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추 지나면 바로 온다던 가을은 언제쯤 완연해질지, 또 언제쯤 떠나갈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런 의문투성이의 삶 속에서 조급해하지 않고 하루 조금씩, 꾸준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요즘인데요.

그러던 어느 날, 그림처럼 피어오르는 구름을 바라보다 문득 여러분들이 보내주신 답장을 꺼내보았습니다. 따뜻한 응원의 말을 보고 있노라면 누군지 모를 타인이지만 안부를 묻지 않아도 좋을 만큼 잘 지내고 있을 것만 느낌이 듭니다. 편지 너머로 흐릿하게 존재하는 여러분이지만, 고맙다는 분명한 진심을 담아 ‘답장의 답장’을 보냅니다. 수줍게 건네는 진심이 조금이나마 와닿기를 바라면서.

어둠을 극장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다정함'을 좋아합니다. 저희 글을 읽어주는 독자분들도 그런 다정함을 품고 있나 봐요. 긍정지수가 퐁실퐁실. 이 답장을 쓰신 분은 분명 좋은 향이 나는 방 안에서, 창문 너머 내려오는 햇빛의 테두리를 지켜보는 사람일 겁니다. 혹은 어쩌면 진짜 작가일지도 모르겠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처음 1호를 보냈을 때는, 발송 버튼을 누를 때마다 쪼그라들던 자아와 수줍음만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여유가 생겼네요. 한밤중 노트북 앞에서 글을 쓰고 있으면 마치 오랜 친구에게 편지를 쓰듯, 읽어주는 이와 가늘고 길게 연결된 것처럼 느껴집니다. 상상하면 기분이 좋습니다. 누군가 저희의 삐뚤빼뚤한 마음을 매주 기쁜 마음으로 받아주는걸요. 고맙습니다. 모든 독자분들이 저희에게, 한낱 글을 선물로 바꾸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네요. ㅎㅅ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