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삶디
삶디를 찾은 손님이 물었습니다. 삶디는 왜 예술 활동(만) 하냐고요. 십 년 동안 종종 듣던 질문인데도 막상 답은 어려웠습니다. 

단서를 찾으려고 삶디를 휘휘 둘러봤어요. 광주광역시 충장로의 한복판, 오늘도 이곳은 지하부터 육 층까지 환하게 불을 켜두고 사람들을 기다립니다. 직접 지은 공유부엌, 텃밭과 논을 구경하고 지하로 들어서면 생활목공방이 있어요. 작은 손 도구와 육중한 기계가 같이 움직여요. 위로 올라가서 차도 마시고, 책도 보다가 좀 더 올라가 볼까요? 재봉틀, 컴퓨터, 피규어, 카메라, 인쇄 출력기 등이 있고요. 하나씩 들여다보다가 계단을 더 오르면 악기가 있는 합주실, 그 위에는 녹음 스튜디오가 있고… .

집중하면 등에도 표정이 생기는 걸까요? 작업하는 뒷모습에는 지금 어딘가 꼬였어, 잘 풀리고 있어, 슬슬 완성되는구나 하는 혼잣말이 들리는 것 같습니다. 

다시 질문으로 돌아가서, “예술”이라는 단어를  “만들기”로 슬쩍 바꿨더니 답을 대신할 이야기가 조금씩 보였어요. 뭔가 창작하려고 공방의 곳곳에서 혼자, 또는 같이 보내는 시간에 대하여 들려주고 싶었습니다. 머릿속의 고민이 몸을 통과해서 물질의 형태를 갖추고 나타나는 신기한 과정을요. 

월간삶디 4월호는 살림공방에서 타인을 위한 물건을 처음 만든 리안(황서희, 자기 속도를 따르며 후기 청소년기를 보내고 있다)의 작업기로 문을 열어요.

함께 만들면 어떤 일이 생기는지 바투카다, 느깎기, 피규왕 삶디의 이야기,
“까미뉴 다 비다”가 처음 이름을 지었을 때,  
손으로 만드는 오래된 세계, 농사의 지혜를 듣는 농(農) 인문학 스케치, 
자그마한 삶디의 농사에 비빌언덕이 된 농부 운곡의 칼럼, 
만드는 사람을 위한 추천 도서 <손의 모험> 소개가 따라갑니다.

활짝 피는 5월, 우리 만들어 볼까요? 

[커뮤니티 프로그램] 악기를 연주할 때, 나무를 깎을 때, 피규어를 만들 때. 겉으로는 평범한 활동처럼 보이는데요. 안으로 들어가서 보니, 혼자 숙련해야 하는 시간을 공유하면서 성취도 고민도 나눌 수 있게 되었다고 합니다. 만들면 생기는 일, 나를 넘고 관계를 배우는 시간입니다.
[까미뉴 다 비다] 바투카다 그룹 ‘까미뉴 다 비다’가 서툰 걸음마를 시작하던 팬데믹 무렵 영상을 다시 봤습니다. 까미뉴 다 비다(Caminho da vida), 인생의 길이라는 뜻이래요. 길의 끝에 무엇이 있는지는 몰라도, 바투카다 리듬을 만드는 건 자신과 주변을 살피며 앞을 향해 인생을 걷는 일과 비슷해 보여요.
[농(農)인문학] 급격한 기후 변화에 농사를 걱정하는 대화가 종종 들립니다. 이렇게 덥고 비가 많이 오면 농사는 어떡하냐고요. 하나를 잘 키워내는 방식이 아니라, 흙 속에 있는 미생물을 포함한 다양한 종류의 생명을 다루는 자연스러운 농사 이야기에서 해답을 찾습니다.
[농부운곡의 칼럼] 삶디에는 작고 귀여운 밭과 논이 있어요. 농사 초보들이 논밭을 일굴 수 있던 건 비빌 언덕처럼 곁에 있는 다정한 이웃들 덕분이기도 해요. 농사의 고리인 농부운곡이 도시 농업으로부터 생태, 장소, 공동체에 대한 생각을 썼어요. 같이 읽어봐요. 
만들기의 세계는 왜 필요할까, 답을 찾다 보니 걸음은 책방까지 이어졌습니다. 질문이 생길 때 책에서 답을 구하는 건 어쩌면 빠르게 변하는 시대와는 맞지 않을지도 몰라요. 뾰족한 답은 여전히 못 찾았어요. 하지만 어떤 오래된 지혜는 세상이 바뀌어도 여전히 유효하지 않을까, 책 속의 문장으로 답을 대신해 봅니다. 

“물건을 이해하면 사회를 이해하게 된다. 무엇보다 만들기는 분명하게 ‘나를 알게 하고, 또 변화시킨다. 만들기가 사라진 시대에서 진정한 자신은 누구인지 답을 구하는 과정은 역설적으로 우리를 다시 만들기의 시대로 이끌 것이다.” 📚✍️「손의 모험」 릴리쿰 지음, 코난북스/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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