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더현대 서울 1조 달성 2.알리·테무 전망
 2023.12.06 23-048호   |   웹에서 보기   |   지난호 보기  

  01 더현대 서울의 연매출 1조가 더 특별한 이유
  02 알리·테무·쉬인 열풍, 오래가지는 못할 겁니다
  03 뉴스 TOP5 - '쿠팡 독주 시대의 커머스 생존법'

   

더현대 서울의 연매출 1조가 더 특별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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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록이 탄생했습니다

더현대 서울이 마침내 연매출 1조 원을 돌파했습니다. 개장 2년 9개월 만의 이를 달성하면서, 기존 신세계 대구의 가록을 2년 2개월이나 앞당겼다고 하는데요. 물론 역대 최단기간 '연매출 1조 원' 달성이라는 기록 자체도 대단하지만, 국내 백화점의 새로운 성공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는 면에서 더현대 서울의 그간 행보는 더욱 의미가 깊습니다.

사실 오픈 첫날 방문했던 더현대 서울은 강점만큼이나 약점도 뚜렷했던 점포였습니다. 교통은 분명 편리하지만 전혀 검증된 바 없던 여의도라는 입지 조건부터, 압도적인 공간에 비해 무언가 부실했던 입점 브랜드까지, 판교점과 같은 성공을 장담하기엔 살짝 부족해 보였습니다. 하지만 이후 더현대 서울은 이름처럼, 서울이라는 도시를 대표하는 명소로 거듭난 것은 물론, 빼어난 실적을 기록하며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켰는데요. 오늘은 더현대 서울의 성공이 왜 유독 더 특별한지에 대해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명품도 영화관도 없습니다만

최근 국내 백화점들은 코로나 위기를 겪는 와중에도, 연매출 1조 원을 넘는 이른바 '백화점 1조 클럽'이 2배 이상 늘어났을 정도로 호황을 누렸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백화점의 질주를 이끈 2가지 핵심 요인은 '명품'과 '몰링'이었습니다. 우선 명품 수요가 늘어나면서, 이는 바로 백화점의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는데요. 특히 흔히 에루샤라 불리는, 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과 같이, 오프라인에서만 구매 가능한 초고가 럭셔리 브랜드들이 이러한 트렌드를 주도하였습니다.

또한 동시에, 쇼핑뿐 아니라 여가를 즐길 수 있도록 거대한 복합 쇼핑몰을 뜻하는 몰링 전략 역시 백화점 흥행을 배가 시켰는데요. 더현대 서울 이전에 최단기간 1조 기록을 보유했던 신세계 대구가 대표적인 사례로, 기존의 쇼핑 공간에서 여가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하면서 또 한 번의 성장을 일궈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몰링 경험을 만들기 위해 필수적으로 들어갔던 핵심 콘텐츠가 바로 멀티플렉스 영화관이었고요.

하지만 더현대 서울은 명품 브랜드 라인업도 빈약하고, 몰링 경험을 만들 엔터테인먼트 시설도 부재했습니다. 작년 기준으로 국내 5대 백화점 점포 매출 순위에서 더현대 서울은 12위를 차지했는데요. 1위부터 11위까지의 백화점은 모두 1조 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한 동시에, 최소한 에루샤 중 1개 이상의 브랜드가 입점한 점포이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롯데 부산 본점을 제외하면, 2개 이상을 보유하였고, 에루샤가 모두 입점한 곳도 5곳에 달했습니다.



물론 더현대 서울도 이런 상황을 원했던 건 아닙니다. 대부분의 최상위 명품 브랜드들은 매장 총량제를 운영 중인데요. 대표적으로 에르메스는 2010년대 후반까지, 국내 매장을 딱 10개로 제한하였습니다. 이는 최근에 현대백화점 판교점에 새로운 매장을 열면서 일부 완화되었지만, 여전히 매장 수는 11개에 불과합니다. 더욱이 바로 옆 IFC몰의 존재 역시 더현대 서울에게는 큰 제약이었습니다. 국내 최대 멀티플렉스 체인인 CGV가 이미 이곳에 자리 잡고 있었고, 코스, 마시모두띠 등 주요 SPA 브랜드의 프리미엄 라인의 매장도 입점해 있었거든요. 이로 인해 더현대 서울의 몰링 경험 구축도 한계가 있어 보였습니다.

하지만 더현대 서울은 이러한 약점들을 신진 브랜드와 팝업스토어라는 콘텐츠의 힘으로 돌파해 냅니다. 지하 2층의 패션관 크리에이티브 그라운드는 이를 상징하는 곳인데요. 취향이 파편화되는 트렌드에 맞춰, 주기적으로 변화하는 팝업스토어를 메인으로 내세운 이곳은 금방 핫플레이스로 떠올랐습니다. 기존의 몰링은 쇼핑 공간에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덧붙인 개념이었습니다. 하지만 더현대 서울은 쇼핑이라는 행위 자체를 엔터테인먼트로 승화시킵니다. 이렇게 높았던 문턱을 낮추고, 즐길 무대를 마련해 주자, 그간 백화점을 외면해 왔던 젊은 고객이 다시 열광하기 시작했고요.

물론 여기서 끝났다면, 더현대 서울의 성공은 반쪽짜리였을 겁니다. 더현대 서울은 전면에 내세운 팝업 뒤편에 신진 브랜드들을 유치하기 시작합니다. 인스타그램을 뒤져가며, 계속 새로운 브랜드를 발굴하고 설득하였는데요. 처음에는 올드한 이미지 때문에 입점을 꺼려하던 이들도, 팝업을 통해 더현대 서울의 이미지가 달라지자 수락하는 이들이 늘어났습니다. 실제로 오픈 첫해인 2021년만 해도 더현대 서울은 살 것이 마땅치 않던 곳이었습니다. 그래서 식품 매출 비중이 19.1%에 달했다고 하는데요. 이는 2022년 16.5%, 그리고 올해에는 13.2%로 서서히 감소합니다. 대신에 영패션은 2021년 6.2% → 2022년 10.3%  → 올해 13.9%로 늘어나며 식품 비중을 앞질렀다고 하고요. 이에 따라 객단가 역시 2021년 8만 7,854원에서 지난해 9만 3,400원, 올해 10만 1,904원까지 개선되었습니다. 이러한 지속적인 체질 개선 노력 끝에 더현대 서울은 영화관 없이도 사람들이 몰려들고, 명품 없이도 1조 매출을 올리는 곳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겁니다.

콘텐츠가 생존을 좌우할 겁니다

올해 들어 확실히 체감하는 건, 쇼핑 경험 자체가 양극화되고 있다는 겁니다. 한쪽에는 올웨이즈나 다이소로 대표되는 초저가 쇼핑이 있다면, 다른 한쪽은 쇼핑 자체가 또 하나의 엔터테인먼트가 되는 더현대 서울이 존재합니다. 고객은 여기서 필요한 무언가를 사기보다는, 새로운 경험을 누리기 위해 이곳을 찾게 되고요.

그런 면에서 과거와 달리, 이제 쇼핑 공간은 하나의 미디어 역할을 맡게 된다고 할 수 있고, 결국 콘텐츠가 가장 핵심적인 경쟁 요소로 떠오를 겁니다. 이에 따라 고유한 감성과 철학을 지닌 브랜드를 둘러싼 유통 채널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겁니다. 특히 더현대 서울이 효과를 톡톡히 본 영패션 분야에서 가장 먼저 이러한 싸움이 시작되고 있는데요. 더현대 서울을 필두로 백화점 3사가 모두 적극적으로 뛰어든 것은 물론, 온라인 최강자 무신사 역시 무신사 홍대를 비롯한 오프라인 거점을 선보이며 이에 맞서고 있습니다.

앞으로 더현대 서울이 1조를 넘어, 2조 아니 그 이상의 매출을 만들어 내려면, 연말 오픈을 앞둔 루이뷔통처럼 명품 라인업을 보강하는 동시에, 영패션 브랜드도 지속적으로 강화할 필요가 있을 텐데요. 과연 어떤 새로운 무기를 꺼내 이러한 목표를 달성할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

   

알리·테무 열풍, 오래가지는 못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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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발 대공습이라고요?!

중국에서 탄생한 쇼핑 앱들의 기세가 심상치 않습니다.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가 바로 그 주인공인데요. 모바일인덱스 Insight가 제공한 데이터에 따르면, 모든 앱을 통틀어 2023년 11월 신규 설치 건 순위 1위가 테무였고, 2위가 알리익스프레스였습니다. MAU 기준으로도 알리익스프레스는 500만, 테무는 235만을 기록하며 빠르게 성장 중인데요.

재밌게도 둘의 국내 진출 전략은 상당히 유사합니다. 우선 말도 안 되는 초저가를 내세우고 있고요. 동시에 정말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쏟아붓고 있습니다. 알리익스프레스는 마동석이라는 유명 연예인을 내세워 인지도를 올렸고, 테무는 메타를 먹여 살리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엄청난 광고 집행을 하고 있다는데요.

이렇게나 이들이 한국 시장에 공을 들이는 건, 중국 경제 성장이 둔화되면서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특히 테무는 중국 2위 전자상거래 업체인 핀둬둬가 해외 진출을 위해 만든 서비스로, 이미 작년에 미국에서 돌풍을 일으킨 바 있습니다. 이렇게 중국의 커머스 서비스들이 큰 성과를 거두기 시작하자, 국내 유통업계의 판도 또한 뒤흔들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데요. 일시적으로는 어느 정도 충격파를 줄 수는 있겠지만, 일각에서 예상하듯이 쿠팡의 자리를 위협할 정도로 성장하기는 어려울 거라 봅니다.

알리와 테무가 가진 3가지 약점

이렇게 영향이 제한적일 거라고 추정하는 근거는, 이들이 가진 초저가라는 무기가 너무나도 뛰어난 만큼, 약점과 한계 역시 뚜렷하기 때문입니다. 우선 이들이 공략 가능한 상품군은 한정적입니다. 아무래도 해외 직구 기반 서비스다 보니, 다루기 힘든 영역이 존재하는데요. 대표적으로 신선식품은 사실상 취급이 불가능하여, 최근 역으로 이를 강조하는 유통 기업들이 증가하고 있다고 합니다.

또한 계속 따라붙는 가품 논란 역시 이들의 지속적인 성장을 가로막는 요인입니다. 알리익스프레스에선 최근 가품 판매는 물론, 사기 피해 사례마저 늘어나고 있다고 하는데요. 이러한 일들이 반복되면 플랫폼에 대한 신뢰도는 낮아질 수밖에 없고, 결국 고객은 브랜드가 없는 상품만 구매하는 제한적인 행태를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안 그래도 한정된 판매 상품군을 더욱 협소하게 만들 거고요. 이에 따라 알리나 테무의 거래액 성장도 어느 순간 정체될 수밖에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물류비 부담은 이들이 가진 초저가라는 무기를 퇴색시킬 가능성이 큽니다. 당장은 압도적인 가격 우위를 바탕으로, 불편한 배송 경험에도 고객이 증가하고 있긴 한데요. 이는 결국 한계에 부딪힐 거라는 걸, 알리와 테무는 모두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알리익스프레스는 내년에 물류 기지를 확보하여 배송 서비스를 개선할 계획이라 하고요. 테무 역시, 본체인 핀둬둬가 이미 중국에서 물류 투자를 시작한 만큼, 언젠가는 해외 시장에서도 이를 이어갈 가능성이 큽니다. 다만 문제는 이렇게 물류 투자가 늘어나면, 결국 상품 가격은 자연스럽게 인상될 수밖에 없다는 점입니다. 이는 마치 초기 저가 커피로 시장을 공략하다 매장 수가 늘어나면서 점차 비싸진 이디야를 연상케 하는데요. 이디야가 현재는 메가커피 등 새롭게 등장한 저가 브랜드와 스타벅스 등 프리미엄 브랜드 사이에 끼어 애매해진 것처럼, 알리나 테무의 포지션 역시 모호해질 겁니다.

지속 가능한 서비스로 거듭나려면

더욱이 초저가라는 무기는 영원히 알리나 테무의 것만으로 남지도 않을 겁니다. 이미 쿠팡은 오래전부터 중국 셀러들이 직입점을 장려해 왔습니다. 해외 직구를 위한 인프라 투자도 늘리고 있고요. 상당수 PB상품을 중국 등 해외 공장에서 이미 생산 중이기도 합니다. 또한 큐텐 역시 이러한 시장을 노리고, 국내에서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고요. 당장은 아닐지라도, 알리와 테무 수준의 가격으로 구매한 상품을 로켓배송으로 받아볼 날이 언젠가는 올 거란 뜻입니다.

그래서 오히려 현재 출발은 늦었지만, 유사한 서비스인 쉬인이 오히려 롱런할지도 모릅니다. 물론 쉬인 역시 알리, 테무와 동일한 한계점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요. 동시에 쉬인은 초저가를 강점으로 삼는다는 것 같지만, 트렌드를 빠르게 캐치하여 상품화하는 역량 또한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가격 이외의 확실한 차별화 요소를 확보해야만, 최근 뜨고 있는 불황형 서비스들도 지속 가능한 성공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꼭 기억해야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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