(것처럼 보이는) 라이프스타일'을 관찰하며 행복한가요? 과연 인간은 이 완벽의 영역에 다다를 수 있는 존재일까요? 그놈의 '나답게'라는 캐치프라이즈 안에서 정작 '나다운 얼굴은 지우고 그럴듯한 얼굴을 그려내고 있진 않나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을 던지며 이번주 레터 시작합니다.

'흠 하나 없는 고결한 인생'을 살고 싶은가요?

 부제  flawless 말고 fearless

 ▶️SIDE A : 나누고 싶은 이야기
    - 화산송이면 뭐 어떤가요?
    - 아이를 낳고 나는 질문이 되었다   

 ▶️SIDE B : 함께 만들어 가는 이야기
   [강민영의 프랑스 방구석 통신] 애매한 인간
   [캥거루의 뛰다가 생각했어]
배려 넘치고 여성 친화적인 회사에 대한 추억
   [김작가의 프로젝트 B안]
죽지 않고 살 수 있겠니
   [우간다 BTS 아미어미]
당신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이기에 좋다
   [엄마의 영화관]
어디갔을까? 엄마 이전의 나 자신으로 살던 삶은. <어디갔어, 버나뎃> 리뷰
   [에스뗄의 프라하 육아일기] #2 흐린 눈의 육아
   [핀란드 똔뚜 가족] 새해의 손그림 기록
   [News] 포텐 여러분 함께 해요!
   
- 포포포 온라인 북토크 <질문이 될 시간> 임희정 작가님과 함께🙋‍♀️
    - 루트임팩트 리부트캠프 8기 절찬 모집 중🔥


  I   flawless 말고 fearless (화산송이면 뭐 어떤가요?)

"흠 하나 없는 고결한 인생을 살고 싶은가요?" 누군가 이렇게 묻는다면 저는 눈으로 심한 욕을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질문이 뾰족할 수록 삶의 방향성은 구체화되기 마련인데요.

"엄마의 잠재력에 주목한다고? 그런 거 찾는다고 계몽이 될 것 같아?" 또는
"그건 거룩병 아니야?"라는 질문을 받을 때면 다시 최초의 질문으로 돌아갔어요. 
1. 어쩌다 창업까지? '살고 싶어서'
2. 어떻게 살고 싶은데? '엄마이지만 나라는 사람도 잃고 싶지 않아.'

문득 인공지능은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해졌어요.
1) "GPT야! 너는 흠 하나 없는 고결한 인생을 살고 싶니?" 2) "그게 가능할까?" 
모범답안으로 보일 수도 있으나 별로 마음히 훅 땡기진 않아요. 만약 지피티가 "그런 거 고민하지 말고 너 살고 싶은 대로 살렴!" 이렇게 얘기를 했다면 심장이 쿵 내려 앉았을 것 같아요. 아직 사람처럼 생각하는 공감의 영역까지 흡수한 건 아니군! 한 편으론 안도가 밀려옵니다. 
저도 엄마는 처음이라 매 순간 좌절을 경험했어요. 1) 요리책을 들고 유기농 코너에서 장을 본 다음 2) 야채세척제에 담궈 둔 브로콜리를 칫솔로 살살 씻어내고 3) 작게 다지는 데 반나절 4) 당근, 감자를 비롯한 야채 친구들이 좁은 부엌을 점령했는데.. 5) 뉘엿뉘엿 지는 해를 보며 공포가 밀려듭니다.
"나 할 수 있을까?" 잘! 하는 건 꿈도 안 꿨어요. 엄마가 되어서 이것도 못 하는 건가! 자괴감이 쌓이고 쌓여 "나는 엄마 자격 없는 사람이야!" 좌절로 무너지곤 했습니다. 
육아서도 마찬가지였어요. 무중력 상태에서만 잠에 드는 초예민 등센서를 장착한 아이 덕에 다른 사람은 어떻게 육아를 하나 관심을 가질 틈도 없었어요. 조리원 동기 중에서도 예민 보스 끝판왕인 '안 자고, 안 먹고, 안 싸는' 트리플 크라운 베이비를 키우며 육아서를 통달하다 결국은 멀리하게 되었습니다.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따라해도 통용되지 않는 기질도 있더군요. 고문 중에 최고봉은 잠고문이라더니 백일 된 아이를 눕혀 두고 "네가 나한테 어떻게 그럴 수 있어!" 울부짖는 지경에 가서야 각성을 하게 됩니다. '고작 백일만에 나는 아이에게 보상심리가 생겨버렸다는 걸. 네 인생과 내 인생을 분리시키지 않으면 우리는 서로 독립을 방해하는 사슬이 될 수도 있겠구나. 너를 위해 나는 이기적으로 사는 방법을 고민해야 겠다.' 그렇게 다짐했죠.
"아이 키우는 것만으로도 넉다운인데.. 여기서 '나 자신'까지 찾으라고?" 의도치 않게 누군가에겐 또 다른 부담이 될지 모른다. 혹여나 이런 생각이 들지는 않을까. 그 고민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인데요.
아이를 키우면서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라는 걸 시시각각 배웁니다. 육아만 해도 '육각형 시스템'이 전무한데 몇인분의 몫을 동시에 소화하면서 '육각형 인간'까지 되라고? 오마이!! <미션 임파서블>은 영화로만 봐도 충분한데요? 아이가 환절기에 목도리를 안 해도, 돌 뿌리에 걸려 넘어져도 모두 '에미 탓'으로 돌리는 사회적 시선도 기나긴 동면에 들어갔던 내 안의 청개구리를 자꾸만 건드립니다. 나만 이렇게 생각하는 건가? 비슷하지만 또 다른 레퍼런스는 없을까? 
성공강박증에 시달리는 한국에서 소수의 성공한 커리어 우먼들에게는 '명예남성'이라는 꼬리표가 쉽게 따라붙어요. (마땅히 엄마의 역할인 아이를 키우는 것을) 대신해 키워 줄 누군가가 있어 일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는 편견. 여기서 청개구리의 잠이 확 달아나 버리는데요. 질문의 단서를 쫓으며 포포포라는 이름으로 아카이빙 하는 동안 또 커다란 질문이 등장합니다. 두둥!!

1) 내 손으로 아이를 키우고 싶다는 것이 욕망이 되어버렸다? 불가능의 영역이라고 생각하는 건가?
2) 베스트셀러가 된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 정도는 되어야 성공의 언저리라고 볼 수 있는 걸까? 도대체 누가 성공의 기준을 박제시켜 놓은 거지?

이번 레터에서는 완벽하지 않은(완벽해 지고 싶지도 않지만), 마땅히 양육자로서 아이를 선도해야 한다는 통념에(세상에 완벽한 양육자가 아니, 그런 사람이 존재하긴 하나요?) 더 밀도 있는 질문을 전하려고 합니다. '잡지'만 아니면 '엄마'만 아니면 성공할 거다, 투자하겠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생각했어요. 엄마가 된 여성의 서사는 왜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았나? 저출생 정책이 국가적 재앙이라고 하면서 정작 당사자의 고민과는 거리가 먼 탁상공론에 왜 머무르고 있나?
때마침 지난 주말 포텐취향클럽(이하 취클) 멤버들과 오프라인 모임이 있었어요. 서로 다른 나라와 지역에서 아이를 키우며 마주하는 현실의 벽에 통감하며 '아이 말고 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그 시간을 기다렸다'는 취클 리뷰가 떠올랐어요. 포포포 레터를 발행하는 이유이자 핵심이기도 한 에디터들의 이야기를 통해 삶을 둘러싼 다채로운 스펙트럼을 전할 수 있어 설렙니다.

레터의 코어! Side B 라인업
💜라떼 시절 부장님의 아련한 추억(이면 좋았을 악몽)이 피어오를
'캥거루의 뛰다가 생각했어 : 배려 넘치고 여성 친화적인 회사에 대한 추억
💜유독 양육자에게 높은 한국의 사회적 잣대를 마주하게 될
'에스텔의 프라하 육아 일기 :  #2 흐린 눈의 육아
💜나를 발견해가는 여정에서 마주하는 일상의 파도들이 혼자만의 이야기가 아니었음을 발견할  
'방장님의 방구석 프랑스 통신 : 애매한 인간'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안정된 시점에 늙은이 아닌 낡은이가 되어버린 나를 발견할 줄은 몰랐다."고 고백한 '김작가의 프로젝트 B안 : 죽지 않고 살 수 있겠니'
💜어디갔을까? 엄마 이전의 나 자신으로 살던 삶은? 잔잔하지만 묵직한 파동을 전할
'엄마의 영화관 : <어디갔어, 버나뎃> 리뷰'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결국 '우간다 BTS 아미어미 : 당신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이기에 좋다'
💜두고두고 봐도 좋을 '핀란드 똔뚜 가족 이야기'
극보수의 최고봉! 경북에 살고 있어서 일까요. 전 매일 적나라한 현실을 마주합니다. '초등 의대반'(아이는 고작 1학년!)에 왜 아이를 보내지 않냐는 어르신들의 질문에 "왜 그래야 합니까?"라는 반문을 던지기까지 십년이 걸렸어요. 부정적 의미로 더 자주 쓰이는 '이기적인'이라는 수식어가 엄마와 만나면 '자격 상실'로 연결되는 당황스러운 상황도 자주 목격합니다. "앞으로 너의 인생은 이 아이를 키우는 것이 목적이 되어야 한다."는 어르신의 말씀이 아니었다면, 아이가 커가는 모든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아 질문을 할 근육 자체를 상실했을지도 모릅니다. 
혼자라면 불가능했을 거라는 사실은 자명합니다. 루트임팩트의 커리어 재시작 프로그램 '리부트캠프'에서 5년 전 코비드 시대에는 온라인 북토크로, 작년엔 (드디어!) 오프라인 특강으로 다시 나를 찾고 싶은 엄마들을 만나 발견한 것. 우리가 그토록 찾아 헤맨 단 하나의 키워드는 '혼자가 아니야' 였어요. 이후로도 온오프에서 반가운 근황을 들을 때마다 '서로에게 손 내밀어 주는 존재'의 중요성을 재발견합니다. 벌써 8기를 모집중인 리부트캠프 소식을 전하며, 다시 시동을 걸 준비 중인 엄마들에게 꼭 필요한 마중물이 되기를 바랍니다. 
어디서 어떻게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고민한다면 먼저 마음의 근육을 키우는 시간이 필요해요.
롤모델이나 어떤 기준에 나를 맞추기 보다 1)나는 어떤 사람인지, 2)나의 내면은 어떤 모양인지, 3)나의 강점을 통해 앞으로의 방향을 세워보고 4)단기와 장기로 나누어 작은 시도부터 이어가다 보면 5)비로서 '나다운' 게 뭔지 어렴풋이 알아가게 될 거예요.
'완벽'이라는 말을 경계하는 저는 한 때 누구보다 '완벽함에 대한 강박'에 시달렸어요. 제일 좋아하는 작가는 파트리크 쥐스킨트, 그의 작품 중에서도 단편 '완벽에의 강요'를 가장 좋아합니다. 임희정 작가님의 신간 <질문이 될 시간> 온라인 북토크를 기획하게 된 것, 세션에 앞서 사전 인터뷰로 왜 우리가 이 시간을 진심으로 준비하게 되었는지도 인터뷰 말미에 등장합니다. "‘생의 근본적인 기분은 불안’이라고 철학자 하이데거가 말했어요. 이상하게 저는 이말이 위안이 되더라고요. 그 불안을 끌어안고 움직여 보는 것. 눈을 크게 뜨고. 내 삶을 찾으려 시도해 보는 것. 그런 마음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혼자 그 불안을 감싸 안고 쥐려고 하지 마세요. 답정너 세상에 정답 따윈 없었다!는 통쾌한 인사이트는 무수한 헛발질에서 비롯됩니다. 한 발 움직일 수 있는 것. 세상에서 가장 쉬울 수도 어려울 수도 있는 그 한 발을 내딪는 데 도움이 되고픕니다.

우리가 전할 수 있는 최대치의 환대인 글로 예열하며 Ready.
나를 찾아가는 한 발을 내딛으며 Set,
그리하여 겂내지 않고 어떤 시작이라도 Go! 할 수 있는 시작점이 되기를 응원할게요!
  II   아이를 낳고 나는 질문이 되었다

〈나는 막노동하는 아버지를 둔 아나운서 딸입니다〉 임희정 작가의 신작 <질문이 될 시간>.
아나운서이자 작가로 말하고 쓰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에 '엄마'라는 역할이 추가되었을 뿐인데..
나를 둘러싼 세상에서 내가 서있는 자리의 좌표는 자꾸만 유실됩니다.
3월 14일 밤 9시 30분. 임신, 출산, 돌봄의 민낯을 낱낱이 마주하며 더 나은 내일을 만들 수 있도록 '질문을 할 시간'을 마련했어요. 온라인 북토크에 앞서 사전 인터뷰를 전합니다. 함께 나누고 싶은 포텐님의 물음표는 무엇일지 알려주세요. 기다릴게요💜 
Q. 내 경험이 나 자신에 국한되지 않도록 당위성을 확보하기 위한 작업에 공을 들인 흔적이 책 속에 가득했어요. 실제로 얼마나 시간과 마음을 들이셨을지도 궁금합니다.
이 책에 담긴 이야기는 제가 임신 때부터 출산 후 3년 동안의 기록이 담긴 건데요. 퇴고의 시간까지 더한다면 3년이 넘게 걸렸습니다. 개인의 경험이지만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도 공감할 수 있는 글을 위해 퇴고에 많은 노력을 했고, 나의 생각이지만 일방적인 주장으로 보이지 않게 비슷한 분야의 다른 책과 글, 자료를 많이 찾아보며 신경 썼어요. 무엇보다 스스로에게 ‘왜?’라고 많이 물어봐야 했고요. 에세이를 쓰는 기본 조건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의 생각과 말이 공적인 기록으로 남는 일이니까요. 독자가 있다는 건 기분 좋으면서도 무서운 일이라서 내가 혹시나 치우치거나 잘못된 글을 쓰면 안 되니까. 많이 망설이고 고민하며 쓰고 퇴고했던 것 같아요.

Q. 두번째 책은 부모가 되어 쓴 기록이에요. 부모님의 반응은 어떠셨나요?
저는 부모의 이야기를 쓰다 부모가 되었는데요. 첫 책을 건설 현장에서 평생 노동하며 살아온 아버지와 평생 가사노동을 하며 자식을 키운 어머니의 이야기를 썼습니다. 그러다 임신을 하게 됐고 제가 부모가 되어 ‘엄마 됨’의 시간들에 대해 두 번째 책을 썼는데요.
사실 부모님은 ‘책’이라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잘 모르시는 분들입니다. 생존이 우선인 가난한 시대에 오래도록 사셨고요. 그래서 말하자면 큰 반응이 없었습니다 ^^; “책이 나왔냐?” 정도의 반응이었어요. 저도 부모님의 반응을 기대하거나 신경쓰지 않았고요.
Q. 따끈따끈한 신간이지만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이 있을까요?
“어떻게 일하고 애 키우며 글까지 썼어?”라는 질문을 가장 많이 받았습니다. 저도 이제 와 생각해 보면 어떻게 썼을까 싶은데요. 도저히 쓰지 않고서는 못 버티는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엄마가 되어서 너무 아프고, 힘들고, 혼란스러웠는데 저는 그것들을 풀어내는 방법이 쓰기 였던 것 같고요. 당연히 아이 재우고 잠만 자도 모자랄 시간에 글을 쓴다는 게 어려운 일이었지만 쓰기의 욕구가 수면의 욕구보다 더 많았나봐요. 엄마가 되어서도 ‘나’를 잃지 않으려고 애써 붙잡았던 것이 노트북의 키보드 자판이었습니다.

Q. '새벽 3시. 밤수유를 하다 아이를 안고 우는 엄마'처럼 상상 속의 독자가 있었나요?
저도 비로소 육아의 세계를 경험하며 정말 세상의 모든 엄마들을 생각했어요. ‘이걸 다 견뎌냈다고?’ ‘이런 과정이 있었다고?’ 생각하며 생경하고 엄청난 신생아 육아를 하는 일은 메일이 멘붕의 연속이었거든요. 얼마나 많은 엄마들이 나처럼 이렇게 새벽에 많이 울었을까. 모든 선배 엄마들이 너무 존경스럽다고 생각했어요. 동시에 이렇게나 큰 아픔과 힘겨움이 있는 일인데 왜 이렇게 정확하게 잘 말해지지 못했을까. 왜 이렇게 ‘엄마’라는 존재를 신성시하고 ‘모성애’라는 판타지를 만들어 고통을 덮었을까. 하는 생각까지. 그래서 이 글은 나에게 하는 말인 동시에 엄마가 될 그리고 된 모든 이들에게 하는 말이기도 했습니다.
Q. 책의 다른 후보 제목이 있었나요?
편집자가 처음 제안했던 제목은 ‘쓰는 손가락사이로 우울이 새어나갔다’ 였어요. 제가 쓴 문장에서 발췌한 거였고요. 좀 길고 서정적인 느낌이 있죠. 임신, 출산, 육아에 대한 글이지만 결국 산후우울증과 같은 힘든 시간을 쓰기를 통해 극복한 이야기라 ‘쓰는 엄마’로서의 의지와 생각이 많이 담겨있거든요. 그래서 편집자가 생각했던 것 같고요.
후보 중에는 ‘자궁에서 탄생한 이야기’도 있었는데, 무슨 탄생 설화같다 라는 비난을 듣고 바로 포기했습니다.ㅎㅎ 그러다 제가 ‘질문이 될 시간’을 생각했고 이 제목 역시나 질문이 ‘될’시간으로 할지 질문이 ‘된’ 시간으로 할지 고민했어요. 왜냐하면 사실 따지고 보면 제가 엄마가 되어서 품은 질문을 쓴 거니까 질문이 된 시간이 맞지만, 한번 더 들어가보면 저는 앞으로 엄마로 살아야 할 시간들이 많이 남아있고, 그렇다면 더 많은 질문을 품고 살아가게 될 텐데... 싶어서 결국 <질문이 될 시간>으로 결정했습니다. 무엇보다 이 제목이 제일 간지가 났어요ㅎㅎ

Q. 책 속의 문장으로 챕터를 시작한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여기에 나온 모든 글 속에 담긴 인용구는 다 제가 읽은 책들이고, 가지고 있는 책인데요. 처음부터 이렇게 모든 글을 인용구로 시작하자 라고 생각했던 건 아닌데, 몇 편의 글을 내 글과 결이 맞는 인용구를 넣어봤는데 좋은 것 같아서 다른 글들도 하나하나 다 찾아 넣었습니다. 너무 힘들었어요ㅎㅎ 아무 인용구나 넣을 수 없고, 제 글과 문맥이 맞고 어울리는 것들로 골라야 하는 일이니까요. 근데 저도 다른 작가의 책을 읽을 때 간결하면서도 멋진 아포리즘이나 인용구가 있으면 이어지는 글에 집중해 읽게 되더라고요. 이것 역시나 간지를 위해 그렇게 했습니다ㅎㅎ
Q. 혹시 이 얘기는 쓸까 말까 망설였던 페이지 또는 문장이 있었나요?
사실 거의 모든 글에 그런 망설임들이 들어있는 것 같아요. 임신, 출산, 육아에 관한 경험과 생각이 너무나 주관적일 수밖에 없는데 이렇게 쓰는 게 맞는 걸까. 스스로에게도 많이 물었고요. 그중에서도 ‘아이를 낳고 죽고 싶었다’라는 문장은 많이 망설였던 문장이었어요. 너무 강렬하기도 하고, 독자들에게 어떻게 비춰질까부터 먼 훗날 내 아이가 자라 이 문장을 봤을 때 느껴질 감정까지 많이 망설여졌던 문장이었습니다. 하지만 모두 다 제 생각이고 왜 그렇게 느껴졌는지를 생각하며 ‘죽고 싶었다’는 표현 자체보다 그렇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던 상황과 이유에 대해 정확하게 잘 쓰자라고 생각하며 그 글을 마무리 했습니다.

Q. '쓰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이 생긴 시점은 언제인가요?
저 같은 경우는 직업이 아나운서라서 말을 업으로 하며 오랫동안 살았는데요. 생각해 보니 결국 진짜 하고 싶은 말은 글로 쓰고 싶더라고요. 말하지 못해 쓰여진 이야기들이 저에게는 글이 되었고, 그래서 첫 책의 글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던 ‘나는 막노동하는 아버지를 둔 아나운서 딸입니다’라는 글도 말할 수 없어 글로 풀어낸 것이었어요. 그때 저는 제가 좋아하는 ‘은유 작가’의 글쓰기 모임을 함께했었고 거기서 매주 쓰고 읽으며 내 이야기를 글로 풀어내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그것에 얼마나 나 스스로에게도 슬픔과 상처를 치유하는 좋은 방법인가를 알게되었고, 그럼 계속 앞으로도 이렇게 쓰며 살아가고 싶다 생각했었습니다.
Q. 글쓰기라는 고되고 외로운 작업을 왜 앞으로도 이어가고 싶으신가요?
저를 치유하는 가장 확실하고도 좋은 방법이고, 돈도 들지 않아 더 좋은 방법입니다. 쓴다고 제 삶이 확 달라지는 건 아니겠지만 쓰고 나면 쓰기 전보다는 마음이 깔끔해지고 조금은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는 여지가 생기는 것 같아요. 생각이 글로 정리되니까 지난 나를 돌아볼 수도 있고, 앞으로 살아갈 나에게도 잘 격려해 줄 수 있고요. 쓰며 외로워지는 시간이 좋기도 합니다. 온전히 내 생각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라서요. 그래서 살아가는 한 계속 쓰고 싶습니다. 

Q. 글쓰기로 치유되었던 과정이 2권의 책에 담겨있다고 생각해요. '어떤 상황에도 당신이 글을 써야 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슬픔과 고통에 대해 씁니다. 행복과 즐거운 일은 그냥 즐기려고 하고요. 그 이유는 기쁨보다 슬픔을 잘 다스릴 줄 알아야 더 잘 살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슬픔이 없는 생은 없고요. 좋은 건 기억으로 남겨두고 아픈 건 기록으로 남겨두려 합니다. 그래서 사실 ‘어떤 상황에도’ 글을 써야한다 라기보다 내가 아프고 힘든 읽을 겪었다거나, 오랜 시간 동안 내 안에 맴돌고 머물러있는 생각과 이야기가 있다면 그건 쓰는 방법으로 생각과 마음을 정리하는 게 참 좋다고 느껴요. 제가 그 수혜자고요. 물론 고통을 꺼내는 일은 고통이지만, 꺼내어 쓰며 그 고통을 잘 들여다보고 표현하게 되면 그 고통이 나에게 주는 고통은 줄어들거든요. 쓰면 생각이 정리되고, 정리되면 이해할 수 있으니까요. 그러면 그 전보다 좀 더 잘 살 수 있게 된다고 믿습니다.
Q. 누군가 '엄마가 되어도 내 인생은 망하지 않을까요?'라고 묻는다면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으신가요?
내 인생 ‘전부’가 엄마가 된 게 아니라는 걸 인지하면 절대 망하지 않아요. 물론 엄마가 된다는 건 혼란스럽고 힘든 일들이 많아지는 일이지만, 그 혼란과 힘듦이 나를 망치지 않게 잘 선택하고 정리하고 포기할 수 있는 건 포기하며 살아간다면 ‘엄마’라는 경험이 한 인간을 얼마나 확장시키는지 알게 된다고 생각해요. 저도 고군분투하고 있는 중이고요. 무엇보다 내 인생을 망치지 않게 하는 강력한 원동력인 아이가 나를 엄청나게 사랑하고 있거든요. 그건 삶을 살아가는 무한한 힘이 되기도 합니다. 

Q. 다시 일을 시작하고 싶은데 어디서부터 무엇을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는, 육아의 터널을 지나며 정신없이 하루를 보냈지만 잡히지 않는 미래에 대한 불안함으로 고민 중일 이들에게 어떤 이야기가 필요할까요?
출산 후 내 생을 일시적으로 반납하고 아이에게 집중해 키워낸 시간을 지나고 나면 엄마는 허무해집니다. 아이는 자랐고 내 품을 떠날 것인데 그럼 나에게 남은 건 무엇인가. 내 시간이 전혀 없는 날들을 지나 이제야 내 시간이 생기니 그 시간을 어떻게 써야할지 모르기도 하고요. 저는 우선 이 사실을 인지하고 육아를 시작했으면 좋겠어요. ’아이를 키우는 궁극적인 목적은 자녀의 독립이다‘ 저도 어디선가 보고 새겨둔 문장인데요. 저는 여기에 하나를 더해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목적은 엄마의 독립이다’ 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러려면 엄마도 아이를 키우며 아이에게 올인하거나 집착하지 않는게 좋겠죠. 하지만 잘 키우고 싶은 마음은 애착과 집착을 늘리기 마련이고요.
우선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는 건 두 가지 일텐데요. 경력단절의 시간이 길어진 것과 내가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는 것 일거예요. 저는 오히려 이 단계를 백지처럼 생각하고 나를 위한 선택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만들면 좋겠어요. 예를 들어 저 같은 경우에도 아이 낳고 10개월 정도 일을 쉬고 육아를 했는데, 저는 도저히 일을 안 하고는 못 살겠더라고요. 예전에 했던 일을 다시 하고 싶었고요. 그래서 다시 일을 해야겠다 마음을 먹고 경력을 이어가기 위해 구직사이트를 검색하고 이력서를 쓰는 일부터 다시 했죠. 반대로 뭘 해야할 지 모르겠다면 뭘 해야할 지를 찾는 것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아요. 저는 오히려 사회초년생이 취업을 하는 것 보다 좀 더 가볍게 접근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사람마다 사정이 다르겠지만 생계가 위협받는 게 아니라면 좀 더 여유를 갖고 알아보고 경험해보고 취미를 갖는 것부터 시작해 보는 거죠. 그러다 그것에 마음이 생기면 좀 더 적극적으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 보는 거고요. 
‘시작’에는 나를 설득하는 일이 우선되어야 해요. 내가 시작하기 위해 나를 다잡아야 하는거죠. 시도는 실패를 전제로 하는 일임을 인지하고, 작은 활동부터 시작해 보는 것, 다만 내 기호와 마음에 집중해서 더 적극적으로 나에게 맞는 일을 찾아보기. 
‘생의 근본적인 기분은 불안’이라고 철학자 하이데거가 말했어요. 이상하게 저는 이말이 위안이 되더라고요. 그 불안을 끌어안고 움직여 보는 것. 눈을 크게 뜨고. 내 삶을 찾으려 시도해 보는 것. 그런 마음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II   [방장님의 프랑스 방구석 통신] 애매한 인간

나는 애매한 인간이다. 여러가지 애매한 면들이 있지만, 오늘은 나의 애매한 재능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나는 자신의 작업을 적극적으로 알릴 줄 알고 다소간의 재능이 필수인 예술 분야에서 밥벌이를 하고 싶었다. 몇 년간 그 분야에서 일하며 밥을 잘 벌어먹으려면 1)대단한 재능+변변찮은 사회능력 2)적당한 재능+대단한 사회능력이 필요하다고 느꼈는데, 나는 이 두가지에서 벗어난 애매한 인간, 적당한 재능+변변찮은 사회능력을 지닌 사람이었다. 나의 창작물은 어디서든 작게나마 인정을 받았다. 그러니까 교수님이 시나리오나 논문을 인정해준다던지, 학교에서 열리는 영화제에 뽑혔다던지, 일기라고 썼는데 잘 썼으니 책으로 써보라는 이야기를 들어보곤 했다. 그런데 거기까지였다. 

  II   [캥거루의 뛰다가 생각했어] 배려 넘치고 여성 친화적인 회사에 대한 추억

20대에 들어간 나의 첫 회사는 매우 바람직하게도 여성 친화적인 기업을 표방하는 곳이었다. 우선 직원의 대다수가 여성이었고, 그중 특정 직군에는 압도적으로 여성이 많았다. 관리자 중에서도 여성이 제법 존재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아이를 키우며 관리자가 된 사람은 단 한 사람뿐이었다. 그분과 함께 일하며 한때는 나도 여느 직장인처럼 ‘언젠가 저분처럼 임원이 될 수 있을까.’ 꿈을 꾸며 임원이 되기 위한 커리어 로드맵을 그려보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존경하던 그분은 함께 회식을 하던 자리에서 황급히 자리를 뜨셨다. 하혈이었다. 그리고 어려풋하게나마 알게 되었다. 아이를 키우는 여성으로서 임원이 되는 것만큼 그 생활을 이어가는 것 역시 녹록지 않다는 것을 말이다. 우리 회사는 참으로 여성 친화적인 기업이었기 때문이다.

  II   [김작가의 프로젝트 B안] 죽지 않고 살 수 있겠니

아주 작디 작았던 아이는 저만치 컸고, 젊었던 나와 남편은 낡았고, 점점 나의 부모는 더 늙어갈 것이고, 그러면서 앞으로 내게 남은 것은 지금까지 겪었던 행복감만큼 크게 만져지는 것은 없을 것 같다는 절망감. / 그리고 앞으로 더는 나아지지 않을 시신경과 치아를 가지고 남은 평생을 살아가야 한다는 압박감. / 병원에 가면 너무 늦게 오셨네요, 혹은 아 이건 아무것도 아니에요 할 것만 같은 알 수 없는 두려움. / 계속해서 이 지지부진한 몸과 마음을 갈고 닦으며 앞으로도 끌고 나가야 한다는 부담감. / 책임져야만 하는 것들은 늘어나며, 책임지지 못할 일들에는 발도 디디지 못할 것 같은 불안감.

번아웃이자 노잼시기라기엔 꽤나 길고 불확실하게 온 정신적 갱년기가 따로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안정된 시점에 늙은이 아닌 낡은이가 되어버린 나를 발견할 줄은 몰랐다.

  II   [우간다 BTS 아미어미] 당신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이기에 좋다
그날 나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꺼낸 것 같다. 특히 선명한 미래를 볼 수 있도록, 포기하지 않도록 자신의 노하우는 물론이고 응원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에 대해서는 더더욱. 사실 포포포와의 만남은 수면 아래에서 허우적거리기 만한 내가 건져 올려진 출발점이었다. 그리고 “의미 없는 것은 없다고, 당신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이기에 좋다”라고 끝없는 응원과 격려 덕분에 쓸모 있는 삶, 영향을 줄 수 있는 삶을 소망하게 된 나였으니 말이다.
  II   [엄마의 영화관] 어디갔을까? 엄마 이전의 나 자신으로 살던 삶은.
                            <어디갔어, 버나뎃> 리뷰

‘나 자신’으로만 살던 내가 아이를 낳고 ‘워킹맘’으로 불리는 이 세상에서 가장 고단한 수식어가 붙은 삶을 살게 되었다. 엄마인 나와, 직업인 나라는 2인분의 인생. 

한 사람이 갖는 시간과 에너지는 한정되어 있고, 사회는 이 두가지를 모두 수행하기에 녹록치 않은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것을 깨닫는 순간, 우리는 선택의 기로에 선다. 엄마라는 역할과 나 자신이 공존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던가, 하나를 포기하던가. 

후자로 마음이 저울이 기울게 되는 순간, 엄마가 된 이상 엄마라는 단어를 지울 수는 없으니, 나 자신은 사라지고 엄마가 남게 되는 일이 대부분이 된다. 사랑하는 아이를 위해 기꺼이, 우리는 그렇게 엄마로 살아가게 된다. 

  II   [에스텔의 프라하 육아일기] #2 흐린 눈의 육아

생경한 광경을 매 일상에 마주했다. 프라하에 사는 첫 6개월 동안은 모든 것이 신기했다. 거리의 사람들, 복장, 어린아이들, 골목마다 있는 상점들. 곳곳에 있는 꽃집과 식당, 다른 건물이지만 한 건물인 것처럼 붙어있는 집. 트램을 타고 창밖으로 보이는 온갖 것을 관찰하며 보냈다. 그러다 보니 그들의 일상 단면은 나에게 늘 신선한 충격을 주는 장면이 되었다. 내가 두 아이를 키우기 때문에, 체코 아이들이 신은 신발, 가방, 유아차, 엄마들의 표정, 이런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아이들은 얇은 모자를 쓰고, 흙 묻은 장화를 신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게다가 모두 다 약속이나 한 듯 아이들은 백팩을 매고 있다. 빨간색, 파란색, 분홍색 선명한 색의 옷을 입고 딱 맞는 백팩을 매고 있는 빛나는 눈과 긴 속눈썹을 가진 체코 아이들. 아이들은 자기 가방에서 물을 스스로 꺼내 마신다. 어른의 도움을 받지 않고도 스스로 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 엄마,아빠가 그리 교육한 것이다. 그러다 지하철에서 본 아이의 가방을 보고 웃음이 빵 터졌다. 

  II   [핀란드 똔뚜 가족] 새해의 손그림 기록

요즘 의욕이 금방 사그라들고 기운이 없어서 툰에 손도 못대고 있어요…독한 감기를 한달간 앓을때 아무것도 못했는데, 그 이후로 작업하는 근육과 감을 다 잃은 기분이에요. 올해 첫째 달에 그림일기 그림일주라도 하지 않았다면 새해 첫 달이 아프고 의욕없었던 달로 기억 됐을 것 같아요. 좋은 분들과 함께 하루도 빠짐없이 기록할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그림일기 그림일주‘는 앞으로도 계속됩니다 :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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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여 혜택
     - 프로젝트 수행비 등 소정의 활동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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