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아침을 못 먹고 나와서 아주 배가 고팠다. 뭘 먹을지 고민하다가 한 달 전분터 가고 싶었던 빗쿠리테이로 가기로 했다. 미나미후쿠오카역에서 걸어서 3분거리에 빗쿠리테이 본점이 있다. 가게를 들어가면 가게 안에 감도는 뿌연 연기. 그 연기를 뚫고 들어오는 바깥 햇빛. 그 모습은 마치 조명을 받는 무대 같았다.

우리는 주말 12시쯤에 갔는데 다행이 가게 밖에 웨이팅 줄은 없었고, 웨이팅 이름을 적는 종이를 보니 혼자 오신 분 딱 한 팀만 있는 모양이었다. 우리도 종이에 이름을 적고 기다렸다. 웨이팅 의자에는 밥의 양을 설명하는 사진이 붙어 있었다. 밥이 너무 많아 못 먹는 사람이 있어서 그런가. 한 5분 정도 기다렸는데 우리 이름을 불러다. 

안내를 받은 안쪽 자리로 앉았다. 메뉴는 야키니쿠(焼肉) 딱 하나. 크기가 다를 뿐이다. 1인분, 1.5인분, 2인분, 3인분으로 되어 있는데, 나는 1인분과 밥(밥을 시키면 미소시루(된장국)도 같이 준단다), 그리고 김치를 시켰다. 밥은 소, 중, 대로 있지만 입구에 있는 사진이 생각나 소조차도 다 먹을 수 있을지 겁이 났다. 

물은 셀프. 물을 마시면서 야키니쿠가 오기를 기다린다. 가게에 오는 손님을 보니 90퍼센트가 남성인 것 같았다. 그렇게 손님 구경을 하다 보니 주문한 메뉴가 나왔다. 밥과 미소시루, 김치가 먼저 나왔다. 그리고 조금 있으니 야키니쿠가 나왔다. 뜨거운 철판 위에 양배추와 고기가 듬뿍. 하얀 김을 내면서 먹음직스러운 소리를 내고 있다. 빗쿠리테이에 오면 빗쿠리테이 식의 먹는 법이 있긴 하지만 우선 그대로 먹어본다.  

양배추와 고기를 밸런스 좋게 세팅해서 크게 한입. 아삭한 양배추 속에 있는 돼지고기의 쫄깃한 식감이 좋다. 마늘 맛과 살짝 센 간이 맥주를 부르는 맛이다. 하지만 오늘은 안 마시는 날. 술에 잘 맞는 맛은 밥에도 잘 어울리는 법. 맥주 대신 흰밥을 크게 앙~ 먹었다. 오, 밥도 맛있네. 밥은 일본 옛날 동화속에 나오는 것 같이 산처럼 생겼고 ‘소’ 자인데도 양이 엄청 많다. 음, 입구에 있던 사진이 왜 있는지 알겠더라(흰 산 옆에는 단무지가 곱게 두 개 나란히 놓여 있다.) 미소시루도 한입. 양파와 미역이 들어가 있어 미소의 감칠맛과 양파의 달콤함이 잘 어울리는 집밥 미소시루 같은 스타일이다.

다음은 빗쿠리테이식으로 먹어본다. 테이블 위에 있는 ‘빗쿠리보’(나무 봉)를 사용해 철판을 기울인다. 그러면 기름이 한 쪽에 모이는데, 그 기름에 테이블에 있는 ‘가라미소’(고추장)를 넣고 소스를 만든다. 고추장을 덜 때는 나중에 다른 사람도 쓴다는 걸 생각해서 조심스럽게 철판 테두리에 붙이듯이 덜었다. 기름과 고추장을 비벼서 매운 소스를 만든 다음에 한쪽에 모은 양배추와 고기를 찍어서 먹는다. 칼칼한 소스를 듬뿍 찍어 먹으니 그냥 먹었을 때보다 더 맛있다. 남은 야키니쿠는 전부 소스를 찍어서 먹기로 결정했다. 

1인분도 꽤 양이 많지만 뒷자리에 계신 40대로 보인 남성분들은 3인분을 각각 시킨 걸 보니 왠지 존경스러웠다(그분들 배경으로 더 뒤에 있는 자리에서 대짜로 보이는 후지산급  밥을 들고 야키니쿠를 먹는 분을 보니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가게 답은 야키니쿠 소 자와 병맥주인 것 같았다. 다음에 올 때는 맥주를 마셔야지. 그렇게 다짐하면서 우리는 꽤 많은 양의 야키니쿠와 밥을 다 비우고 가게를 나갔다. 여름 햇빛이 아주 뜨거웠지만 매운 걸 먹어서 그런지 시원했다.

빗쿠리테이 본점

_ 위치 : 2 Chome-8-12 Kotobukimachi, Hakata Ward, Fukuoka, 812-0884

_ 메뉴 및 가격 : 야키니쿠 정식 900 1,250, 1,700, 2,400엔(사이즈에 따라)  

하지현 교수의 『꾸준히, 오래, 지치지 않고』는 일을 하는 태도와 방법에 관해 이야기하는 책이다.

이 책이 '일잘러'를 위한 지금까지의 책과 다른 점은 '어떤 마음으로 일을 해야 하는지'를 알려준다는 것이다. 그는 일은 마음이 하는 것이며 그 마음은 몸에서 비롯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몸은 습관이 만든다는 것을 알려준다. 이 책 속에는 '일-마음-몸-습관'이 어울려 더 좋은 일과 삶을 만드는 비법이 가득하다. 

일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 정체기에 있다고 느끼는 사람, 번아웃이 온 사람, 그러니까 일을 잘하고 싶은 모든 이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일을 통해 그들이 더 좋은 삶을 살 수 있도록. 

￮ 책 속에서 ----------