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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 마일리스 드 케랑갈, 열린책들
문학/장편소설/프랑스소설
어떻게 해야 할까, 니콜라이? 죽은 자들은 땅에 묻고 살아 있는 자들은 고쳐야지.

-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 中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한다고? 어떤 무시무시한 스릴러인가?😮 순전히 호기심에 책장을 넘겨보게 된 프랑스 소설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를 소개해요. 북플러님, 제목을 보고 책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을 지 유추해보실래요? (표지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어요! 🌊💓)

이야기는 서핑을 좋아하던 건장한 청년 시몽 랭브르가 예기치 못한 사고로 인해 뇌사 판정을 받으며 시작해요(비슷하게 추측하셨나요?). 사고 후 24시간 동안 그의 심장을 기증하겠다는 유족의 결정부터 다른 환자에게 이식되기까지의 과정이 책에서 아주 사실적이고 세심하게 다뤄지죠. 마치 하나의 의학 다큐멘터리를 보고 있는 듯 해요.

장기 기증 및 이식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유족, 시몽의 여자친구, 수술을 집도하는 의사 등 그 과정에 관련된 타인의 삶은 계속돼요. 책을 읽다 보면 장기 기증과 이식은 죽음과 삶을 잇는 성스러운 행위인 동시에 누군가에게는 직업적 일상의 일부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것을 ‘평범함과 일상성 속에 도사리고 있는 비극성’이라고 표현한 역자의 말이 뇌리에 남네요. 수술 과정에 얽힌 타인의 이야기들이 더해지면서 더 복합적인 감정을 느낄 수 있었어요.
알아요. 다 압니다. 이식 덕분에 생명을 구할 수 있고, 누군가의 죽음이 다른 사람에게 생명을 부여할 수 있죠. 하지만 우린, 그게 시몽이란 말입니다. 우리 아들이요. 이걸 이해하겠소? 이해합니다. 마리안이 문지방을 넘으려다가 몸을 돌린다. 토마의 눈을 똑바로 바라본다. 바람 좀 쐬고 돌아올게요. 

-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 中


북플러님은 죽음을 상상해본 적이 있나요? 또는 반 이상은 죽어있는 나의 몸을 타인에게 온전히 맡길 수 있나요? 저는 이런 문제에 대해 깊이 생각해본 적은 없었기에 나라면 어떻게 했을지 곰곰이 생각하며 책을 읽었어요. 

책에서는 장기 기증에 극적 효과를 더하지 않고 최대한 건조하고 담담한 문체로 현실을 그려나가요. 기증자와 유족의 선의가 얼마나 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는지 그 선한 영향력을 느끼는 동시에 한 사람의 장기를 피이식자의 이해에 맞게 적출하여 이식하는 과정을 가감없이 지켜볼 수 있죠. 그래서 이 책을 읽은 다른 서평에는 장기 기증에 열린 태도를 가지게 되었다는 의견과 장기 기증을 포기했다는 의견이 함께 존재한답니다. 어떤 의견이 옳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사고도 질병도 우리의 일상에서도 마주할 수 있는 것인 만큼 이것에 대해 한 번쯤 고민해 볼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삶과 죽음을 주고 받는 수술, 평범한 일상. 저는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를 이렇게 설명하고 싶어요. 책이 한 가지 명료한 교훈을 주는 책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 책을 읽게 된다면, 책이 전달하는 메세지나 교훈을 찾기보다는 책 자체에서 오는 울림을 그대로 느끼며 읽어 보세요. 24시간의 진한 여운이 며칠 동안 이어질 거예요. 


- 에디터 영원 🌳


아침의 피아노 김진영, 한겨레출판사
삶/철학


나처럼 많은 사랑을 받아온 사람이 있을까. 그러나 받기만 하고 나는 그 사랑들에 응답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인색한 부자의 곳간처럼 내 안에 쌓여서 갇혀 있는 사랑들. 이 곳간의 자물쇠를 깨고 여는 일 - 거기에서 내 사랑은 시작된다.


- 아침의 피아노

북플래터를 처음 구독할 때 북플러들의 인생책을 여쭤보는데요, 북플러들의 추천 리스트에 여러번 등장해 알게된 책이에요. 지난 2021 연말 추천 스페셜 레터에도 올렸던 책이죠. 오늘은 에디터 봉봉🍭이 가장 사랑하는 책, '아침의 피아노'를 소개합니다. (어쩌다보니🌳 영원 에디터가 소개한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와 '죽음'이라는 테마로 연결되어있네요😶)

이 책은 미학자이자 철학자인 김진영 선생님의 첫 산문집이자 유고집이에요. 평생 사랑, 아름다움, 감사에 대해서 말하기를 멈추지 말아야 한다는 철학을 가졌던 노철학자가 1년간의 투병 생활을 겪으며 자신의 철학을 몸소 체험하게된 사유의 글이죠.

산문집을 읽으면 작가가 삶을 대하는 태도와, 삶에 대한 감상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하는 데요. 품위를 가지고 내 삶을 존중해야 한다는 저자의 강력한 철학을 느끼며 읽는 내내 몇 번이고 감동을 받고 제 삶을 어떻게 살아내야 하는지 곱씹었답니다.


사랑에 대해서 아름다움에 대해서 감사에 대해서 말하기를 멈추기 않기.

천상병은 노래한다. 세상은 아름답다고 인생은 깊다고
살아서 좋은 일도 있었고 나쁜 일도 있었다고
그러니 바람아 씽씽 불라고 ...

- 아침의 피아노

특히나 저는 이 책을 읽으며 백조🦢의 움직임을 뒤집어 놓은 글이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백조는 겉으로는 고급스럽고 우아한 모습이지만, 이를 유지하기 위해 엄청난 물장구를 친다고 해요. (파닥파닥파닥,,) 떠있기 위해 쉬지 않고 물 아래에서 노력하는 것이죠.

하지만 김진영 선생님의 글은 정반대로 얼마 남지 않은 삶에 대한 본능적인 억척스러움 속에서도 동요하지 않는 인간의 강인한 내면을 보여주죠. 마치 고요한 아침, 어디선가 흘러오는 피아노 선율처럼요. 병에 지지 않고 사랑에 대해 끝없이 이야기하는 자세로 고통을 승화하는 철학자의 자세를 통해 아직 젊은 저의 남은 날들을 어떻게 마주해야 하는지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여담으로 저는 주변의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선물할 일이 생길 때마다 이 책을 선물했답니다. 주변에게서 많은 것을 받았으니 이에 응답하는 것이 사랑이라는 저자의 말이 깊이 와닿았거든요. 북플러님은 어떻게 삶을 사랑하고 계신가요? 아침의 피아노로 북플러님에게 제 사랑을 드리며 마무리할게요💌

- 에디터 봉봉🍭
🍽 좀 더 깊게 음미하기

이동진 독서법 이동진, 위즈덤 하우스
에세이/독서/책


북플러님은 책 좋아하시나요? 아, 북레터 구독하는 사람에게 너무 당연한 질문 아니냐고요? 그렇다면 질문을 바꿔볼게요. 북플러님은 책 어떻게 읽으시나요? ‘읽는 행위’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나요? 오늘 소개할 책이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걸 도와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동진 평론가의 ‘책'과 ‘읽기’에 대한 책입니다. 1부에서는 책을 고르는 방법이나 문학의 필요성 등을 말하며 저자의 독서법에 대해 이야기하고요, 2부에서는 씨네 21 이다혜 기자와 ‘읽기’에 대해 대화한 내용이 들어있어요.


책과 글을 사랑하는 북플러님이라면 마음에 들어 할 거라고 확신해요😚 저는 하도 고개를 끄덕이며 읽느라 거의 헤드뱅잉을 했는데요… 이동진 평론가의 독서법이 저와 상당히 유사했거든요. 그래서 오늘 깊게 음미하기는 이동진 평론가의 말을 빌려 제 ‘읽기’에 대해 얘기해 보려고 해요. 북플러님은 어느 쪽인지 하나하나 짚어보며 읽기 스타일을 곱씹어 보는 거 어떨까요?



1. 🔲 한 번에 한 권만 vs 한 번에 여러 권씩 ☑️


그런데 오랫동안 이렇게 읽으면서 몸에 배니 장점이 많습니다. 첫 번째는 다양한 분야의 책을 여러 권씩 늘어놓고 읽게 되면 책에 대한 흥미가 떨어지지 않습니다. … 물론 이 책들을 다 읽으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겠죠. 한 달이 걸릴 수도 있고 몇 달이 걸릴 수도 있어요. 하지만 책을 빨리 읽어야 한다, 기억해야 한다는 강박이 없으면 괜찮습니다. 책만 재미있으면 되는 거죠.


- 이동진 독서법 



저는 예전에 책에 대한 강박이 있어서 하나를 다 끝내기 전에는 좀처럼 다음 책으로 넘어가지 못했어요. ‘완독한 책’ 수를 빨리 늘리고 싶어서 재미없어도 꾸역꾸역 참고 읽었었죠😑 최근에는 병렬 독서(한 번에 여러 권 읽는 것)를 하고 있는데, 오히려 독서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더라고요. 책을 읽다가 질리면 익숙한 다른 책으로 갈아타면 되니까요. 책에 대한 도피처를 책으로 만드는 느낌이랄까요. 이동진 평론가는 무려 한 번에 열 권까지 읽는데요😳 지니고 다니는 책 하나, 차에 두 개, 집 여기저기에 펼쳐 놓은 책 여러 권… 이렇게 곳곳에 책을 흩뿌려놓는 것이 독서를 습관화하는 작은 팁이라고 하더라고요!



2. ☑️ 종이 책을 더럽게 vs 깔끔하게 🔲


메모하면서 책을 읽으면 독서가 깊어집니다. 눈으로만 읽는 게 아니라 줄을 치고 표시를 하고 생각을 쓰는 겁니다. 이렇게 읽으면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기억에도 도움이 되고 사고가 확장되기도 합니다.

심지어 책은 찢어도 됩니다. 몇 년 전, 전경린 작가의 내 생에 꼭 하루뿐일 특별한 날을 읽다가 어떤 구절이 너무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런데 메모할 형편이 안 되어서 그 페이지를 찢어서 갖고 다닌 적도 있어요.


- 이동진 독서법 



종이책의 가장 큰 장점은 읽으면서 떠오른 생각을 바로바로 메모할 수 있다는 것이죠✏️ 더럽게 밑줄 긋고 마음에 드는 표현에 동그라미도 치면서 그때그때 떠오르는 순간의 생각을 끄적이면서 읽는 걸 좋아합니다. 그냥 문장이 너무 좋으면 문장 미쳤다.’ ‘어떻게 이런 표현을?’ 같은 것도 마구 적어놔요. 그렇게 낙서하면 책이 좀 더 제 것이 되는 느낌이 들어요. 꼭꼭 씹어 먹는 느낌! 나중에 그 책을 펼쳐봤을 때 제가 해놓은 낙서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고요. (마치 다른 사람이 적어놓은 것 같거든요😝) 그래서 저는 더럽게 읽을수록 뿌듯해요. 메모를 안 하고 읽은 책 -도서관에서 빌렸거나 이북-이 휘발되어 버린다면 낙서하며 읽은 책은 몇 년 뒤에도 그 책에 대해 까먹지 않고 잘 떠들 수 있을 것 같아요.



3. 인생 책, 고를 수 있다, 없다?


실제로 어떤 책이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꾼 예가 없지는 않습니다. 그럴 때조차 그 책이 훌륭해서가 아니라 그 책을 읽을 때의 개인적인 경험과 관련 있을 겁니다. 저는 인생이 책 한 권으로 바뀐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또 다른 사람의 인생을 바꾼 책이 내 인생까지 바꿀 리도 없습니다. 그러니 인생의 숙제처럼 반드시 읽어야 하는 책은 없습니다.


- 이동진 독서법 



책 좋아한다고 했을 때 ‘인생 책이 뭐야?’라는 질문받은 적 있지 않으신가요? 저는 누군가 ‘인생ㅇㅇ’에 대해서 물어볼 때마다 곤란해지곤 하는데, 도저히 어떤 기준으로 골라야 할지 모르겠어서예요. 펼친 자리에서 완독할 만큼 재미있게 잘 읽힌 책? 가장 많이 반복해서 본 책? 읽을 때 마음 상태가 가장 좋았던 책? 애정 하는 책이야 많죠. 그렇지만 나를 바꾼 단 하나의 책을 고르라니… 하나를 고른다는 것은 다른 것들은 포기하는 것이잖아요. 그 포기된 책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요. 그래서 쉽사리 내 인생 책은 이거야! 하고 말하지 못하겠어요😣 북플러님은 인생 책이 있으신가요? 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어떤 기준으로 인생 책을 고르는지 궁금해요.



4. 북플러님의 서점 루틴은?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특징을 보면 독서 행위만 좋아하는 게 아니고 책과 관련된 모든 것을 다 좋아하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서 시간이 남는데 근처에 서점이 있다면 자연스럽게 들어가죠. 꼭 책을 사지 않아도 되고 표지만 보고 쓱 구경만 하고 나와도 그 사람은 마음이 흡족해집니다.


- 이동진 독서법 



이 부분 정말 공감하면서 읽었는데요. 북플래터 에디터들도 그렇고, 책을 좋아한다고 하는 이들 모두 서점 구경📚을 즐기더라고요! 물론 저도예요. 주기적으로 서점 산책을 하는 게 제 힐링 중 하나입니다.

제 서점 루틴은 이래요. 먼저 에세이 코너를 가서 제목이나 표지를 구경하며 요즘 유행하는 스타일은 무엇인지 파악하고요. 세계문학전집 코너를 가서 내가 읽은 것들과 언젠가 읽은 것들 그리고 너무 많이 봐서 이미 읽은 것 같은 것들을 뽑아봐요. 한국소설 베스트를 들려서 몇 권 읽었는지 세어보기도 하고요… 서점을 도는 방법만 봐도 그 사람의 책 취향이 잘 보이는 것 같아요. 북플러님은 어떤 루틴을 가지고 계시나요?


결국 모두 책을 사랑하는 행위❤️


책을 사랑하는 행위를 다양하게 하자, 그 행위를 확장시키자는 뜻입니다. 이렇게 샅샅이 사랑하면 책이 더 좋아집니다. 저한테는 이것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 이동진 독서법 



이 책을 다 읽고 기분이 좋았던 이유는 단순히 독서 행위를 넘어 ‘책’자체를 사랑하는 사람의 글을 읽어서 였어요. 내가 애정 하는 걸 같이 애정 하는 사람을 보면 벅차서 이것저것 얘기하게 되잖아요😝 (과몰입 오타쿠) 이번 깊게 음미하기는 그런 벅찬 마음에서 쓴 것 같아요.

북플러님이 책을 사랑하는 행위는 무엇인가요? 시간이 남을 때 서점에 들어가는 것, 북레터를 구독하는 것, 더 오래 기억하기 위해 필사를 하는 것, 책장 위치를 바꿔주는 것 … 모두 그 일종이 아닐까 싶어요. 이 책에서 “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친구나 대상은 독서를 습관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 라고 하는데요, 북플래터가 북플러님에게 그런 친구 같은 존재가 됐으면 좋겠어요. 에디터도 북플러도 모두 글과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니까요. 책을 사랑하는 방법을 공유하고, 서로가 서로의 독서습관을 도와줄 수 있는 친구 같은 레터가 되었으면 해요. 오래오래 함께해 주실 거죠?🖤

- 에디터 란란🍰
💌 피드백 한마디💌

지난 호차(50호)에 대해 익명의 북플러께서 아래와 같은 피드백을 주셨어요.

"적자 생존은 물리적인 힘이 강한 자가 약한 자를 도태 시킨다는 뜻이 아니라, 물리적인 힘과는 무관하게 생존에 적합한 자가 살아남는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다정한 개체가 생존에 적합하여 살아남는다고 한다면, 다정하다는 특성이 적자 생존의 승리 요인이 되는 것이고, 이 또한 적자 생존 논리에 포함되는 범위일 것 같습니다.“

정성스런 피드백과 소중한 의견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좀 더 꼼꼼히 확인하지 못해 놓쳤던 부분에 대한 피드백들은 잘 반영하여 앞으로는 더욱 발전하는 북플래터가 되도록 할게요. 이번주 피드백도 여기서 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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