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제철 과일 사과는 초록색으로 맺혔다가 햇볕을 듬뿍 쬐면 빨간색으로 물듭니다. 

똑같은 나무에서 똑같은 정성으로 자랐지만 노란기가 있는 사과와 새빨간 사과는 대우가 크게 달라져요. 가격 역시 최대 5배까지 차이가 납니다. 이렇다보니 많은 농가에서는 비대제, 색택제, 반사필름, 봉투 등을 씌우고 농약과 화학비료를 활용해 사과를 빨갛게 만들기 위한 노력을 들여요. 그만큼 많은 노동력이 필요해 인건비가 들고, 매년 막대한 양의 농업 쓰레기가 발생합니다. 

어글리어스가 직접 맛을 보았지만 색깔과 크기가 어떻든 맛에는 아무런 차이가 없었어요. 

과일이 충분히 익기를 기다려 제 때 수확하면 모양이 어떻든 맛있을 수 밖에 없거든요.

지금은 농민들도 '못난이', 'B급' 농산물을 판매하는 것을 주저하지만 가을 풍경이 여러가지 색으로 물들듯, 알록달록한 색을 간직하고 있는 사과를 더 많은 사람들이 반겨준다면 다양한 생김새를 한 사과도 시장에서 만날 수 있지 않을까요?

봉지를 씌우지 않는 등 최소한의 손길로 자연스레 키운 사과는 햇빛, 비, 바람, 서리 등에 노출되어 갖은 풍파를 겪습니다.

그렇지만 이 모든 과정을 견뎌냈기에 과육이 단단해져 식감도 아삭하고 당도와 산미도 조화롭게 어우러져 아주 맛있는 사과가 됩니다.

껍질을 벗기거나 상처났던 부분만 살짝 깎아내면 다름없이 맛있게 먹을 수 있고, 일부 소비자는 더 맛이 있다며 이런 사과만 찾기도 해요.

오히려 강한 환경을 견뎌내고 더 맛있어진 '훈장'입니다.

동녹 현상, 가지에 찍히고 긁힌 상처, 병충해를 이긴 흔적, 크기가 작거나 크고, 모양이 울퉁불퉁 못생긴 사과들... 맛에 지장을 주지 않거나 일부만 도려내면 되는 모든 사과들이 수확단계에서 걸러집니다. 

기준을 통과한 사과만이 시장에 진출하거나 급식으로 납품될 수 있어요.

즙 또는 가공식품으로 만들면 남김없이 활용 가능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겠지만, 이 방법이 능사는 아니에요. 

농장에서 자체 가공 시설을 갖추기에는 많은 비용과 조건이 필요하기 때문에, 대부분 전문 설비를 갖춘 가공식품 공장에 보내지게 됩니다. 하지만 가공 공장의 경우 사과를 필요로 하는 시기와 물량이 정해져 있어, 때마다 다르게 발생하는 못난이를 취급하는 데에 한계가 있어요. 

그래서 힘들게 기른 사과들이 제 값을 받지 못하는 경우들이 발생하고, 가공이 이루어진다고 해도 추가적인 비용과 플라스틱 포장재가 들어 또 다른 낭비로 이어져요.

때문에 원물로 충분히 먹을 수 있는 사과들은 과일 그대로 소비하는 것이 농가의 경제적 건강에도 지구의 건강에도 가장 좋은 결과를 낳아요.

지금은 맛이 똑같아도 예쁘지 않으면 소비자에게 닿을 수 없는 지금의 선별 기준과 유통 구조로 인해 가공이나 폐기가 가장 손쉬운 처리 방법이 됩니다.

결국 사과 한 알을 위해 들어간 물, 땅, 자재도 제 가치를 찾지 못하거나 버려지지는 상황이 발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