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여럿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기자들의 소송 소식을 접할 때도 그중 하나입니다. 탐사보도 기자는 직업 특성상 소송을 당하기 쉬운데, 입막음 소송을 당하는 경우가 특히 많습니다.
무분별한 언론 보도로 억울한 피해자가 생기면 당연히 책임을 져야겠지만, 입막음 소송은 성격이 좀 다릅니다. 소송에서 이기는 것보다 기자 개인을 괴롭혀 침묵하게 만드는 것에 목적이 있습니다. 주로 권력자나 기업이 소송을 걸고요. 기자뿐만 아니라, 활동가들의 사례도 많습니다.
저희는 코트워치(Courtwatch)라는 단어를 미국 시민운동에서 따왔습니다.
단어 그대로, 코트워치는 법정을 지키는 운동입니다. 공식 문서에 남지 않는 법정의 절차나 말 등을 기록하고, 피고인에게, 나아가 판사와 검사에게 '우리가 함께 지켜보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슬로건은 이렇습니다. "불의는 텅 빈 법정에서 일어난다(Injustice happens in empty courtrooms)".
비영리 단체에서 교육받은 시민이 '코트워처'가 되어 법정에서 일어나는 일을 기록하는데요.
미국에서는 피고인의 구금을 결정하는 절차가 공장식으로 빠르게 진행되는 문제 때문에 이를 주로 감시한다고 합니다. 한국에서는 피해자 보호가 제대로 되지 않는 성범죄 재판에서 연대 감시가 많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저희는 기자로서 일하지만, '취재'와 '코트워치 활동'의 경계가 흐려지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오늘 기사 하나'를 내보내는 게 아니라, '오늘 재판 하나'를 꼼꼼하게 기록하는 게 목적이 될 때, 법정을 '텅 빈 법정'으로 만들지 않기 위해 움직일 때 그런 것 같습니다.
그 경계에 대한 고민도 있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경계가 없을 수도 있지'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사실 확인을 꼼꼼하게 하는 '취재·보도 윤리'를 가장 우선하면 되지 않을까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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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트워치 팀은 2년 전부터 뉴스타파 기자들의 재판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윤석열 명예훼손' 사건입니다.
지난 화요일, '피해자 윤석열' 증인신문이 있었습니다.
재판 과정에서 마음이 가장 복잡한 순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사건의 유일한 피해자가 '본인 명예를 훼손했다'고 지목된 보도를 본 적도 없다고 하고, 이 사건 자체를 잘 모른다고 했습니다. 그러면 도대체 이 엄청난 수사와 재판은 왜 한(하는) 건가 싶었습니다.
수사기관이 이렇게 '피해자 대신' 나서서 수사하고 기소하는 일이 드문, 온갖 '2차 가해' 사례들 생각도 났고요.
이날 재판에 관한 내용은 아래 보내드리는 리뷰 기사에서 좀 더 자세히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