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탁 #유언 #1인가구
오늘의 디깅
내 마지막 재산
은행이 관리하는 시대 왔다?
"내 재산 전부를, 막내 두지에게 주겠소."
아침 드라마에서 단골 소재로 나오는 소재는 '상속 갈등'일 거예요. 죽음을 앞둔 수 천억 자산가가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자식에게 전 재산을 물려주고,  반발한 다른 형제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법정 싸움까지 휘말리는 장면들이요. 재벌가에서는 왕왕 일어나는 일이고요. 

유산을 둘러싼 갈등을 막기 위해 있는 제도가 '유언대용신탁'이에요. 신탁은 쉽게 말해 믿고 맡긴다는 뜻이에요. 유언대용신탁은 고객이 맡긴 돈을 잘 굴려 생전에는 고객에게 수익을 주고, 고객이 운명을 달리한 뒤에는 유언대로 그가 지정한 이에게 돈을 주는 상속전용 상품을 말해요. 법적인 '유언장'이 변호사 자문을 받아야 하는 등 다소 절차가 복잡한 반면, 유언대용신탁은 은행에서 상품으로 판매하고 있어 진입장벽이 낮은 게 장점이에요.  

유언대용신탁(이하 신탁)은 과거 수십 억 이상 자산가들이 애용했어요. 그런데 최근 은행권이 돈이 상대적으로 적은 사람들도 이용할 수 있는 신탁상품까지 내놓고 있다고 해요. 은행들이 왜 신탁에 집중하고 있는 건지, 오늘의 디깅에서 알아볼게요. 
"신탁 고객 모십니다"
최근 주요 은행들이 신탁 가입 기준을 낮추고 있어요. KB국민은행은 신탁 가입 기준을 10억원으로 잡아왔지만, 최근에는 1000만원 상품까지 내놨어요. 10억 재산이 있던 사람만 가입할 수 있던 신탁 상품이 이제는 1000만원만 가진 사람까지 가입할 수 있게 된 거예요. 하나은행은 100만원 상품도 준비했고요. 우리은행도 가입 기준을 5000만원에서 1000만원까지 낮췄어요. 

신탁은 과거 수백억 자산가들만을 위한 상품이었어요. 신탁을 할 만한 재산이 있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였어요. 불과 30년 전만 해도 죽음을 앞둔 노인 세대들은 농사에 종사하는 농부들이 많았거든요. 자식은 많고, 재산은 별로 없는 사람이 대부분이었죠. 유산을 상속해 봤자 100만 원대에 그치는 경우가 대다수였고요. 은행에서 신탁 상품을 팔아봤자 별다른 수익이 생길 수 없는 구조였던 거예요. 
자료=국세청
우리나라 경제가 크게 성장하면서 사정이 변했어요. 국세청에 따르면 국내 상속 재산은 44조 5170억원이었는데, 2007년보다 7배나 급증한 거예요. 국민이 선호하는 자산인 아파트 가격이 과거보다 크게 오른 데다가, 경제 발전으로 국민 하나하나 자산이 제법 두툼하게 쌓인 덕분이에요. 또 과거에 비해 자식을 덜 낳아서 상속인 한 사람이 받는 재산도 커졌죠. 은행으로서는 잠재 고객이 훨씬 커진 셈이에요. 

베이비붐 세대 노년으로 
특히 1차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가 노년층으로 접어들면서 신탁 상품도 엄청나게 팔리고 있다고 해요.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신탁 잔액(운용 자금)은 올 상반기에 3조 7663억원이었어요. 2020년 8793억원에서 4.3배나 늘어난 거예요. 올해는 4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여요. 
2025년은 상반기 기준. /자료=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신탁 상품이 큰 인기를 끄는 건 아무래도 '유언장'보다 절차가 간단해서예요. 유언장은 법적 효력을 위해서 자필 증서, 증인 같은 엄격한 요건을 요구해요. 마음이 바뀌어 내용을 바꾸려 해도 절차를 새로 밟아야 하고요. 반면 신탁은 유언장과 같은 법적 효력을 갖고 있으면서도 계약서로 쉽게 내용을 바꿀 수가 있어요. 두지에게 준다고 했다가, Woon에게 준다고도 할 수 있는 거예요(만세!).

은행이랑 얘기만 하면 되니까요. 아무래도 변호사 사무실보다는 은행이 문턱이 더 낮은 게 사실이니까요. 

치매 오기 전에 미리미리
건강 걱정이 많은 노년 세대가 '치매'를 우려해 신탁에 미리 가입하는 사례도 많다고 해요. 인지능력이 떨어지는 치매에 걸리면 본인의 의지대로 재산을 처리하게 되기 어렵게 되기 때문이에요. 미리 분쟁을 예방하고 자산을 안전하게 물려주려는 사람들이 '신탁' 상품으로 몰리는 거예요. 
2023년 기준 65세 이상 치매 환자가 약 124명에 달했는데, 이들의 보유 자산이 무려 154조원에 달했어요. '치매머니'라고 불리는 이 돈을 안전하게 상속인이 받게 하도록 신탁이 주목받고 있어요. 

살아서도, 죽어서도 자식 걱정인 게 부모 마음이에요. 상속 재산을 두고 형제간 다툼이 일어날지 걱정인 부모들이 많아지고 있어요. 상속 재산을 둘러싼 법적 다툼은 늘어나는 추세인데, 법무연감에 따르면 상속재산분할 관련 법정 소송은 2014년 771건에서 2022년 2776건으로 늘었어요. 신탁 서비스로 갈등을 미리 조정하는 모양새예요. 금융기관들이 잇따라 신탁 상품 문턱을 낮춘 배경이죠. 

정부도 신탁 시장 성장을 위한 제도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어요. 아무래도 국민이 자신의 재산을 편리하고 안전하게 처분할 수 있도록 돕는 게 국가 경제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에요. 2022년에는 신탁 홍보 관련 규제를 완화해 관련 산업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했어요. 
신탁이 완벽한 건 아니에요
신탁이 그렇다고 완벽하기만 한 제도는 아니에요. 신탁상품 대부분이 자산을 투자하도록 설계된 경우가 많아서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거든요. 노후를 안전하게 보장받고, 자식들에게 넉넉한 재산을 주기 위해 신탁을 이용했는데 오히려 손해만 볼 수 있는 거예요.

또 집행 보수가 신탁 금액의 0.3%까지 달한다는 점도 부담이고요. 어떤 상품은 수수료가 1%까지 되는 것으로 전해졌어요. 금융 상품 기준으로는 매우 높은 수수료예요.

시장은 더 커진대요
그럼에도 신탁 시장은 더 커질 것으로 보여요. 비혼·딩크(DINK·자녀를 갖지 않는 부부)족이 늘면서 상속 재산을 관계가 애매한 먼 친인척에게 주는 대신 가치관에 맞는 기관에 기부하려는 사람도 많아지고 있다고 해요. 

결혼 안 하고 혼자 사는 1인 가구가 늘어나고 있는 것도 신탁 시장 성장에 힘을 보태고 있어요. 지난해 1인 가구는 800만 3000가구로 사상 처음 800만 가구를 넘어섰어요. 2050년엔 972만 6000가구로 전체의 41%를 차지할 것으로 관측돼요. '나 혼자 산다'는 이들의 재산도 더 불어난다는 의미예요. 신탁의 잠재 규모도 덩달아 커지는 셈이죠. 
3줄요약
최근 시중 은행들이 유언대용신탁 상품 가입 조건을 기존 수 억원에서 1000만원까지 낮추고 있음.
경제 성장과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중산층 처분 재산이 늘어나면서 은행권이 쉽고 간편한 유언 관련 상품을 선보이고 있는 것.
앞으로 1인가구, 비혼, 딩크족 등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이면서 신탁 시장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됨.
뉴스픽

소비쿠폰 첫날 698만명 신청

‘민생회복 소비쿠폰’의 1차 신청이 지난 21일 시작됐어요. 첫날에는 전체 대상자의 13.8%인 697만 5642명이 신청했다고 해요. 신청 첫 주인 이달 21∼25일에는 출생 연도 끝자리를 기준으로 요일마다 신청 대상을 나눠요. 21일엔 출생 연도 끝자리가 1과 6인 국민을 대상으로 신청을 받았고, 22일은 끝자리가 2와 7인 국민이 신청할 수 있었어요. 민생회복 소비쿠폰의 신청은 오는 9월 12일 오후 6시까지 약 8주간 할 수 있어요. 신용·체크카드, 지역사랑상품권, 모바일·카드, 지류, 선불카드 등 여러 방식으로 쿠폰 수령이 가능해요.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 첫날인 21일 광주 북구 두암3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주민들이 신청절차를 밟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국 주식, 연일 최고치 경신

거대 정보기술(IT) 기업들의 올해 2분기 실적이 좋았을 것이라는 예상이 힘을 얻으면서, 미국 주식시장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어요. 지난 21일(현지시간) 뉴욕 주식시장에서 주요 주가지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와 나스닥 지수는 사상 최고치로 마감했어요. S&P 500지수는 사상 처음으로 6300선을 넘어선 채 거래를 마쳤고, 나스닥 지수는 6거래일 연속 최고치를 경신했어요. 미국 주요 기업들의 본격적인 2분기 실적 발표가 시작된 상황이어서, 향후 발표되는 실적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어요.

대학 나와도 너무 어려운 취직

대학교를 졸업하고도 일자리를 찾지 못한 청년들의 숫자가 지난해 2분기 기준 304만 8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어요. 대학교 졸업 이상(4년제)의 비경제활동인구를 집계한 수치예요. 비경제활동인구는 ‘취업자도 실업자도 아닌’ 만 15세 이상 인구를 말해요. 학업·취업준비는 물론 ‘그냥 쉬었음’ 같은 이유로 노동시장에 나서지 않은 이들까지 포함돼요.

특히 지난해 2분기 대졸 비경제활동인구는 중학교 졸업 이하 학력의 비경제활동인구(약 303만 명)를 사상 처음으로 넘어섰어요. 10년 전만 해도 대졸 미취업자가 100만 명 넘게 적었는데, 고학력 미취업 인구가 빠르게 늘어나고 고령층 중심의 중졸 이하 인구는 감소하며 이런 통계적 변화가 생겼대요.

예금 보호 한도 1억원으로

오는 9월 1일부터 예금 보호 한도가 기존 5000만 원에서 1억 원으로 높아져요. 예금자보호제도는 금융기관이 파산했을 때 예금의 일정 금액은 돌려받을 수 있도록 보장하는 제도예요. 예금 보호 한도를 상향한 것은 2001년 이후 24년 만이에요. 은행, 저축은행, 보험, 금융투자회사, 농협중앙회 등의 상호금융, 새마을금고에서 모두 1억 원까지 예금 보호를 받을 수 있어요.

🍪
오늘 디깅은 여기까지!
달콤한 지식 디저트를 준비했어요
개편을 맞아 새로운 코너를 마련했어요. 지금까지 조금은 복잡한 경제 뉴스를 여러분께 전해드렸는데요.
가벼우면서 의미가 적지 않은 다양한 지식도 디저트로 소개해 드릴게요. 뜨거워진 머리, 달콤한 지식 디저트로 식혀보세요!
오늘의 디저트

내 월급이 왜 이렇게

짠가 했더니  

라면이 짜다지만, 월급 앞에서는 명함도 못내밀어요. 봉급이 짜도 너무 짜기 때문이에요. 일은 산처럼 한 거 같은데, 월급은 어찌나 주먹만한지. 달게 받으려고 마음을 다잡고 다잡아도, 어느새 얼굴이 일그러져요. 극도의 짠 맛 때문이에요. 매달 25일(AKA 월급날)이 되면 어렸을 적 바다에 빠질 때 들이킨 바닷물이 떠올라요. 그만큼 짜다는 얘기예요.

월급이 짜다고 느끼는 건 만국의 노동자가 공유하는 감정일 거예요. 어쩌면 역사적 이유가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월급을 뜻하는 영단어 '샐러리'(Salary)가 소금에서 유래됐으니까요.

'샐러리'의 어원을 알아보기 위해서는 고대 로마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해요. 고대 로마는 '길의 제국'이기도 했어요. 서유럽 끝부터 중동까지 통치하기 위해서는 길을 닦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걸 알았어요. 잘 닦인 길 위로 각국 물산이 로마로 들어오고, 로마의 통치 권력이 각 지역까지 뻗어나갔죠. 
고대 로마 원형 경기를 묘사한 장 레옹 제롬의 1876년 그림.
로마로 들어오는 가장 중요한 물품 중 하나는 '소금'이었어요(당시 언어인 라틴어로는 sal). 소금은 인간의 생존에 필수적인 식품이거든요. 소금이 부족하면 혈압 저하, 탈수, 근육 경련이 일어나요. 심하면 사망할 수도 있고요. 전장에서 흘린 땀방울은 소금에 절인 음식으로 보충해야 했어요.

고대 로마는 무엇보다 소금을 확보하는 게 통치의 핵심인 걸 알았어요. 정복한 식민지에서 소금을 수확해 수도 로마로 운반하는 데 국력을 쏟았죠. 수도 로마로 이어지는 도로에 소금길이라는 뜻의 '비아 살라리아'(Via Salaria)가 붙었어요. 

비아 살라리아는 고대 로마의 생명줄과 같았어요. 소금 공급이 멈추면 로마 시민들의 안전이 위협을 받았으니까요. 많은 군인을 투입해 이방인이나 야만인이 길을 점령하지 못하도록 지킨 이유였어요. 로마 제국은 고생하는 병사들에게 돈을 지급하면서 이를 '살라리움'(Salarium)이라고 이름 지었어요. 우리말로는 '소금 살 돈' 정도로 해석돼요. 소금길을 지키는 병사들을 위해 소금을 사기 위한 돈을 줬다는 거예요.
2세기 로마 모자이크의 정물화. 신선한 생선이 도시로 공급될 수 있었던 건 그들이 소금을 잘 활용했음을 보여준다.
이 살라리움이 유럽 각 지역 언어에 영향을 미치면서 영어 Salary까지 생겨난 거예요. '소금만큼 가치 있다'는 뜻의 'worth one's salt' 역시 소금을 귀하게 여긴 오랜 전통에 따른 거예요. 

소금은 경제를 혁신하는 소중한 자원이기도 했어요. 생선이나 고기를 소금으로 절이면 음식이 상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하면서 염장 기술이 발달하기 시작했거든요. 내륙 사람들도 이제 생선을 먹을 수 있다는 의미기도 했어요. 바닷가 사람들도 산간지방에서 가져온 고기를 즐기게 됐고요. 우리에게 친숙한 '소시지'(sausage) 역시 라틴어 salsicus에서 유래한 말인데, 소금으로 양념했다는 의미였어요.

특히 북해 지역 여러 도시는 염장의 기술을 혁신해 유럽 전역에 생선을 공급하는 핵심 기지가 됐어요. 청어잡이를 먹거리로 삼은 도시는 서로 연합하기도 했는데, 이게 그 유명한 '한자동맹'으로 이어졌어요. 유럽 도시가 경제적 이해관계로 얽힌 최초의 사례예요(한자는 고대 독일어로 '집단'이라는 뜻이다. 오늘날 독일 항공사 '루프트 한자'가 여기서 따왔다). 

소금은 도시의 운명을 결정짓기도 했어요. 영국의 작은 항구 도시 인근에서 거대한 소금 광산이 발견되면서 세계적 무역 도시로 성장하기도 했어요. 바로 축구와 비틀스로 유명한 '리버풀'이에요. 리버풀은 인근 거리에 있는 체셔 지방 소금 광산의 소금을 실어 나르면서 엄청나게 성장했어요. 19세기 대영제국의 성장과 더불어 전 세계 소금 공급처로 떠오른 도시였죠. 자본주의의 역사에 소금이 빠지지 않는 이유예요. 

모차르트로 유명한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Salzburg)도 뜯어보면 '소금(sal)의 성(burg)'이란 뜻이에요. 소금으로 얻은 이익이 예술로 꽃피운 셈이에요. 덕지덕지 붙어있는 소금 때문에 월급(salary)은 짠맛 그 자체지만, 달콤한 역사 디저트가 기분 전환에 도움이 됐기를요.
"소금은 예나 지금이나 중요하다고." 고대 로마 군사 모자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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