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좀 지겨워지기 시작했다.
[갤태기]

내 핸드폰 역사를 대략 정리하자면 이렇다. 2018년에 유플러스 전용 LG Q6를 쓰다가 화면이 완전히 맛이 가버려서 2022년 5월에 SKT 전용으로 나온 삼성의 중저가 폰 갤럭시 퀀텀 3로 바꿨다. 예전부터 유플러스를 쓰고 있었는데, 약정 기간이 남아있었던지라 위약금을 물고 SKT로 넘어왔다. 가입 정보를 보니 정확하게 283일 썼다.
커플들도 1주년 쯤이 되면 권태기를 느낀다던데, 퀀텀 3와 이백 몇 일 밖에 안 되어서 너무 빨리 지겨워지기 시작했다. 사실, 미니 아이폰과 퀀텀 3 두 선택지가 있었다. 갤럭시보단 아이폰을 그렇게 사고 싶었다. 위약금 물긴 아까우니까 *자급제로 사자고 했다. 근데 자급제 아이폰은 비싸다나 뭐라나. 테크 유튜브 영상도 막 보내주며 자급제로 사자고 졸랐지만 먹히질 않아서 어쩔 수 없이 매장으로 갔다.

핸드폰 매장에서도 내 의견은 확고했다. 무조건 아이폰. 하긴, 갖고 싶다고 무작정 살 수 있는 게 아니지. 어느 정도 정해가지고 온 예산이 있으니까. 예산에 맞춘 선택지가 미니 아이폰과 퀀텀 3였던 것이었다. 추리고 추려 이 둘 중에서 최종 결정을 했어야 했던 때, 아이폰을 쓰고 싶던 마음은 어디로 사라져버리고, 큰 핸드폰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불쑥 들었다. 예전에 썼던 Q6의 크기가 꼭 미니 아이폰 크기 정도였거든. 작은 핸드폰을 이미 써봤으니 큰 걸 써보고 싶었던 거지.

약 200일 지난 지금 시점에서 '작은 아이폰'을 쓰고 싶어졌다. 아이폰 14 시리즈가 나오면서부터 미니 아이폰은 안 나온다고 했는데 어쩌지..?

*자급제 : 애플에서는 언락폰이라고도 부른다. 통신사를 통하지 않고 프리스비, 디지털플라자 같은 공식 판매처나 쿠팡 같은 오픈마켓에서 기계만 사는 것을 말한다. 통신사 위약금도 안 물어도 되고, 폰을 바꾸기 전에 받던 선택약정 같은 할인도 그대로 받을 수 있다는 게 장점.
김승원
sengwoni.lette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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