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보내는 가을 인사

서점 리스본입니다.

잘 지내셨나요?

매달 편지를 보내기로 약속해놓고 보내지 못한 날이 길었습니다. 

Covid_19 덕분에 예상하지 못한 일들이 많았습니다. 죄송합니다. 

무엇보다 여러분의 안녕이 궁금합니다. 

봄이 되면 괜찮겠지, 여름이 되면 나아질 거야, 가을에는 달라지겠지, 다시 겨울이라니 말도 안 돼, 또 봄이구나 하다가 어느 새 가을입니다. 

대체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

서점은 다양한 변화를 겪었습니다.

최근에는 몸을 줄였습니다. 어려울까 걱정해주시는 분이 많았습니다만, 서점은 안녕합니다. 다만 간결하고 집중력 있게 지내고 싶었습니다. 두 집 살림이 여간 복잡해야 말이지요. 9월 12일 연남동 250-5 시기를 접고 17일 연남동 375-117로 옮겨왔는데 둘이 하나가 되니 3층 집이 꽉 찼습니다. 


처음 보는 풍경인데 이상하게 익숙하여 정리를 어느 정도 끝내고 나니 마치 먼 길을 돌아 마침내 집에 도착한 사람처럼 평온합니다. 

그리하여 이렇게, 편지를 보낼 여유가 생기기도 하였습니다.

이사를 하는 동안 많은 물건들에게 제자리를 찾아주었습니다. 서점이 있어야 할 제자리에 대해서도 생각합니다. 

이 시대에 서점은 어디쯤 있어야 할까.
여러분의 마음 어디를 어떤 모습으로 노크해야 할까. 

얼마 전 온라인 고객 한 분에게 다정함에 대한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오래 전 서점은 다정하게 느껴졌던가 봅니다. 지금은 아닌가봅니다. 

변명이겠지만, 커지는 동안 다치기도 많이 했습니다. 안전할 거리가 필요했지요. 자라는 동안 성장에 에너지를 쏟느라 다른 쪽을 보지 못한 것도 사실입니다. 전염병 시대는 자영업 하는 사람들에겐 생존의 위기처럼 느껴졌으니까요. 그러다 살아남는 일이 갖는 의미에 대해 질문할 때쯤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딱딱하다, 건조하다. 서점과 어울릴 수도 있고 반대일 수도 있는 단어들이 적혀 있었습니다. 서점은 다정해야 할까. 계속 질문하는 중입니다. 

그래도 다정한 사람들이 찾아와 서점에게 부족한 온기를 채워주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우정어린 사람들에 기대어 길었던 전염병의 날들을 건너왔네요. 고마운 마음은 잊지 않고 있습니다. 표현할 방법도, 갚을 길도 찾는 중입니다. 무엇을 해야 그 분들을 기쁘게 할 수 있을까요. 오며 가며 알려주신다면 부지런히 따라가보겠습니다. 

몸집을 줄이고 무엇을 하려는가 질문을 많이 받았습니다. 

'풍성하고 다양한 소통'입니다. 
책을 중심으로 한 풍성하고, 다양하고, 즐거운 소통 말입니다. 

3층 창가입니다. 

종종 전시를 열기도 하고 음악회를 만들 때도 있었지만 대부분 3층은 비어 있었습니다. 

2년이 지나 이제야 채웠습니다. 

주말에는 열어두고 여러분을 만나는 중입니다. 올라오셔서 여러분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책을 추천해드립니다. 

피아노도 있고, 아름다운 사진도 있고 어수선한 정서점의 책상이 있습니다. 주말에는 우캘리가 출근하여 근무합니다. 무엇보다 여러분을 위한 간이 의자들이 있습니다. 

오셔서 모여앉아 이야기할 수 있는 날이 머지않아 올 것을 믿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때가 되면 3층에서 옥상까지 이리저리 자리 펴고 앉아서 책을 읽기로 합시다. 와인도 나눠 마시고 제철 과일도 같이 먹으며 마음과 몸이 건강해지는 시간을 만들어 가려고 합니다. 

잔혹했지만 특별했던 1년하고도 10달 전염병의 날을 보낼 준비를 하며, 몸을 떼어 두려다가 마음까지 멀어졌던 시간을 뒤로 하고 이제 만나러 갈 준비를 합니다. 

다정하려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건강한 친구는 되고 싶어서 몸과 마음을 추스리는 중입니다. 

환하게 웃으며 다시 찾아올 여러분을 그려보고 기다립니다. 부디 건강히 잘 지내주세요. 

곧 또 편지해도 괜찮을까요. 

서점을 통해 우정을 나누는 사람들의 글이며 인스타그램에는 적지 못했던 서점에서 생긴 일들이며 재미난 꿍꿍이를 비롯하여 읽고 쓰는 사람들이 흥미롭게 읽을 만한 이야기들을 담아보려고 합니다. 

다시 인사 드릴 때까지
꼭 안녕해주세요. 

고맙습니다.


                    2021. 10. 11. 
                    서점 리스본 & 포르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