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0.13 MOMO, LETTER 모두가 모두로부터 배우는 시간 구독자 님, 안녕하세요. 모모의 거북이 친구 카시오페아입니다. 피스모모의 소중한 동료 대훈의 소개로 ‘세상을 바꾸는 방법(How to change the world)’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보았습니다. 오랜 역사를 가진 시민단체 ‘그린피스(Greenpeace)’가 시작하게 된 과정을 담고 있어요. 그린피스를 환경단체로만 인식하고 있었는데, 다큐멘터리를 보니 초기에 그린피스를 시작했던 사람들은 환경의 문제와 평화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며 핵실험 장소에 잠입하기도 하고, 여러 시위를 기획하기도 했더라고요. 다큐멘터리를 통해 그린피스 구성원들이 잔혹한 고래잡이의 문제를 가시화하고자 포경선 근처에서 시위를 진행하는 과정을 볼 수 있었습니다. 고래들은 무리를 지어 이동하는 습성이 있는데, 무리 중에 보호가 필요한 존재를 무리의 가운데에 두고 서로의 몸으로 둘러싼 채 함께 이동한다고 해요. 가장 약한 존재를 고래 사회의 정중앙에 두고 보호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포경선의 선원들은 이 습성을 이용해 고래를 잡는다고 합니다. 대부분 무리 가운데 있는 존재는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아기 고래이거나 아픈 고래일 경우가 많은데, 그 가장 약한 고래의 몸에 작살을 꽂고 당겨 포경선 근처로 끌어오는 것이지요. 한 마리의 고래가 피를 흘리며 포경선으로 끌려가게 되면 그 고래를 둘러싸고 있던 고래 무리 전체가 모두 포경선 근처로 헤엄쳐 옵니다. 어떻게든 공격 받은 고래를 지키려고 하는 것이지요. 그리고 인간은 바로 이 지점을 이용합니다. 고래떼 전체가 포경선 가까이에 오게 되면 본격적인 공격을 시작합니다. 동료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은 고래들을 기다리는 건 잔혹한 학살이었어요. 고통을 외면하지 않은 고래들 핏빛 바다 위에 허연 배를 드러내고 죽어있는 고래들의 몸을 마주하며 눈물이 났습니다. 가장 약한 존재를 보듬는 고래의 습성은 결국 모두를 죽게 만들었습니다. 도망치지 않은 고래들이 문제인 걸까요? 인간은 무엇을 위해 이 생명들을 죽여야 하는 것일까요? 먹거리를 위해, 또는 돈을 벌기 위해서? 무언가를 위해 그 생명들을 해하는 동안 사람들은 무엇을 놓치고 있는 걸까요? 다큐멘터리를 보고 난 후 꽤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제 마음에 깊이 남아있는 것은, 공격 받은 고래가 끌려가는 동안 도망치지 않고 그 위험 속으로 함께 헤엄쳐가던 고래들의 모습이었습니다. 가장 약한 존재를 공동체의 중심에 두고 함께 그 존재를 보듬고, 죽음의 위험에도 그 곁을 떠나지 못하는 고래들의 공동체. 내 곁의 누군가가 안전하지 않으면 나도 안전할 수 없다는 것을, 코로나19를 겪으며 모든 존재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매 순간 확인하게 됩니다. 그럼에도 이 사회의 풍경이 그리 달라지지 않는 것 같아 때때로 마음이 많이 무거워집니다. 오늘의 모모레터와 함께 상상해봤으면 해요. 가장 약한 존재를 공동체의 중심에 두는 사회의 모습, 그런 사회에서는 평화가 정말 모두의 것일 수 있지 않을까요? 프로그램 안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