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치, 클럽하우스, 버닝맨에 대한 썰
2021.8.27 | 356호 | 구독하기 | 지난호

안녕하세요!
실리콘밸리 특파원
신현규 입니다.
저는 최근 실리콘밸리에 있는 어떤 기업과 함께 작은 프로젝트를 하나 진행하고 있는데요. 이 사람들과 일을 하다보면 한국에서 일을 할 때와는 다른 점이 하나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돼요. 실리콘밸리에 있는 사람들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생각하지만, 한국에서 오랫동안 일을 해 온 제게는 너무나 신기한 그것. 그게 뭘까요?

예를 들어 저는 한국에서 일을 할 때는 이런 절차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신현규 님. 회사 경영전략회의에서 디지털 신사업을 강화해 보라는 이야기가 나왔어요. 한번 새로운 프로젝트를 어떻게 시작할지 기획해 보세요."
😭"네 알겠습니다!"
😭(돌아와서) "음, 지금 디지털 미디어 회사들이 다 어떻게 사업을 하고 있는거지? 시장 조사부터 해야겠다. 우리가 따라갈만한 모범적인 사례나 혁신적인 기업의 케이스는 없는지 봐야지. 실리콘밸리에 있는 새로운 스타트업 중에서 신기한 아이디어가 있는 곳은 없을까? 한번 찾아봐야지!" (폭풍검색 시작)

그런데, 여기에서 일을 진행하다보니, 절차가 거꾸로 된 경우가 더 많았어요.

👲"신현규 님. 회사 경영전략회의에서 디지털 신사업을 강화해 보라는 이야기가 나왔어요. 한번 새로운 프로젝트를 어떻게 시작할지 기획해 보세요."
😭"네 알겠습니다!"
😶(돌아와서) "음, 지금 고객들의 니즈가 뭘까? 디지털로 우리가 뭘 줄 수 있는거지? 아~ 머리 아프네. 뭔가 영감을 받을 수 있는게 없을까? 응? 샌프란시스코 미술관에서 새로운 전시가 있네. 여기에 가서 영감을 얻어볼까? 응? 새로운 강연이 있네. 이 강연에 가서 연사에게 한 번 물어볼까? 응? 이런 모임이 있네. 이 모임에 가서 디지털 신사업에 대한 이야기들을 나눠볼까?" (놀기 시작)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한국에 있을 때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객관식으로 찾으려 했지만, 실리콘밸리에 있는 동안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주관식으로 찾으려 하고 있었던 거에요! 제가 이런 생각을 말하니, 어떤 친구가 이렇게 이야기해 줬어요. "그럼. 어차피 세상에 정답이라는 건 없어. 재미있게 해 보고 싶은 것을 해 보는 뿐이야." (There is no right answer except to play and do something) 흔히 듣는 말이지만, 왜 이렇게 와닿았던 걸까요. 오늘은, (그런 흥분을 감추지 못한 상태에서) 한국과는 사뭇다른, 이 곳의 일하는 문화에 대해 말씀을 드려볼까 해요. 

오늘의 메뉴 

  1.  "창작에 정답이 있다는 거짓말"
  2. 남들을 기웃거리는 삶, FOMO 
  3. 트위치 창업자의 실패 이야기 
  4. '정답주의' 때문에 나라도 망한다
  5. 자신을 찾아 떠나는 여행 - 버닝맨 
    이건 너무 뻔한 거짓말: 
    "창작에는 정답이 있다"

    미국의 인테리어 창작가이자 사업가 조나단 아들러
    그들이 이야기해 준 사람 

    이 이야기를 듣고 흥분한 저는 또 다른 친구에게 이렇게 말을 걸었어요. 그랬더니 이런 답이 돌아왔어요.

    😤"새로운 것을 만드는 사람에게는 정답이란게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어. 너무 멋진 말이야"
    😸"아! 너 혹시 조나단 아들러 라는 사람아니? 그 사람이 그에 대해서 정말 멋진 말을 했는데, 한번 들어봐. 완전 강추야!"

    그래서 조나단 아들러 라는 사람에 대해 조금 찾아봤어요.   

    '조나단 아들러. 미국 뉴저지 출신. 12살 때부터 도자기에 관심을 느껴서 거기에 올인해야 겠다고 생각. 명문 브라운대학교에 기호학과 역사학을 공부했지만, 실제로는 그 명문대학교에는 거의 가질 않았음. (학비도 비쌌을 텐데...) 대신 그는 브라운대학교 옆에 있는 디자인학교에 가서 도자기를 어떻게 만들지에만 골몰했었음. 그런 그를 본 그의 지도교수님은 그에게 이런 말을 남겼음. "너는 재능이 없어. 도자기에 대한 꿈을 접어. 하지마. 차라리 변호사나 돼." 낙심한 그는 도자기에 대한 꿈을 접고 졸업 후 연예매니지먼트 회사 여러 곳에 들어가 일을 했음. 그런데, 첫 회사에서 짤리고 또 다시 들어간 회사에서도 짤리고, 번번이 짤렸음.'  

    조나단 아들러 씨가 만든 베게: 
    Quaaludes (70년대 파티 마약의 이름) Prozac (항우울제) Ganja (마리화나의 속어) Downers (진정제)
    창작의 힘은 '꺼져!' (Fuck it!) 

    뭐 이런 기록을 갖고 있는 사람이더라고요. 그 이후에 그는 도자기 사업을 시작했어요. 그리고 인테리어 사업으로 확장을 하게 됐죠. 특히 그는 위 사진에서 보시는 것과 같이 창의적인 가구 디자인으로 인기를 끌었어요. 사람들은 그의 작품을 보고 재미있어 했죠. 사업은 너무 잘 됐어요. 한때 미국 최고의 토크쇼였던 오프라윈프리 쇼에도 등장하고 미국 전역으로 인기를 얻은 그는 뉴욕 샌프란시스코 LA 등에 자신의 이름을 건 매장을 가진 사업가가 됐어요. 그가 이렇게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그는 한 강연에서 이렇게 말했어요.   

    "깨닫는거죠. 친절하게 다른 사람들을 무시하는 방법을요."

    그의 논리는 이래요.

    • 창작이라는 것은 세상에 없는 새로운 것을 만드는 일이다.
    • 내 안에는 세상에 없는 새로운 것이 존재한다.
    • 창작은 본질적으로 세상에 없는 것과 내 안에 있는 것을 맞추는 과정이다.
    • 그래서, 타인들의 의견 보다 내 안에 있는 것을 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
    • 잃을 것도 없고, 얻을 것도 없다. (다른 사람들의 의견따위) 무시하자.
    • 정답 따위는 없다. 나는 정답이 있다 하더라도 그 정답을 무시한다. 

    정답을 기웃거리는 삶 
    "나만 그걸 모를까 두려워"  

    정답이 있다는 생각

    "정답이 어딘가에 있다"라고 생각하게 되면 정답을 스스로 찾기보다, 정답을 인터넷에서 검색하고 싶어하는 본능을 불러일으키는 것 같아요. 객관식으로 문제를 푸는데 익숙해 지면, 문제를 풀다가 답안지부터 찾고 싶은 마음이 울컥이는 것처럼 말이죠. 미디어들은 그런 사람들의 심리를 잘 이용하고 있는 것 같아요. 올해 들어 사용자들이 많이 늘었던 클럽하우스 같은 경우가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나만 혼자 딴데로 가는걸까? 

    클럽하우스는 2021년 초반 일런 머스크, 마크 저커버그 등과 같은 유명 인사들이 초반에 등장하면서 엄청난 인기를 얻었는데요. '인싸'들이 노는 '클럽'이라는 이미지에다가 초청장이 없으면 들어오지 못하는 규정 때문에 사람들의 입에 더 많이 오르내렸죠.

    😇'아무나 못들어 간대'
    😤'헉 그 말을 들으니 정말 들어가고 싶은데'

    이렇게 된건데요. 나만 혼자 따로 떨어지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클럽하우스에서 소속감을 느끼고 싶었던 거라고 할 수 있겠네요. 클럽하우스 유저들은 어쩌면 그 속에서 다른 사람들이 찾아둔 삶의 정답을 찾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어요. 

    그들은 왜 클럽하우스를 떠날까? 
     
    하지만 최근에는 클럽하우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있다고 해요. (근거) 올해 2월 960만명의 사용자 숫자를 기록한 이후 3, 4, 5, 6, 7월을 지나며 이용자 숫자는 줄어들고 있다고요. 이유야 여러가지겠죠. 더 이상 인싸들이 클럽하우스를 이용하지 않고 다른 솔루션들을 많이 쓰고 있기도 하고요. 다른데 없는 재미와 정보, 트렌드들이 이 곳에 있을 줄 알고 기대하고 왔는데, 인터넷 세상에는 이 곳보다 더 재미있는 것들이 많다는 것을 발견한 사람들이 클럽하우스를 이탈하는 것일 수도 있겠죠. 

    그런데, 올해 초 클럽하우스를 써 봤던 저의 개인적인 생각은 이랬어요.

    "클럽하우스에 가서 새로운 프로젝트에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봤어. 그들이 말하는 새로운 사업의 비결에는 공통점이 있었어. 그건 바로 '책을 읽어라'였어. 클럽하우스를 하지 말고 책을 읽어라. 결국 클럽하우스에서 시간을 보내지 말라는 이야기였어." (당시 생각을 남긴 페이스북 포스팅)

    저는 정답을 찾으러 왔는데, 정답은 여기에 없고 책에 있다는 말만 듣고 나온거죠. 저는 그렇게 클럽하우스를 사용하지 않게 됐어요.
    트위치 창업자의 실패이야기 
    "사기를 치느니 실패 하겠다"

    저스틴 칸 트위치 창업자


    정답은 클럽하우스나 소셜미디어, 심지어는 미라클레터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나와 세상(고객) 사이에 있다는 이야기를 드리고 있어요. 지금은 아마존에 인수된 실시간 라이브 방송 플랫폼 트위치 Twitch의 창업자 저스틴 칸도 최근 제가 드리는 말과 같은 맥락의 이야기를 했어요. (8월 20일 방송분 - 링크) 요약하자면, 그의 말은 아래와 같았죠.   

    • 사업은 문제를 푸는 겁니다.
    • 그런데, 그 문제가 특이합니다.
    • 모범답안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 네가 답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고객에게는 답이 아닐 수 있습니다.
    • 그래서 일단 답을 찍어보고 고객에게 맞춰보는게 중요합니다.
    • 그리고 정말 중요한 것은 그 과정에서 사기를 치지 않는 것입니다.
    • 사기를 치는 순간, 당신은 정답을 찾는 실력을 소유한 것이 아니게 되기 때문입니다.
    • 저희는 문제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1억 4000만 달러를 그냥 날린 적도 있습니다.
    • 그 과정에서 우리는 사업을 할 때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알게 됐습니다. 
    • 그래서 저는 사기를 치느니 실패를 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이런 세상에!  
    정답주의는 나라도 망하게 한다

    어떤 VC가 추천해 준 책 
    스타트업 CEO들에게 추천하는 책! 

    정답주의는 때떄로 국가의 정책 또한 실패로 이끌기도 해요. 이와 관련한 흥미로운 책도 나와 있는데요. 제임스 스콧이라는 예일대 교수님이 쓴 "국가처럼 보기" (Seeing Like a State)라는 책이 바로 그 주인공이에요. (실리콘밸리에 있는 벤처캐피탈리스트 에릭 타르진스키는 스타트업 CEO들에게 추천하는 한 권의 책으로 이걸 꼽기도 했어요!) 이 책의 요지는 아래와 같아요. 

    • 소련의 지도자였던 레닌은 척박한 땅을 개척할 수 있는 매뉴얼을 만들어 주민들에게 나눠주며 시베리아 땅 등으로 이주를 시켰다.
    • 하지만 그들은 대부분 실패했다. 그 이유는 공산주의라는 체제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이주농장의 실험이 실패한 이유는 완벽하다고 여겨졌던 작업계획과 매뉴얼들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 넓은 지역에 있는 다양한 이슈들에 대한 구체적인 답이 아니라 이상적인 매뉴얼에만 의존했던 농장들은 모두 작황이 좋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 국가 (뿐만 아니라 기업의) 지도자들은 정답이 있다고 생각한다  
    • 그리고 그 정답을 비전으로 만들어 이상적인 그림을 그린다 
    • 사람들이 그 그림을 잘 보게끔 하기 위해 
    • 아주 잘 보이는 규칙과 질서를 만들어서 잘 보이는 곳에 써서 붙인다 
    • 그리고 그 규칙과 질서를 타인들에게 입력(강요?)한다
    • 하지만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그들의 정책은 실패를 겪는다 
    • 왜냐하면, 현실은 그렇게 간단한 그림으로 요약할 수 없기 때문이다. 

    좌측의 그림이 훨씬 보기 편하고, 우측의 그림은 보기 불편하잖아요. 그래서 국가(뿐만 아니라 많은 기업의) 지도자들이 좌측과 같은 그림을 그려서 사람들에게 제시한다고 해요. 그런데, 저자는 저런 그림을 그려서 보여주는 것부터가 정책 실패의 시작이라고 주장해요.
    정답주의의 오류 

    이 책은 결국 지도자가 써서 붙여야 할 것은, 정답과 해답이 아니라, 정답으로 가는 과정에서 국가와 조직이 임해야 할 자세라고 말하고 있어요. "모든 상황에 다 들어맞는 정답 따위는 없을 수도 있다. 대신 더 중요한 것은 정답을 (사기치지 않고 진실되게) 찾겠다는 마인드셋" 이라는 거죠. 국가도 기업도 개인도 과거 역사 속에 답이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곳으로 가고 있는 거니까요.

    정답으로 향하는 실존의 길: 
    버닝맨이 메타버스에서 열려요! 

    버닝맨의 상징, 더 맨(THE MAN)이에요
    내면으로의 여행, 버닝맨  

    "어차피 정답은 없다"는 생각을 하면 점차 정답을 찾기 위한 내면의 여행을 떠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런 차원에서, 실리콘밸리에 있는 엔지니어들이 여름이면 많이 가는 여행이 하나 있어요. (작년부터 미라클레터를 구독하신 분들은 이미 아실 수도 있겠지만요 - 작년에 드렸던 미라클레터 참고) '버닝맨'이라는 이벤트가 바로 그 주인공이에요. (버닝맨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작년 레터를 다시 한번 읽어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올해도 버닝맨 이벤트가 본격적으로는 다음주부터 열릴 예정인데요. 오프라인이 아니라 온라인, 즉 메타버스 상에서 열릴 계획이에요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 참고)

    사막 한 가운데에서 열리는 이 이벤트를 통해 사람들은 계급장 다 떼고 사막 위에 한 개인으로 벌거벗게 돼요. (진짜 옷을 벗는다는 건 아니고요)

    • 돈이 많건 적건
    • 권력이 많건 적건
    • 공부를 잘하건 못하건
    • 경력이 화려하건 아니건

    이런 조건 따위 중요한게 아니라, 나의 내면 속을 잘 들여다 보고, 내 속에서 갖고 있는 것들을 마음껏 표현해 보면서 사람들의 반응을 볼 수 있는 이벤트가 바로 버닝맨이에요. 매년 8월말~9월초에 사막에서 열리는 버닝맨으로 휴가를 떠나는 실리콘밸리의 엔지니어들은, 다른 사람들이 찾아 둔 정답을 찾는게 아니라, 내 내면 속에서 꺼내고 싶은 것들을 꺼내보면서 세상에 없던 새로운 답을 찾아나가는 진실의 순간을 맞이하는 거에요. 실제로 그런 과정 속에서 위대한 아이디어들이 많이 탄생했다고 하죠. 일런 머스크의 하이퍼루프, 구글의 20% 법칙 등이 그런 것들이래요. 그래서 저는 버닝맨을 이렇게 표현한답니다. '주관식의 공간'이라고요.

    오늘의 레터는 정답없는 세상 속에서 좌충우돌 하면서 허둥지둥 드렸습니다. 너무 장황하여 죄송스럽지만, 드리고 싶은 메세지는 하나에요. 어쩌면 내가 찾는 답은 신문의 한 귀퉁이나, 페이스북 유명인물의 포스팅이나, 클럽하우스의 어지러운 방들 속이나, 심지어는 미라클레터 속에 객관식 답안지처럼 존재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이야기에요. 오히려 내가 찾는 답은 인테리어 샵이나, 영감을 주는 책이나, 고객과의 대화 속에서나, 실패하는 과정 안에서거나, 버닝맨 같은 이벤트 속에서 스파크처럼 일어나서 주관식 논술 답안지처럼 썼다가 지웠다가 고쳐서 다시 썼다가 하면서 나아가는 과정 그 자체일 수 있다는 메세지를 드리고 싶었어요. 늘 감사드립니다. 부디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Directly yours,
    신현규 드림
    * Directly Yours는 여러분에게 직접적으로 닿고 싶다는 뜻에서 쓴 편지 마지막 문구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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